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60화 (460/477)

< 제460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5) >

“죽는 게 두렵지 않다?”

딩쉐이의 말에 다이로가 어깨를 으쓱했다.

“두렵지. 근데, 중앙판공청 주임 따위에게 죽을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게 문제지.”

“하하하, 역시 다이로란 말인가?”

“그러니까 다른 거 줄 거 없어?”

“하하하, 이거 오랜만에 강적을 만났는데? 좋아, 그럼 원하는 걸 말해 봐.”

“여기.”

다이로가 두리번거리며 제프를 찾았다.

“엥? 제프 어디 있어? 하여간 중요할 때 없다니까. 내가 원하는 건 우리 고객님이 중국에서 성공했으면 하는 건데. 가능할까?”

“아마존의 성공을 원한다?”

“그렇지. 그러면 데이터를 넘겨줄게.”

흐익.

위쉬안의 표정이 급하게 굳었다.

이거 일이 묘하게 꼬이네.

다이로는 이미 데이터를 넘기는 거로 알고 있잖아.

***

딩쉐이가 가고 다섯이 다시 모였다.

“뭐? 그걸 미리 얘기했어야지!”

다이로가 황당해서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시간이 이상하게 꼬였어. 우리가 얘기를 듣자마자 네가 나타나서 딩쉐이에게 말해 버린 거라고.”

위쉬안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투덜거렸다.

다이로는 이 돌아버릴 상황을 정리해 봤다.

“어라, 이러면 이거 다이로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건데.”

제프가 손을 가로저으며 달려들었다.

아니,

“이러면 나한테 더 안 좋아지는 거 아닌가? 당장에 아마존에 세무조사라도 나오면 난 망하는 거라고.”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모두를 번갈아 돌아보았다.

앤서니가 손을 둥그렇게 말았다.

“신께서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드실 겁니다.”

“아니, 그 신을 믿어도 되는 거야?”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이 모든 결과물을 만든 건 신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벌어져도 인류만은 반드시 구원할 것입니다.”

“인류를 구원하기 전에 나부터 살아야지. 내가 죽으면 구원이 다 무슨 소용이냔 말이야.”

제프가 간절하게 말했지만, 앤서니는 또 무시하듯 돌아섰다.

“이제 우리 일을 합시다.”

모두 앤서니의 말에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프가 앤서니를 노려보았다.

이놈들 내 말을 귀 등으로도 안 듣다 이 말이지.

***

중난하이.

“이야기가 다 잘 되었다고?”

시앙핑의 말에는 ‘어째 일이 너무 쉽다’는 투가 섞여 있었다.

“네, 아마존을 살려주는 대가로 데이터를 넘겨받기로 했습니다.”

“아마존? 역시 뒤에 제프가 있었다는 소리네. 그래도 다이로가 순순히 말을 들어? 그 개망나니가?”

“서로 원하는 걸 얻었으니 싸울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놈이 원하는 게 아마존의 생존이라고?”

“분명 그걸 원했습니다.”

“임재준한테 물어볼까? 그럴 놈이 아닌데.”

이때,

삐.

내선이 울렸다.

“왜?”

-아마존 대표가 왔습니다.

제프가?

“들어오라고 해.”

-네.

시앙핑이 딩쉐이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미간을 찡그렸다.

“이거 봐, 뭔가 있다니까?”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요?”

“다른 의미 뭐? 살려줘서 고맙다고?”

후후후.

제프가 그런 인물은 아니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놈이 고개를 숙인다고?

잠시 후, 제프가 집무실 문을 열었다.

들어오는 얼굴에 근심 걱정이 가득 묻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약속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죄송?

천하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이 죄송?

이놈이 고개까지 숙이며 뭘 부탁하려고 온 걸까?

“죄송은 무슨, 우리 사이에. 와서 앉아요.”

제프가 자리에 앉으며 슬쩍 주석의 눈치를 살폈다.

“뭔가 할 말이 있나 본데. 해 보세요.”

잠깐 생각을 정리한 제프가 입을 열었다.

“앤서니 일당이 서버를 신장 위구르 지역으로 옮기려고 합니다.”

“오호, 약속을 어기겠단 말이네.”

“원래는 그럴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앤서니의 신인지 뭔지 하는 것과 대화를 하더니 계획을 틀었습니다.”

“앤서니의 신? 인공지능?”

“네, 맞습니다.”

“‘블랙’은 아직 의지가 없다고 알고 있는데.”

“‘블랙’이라뇨? 투마로우의 ‘블랙’을 말하는 겁니까?”

“몰랐어요?”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확신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모두 그러리라 생각만 하지. 사실 우리도 추측이긴 한데. 직접 봤어요?”

“네, ‘블랙’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중국에 데이터를 넘기지 말고 서버를 옮기라고 하는 걸 분명히 들었습니다.”

“그래요?”

인간의 명령을 받는 게 아니라 명령을 내렸다고?

그렇다는 건 의지가 있다는 건데.

‘블랙’이든 아니든 의지가 있는 인공지능은 상당히 위험한 거 아닌가?

시앙핑의 걱정을 알았을까?

“제가 알고리즘을 넘기겠습니다. 저들은 서버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까 알고리즘 모듈을 꺼내 와도 한동안은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위쉬안도 상당한 실력자인데, 그걸 눈치 못 챈다고?”

“모를 겁니다. 저한테도 당분간 지켜만 보자고 했으니까요.”

시앙핑이 제프의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딩쉐이를 쳐다봤다.

“서버는 우리도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가져오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시앙핑의 시선이 다시 제프를 향했다.

“그렇다네. 그럼 우리가 무얼 도와 드릴까?”

“중국에 있는 아마존 자산을 알리바바가 전부 인수해 주십시오.”

“어라? 그럼 이제 사업을 안 하려고?”

“당분간 쉬면서 중국에서 다른 사업을 구상하려고 합니다.”

“중국이라면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네요. 그렇게 합시다. 마윈에게 얘기해서 아마존을 인수하라고 지시하죠.”

“감사합니다.”

“…….”

잠시 침묵이 흐르자 시앙핑이 입을 열었다.

“더 할 말 없으면 그만 가 봐요.”

“아, 네.”

엉거주춤 제프가 밖으로 나갔다.

제프가 나가자,

“딩쉐이, 앉아 봐.”

“네.”

“임재준이 인공지능 때문에 온 건 아니겠지?”

“아닐 겁니다. ‘블랙’에 비해 너무 작습니다. 굳이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습니다. 임재준은 확실히 공중 빌딩 문제로 방문한 게 맞습니다.”

그래, 공중 빌딩이야말로 인류 최대의 사업이지.

저런 하찮은 인공지능과 비교도 안 돼.

그리고 맘에 걸리는 게 하나 있는데.

“그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앤서니의 신 말이야. 그게 ‘블랙’일까 아닐까?”

“제 생각에는 데미안이 인공지능에 특별한 알고리즘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마치 의지가 있는 것처럼 명령을 수행하게요.”

“그래?”

“의지가 있었다면 벌써 중국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했을 겁니다. 굳이 앤서니를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요? 아마 데미안이 앤서니와 같이 행동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 둘만이 비밀이 있을 겁니다.”

“그 알고리즘을 우리가 가진다……. 무엇을 위해 만들었을까?”

“그건 알고리즘과 대화를 해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겠지. 맘에 안 들면 폐기해 버리면 되고.”

“네.”

“그리고 서버에 저장된 중국 인민 데이터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 서버를 옮기면 데이터는 넘어가는 거잖아. 자칫 미국에라도 넘어가는 날엔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일단 우한시에서 처리하려 하면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신장 위구르로 옮긴 뒤 전부 폐기 처분하겠습니다.”

“그래, 우한시에서 폭탄을 사용하다간 괜히 문제만 커지지. 그럼 그렇게 추진하도록 해.”

“네.”

또 다른 인공지능이라…….

꺼림칙한데.

***

신장 위구르, 망야 마을.

“허, 참나, 이게 마을이 맞는 거야?”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이로가 어이가 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건물을 세었다.

“건물이 다섯 개야.”

“나도 눈이 있어. 보고 있다고.”

제이콥도 좋은 시절 다 갔다는 투로 말을 내뱉었다.

너무 황량한 사막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멀지 않은 곳에 자동차 정비소와 주유소가 있었다.

마을 안에는 3층짜리 건물이 다섯 개 있을 뿐, 그 뒤로 자동차 관련 폐기물들만 산처럼 쌓여 있었다.

“골라도 아주 기가 막힌 곳을 골랐네.”

“그래도 식당은 있다. 가 보자.”

다이로와 제이콥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방에서 사람이 하나 튀어나왔다.

다이로와 제이콥을 잠시 주시하더니 잽싸게 달려와 꾸벅 인사를 했다.

“오신다는 연락은 받았습니다. 여기로 앉으시죠.”

다이로와 제이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우리가 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런가 봐.

따듯한 차가 나오고 약간의 음식이 나왔다.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글쎄, 혹시 앤서니가 미리 연락한 게 아닐까?”

“그런 이야기 없었잖아. 여기 답사 오는 것도 우리가 자진해서 온 건데.”

“그러게, 우리가 처음인데, 우릴 알고 있네. 이거 뭐에 홀린 기분이야.”

둘이 갸우뚱하는 사이 식당 안으로 왜소한 몸집의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아, 이거 또 이러네.

“아, 네.”

“그럼 보러 가실까요? 한창 공사 중이지만 보시면 만족하실 겁니다.”

“잠깐만요. 우리가 누군지 알아요?”

“다이로와 제이콥 아닙니까? 보내주신 사진과 아주 똑같이 생기셨는데.”

“누가 사진을 보냈습니까?”

“‘기억의 길’에서요.”

“아, 맞네. 맞아. 갑시다. 공사 현장으로.”

“네, 이리로 오시죠.”

앞장선 왜소한 남자를 따라 다이로와 제이콥이 나왔다.

미리 준비된 SUV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다이로가 창밖으로 펼쳐진 엄청난 광경을 보고 환성을 질렀다.

끝없이 펼쳐진 태양광 패널.

“차 세워.”

끼익.

차가 멈추고 다이로가 차에서 내렸다.

뒤로 제이콥이 따라 내렸다.

“이게 다 뭐야?”

“하하하, 역시 실망시키지 않네.”

왜소한 남자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둘 옆에 섰다.

“공사가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발전소가 될 것입니다. 자그마치 5,000MW를 넘을 겁니다.”

“이봐, 이 공사 수주를 ‘기억의 길’이 내렸다고?”

“네, 맞습니다.”

“혹시 지하에 건물이 있는 건가?”

“그럼요.”

“정말? 그냥 넘겨짚은 건데. 어디 가 봅시다.”

“네.”

다시 차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태양광 패널 사이로 차가 진입했다.

어느새 차가 멈추고 달랑 문만 보이는 곳에서 내렸다.

“이곳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는 겁니다.”

왜소한 남자가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스르르 열렸다.

문이 열린 자리에는 엘리베이터가 보였고 셋은 아래로 내려갔다.

띵.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온통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등장했다.

나노봇을 대비해서 지은 거구나.

긴 복도를 지나 마지막에 다다르자 스릉 문이 열리고 공사가 중단된 공간이 드러났다.

공간의 넓이는 족히 중국 서버가 다 들어가고도 한참 남을 정도로 컸다.

“이곳을 지나면 연구실로 이어집니다.”

“연구실?”

“네, 설계도에 충실하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허.

제이콥의 입이 약간 벌어졌다.

설계도까지?

오래전부터 준비했다는 건데…….

‘블랙’은 왜 이런 시설을 만들었을까?

서버 공간 외에 연구실까지, 대체 왜?

연구실에 도착하자 위에서 붉은 불빛이 반짝이는 게 신원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지잉.

문이 열리고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쉬익.

소독 기체가 뿜어져 나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 번째 문이 열리자 가운데 공간을 기준으로 양옆으로 작은 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런 수많은 방에서 각자 다른 실험을 한다는 건가?

다이로가 제이콥을 툭 쳤다.

“저길 봐.”

다이로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제이콥은 미간을 찡그렸다.

이미 방 안에선 동물과 식물들이 실험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그리고 중간쯤 지나자 방 안에는 그 어떤 생물체도 없었다.

단지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설마 생체실험까지 하려는 거야?

< 제460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5)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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