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58화 (458/477)

< 제458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3) >

중난하이.

“이놈들은 중국에 왜 기어들어 온 거야?”

시앙핑은 딩쉐이가 내민 사진을 손가락으로 콕콕 찍으면서 인상을 구겼다.

“제프와 만나는 걸 보니 아마존을 위해 일을 꾸미는 것 같은데, 꼭 아마존을 위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옆에 크리스트퍼가 있는 걸 보면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르고요.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빨리 알아봐. 이놈들 전부 임재준과 적대 관계에 있는 놈들이잖아. 시간 끌다가 임재준 중국에 오게 하지 말자.”

“저……. 그게.”

딩쉐이가 주저하자 시앙핑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너 표정이 왜 그래?

“아니지? 아니라고 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을 거야.”

“이미 임재준 비행기가 떴습니다.”

“벌써 떴다고? 아니야, 아니야. 비행기가 떴다고 다 중국으로 오는 건 아니잖아. 한국도 있고 북한도 있는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없어.”

“이미 관제탑에서 착륙 허가를 내줬습니다.”

쾅.

시앙핑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놈은 재앙이야.

절대 만나면 안 돼.

차라리.

“유럽 순방 준비해.”

“주석님, 지금 유럽에서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그럼 중동.”

“유럽에 데미안이 등장했습니다. 중동이라고 안전하지 않습니다.”

에이, 쾅, 쾅, 쾅.

시앙핑이 성질을 부리며 책상을 세 번 거칠게 내리쳤다.

“미리, 미리 대책을 세웠어야지. 미리, 미리.”

“죄송합니다.”

딩쉐이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속은 부글부글했다.

그게 대책을 세운다고 될 일이면 벌써 했지.

내가 임재준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미리 대책을 세워?

“당연히 임재준이 중국에 왜 오는지 모르는 거지?”

“당장 연락을 취해 보겠습니다.”

“혹시 전에 약속한 아마존 미국 자산을 건네주려고 오는 거 아닐까?”

꿈 깨시죠.

그런 일이라면 통화를 했겠지 직접 오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알리바바아메리카에 저희 지분이 있는데 아마존 미국 자산을 가져 봐야 쓸모가 없습니다. 괜히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돈만 더 들어갈 겁니다.”

“아, 그렇지. 아마존이 파산하고 임재준이 인수해 버리면 우리 지분 가치가 올라가네. 손 안 대고 코 푸는 거지. 준다고 해도 거절해야겠어.”

“그러니까요. 그 일 때문에 오는 건 아닐 겁니다.”

시앙핑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럼 굳이 왜 오는 것일까?

혹시?

“방금 말한 그 데미안 말이야. 그것 때문에 오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습니다.”

“너는 왜 무슨 말 만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거야? 확실한 거 없어?”

이때.

삐.

내선이 울렸다.

시앙핑과 딩쉐이의 시선이 부딪쳤다.

오늘 일정은 없는 거로 아는데?

설마…….

딩쉐이가 주춤주춤 내선 버튼을 눌렀다.

“왜?”

-임재준이 찾아왔습니다.

“뭐? 임재준?”

임재준?

시앙핑이 양손을 가로 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없다고 해. 없다고.

“지금 부재중이라고 해.”

-그게……. 지금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들어간다고 합니다.

후.

시앙핑이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 때문에 거짓말도 소용없구나.

잠시 후.

지잉.

자동문이 열리고 재준이 들어섰다.

“오, 문을 바꿨네요. 이야, 나날이 발전하네요. 최첨단으로.”

최첨단은 무슨.

자동문 하나 바꾼 거 가지고.

“어서 오세요.”

방금까지 죽을상을 하던 시앙핑의 얼굴에 가식적인 미소가 번졌다.

“온다고 미리 말을 했으면 의전 차량을 보냈을 텐데.”

“맘에 없는 소리는. 미리 연락했으면 도망갔을 거 아닙니까? 아까도 보니까 없다고 하라는 것 같던데.”

“무슨 소립니까? 딩쉐이, 이게 무슨 소리지?”

딩쉐이의 얼굴에 분노와 체념이 뒤섞여 나타났다.

그래, 그냥 나만 죽일 놈이 되면 되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죄송합니다. 주석님의 건강 검진 갈 시간이라 다음으로 미루려고 그랬습니다.”

“에헤이, 그러면 안 되지. 임재준이 왔는데. 검진은 다음으로 미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앙핑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돌아섰다.

“근데 어쩐 일로 중국을 다 방문한 겁니까?”

“어쩐 일이요?”

재준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평하시네요. 역시 중국답게 태평하세요.”

재준의 비아냥에 시앙핑은 못마땅한 얼굴로 변했다.

“갑자기 오자마자 왜 그런 소릴 합니까?”

“지금 프랑스 서쪽 해안에 데미안이 나타났는데 걱정도 안 돼요?”

“걱정이야 되죠. 하지만 유럽 일에 중국이 간섭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알아서 잘 하지 않겠습니까?”

“알아서요?”

그래, 아직 안 겪어 봤으니까.

재준이 스마트폰을 탁자에 올리고,

“‘블랙’, 지구를 띄워.”

명령을 내리자 스마트폰 위로 홀로그램 지구본이 떴다.

헉, 이건 뭐야?

시앙핑은 손가락으로 지구본을 슥슥 만져보며 신기한 듯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이거 내 것도 되는 겁니까?”

“되겠습니까?”

“안 되겠죠?”

“당연히 안 되죠. 특수 제작한 건데.”

“그럼 나도 이런 거 하나 만들어 주면 안 될까요?”

“돈만 주면 만들어 드리죠.”

“오, 고맙습니다. 하하하하.”

안쓰럽네, 안쓰러워.

그래, 지금 좀 웃어야지.

나중엔 정말 웃을 수 없을 테니까.

“자, 보세요.”

재준이 지구본을 돌려서 프랑스 서부 해안을 가리켰다.

“지금 여기 데미안이 있습니다. 이론대로 라면 하루에 240m씩 움직여서 프랑스를 일직선으로 통과하는 데 11년이 걸려요. 하지만 미국에서도 겪었듯 바람이나 강을 따라 움직이면 1년도 안 걸려서 대륙을 횡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나 빨리요?”

“거기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막을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요.”

“투마로우가 효소를 개발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 중국에 좀 가져오면 안 됩니까?”

“나노봇은 100% 차단하지 않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요. 아무리 효소를 뿌려 댄다고 해도 100% 장담하기 어렵죠. 효소는 인간이 나노봇에 노출되지 않는 정도 효과밖에 없어요.”

시앙핑의 이마에 주름이 여러 겹 생겼다.

지구본을 보면서 시선이 유럽에서 중국으로 죽 따라 움직였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말하고 싶은 게 뭡니까?”

재준이 지구본에서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에 공중 빌딩을 지을 겁니다. 이렇게.”

손을 위로 올리자 또 하나의 홀로그램 영상이 떠올랐다.

소행성 빌딩.

껌뻑, 껌뻑, 껌뻑.

시앙핑의 눈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자꾸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뒤에 서 있던 딩쉐이가 점점 앞으로 다가오더니 영상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게 뭐야?

지금 건물이 공중에 떠 있는 거잖아.

이걸 만들겠다고?

“이게 뭡니까?”

“소행성에서 케이블을 내려 공중에 건물을 지은 거예요.”

“이 안에서 사람이 산다고요?”

“그럼요. 얼마나 아늑하고 좋은데.”

“이걸 만들어서 중국 인민을 공중으로 옮긴다는 거죠?”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까지 모조리 다.”

“이런 XXX, 미쳤어요?”

딩쉐이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건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데 여기서 사람이 산다고요?”

“떨어져요?”

딩쉐이가 ‘아니에요?’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게 땅 위에 지은 아파트보다 안전해요. 설사 땅으로 건물이 떨어져도 안전하게 착지하도록 준비를 하지 않겠어요? 돈 벌려고 짓는 것도 아니고 인류를 지키려고 하는 일인데?”

“그런가요?”

“당연하지.”

딩쉐이가 ‘그렇겠네’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할 일이 뭡니까?”

“먼저 국경을 개방할 거예요. 처음엔 엄청난 수의 아시아인들이 몰릴 겁니다.”

“그럼, 막아야 합니까?”

“이 사람이, 살겠다고 오는 사람을 막으면 어쩝니까? 다 살자고 하는 일인데. 중국은 동요할 필요 없어요.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건들지 마세요.”

“그래도 국경을 침범하는 건 좀…….”

“아니, 데미안이 중국부터 왔어 봐. 그럼 중국 인민들이 전부 다른 나라로 피난 가야 하는데, 그때 다른 나라가 국경을 봉쇄하면 좋겠어요? 역지사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라고요.”

딩쉐이가 시앙핑의 눈치를 살폈다.

시앙핑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공중에 살면 식량이 자급자족이 안 돼요. 곡물이나 가축을 재배할 만큼의 공간은 없으니까.”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식량 공급이네요.”

“그건 아니고, 곡물 아파트는 우리가 지을 겁니다. 알루미늄으로 기둥을 세워서 그 위에 곡물 아파트를 짓고 로봇이 일하는 거죠.”

“투마로우가 곡물 아파트도 짓고 로봇이 일하면 우리가 할 일이 없잖아요.”

“그게 중국이 할 일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거. 괜히 얼쩡거려서 방해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그래도 우리 땅에 건물이 존재하는데 우리도 뭔가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어허, 신경 쓰지 말라니까. 인민들 통제나 잘 해주세요. 괜히 우왕좌왕하게 만들어서 일 못 하게 하지 말고. 특히 테러.”

“알았어요. 우린 다이로나 신경 쓸게요.”

“다이로?”

표정이 왜 이래?

딩쉐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몰랐어요? 지금 중국에 있는데.”

“그럼, 제이콥도?”

“위쉬안과 앤서니도 중국에 있어요.”

“그건 알고 있었는데, 다이로와 제이콥이 합류한 것은 몰랐습니다. 이유를 알고 있어요?”

“제프와 크리스토퍼가 배후에 있다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중국 인민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딜을 하려고 하겠는데?”

“중국 인민 데이터라뇨?”

“이런, 이런. 몰랐구나. 제프가 인민들 데이터를 꽤 많이 수집했거든요.”

“아니, 이놈들을 당장.”

쯧쯧쯧.

재준이 혀를 차며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요. 그렇게 성질만 내지 말고.”

“우리가 지금까지 중국 인민의 데이터 수집을 막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십니까?”

“그럼 뺏으면 되잖아요.”

“뺏어요?”

“말이 좀 거친가? 교환이라고 해야 하나? 제프가 자기 살겠다고 데이터를 중국에 넘길 것 같은데. 뭘 교환할지 미리 생각해 놓으세요.”

“뭐가 좋을까요?”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본인들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아, 우리가 직접.”

“그리고 협상을 할 때 화내고 그러지 말아요. 우선은 데이터 확보가 우선이니까.”

“일단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재준이 떠나고 시앙핑과 딩쉐이가 마주 앉았다.

“주석님, 뭘 주고 데이터를 가져오면 좋을까요?”

시앙핑이 콧방귀를 끼며 입꼬리를 올렸다.

“주긴 뭘 줘?”

“그러면 제거할까요?”

“당연하지, 어딜 감히 중국 인민의 데이터를 몰래 수집해 놓고 뻔뻔스럽게. 데이터가 확인되면 살살 달래는 척하다가 전부 보내버려.”

“알겠습니다. 그런데 임재준이 알고 가만히 있을까요?”

“무슨 소리야? 임재준은 오히려 고마워하겠지. 그놈들 임재준한테 민폐만 끼치는 놈들인데.”

“알겠습니다.”

“임재준도 임재준이지만 중국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

시앙핑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

제이콥은 한적한 공원에 혼자 앉아 있었다.

한동안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가 결심을 한 듯 번호를 눌렀다.

“‘블랙’.”

【알고 싶은 게 뭐지?】

그렇게 제이콥은 한동안 ‘블랙’과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임재준에 의해 다 죽었다.

중국 공산당을 제거하는데 과연 임재준이 개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앤서니 말대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

“‘블랙’, 임재준은 지금 미국 어디에 있지?”

【중국에 있다.】

후후후후.

역시 임재준과 엮이지 않을 수가 없네.

제이콥은 스마트폰을 귀에서 떼고 멍하니 바라봤다.

‘블랙’, 너, 일부러 이러는 거 같은데.

< 제458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3)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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