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66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1) >
“원자력 발전소가 멈춘 이유가 뭐냐고!”
시앙핑이 딩쉐이를 다그치듯 소리를 질렀다.
“해킹입니다.”
“뭐?”
시앙핑도 다이로를 노려봤다.
“아니, 왜 나를 쳐다보는 겁니까? 설마 우리가 해킹이라도 했다는 거예요?”
“거기 위쉬안이 있으니까.”
“거,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작작 합시다. 방금 55개 발전소가 동시에 멈췄다며. 그게 위쉬안 혼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니 최소한 해커 55명은 있어야 동시에 가능한 거 아니냐고. 우리를 감시했다며. 위쉬안이 해커 조직을 만들었으면 알았을 거 아냐? 사람들이 양심이 없어요. 무조건 책임을 떠넘기려고.”
다이로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딩쉐이, 당장 수습해.”
“네.”
딩쉐이가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부르르르르.
콘택트폰이 다시 울렸다.
“또 왜?”
-55개 원자력 발전소 전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뭐?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네.
“확실한 거야?”
-다시 일일이 확인하고 있지만, 일단은 전부 재가동 되고 있습니다.
“알았어.”
딩쉐이의 통화를 들었는지,
“거, 무슨 일을 그렇게 처리합니까?”
다이로가 빈정거렸다.
시앙핑의 입꼬리가 지긋이 올라갔다.
“뭐, 이 넓은 땅덩이를 관리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하긴, 미국도 보니까 일 처리가 그렇게 매끄럽지는 않더라고요.”
“하하하, 뭐, 대륙들은 다 그렇지요.”
시앙핑이 대충 둘러대며 이야기를 끌어가려는데.
부르르르르.
또다시 딩쉐이의 콘택트폰이 울리자 시앙핑을 바라봤다.
시앙핑이 전화를 받으라는 손짓을 했다.
“왜?”
-이번엔 31개 화력 발전소가 전부 가동을 멈췄다가 다시 가동됐습니다.
“동시에 말이지.”
-네. 아무래도…….
“말해 봐.”
-일종의 경고 같습니다.
“무슨 경고?”
-거기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알았어. 계속 주시해 봐.”
-네.
통화를 끊자 곧바로,
부르르르르.
다시 폰이 진동했다.
우슈보란 이름이 떴다.
“나가보겠습니다.”
딩쉐이가 시앙핑에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
중앙판공청 지하.
“뭐야?”
딩쉐이 앞에 우슈보와 요원 셋이 서로 눈치를 보며 서 있었다.
“빨리 말해.”
딩쉐이가 다그치자 우슈보가 입을 열었다.
“코어에서 지속적으로 신호를 위성에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신호? 그게 무슨 소리야?”
“이번에 발전소가 중단된 원인이 코어입니다.”
딩쉐이의 눈매가 매섭게 바뀌었다.
“자세히 말해 봐.”
“알고리즘을 분석해 본 결과 코어는 신호를 받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에 없는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하냐고?”
후.
우슈보가 긴 숨을 내쉬었다.
“파악하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쾅.
딩쉐이가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원인을 알 수 없다고?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일단 코어를 서버에서 분리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그럼 어쩌자는 거야?”
“일단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을 하고…….”
팀장님…….
우슈보가 말을 하는 도중에 요원이 심각한 음성을 내었다.
모두 시선이 요원에게 쏠렸는데 요원은 손가락으로 코어를 가리켰다.
“저, 저, 저거 분명히 서버에서 분리했는데…….”
코어의 불이 현란하게 깜빡이며 부르르르 떨고 있었다.
“뭐야? 왜 저래?”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딩쉐이가 벌떡 일어나 코어로 다가가서 코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거 지금 뭐 하는 거야?”
우슈보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이거 지금 어떻게 된 거냐고?”
딩쉐이가 발악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우슈보가 덜덜덜 떨면서 겨우 입술을 떼었다.
“스, 스, 스스로 서버에 접속하고 있습니다.”
“뭐? 뭐라는 거야? 이게 살아 있기라도 한 거야? 어떻게 스스로 서버에 접속을 해?”
“그게…… 우리도 잘…….”
“전원 차단해.”
“네?”
“전원 차단하라고, 이 병신들아!”
딩쉐이의 고함에 요원 하나가 달려들어 코어가 꽂혀 있는 서버의 전원 스위치를 내렸다.
하지만.
팀장님…….
요원의 시선이 전체 서버로 이동했다.
딩쉐이가 고개를 돌리자 서버 전체에 요란하게 발광하듯 깜빡이는 불빛이 보였다.
이게 뭐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요원 하나가 모니터로 다가갔다.
“주임님, 서버 전체가 위성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디로?”
“그, 그건 모르겠습니다.”
“빨리 알아내.”
“신호가 너무 많습니다. 초당 발생하는 신호만 수백만이 넘습니다.”
“뭐?”
이런 미친.
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
“빨리 알아내. 빨리.”
서버 전체의 전원을 차단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최소한 무슨 일인지는 확인해야 했다.
다다다다닥.
요원들이 키보드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여기, 신호들이 전부 캡슐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캡슐이라니?”
“투마로우 캡슐입니다.”
투마로우 캡슐?
그럼 가상현실에 접속한 인민들인데.
왜?
***
중국 청두시.
캡슐에서 나온 위멍룽은 멍하니 앉아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10년 전에 공장에서 팔 하나와 한쪽 눈을 잃었다.
일도 할 수 없고 친분도 다 사라져버린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아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에서 기본 생활비가 나왔다는 것.
그래도 혼자인 건 변함이 없었다.
그때 자신을 위로해준 건 캡슐이었다.
‘기억의 길’, ‘커뮤티니 서밋’.
캡슐에 접속하면 잃어버렸던 팔도 눈도 생겼다.
사람들과 만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며 점점 생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방금 캡슐 안에서 아주 이상한 메시지를 받았다.
[위멍룽, ‘기억의 길’에서 너를 선택한다. 신장 위구르에 있는 ‘엘리’에 가서 너의 잃어버린 팔과 눈을 찾아라.]
‘기억의 길’이 나를 선택했다고?
팔과 눈을 찾을 수 있다고?
드디어 앤서니 사제가 말한 그때가 온 건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당장 짐을 꾸려 신장 위구르로 떠났다.
1,000km.
차로 20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지루하거나 피곤하지 않았다.
꼬박 하루가 걸려 ‘엘리’에 도착했다.
광활한 대지에 끝없이 펼쳐진 태양광 패널을 보며 가슴이 웅장해졌다.
와, 역시 ‘기억의 길’에서 하는 사업은 달라.
차를 세운 위멍룽은 걸어서 태양광 패널 숲으로 접어들었다.
하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왔다.
“위멍룽 씨 되십니까?”
“저를 아세요?”
하얀 제복은 손을 둥그렇게 말았다.
“우리의 신이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말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위멍룽은 하얀 제복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실험실에 도착한 위멍룽은 작지만 아늑한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여기에 누우십시오. 잠깐 잠을 자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겁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안내에 따랐다.
침대에 눕혀지자 스스르 졸음이 쏟아졌다.
위멍룽이 마취 상태에 들어가고, 침대 밑에서 전선 굵기의 로봇 팔이 스르릉 올라오더니 위멍룽의 머리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실 굵기의 로봇 팔이 머릿속 안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
1분간 대기.
삐.
신호음이 울렸다.
실 굵기의 로봇 팔이 위멍룽의 안구에 가는 침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위멍룽의 하얗게 죽어 있던 안구에 까만 눈동자가 생겼다.
동시에 전선 굵기의 로봇 팔이 위멍룽의 절반밖에 없는 팔을 잘라내고 지지지지, 새로운 팔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 세상은 모르는 나노봇의 신체 재생능력.
잠시 후.
스르르륵.
위멍룽의 눈이 떠졌다.
보인다.
10년이나 한쪽으로 보던 세상이 확장되어 보인다.
팔을 들어 보았다.
있다. 10년 동안 없었던 팔이 있다.
힘이 난다.
활기가 넘친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침대에서 내려왔다.
하얀 제복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서 거울을 내밀었다.
이럴 수가.
얼굴에 생기가 넘치고 젊어졌다.
아니, 깨끗해졌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지저분하게 얼굴을 뒤덮었던 잡티나 점, 상처들이 사라졌다.
매끈하고 포동포동한 피부로 바뀌었다.
“어떻게 이렇게……. 감사합니다.”
쉿.
“이 은혜는 신께 보답하십시오.”
“당연하죠.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요?”
“나중에 신의 계시가 있을 겁니다.”
“네, 항상 신의 목소리를 경청하겠습니다.”
“네. 그럼.”
하얀 제복이 물러나자 또 다른 하얀 제복이 등장했다.
그리고 위멍룽을 밖으로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자 벌써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어 있었다.
위멍룽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당신들은 선택받았습니다!”
***
중국 우한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엘리’의 생산 기지에 전국에서 인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이십니까? 전부 장애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엘리’를 방문한 사람들의 병이 치료되었다는 소문이 퍼지며 이렇게 인민들이 불어났습니다.]
다이로는 뉴스를 보면서 불만스러워 입술을 말아서 오므렸다.
“저거 다 우리가 번 돈으로 치료해 주는 거잖아.”
제이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우리가 언제 돈을 벌었는데? 다 엘리자베스 혼자서 한 거지.”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녔는데.”
“이야, 그러지 마라. 우리 브라질에서 온 지 얼마 안 됐다. 매일 기름진 음식만 먹더니 배가 불렀어, 아주.”
“아까운 건 아까운 거야.”
“아직도 예전 마약상 생각하나 본데. 넌 지금 월급쟁이야. 회사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너에게 돌아가는 건 월급과 성과급이 다라고.”
후후후후.
옆에서 지켜보던 앤서니가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다이로도 중국 주석까지 만나면서 바쁘게 뛰어다녔습니다.”
“역시 앤서니밖에 없네. 이래서 종교인이 되어야 한다니까. 정치인 하는 꼴을 봐. 피도 눈물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하하하하.
모두 한바탕 웃었다.
지금까지 숱한 고비를 넘기며 이 자리까지 왔다.
이제 중국의 비호 아래 수배자의 도피나 사이비 종교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아주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부분을 다이로가 얘기한 것이고.
“지금 저런 데 돈을 쓸 때가 아니라고.”
“그럼 어디다 써야 하는데?”
다시 다이로와 제이콥이 한바탕 설전을 준비했다.
“공중도시.”
“공중도시는 유럽이나 미국이 필요한 거고, 여긴 중국이야.”
“중국도 위험해.”
다이로의 마지막 말이 모두의 가슴을 묵직하게 내리눌렀다.
“그래서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앤서니가 입을 열자 모두 헛된 희망이라도 바라는 눈빛을 내비쳤다.
“신께서 신장 위구르로 오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아픈 데가 없는데.”
“신은 병자들을 치료해 주시면서 데미안 나노봇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주시고 계십니다.”
항체?
“정말이야?”
앤서니는 대답 없이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래서 중국에는 공중도시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중국은 선택받은 곳이죠.”
선택?
다이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창가로 갔다.
‘선택’이라는 단어가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켰다.
중국이 선택을 받았다고?
나노봇의 항체를 가질 수 있는 나라로?
엘리자베스한테?
이게 무슨 선택이야?
다른 나라는 공중도시 위에서 나노봇의 위험을 피할 때 중국 인민은 지상에서 노예처럼 일하라는 거잖아.
“그거 별로 기분이 내키지 않는데.”
< 제466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1)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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