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67화 (467/477)

< 제467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2) >

진코퍼레이션.

재준과 진, 그리고 엘론은 위성 사진을 보고 있었다.

“저 북대서양 난류가 유럽을 지나면 비를 뿌리고 안개를 발생시킨다는 거지?”

재준의 말에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때 데미안이 북해에서 나오면 내륙으로 나올 확률이 높고?”

“아마 그걸 노리고 지금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요.”

흠.

그것참, 골치 아프게 생겼네.

데미안이 정신을 차렸나?

나노봇의 이동 속도는 아주 느리지만, 안개를 타고 날아다니면 문제가 심각해질 텐데.

“안개를 섞여 위로 올라가면 더 위험한 거 아냐?”

“데미안의 나노봇은 저희 초창기 모델을 사용했어요. 초창기 모델은 인간의 혈류에서 활동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어서 자외선에 노출되면 전부 소멸해요. 큰 위협이 되지 못해요.”

“그런 거였어? 그래서 미국에서도 강을 따라 이동한 거야? 아니면 땅속에서 복제하든가?”

“계획한 건 아닌 것 같고,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한 거죠.”

“생각도 못 하는 것들이 방법을 터득해?”

“생존은 바이러스도 하는 거예요. 지능이 있어서 방법을 터득한 게 아니라, 그 방향으로 진행한 나노봇이 생존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해요.”

“그럼, 비가 내리는 게 문제네.”

“이제 땅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위험한 곳이에요.”

허, 거참.

인간이 땅에서 못 살면 지금까지의 문명은 사라지는 건데.

“공중 건물은 언제 완공되지?”

그건,

“이제 시작했어.”

엘론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위성을 동시에 10기씩 쏟아 올리고 있어.”

“10개나? 그러다 부딪히는 거 아냐?”

“지구를 돌고 있는 게 만 개가 넘는데. 100개 가지고 무슨.”

“그럼, 이제 소행성에 케이블을 달아서 건물을 올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일단 계획은 그렇지. 우주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낙관적이야.”

“문제는 시간이네. 유럽에 폭우가 오기 전까지 건물을 완공할 수 있을까?”

“글쎄, 그게 우선은 건물 한 개를 지어 봐야 알 것 같아. 건물 한 개로 유럽과 아시아 인구를 전부 수용할 수는 없잖아.”

“그렇겠지. 아무리 건물이 커도 50억 인구를 수용하는 건 무리야.”

“그렇다면 기존 건물을 이용하는 건 어떨까요?”

진이 새로운 안건을 내놓았다.

“기존 건물?”

“네.”

진이 손을 들어 올려 홀로그램을 띄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시의 전경이었다.

“여기 보면 유럽의 대부분 건물들은 4~5층이에요. 3층까지 알루미늄으로 둘러싸면 4~5층은 사람이 살 수 있어요. 건물도 촘촘하게 붙어 있어서 옥상으로 이동도 가능해요. 생필품은 드론으로 받고, 나노봇이 없어질 때까지 버틸 수는 있어요.”

“1, 2, 3층에 살던 사람들은?”

“이주해야죠.”

“다른 나라 피난촌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잖아.”

“그래서 도시 외곽에 알루미늄 기둥을 세워 공중도시를 만들면 좋겠어요.”

엘론은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라는 표정으로 재준을 바라봤다.

“임재준?”

“왜?”

“유럽에 있는 투마로우 은행이 먼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나도 그 생각 중이야. 우리가 먼저 공중도시를 짓지 않으면 또 이게 되는 거네 아니네 하면서 정치질이나 하다 사람들만 죽어 나갈 거야. 또 도시에 지으면 위협적이네 뭐네 하면서 말들이 나올 거고 각 나라의 국경 지역에 공사를 시작하라고 지시할 거야.”

“각국 정부가 따라올까? 아무래도 데미안이 움직이고 시작하면 늦을 텐데.”

“안 따라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야.”

“그런가? 하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지.”

“우리는······.”

뭐야?

재준은 말을 하다 말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CNN 아나운서 때문에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모니터에서는 CNN 뉴스에서 유럽 각국의 상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북해 지역 유럽 나라들의 항의 시위가 점점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강제 이주 정책을 펴고 있는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가 특히 심하며 독일 함부르크와 브레멘에서도 수천 명의 국민이 생계를 책임지라는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이기적인 놈들.

너희들이 그렇게 나오면 나도 너희들을 버린다.

“엘론, 진과 함께 지금부터 공중 건물은 적도 부근에 짓도록 해. 태평양 한가운데.”

“태평양? 왜?”

“저기 봐, 지을 곳이 없어. 만약 공중 건물이 어느 나라 상공에 지어진다면 자기 거라고 우기지 않을 놈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땅으로 추락한다고 난리 치겠지. 과연 건물이 올라가게 내버려 둘까? 난 회의적이야. 이 재난을 겪으면서도 인간은 전혀 변하지 않는 것 같아.”

“공중도시도 건설을 미루려고?”

“아니, 공중도시는 당장 시작해야지. 그건 투마로우 자산이잖아. 어떻게 나오나 보고 싶어.”

“그래, 일단 만들어 보고 유럽 연합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혹시 알아? 우리 생각과 다를지.”

엘론의 말에 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들어 보자.

어떤 개소리를 지껄이는지.

***

서유럽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투마로우 계열 은행들이 도시 외곽지역에 알루미늄 기둥을 세우고 100m 상공에 공중도시를 짓기 시작했다.

서유럽 정부는 이를 환영했고 정부 예산을 지원하며 공중도시 건설에 동참했다.

하지만 동유럽의 국가들은 예산 부족으로 서유럽 국가들을 시기했다.

***

한 달 후.

유럽 연합 비공식 회의.

재준도 이 회의에 참관인으로 참석했다.

시작부터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수군대는 꼴이 참 가관이라 생각했다.

오늘 회의도 글러 먹었네.

서유럽이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딱 그렇게 몰아가고 있어.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와 나머지 동유럽 국가들이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네덜란드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투마로우가 공중도시를 짓고 있습니다. 기업이 국민을 위해 나서고 있는데 정부가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헝가리 대표가 시들하게 말을 받았다.

“글쎄요······.”

말을 하다 말고 뭉개더니 다시 이어서 말했다.

“100m 높이에 도시를 건설한다는 게······. 차라리 나노봇의 진로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알루미늄으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인간이 살아갈 도시를 세우는 게, 하하, 좀 돈 낭비로 보이지 않나요?”

“나노봇이 헝가리로 향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끔찍한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잠시 피했다가 다시 도시를 재건하는 게 비용면에서 훨씬 절감되지 않을까요? 공중도시를 지을 수 있는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돈이 어디 한두 푼이 들어가야 말이죠.”

“대표, 국민의 목숨이 걸린 문제에 그깟 돈이 문제입니까?”

“허허, 다 똑같은 거 아닙니까? 공중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나 나노봇이 지나간 도시를 재건하는 것이나 돈이 들어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쓰러진 건물을 재건축하는 게 낫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도시를 새로 건설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도 공중에 말이죠.”

“나노봇은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또 파괴되는 겁니다.”

“글쎄요. 미국을 보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던데. 뭐, 통계나 정보가 있습니까?”

하.

네덜란드 대표가 더는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서 크로아티아 대표가 애매한 질문을 했다.

“솔직히 헝가리 대표와 같은 생각은 아니지만, 공중도시에 투입할 자금은 문제가 있습니다.”

프랑스 대표가 따지듯이 물었다.

“국가 재정을 공중도시 짓는 데 사용하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미 의회에서 승인된 예산을 다른 곳에 쓴다면 다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저도 닥칠 재난을 알고는 있지만 국민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은 아닐 겁니다.”

“나노봇을 겪은 임재준이 직접 나섰습니다. 이보다 재난에 대한 위험을 알려주는 증거가 또 있습니까?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고요?”

흥.

그리스 대표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그건 투마로우가 국가 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는 나라 생각 아닙니까?”

“이보세요. 헝가리 대표, 왜 편을 가르려고 합니까? 우린 유럽 연합입니다. 지금까지 모든 의제는 합의로 진행했습니다.”

“글쎄요. 그 합의가 제때에 발휘가 됐다면 경제가 망가지는 국가가 없었을 텐데. 내가 아는 국가는 그 시기를 놓쳐서 지금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리스 문제를 따지시는 겁니까?”

“제가 언제요?”

“둘러서 얘기하지 마세요. 경제가 망가진 나라는 그리스밖에 없다는 걸 모두 알고 있습니다.”

옳지, 걸려들었어.

“그리스밖에 없다니요? 말을 막 하시네요. 동유럽 중에 맘 편하게 경제를 논할 국가가 있습니까? 말이 나온 김에, 아니 프랑스가 언제부터 곡물 메이저 노릇을 한 겁니까? 스페인은 연제부터 아프리카 은행 노릇을 한 거고요?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동유럽 채권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이야기를 지금 왜 하시는 겁니까?”

“왜라니요? 서유럽이 투마로우와 손잡고 동유럽을 찬밥 취급해서 벌어진 일이잖아요.”

-맞습니다.

-맞아요.

여기저기 비난의 목소리가 들렸다.

프랑스 대표는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들이 경제 위기 때는 나 몰라라 하더니.

인제 와서 아쉽다고 지랄하는 거야?

그리고 투마로우는 왜 대화에 끌어들여?

프랑스 대표가 재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를 시작으로 모든 국가의 대표들이 재준을 바라봤다.

큭큭큭.

사람들 정말.

뭘 바라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나네. 드러나.

돈 좀 빌려달라는 거 아냐.

재준이 일어나서 단상으로 향했다.

“돈이 부족하다면 투마로우가 빌려드릴게요.”

첫 마디에 각국의 대표들이 ‘정말?’이란 표정을 지었다.

“단, 돈을 다 갚을 때까지 국가 경제 운영권을 넘기세요.”

-뭐라고요?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재준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불만이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더는 말이 없이 바라보자 점점 말이 줄어들고 조용해졌다.

“할 말 다 했어요? 뭐, 국가 경제권을 넘기라니까 여러분들 자리가 위태로울까 봐 걱정하는 거죠? 하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건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민 적은 없어요. 그쪽에서 우리에게 손을 내민 거죠.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손을 내민 국가는 잘살고 있습니다. 부정부패만 없다면 정치에 개입하지도 않았고요. 난 내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인은 그냥 보지 않습니다. 그것만 지켜주면 여러분의 자리는 온전히 보존되는 겁니다. 어때요? 투마로우가 돈을 빌려드릴까요? 말까요?”

모두 입술은 다물고 어금니는 꽉 깨물었다.

“그걸 용인할 국민이 어딨습니까?”

결국, 또 그리스 대표가 먼저 나섰다.

재준이 자신의 손을 들어 아래에서 위로 흔들었다.

마저 떠들어 봐.

“그리스는 투마로우의 자금은 필요 없습니다.”

네, 네.

“그렇게 하세요. 그럼, 그리스는 땡이고 나머지 분들은 오늘 하루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본국으로 돌아가 회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연락하지 마세요. 결과는 너무 뻔하니까. 자, 또 다른 의견 있습니까?”

그 어떤 말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전부 주변을 둘러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겠지.

책임지기 싫으니까.

대충 분위기만 파악하고 돌아가는 게 목적이었겠지.

그렇게 시간만 끌다가 어떻게 되는지 봐.

< 제467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2)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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