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63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8) >
진코퍼레이션.
‘블랙’.
“데미안은 어때?”
재준은 CNN 뉴스를 보며 ‘블랙’에게 물었다.
【북해에 있습니다.】
“나노봇 숫자는?”
【현재 2천조입니다. 초당 두 배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2천조라고 해 봐야 뭉쳐 놓으면 한 주먹도 안 되지만, 건물에라도 달라붙어 한 번에 2천조 개의 탄소를 소비해버리면 그 건물은 10초도 안 돼서 무너진다.
북해 주변엔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가 있다.
어느 나라로 진입하든 그 나라는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어쩌면 나라가 사라질 수도 있다.
“주변국 국민들은 이동했어?”
【벨기에는 프랑스로, 네덜란드는 독일로 이동 중입니다.】
“영국은?”
【해안가 주민들만 내륙으로 이동했습니다.】
데미안이 들어섰던 땅은 사람들이 다시 찾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시국에.
“유럽 연합은 뭐 하고 있지?”
【데미안을 소멸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 그것도 방법이네.
나노봇이 데미안을 따라 움직이니까.
근데 데미안이 사라지면 나노봇이 복제를 멈추나?
아닐 것 같은데.
“진, 네 생각은 어때? 데미안을 없애는 게 해결책일까?”
“글쎄요. 바다에서 데미안을 죽이면 나노봇이 바다를 장악해서 다시는 바다를 사용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육지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요. 그나마 데미안이 나노봇을 끌고 다니니까 지금 경로를 예측할 수 있잖아요. 피해를 피할 수 없지만, 데미안이 육지로 올라왔을 때 전체를 포위해서 나노봇과 동시에 없애야 해요.”
“그렇지. 몇 개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지는 한이 있어도 육지에서 끝장을 봐야지. 그 정도만 돼도 다행인데.”
후.
재준은 긴 숨을 내쉬며 지도에서 북해를 바라보았다.
데미안, 너, 거기서 뭐 하는 거냐…….
혹시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한 건 아니겠지.
‘블랙’.
“혹시, 데미안의 뇌가 돌아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나?”
【가능합니다.】
“가능하다고? 지금은 어떤 상탠데?”
【수면 상태와 유사합니다.】
“그럼 잠을 자고 있다는 말이야?”
【뇌의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중뇌가 총격으로 파괴되어 인공 신경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기존의 뇌가 인공 신경을 받아들이지 않는 동안은 수면 상태를 유지할 것입니다.】
“아니, 그러다 만약 받아들이면?”
【뇌 전체의 움직임이 인공 신경에 의해 관리가 됩니다.】
“그러면 더 똑똑해지는 거야? 아니면 더 멍청해지는 거야?”
【두뇌 회전이 빨라집니다.】
“더 똑똑해진다는 말이네.”
【감정의 기복이 자주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감정의 기복? 그럼 조울증 아니야?”
【양극성장애 1형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미친.
재준은 데미안이 크하하하하 웃다가 엉엉엉엉 우는 모습이 수시로 바뀌는 상상을 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완전 미친놈으로 변하는 거네.
이대로 유럽에 맡겨 놓으면 안 돼.
“‘블랙’. 유럽의 로봇 공장들 효소 생산으로 전환해.”
【네.】
일단 효소라도 충분히 확보한다.
재준이 지도에서 눈을 못 떼고 고민을 하는데 진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이게 뭐야?”
“이번에 중국에서 나온 스마트폰이에요. 이렇게, 눈에 렌즈를 착용하고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거죠.”
진이 손짓으로 설명을 보탰다.
어라?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저거 우리 기술 아니냐?”
재준은 ‘엘리’에서 출시한 콘택트폰을 불만 섞인 시선으로 보았다.
“맞아요.”
“맞다고? 그럼 누가 우리 기술을 빼돌린 거잖아.”
“그것도 맞아요.”
“그럼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당장 소송을 걸어야지. 윌켄 어딨어?”
진이 재준의 소매를 잡았다.
“아빠, 엄마예요.”
“엄마라니?”
“내 엄마가 누구겠어요?”
“엘리자베스라고?”
“네, 기업 이름이 ‘엘리’에요.”
“엘리? 그럼, 엘리자베스가 우리 기술로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만든 거야?”
“네. 나온 지는 꽤 됐어요. 미리 말씀을 드려야 했는데, 아빠가 워낙 바빠서요.”
헐, 중국 주석과 공중 빌딩 상의하고 바로 미국으로 날아와서 도날드와 미국 동부 재건 때문에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시장에 대해 신경을 전혀 못 썼다.
근데 왜 중국에서 콘택트폰을 출시했을까?
당연히 돈이 목적은 아닐 테고.
“엘리자베스 목적이 뭔지 알아?”
“아빠를 도와주려는 거겠죠.”
나를 도와준다고?
그럼, 내가 이번에 중국을 노리는 걸 안다는 건데.
설마 나를 대신해서 인공지능이 중국을 관리하게 하려고?
엘리자베스 능력으로 그게 가능할까?
“진, ‘엘리’는 어딨는 줄 알아?”
“신장 위구르 지역에 있어요. 칭하이성과 아주 가까워요.”
“지역은 잘 골랐네. 그럼, 운영은 누가 하는 거야? 엘리자베스는 사업가 스타일이 아닌데.”
진은 장난스럽게 입을 쑥 내밀었다 집어넣었다.
“히히, 짠, 놀라지 마세요.”
“뭐야? 긴장되게.”
“‘엘리’ 대표는 다이로예요.”
“다이로?”
다이로? 내가 아는 그 다이로?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말이야?
“놀라셨죠.”
“당연히 놀랬지. 거기서 다이로가 왜 나와?”
“저도 놀랐어요.”
다이로라…….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다이로를 대표 자리에 앉혔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인데.
싸워야 하는 적이 쉽지 않은 사람이란 말인가?
아니면 결과가 안 좋아서 다이로에게 떠넘기려는 것인가?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네.”
가만있어 봐.
콘택트폰이 나오면 애플은 어떻게 되는 거야?
망하는 거지 뭐.
내가 알기로도 0.5나노 기술이 들어가는데.
아서와 세르게이, 이 인간들 또 우울 모드로 침울해하고 있을 게 뻔하지.
염장을 지르러 한번 방문할까?
아니지, 위로를 해줘야 하나?
아, 딱 알맞은 자리가 있네.
그 전에 우선 엘리자베스 신변(?)을 잘 보호하고.
‘블랙’.
【네.】
“지금 ‘엘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어?”
【알 수 없습니다.】
“왜?”
【건물 내부 공사에 구리를 사용했습니다.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인터넷 선을 타고 들어갈 수도 없는 거야?”
【유일한 입구에 엘리자베스가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
얘가 궁금하게 싹 다 틀어막고 안에서 뭐 하는 거야?
자칫 위험한 놈들이 폭탄이라도 던지면 어쩌려고.
***
신장 위구르, ‘엘리’ 지역.
수상한 무리 다섯이 어둠을 틈타 숨어서 ‘엘리’의 전경을 보고 있었다.
“장난 아니네. 도대체 태양광 패널이 몇 개야? 그냥 태양광 패널을 몇 개 가져가도 돈 되겠다.”
빡.
“왜 때려?”
“미친놈. 기껏 여기까지 와서 패널이나 띠어갈 생각이나 하냐? 저 안에만 들어가면 엄청난 금이 있는데.”
“근데 확실한 거야? 저 안으로 엄청난 양의 금이 들어간 게?”
“그렇다니까, 그냥 금이 아니라 금괴야 금괴. 흥, 돈을 많이 버니까 비자금으로 금을 쌓아 놓는 거지.”
“확실하면 엄청난 건데.”
“로빈이 한 말이니까 확실해. 본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고.”
꿀꺽.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그중 하나가 시계를 확인하며 시야를 먼 곳으로 향했다.
“저기 봐.”
멀지 않은 곳에서 로빈이 손전등을 흔들고 있었다.
“가자.”
자세를 낮추고 로빈을 향해 움직이며 무리 중 하나가 말했다.
“근데 로빈에게 40% 떼어주는 거 너무 많지 않아?”
“욕심내지 마. 저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열어줄 사람은 로빈밖에 없어. 한두 번으로 끝낼 거 아니면 40%도 아까운 건 아니야.”
쩝.
사사사사삭.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양이 꽤 이런 일을 많이 해본 발놀림이었다.
드디어 로빈에게 다다르자 각자 맡은 주변을 살폈다.
“로빈.”
“조용히 따라와. 잠시 주변 카메라를 꺼두었어. 잘해. 시간은 5분이야. 5분 만에 금을 최대한 챙겨서 나오는 거야.”
“걱정하지 말라니까.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닌데.”
“좋아. 믿는다. 가자.”
지잉.
로빈이 엘리베이터를 작동해서 지하로 내려갔다.
지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새하얀 복도가 나왔다.
작은 먼지 하나 없는 흰 형광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다.
“이야, 대단한데. 지하에 이런 고급스러운 내부가 있다는 게.”
“쉿, 조용.”
로빈의 경고에 모두 입술을 꽉 다물었다.
사사사사사삭.
복도 끝에 다다르자 로빈이 문을 열었다.
지잉.
문이 열리고 로빈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양옆으로 수십 개의 실험 공간에서 가늘고 기다란 로봇 팔들이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식물을 살리고, 오염된 토양을 가꾸고, 기름으로 범벅이 된 물을 정화하는 게 보였다.
이게 다 무얼까?
실험 공간 끝에 다다르자 다시 문이 열리고 콘택트폰을 생산하는 시설이 나왔다.
인간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모든 게 로봇팔이 움직이며 콘택트폰을 만들고 포장하고 있었다.
굉장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건 커다란 금고의 손잡이.
저거다.
저 안에 금이 있다.
로빈이 금고의 손잡이를 잡아서 돌리자,
덜컹.
손쉽게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타난 긴 복도.
“들어와.”
로빈의 말에 다섯은 조용히 뒤를 따랐다.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다시 작은 문이 나왔다.
덜컹.
로빈이 또 문을 열자,
환하면서 찬란한 빛무리가 그들을 덮쳤다.
금이다.
상상 이상으로 많은 금이다.
1kg짜리 금괴가 아닌 10kg짜리 금괴.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겨.”
로빈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 가지고 온 배낭을 열어 금을 담았다.
하지만 금괴 하나의 무게로 인해 많아야 8개가 한계.
끙.
모두 배낭을 둘러메고 왔던 길을 되돌아서 갔다.
끙.
두근, 두근, 두근.
가뜩이나 무거운 배낭에 심장이 두근거려 힘이 더 들어갔다.
다시 콘택트폰 생산 시설을 지나고 실험 공간을 지나고 새하얀 복도를 지났다.
여길 다시 들어 올 기회가 있을까?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고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후.
모두 길게 숨을 내뱉었다.
“수고했어. 자, 각자 몫을 챙겨서 가.”
무리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배낭을 열어 로빈의 몫을 꺼냈다.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금 1kg의 가격은 440,000위안(한화로 83,000,000원).
자신들의 손에 금 80kg이 있다.
로빈의 몫은 40%인 160kg.
이런 기회가 다음에도 있다고?
다음 기회 같은 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로빈의 몫을 꺼내던 무리가 나머지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왜?”
턱.
무리 중 하나가 배낭을 땅에 내려놓았다.
“아니, 로빈 몫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들고 갈 수 없을 것 같지 않아?”
나머지 셋이 입을 비죽이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너무 무거워.
“무슨 소리야. 로빈과 약속한 거잖아.”
“약속은 네가 한 거고. 우린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어. 안 그래?”
그러네. 우린 그런 약속을 듣지 못했어.
넷이 단번에 한통속이 되었다.
“이런 무식한 놈들. 이번 한 번으로 모든 걸 망치려고 하는 거야?”
“난 한 번으로 족해서. 다음은 기대 안 해.”
말을 마치자 등 뒤에서 스릉 칼을 꺼냈다.
“이 새끼가 미쳤나.”
마주 선 남자도 칼을 꺼냈다.
“대충 이쯤에서 서로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로빈 몫은 네가 주는 거로도 충분해. 앞으로 만나지 말자고.”
“그렇겐 안 돼.”
“그럼, 뭐, 해보던가.”
말을 마치고 뒤에 있는 셋에게 눈짓하자 셋도 스릉 칼을 꺼냈다.
그리고 남자의 사방을 포위했다.
“좋아. 가. 꺼져.”
남자가 포기한 듯 말했다.
하지만, 이미 넷의 눈이 남자의 배당에 꽂혔다.
“이런, 우린 가려고 했는데 막상 가려니 뭔가 찜찜하네.”
“너? 이게 어떤…….”
남자가 말을 마치기 전에 넷이 동시에 칼을 휘둘렀다.
푹, 푹, 푹, 푹.
윽.
한 명을 상대할 때보다 정신이 분산된 남자는 네 군데에 칼을 맞고 쓰러졌다.
울컥.
남자가 핏덩이를 입으로 토해냈다.
“이 새끼들…….”
큭큭큭큭.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로빈이 웃기 시작했다.
“역시 주인님이 말한 대로 되네. 이래서 인간은 주인님의 지배 아래에 있어야 안전하다니까.”
< 제463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8)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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