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62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7) >
중국 우한시.
위쉬안의 작업실.
다이로와 제이콥은 다급하게 앤서니와 위쉬안이 있는 곳을 방문해 신장 위구르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놀라운 일이군요. 신을 영접했다니.”
앤서니는 다이로와 제이콥의 이야기를 듣고 평소의 담담한 표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근데 그게 엘리자베스라니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진화된 인공지능입니다. 방금 인류를 위해 여러 가지 실험도 한다고 했고요. ‘블랙’과 더불어 하나의 신이 더 나타난 겁니다.”
앤서니의 반응에 다이로가 더 놀랐다.
아니, 이놈은 인공지능이면 그냥 다 좋아하는 거야?
“그래도 뭔가 대비는 해야지?”
“후후후, 전에도 말했듯이 인공지능을 누가 소유하냐가 중요한 겁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라면, 그것도 자신이 인공지능이라면 인류를 파괴하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카킬의 손녀니까요.”
“아, 그 곡물 메이저 중 하나? 말 잘했네. 엘리자베스가 카킬에 유리하도록 행동하면 어쩔 건데?”
“다이로는 정말 멍청하군요.”
“뭐? 너까지 나를 멍청하다고 하는 거야?”
“머리를 쓰지 않으니까요.”
“뭐라고?”
워, 워.
위쉬안이 격앙된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앤서니, 이유를 말해 봐.”
“엘리자베스 소속은 어디입니까?”
“그거야 투마로우지.”
“엘리자베스 아들 진의 소속은 어디입니까?”
“그것도 투마로우.”
“카킬의 최대 주주가 누구입니까?”
“그것도 투마로우지.”
“엘리자베스는 카킬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투마로우를 위해 일하는 겁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처지고요. 그럼 투마로우는 누가 움직인다고 보십니까?”
“설마 ‘블랙’?”
“맞습니다. 엘리자베스가 말한 의도는 바로 이것입니다. ‘블랙’과 같은 목적입니다.”
듣고 있던 다이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절대 엘리자베스는 나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거야?”
“의심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까 생각하는 편이 인류에게 이로울 겁니다.”
“아, 이놈의 집단은 너무 거창해. 말만 하면 인류고 말만 하면 지구야.”
야, 야, 야.
이때, 아무 말 없이 모니터를 쳐다보던 제이콥이 소리를 질렀다.
“저거, 저거, 제프 저놈 뭐 하는 거야?”
다들 제이콥이 가리키는 CC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는 제프가 서버실로 들어가 컴퓨터 전원을 차단하고 맨 앞에 있는 컴퓨터 보드에서 코어를 뽑는 장면이 비춰졌다.
다이로가 위쉬안을 툭툭 건드렸다.
“야, 저거 뭘 가져가는 거야?”
“인공지능 알고리즘.”
“알고리즘이 뭔데?”
“저 인공지능을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
“야, 그럼 가서 잡아야지. 뭐가 이리 담담해?”
위시안은 ‘넌 정말 멍청하구나’는 뜻을 담아 다이로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넌, 직접 보고 왔으면서 설치는 거야?”
“그럼 저거 안 중요해?”
“엘리자베스는 인터넷을 통해 어디든 돌아다닌다며. 네가 말했잖아.”
“그랬지.”
“그럼 저게 뭐가 중요해. 이미 인터넷 어딘가에 있을 텐데.”
“안 중요해?”
“하나도 안 중요해.”
“그래?”
다이로는 머쓱해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화면에는 제프가 코어를 가방에 넣고 빌딩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어디로 가져가는지는 미행해야지.”
다이로가 다급하게 말하며 셋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모두 화면을 볼 뿐 별 반응이 없었다.
“미행 안 해?”
“이미 하고 있잖아.”
“누가?”
“저기.”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CCTV 화면이 제프의 차를 추적하며 수시로 바뀌고 있었다.
“우리가 언제 저런 능력을 갖췄냐?”
“저건 엘리자베스야. 우리가 아니고. 지금 중국의 모든 카메라를 통해서 제프를 추적하고 있다고.”
“어? 그래?”
제이콥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여서 천천히 돌렸다.
멍청한 놈.
화면에서 제프는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제프가 사라지자 화면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바뀌더니 팟 하고 스위트룸 내부를 비추었다.
스위트룸 내부로 들어온 제프가 앞에서 기다리는 딩쉐이를 만나 악수를 나누었다.
쯧쯧쯧.
제이콥이 혀를 찼다.
“결국, 딩쉐이에게 넘기네. 앤서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잘 됐습니다. 당분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해보죠.”
“우리 일이라면……. 먼저 판매망이 가장 시급한데, 그러기 위해선 회사를 설립해야 하고, 직원도 뽑아야 하고, 전국에 물류도…….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그래도 해야 합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먼저 회사를 설립하려면 대표는 누가 좋겠습니까?”
대표?
모두 앤서니의 시선을 피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할 수 없이 다이로가 나섰다.
“앤서니가 하는 게 어때?”
“전 종교인입니다. 중국에서 종교 사제는 사업이 불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위쉬안이 하면 되겠네. 중국인이니까 행동에 제약이 덜할 거 아냐?”
“난 주석한테 완전 찍힌 몸이야. 사사건건 시비를 걸 거야.”
“에이, 그럼 국정을 운영했던 제이콥이 제일 낫네.”
“난 미국인이야. 중국이 제일 싫어하는 미국인.”
“엥? 그럼 누가 한다는 거야?”
모두의 시선이 다이로를 향했다.
나?
“하하하, 말도 안 돼. 난 범죄자야.”
“그러니까 가능한 겁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미국으로 돈을 빼돌리지도 않을 거고 심지어 중국을 벗어나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게 또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딩쉐이가 머리가 있다면 다이로 당신을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중국 안에 묶여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내가 기업의 대표를 한다는 건……. 생각도 못 한 일인데.”
“그렇게 하세요. 그게 최선입니다.”
다이로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떠올랐다.
큭큭큭.
내 생애에 기업 대표를 다 해보네.
가만, 아니지, 이거 괜히 나한테 다 맡기고 자기들은 노는 거 아냐?
설마 엄청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모두가 다이로를 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제이콥의 입꼬리가 제일 높게 올라갔다.
이 기회에 아주 죽도록 공부 좀 해라.
그런데,
딩동.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위쉬안은 보안 카메라 화면을 보았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온 거야?
“마윈인데요?”
“하하하, 신이 보낸 겁니다.”
“정말 그럴까?”
위쉬안이 급히 뛰어나갔다.
“마윈이 누구야?”
“다이로, 마윈도 몰라?”
“아니, 내가 알아야 하는 사람이야? 혹시 약쟁이야?”
“약쟁이? 아유, 머리야.”
제이콥은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
정말 해결이 안 되네. 이놈은.
하루에 뉴스를 꼬박꼬박 보게 할까?
이제 회사 대표도 됐는데.
잠시 후, 위쉬안이 밝은 표정으로 마윈을 데리고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마윈입니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눈 후에.
“걱정 마십시오. 독점 판매권만 준다면 제가 알아서 다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헉.
상황이 역전되었다.
다이로는 활짝 웃고 제이콥은 썩은 미소를 지었다.
이게 아닌데.
***
[놀라운 스마트폰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혜성과 같이 등장한 기업 ‘엘리’에서 출시한 ‘콘택트폰’은 다음 시대를 이끌어 간다는 플렉서블 스마트폰을 기능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월등히 능가하고 있습니다. 눈에 렌즈를 착용하고 본체인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증강 현실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제품은 중국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구매 요청이 쇄도하여 최소 한 달 이상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를 ‘기다림의 행복’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었고…….]
***
중난하이.
“엘리? 저런 기업을 주석인 내가 왜 몰랐을까?”
시앙핑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딩쉐이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대표를 잡아 오라는 의미로.
“주석님도 아는 사람이 대표입니다.”
“그래? 그럼 중국의 룰을 알겠네. 얼마나 내놓겠대?”
중국의 모든 기업은 중국 정부가 어느 정도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주석님, 그 대표가 다이로입니다.”
“뭐? 다이로? 그 마약 파는 놈 말이야?”
“맞습니다.”
“그럼 인터폴에 연락해서 잡아가라 그래. 그럼 저 기업을 인수하기 편하겠네.”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다이로 뒤에 앤서니가 있습니다.”
“‘기억의 길’ 앤서니?”
“네, 중국에서만 5억 명이 넘는 신도를 가진 종교 ‘기억의 길’ 사제인 그 앤서니입니다.”
“하, 거참. 그 둘이 한 편이었지?”
“네,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큰일 납니다.”
“이대로 두면 속이 불편할 것 같은데.”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왜?”
“다이로는 중국을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국제 범죄자가 어딜 가겠습니까? 돈도 국외로 빼돌리지도 않을 겁니다.”
“어? 그렇게 되는 건가?”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범죄 인도하라고 나오면 저희가 거절해야 합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이제 한 분기도 지나지 않았지만, 연간 매출 추정치가 4,000억 달러입니다. 이것도 애플과 비교해서 최저치로 잡은 겁니다. 어쩌면 1조 달러가 넘을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야?”
“네. 거의 독보적인 기술입니다. 모방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오호라. 딩쉐이, 한번 만나자고 해. 우리가 확실히 보호해준다는 확신을 줘야겠어.”
“알겠습니다.”
시앙핑은 말은 그렇게 했어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거, 여러 가지로 의문점이 많은데.”
“자금이나 인력 때문입니까?”
“그렇지, 돈은 어디서 났으며 기술자는 어디서 데려왔고 언제 저런 기술을 축적했냐 말이지. 그것도 마약쟁이가.”
“다이로는 그저 꼭두각시일 뿐일 가능성이 큽니다.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우리 서버 가져갔잖아. 그걸로 뭘 할 수도 있지 않겠어?”
“이번에 얼굴 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시죠. 우리 뜻대로 안 되면 그대로 밀어 버려도 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가만히 있겠어?”
“미국은 허리케인 피해를 재건에 바쁠 거고 유럽은 이제 데미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겁니다.”
“그렇지. 맞아.”
시앙핑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데미안이 유럽을 쓸어 버리면 남은 건 중국인데.
이럴 때 마침 임재준이 중국을 위해 공중 건물을 지어 주잖아.
어쩌면 중국이 G1이 될 수도 있다.
***
프랑스는 서쪽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반도를 포기했다.
100km에 해당하는 지역을 버리고 데미안의 진로에 해당하는 지역을 알루미늄으로 봉쇄했다.
유럽 전역에서 과학자와 기술자가 총출동되어 이 희대의 악마를 가두어 두고 불태워 죽일 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실패를 거울삼아 절대 핵은 사용하지 않았다.
데미안은 몇 날 며칠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다로 가라앉았다.
며칠 후.
데미안이 영국 센넨항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역시 유럽 연합의 발 빠른 대처로 10km에 이르는 지역을 버리고 알루미늄으로 봉쇄해 버렸다.
데미안은 다시 바다로 들어갔다.
그 후 북해에 모습을 드러낸 데미안은 바다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바다가 죽어가는 걸 안타까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모이기 시작했다.
유럽에 폭풍이 불어 닥치는 계절이 다가왔다.
비가 내린다.
비가.
< 제462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7)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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