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57화 (457/477)

< 제457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2) >

중국 우한시.

최고급 요릿집.

“자, 우리 넷이 다시 모인 기념으로 건배.”

쨍.

모두 건배를 위해 잔을 부딪치고 살짝 술을 입에 대고 내려놓았다.

유독 다이로만 단숨을 술을 목에 털어 넣고 술잔에 술을 따랐다.

제이콥이 크리스토퍼에게 둘만의 건배를 위해 잔을 들어 보였다.

“크리스토퍼, 당신은 중국에 왜 있는 거야? FBI가 중국에서 할 일도 없을 텐데.”

직설적인 질문에 크리스토퍼가 피식 웃었다.

“원래는 전 대통령의 지시도 있었고 와서 보니 제프를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크리스토퍼가 말을 멈추고 결정적인 한마디를 하기 위해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미국 다음은 중국이겠구나 싶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앤서니, 전에 나와 나누던 이야기 좀 해 봐.”

뜬금없이 앤서니를 지목하자 시선이 앤서니에게 집중됐다.

“신의 뜻입니다.”

홀짝.

다이로가 술을 단숨에 마셨다.

“또 그 신 타령이네. 좀 자세히 말해 봐.”

앤서니가 다이로를 보며 잔을 들었다.

“신께서는 새로운 질서를 위해 기존의 이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존의 이념? 그게 뭔데?”

“자유주의입니다.”

“자유주의?”

“자유주의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태어났습니다.”

“민주주의? 그래서 미국을 아작 낸 거야?”

“새로운 질서는 모든 것을 허물지 않고는 피어나기 힘드니까요.”

“그럼 이번엔 사회주의라는 건가? 그 대표 선수가 중국이고?”

“네.”

“그럼 새로운 질서는 뭔데?”

“데이터주의입니다.”

“뭔 개소리야? 예전부터 자꾸 데이터, 데이터하는데 그게 왜 중요한데?”

으이그.

“넌 술이나 처먹어.”

결국, 제이콥이 다이로의 무식함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다이로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앤서니에게 물었다.

“인간의 자유란 없다는 말이지? 오직 알고리즘에 의한 우연의 선택, 전에 나도 어디선가 한번 들은 것 같은데.”

“맞습니다. 어제는 커피가 좋았다가 오늘은 우유가 좋아지는 인간의 선택에 자유란 없습니다. 생화학적 호르몬이 만들어내는 우연일 뿐입니다.”

“그것도 자유 아닌가?”

“호르몬을 조절하면 인간의 선택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걸 자유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졸졸졸졸.

제이콥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앤서니의 말을 곱씹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

“좋아, 데이터주의. 데이터에 의해서 모든 걸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지?”

“맞습니다.”

“그러기 위해 미국부터 시작한 거고.”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단지 미국이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을 뿐입니다.”

“어쨌든, 이제 중국이란 말이지.”

“맞습니다.”

“중국도 미국처럼 나라의 절반을 날려 버리는 거야?”

“아닙니다. 중국은 공산당만 없어지면 해결될 겁니다.”

공산당.

꿀꺽.

옆에서 듣고 있던 제프의 목구멍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리고 눈치를 보고는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이거 봐라.

내가 생각하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른 생각을 하네.

중국 공산당을 없앤다고?

“저, 잠깐, 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제프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공산당이 없어지면 그 자리에 민주주의가 들어서는 거 아냐?”

뭐?

“이 고객님은 생각보다 무식하네.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야?”

다이로가 제프를 대놓고 무시했다.

“무…… 식?”

“그래요,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없애고 그 자리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해야 한다는 거잖아. AI, 알지? Artificial intelligence.”

우와!

다이로, 너 왜 그래?

제프 빼고 모두 놀란 토끼 눈을 했다.

제프만 다이로의 무식함을 알지 못했는지 되물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미국이 그렇게 됐잖아.”

“언제?”

“와, 어떻게 아마존이란 거대 기업을 키운 거야? 혹시 우연히 얻어걸린 거야?”

흠, 흠.

제프가 헛기침으로 다이로의 말을 흘리려 했다.

사실 우연히 클라우드 서비스가 히트친 건 맞다.

제프가 공학자 출신이라 보는 미래를 보는 눈이 있기는 했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때만 쓰고 놀고 있는 아마존 서버가 꼴 보기 싫어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다이로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제프를 노려봤다.

“임재준과 그레이의 싸움이 마지막 결전이었다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싸움. 결국, 임재준이 승리하면서 인간이 지배하는 미국은 끝장난 거란 말이지. 기사의 맥락을 읽어야지. 맥락을.”

오, 맥락.

제이콥은 급기야 술을 병째 들이키기 시작했다.

역시 아직 다이로를 모르는 제프의 시선이 다이로에 고정되었다.

“그럼, 미국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다스리는 나라가 된다고?”

“당연하지. 겉으로는 대통령도 있고 의회도 있지만 모두 인공지능의 결정을 기다리는 처지가 될 거야. 아주 놀고먹는 직업이지.”

제프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크리스토퍼에게 시선을 옮겼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도 아직은 확신이 없어. 하지만 지켜보면 알겠지.”

이럴 수가.

모두 인정하고 있잖아.

쯧쯧쯧.

다시 다이로가 제프를 향해 혀를 찼다.

“뭘 그렇게 놀래? 하긴 중국에만 있어서 그렇지. 현장에서 겪은 사람들이 느낀 감정을 어떻게 알 수가 있겠어.”

제프가 술잔을 움켜잡아 한 번에 술을 다 털어 넣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모두의 시선이 앤서니에게로 향했다.

앤서니는 차분히 술잔을 내려놓았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주석에게 인공지능을 선물하면 됩니다. 공산당에서 인공지능에게 의지하는 순간 모든 건 끝나게 될 겁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해주면 안 될까? 나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잖아. 계획이라는 걸 세워야지.”

어허.

정신 차려.

팡.

결국, 다이로가 제프의 등을 때렸다.

“지금까지 뭘 들은 거야? 생각하지 말고 인공지능에게 맡기란 말이야. 알아서 해 준다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니까? 어떻게 가만히 있으란 말이야. 사업을 하려면 움직여야지.”

“그게 어려우면 움직여 봐.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 아주 쫄딱 망하게. 한 번 겪었으면 경험치라는 게 생기는데,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거야?”

“아니……. 어떻게 가만히 있어.”

제프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가만히 있으라니.

그걸 기업가라고 할 수 있을까?

아직 제프는 미래 사회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잡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과거의 욕망이 자리 잡는 한 미래를 외면하게 된다.

“우리가 할 일은 중국이 인공지능 사회를 열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게 다야. 그다음은 먹고 노는 거지. 앤서니, 내 말이 맞지?”

후후후.

앤서니가 다이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위쉬안이 크리스토퍼를 툭 쳤다.

“아직도 FBI 정보를 이용할 수 있나?”

“아직 나를 자를 생각이 없나 봐. 그럴 정신도 없겠지만. 아무튼 아직은 보고가 들어오고 있어.”

“데미안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줘.”

“데미안?”

“그래, 북대서양에 가라앉았다면 엄청난 크기로 나타날 거야. 그쪽 원양어업이 막대한 지장을 받았을 텐데, 너무 조용해.”

“바다에 가라앉아 죽었을 수도 있잖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안 죽었다면 미국 정도의 재앙으로 끝나지 않아. 다시 육지로 나타난다면 데미안이 지나간 자리는 말 그대로 재만 남을 거야.”

“알겠어. 당장 정보를 모아 볼게.”

위쉬안은 앤서니를 바라보았다.

앤서니는 데미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에 보인 관심이 이상할 정도로.

위쉬안이 보기에는 앤서니는 일부러 입을 닫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진코퍼레이션.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엘론이 상기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재준과 진의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었다.

“데미안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어디입니까?”

“프랑스 해안입니다.”

후.

엘론의 한숨이 깊게 내려앉았다.

“끝이 없군요.”

“워낙 작고 복제 능력이 탁월하니까요. 나노봇 한 개만 있어도 삽시간에 수만 개가 됩니다.”

“싸워야지. 죽을 때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다면 싸워야지.”

멍하니 진을 바라보자 진이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저게 뭐지? 저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스크린에는 공중에 붕 떠 있는 건물이 보였다.

“5년 전부터 시도하고 있는 건축물인데요. 흐지부지되어서 저희가 다시 도전하려고요.”

“저, 저거 소행성에서 케이블을 내려 건물을 짓는 거 아니냐? 언젠가 본 적이 있어.”

“맞아요.”

“설마 나노봇 때문에 저걸 만들려는 거야?”

“네. 언제까지 만들고 부수고를 반복할 수는 없어요. 일단 사람들을 위로 올려놓고 나노봇과 싸우는 게 현명할 것 같아요.”

“저걸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데?”

“계산상으로는 소행성만 잡으면 1년도 걸리지 않아요.”

“그럼 당장 시작해야지. 스카이링크가 위성을 띄우면 되잖아.”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뭔데?”

“위성을 동시에 열 기를 띄워야 해요.”

“열 기나?”

“소행성 주변에 자리를 잡고 케이블을 소행성에 단단히 고정해야 하는데 그 개수가 최소한 수백 개에서 수천 개는 필요해요.”

“위성을 한 개씩 띄워서는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 한꺼번에 띄워서 처리하려는 거지?”

“네.”

엘론은 진을 향해 의지에 찬 미소를 지었다.

“해낼 수 있어. 아니 반드시 해낼 거야.”

하지만.

재준이 엘론을 향해 다가왔다.

“엘론, 시간이 별로 없어요.”

“압니다. 최대한 빨리 방법을 찾을 겁니다.”

“내 계획은.”

재준이 손을 뻗어 오른쪽으로 밀었다.

둘 사이에 커다란 홀로그램 지구본이 둥실 떴다.

“유럽과 중동의 국가들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거예요. 우린 여기, 여기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공중 건물을 지을 겁니다.”

재준이 가리키는 곳은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였다.

“동시에 데미안을 저지하면서 시간을 끌 겁니다.”

“진짜 시간이 많지 않네요.”

엘론이 지구본을 돌리면서 유럽을 확대했다.

“근데, 예전에 경고했는데 이제 알루미늄 돔은 몇 개나 지어진 겁니까?”

“하나도 짓지 않았습니다.”

“네?”

“유일하게 지은 게 사우디의 ‘더 라인’인데. 이건 우리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외벽을 알루미늄을 둘러싸 버렸습니다. 바닥도 10m 이상 들어갔고요.”

“아, 사람들 말 정말 안 듣네. 만들라 그럴 때 만들었으면 일이 좀 쉬웠을 텐데.”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 전부 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못한 겁니다.”

엘론이 재준을 바라봤다.

“이번에 제대로 막고 각 정부에 비용을 청구할 겁니다.”

“얼마나 하려고요?”

“최소한 백 배 이상은 할 겁니다. 아주 전부 노예로 삼든지 해야지 말을 안 들어.”

“노예요?”

“차라리 노예였으면 시키는 일은 했을 겁니다. 노예가 아니니까 말을 안 듣는 거 아닙니까.”

“노예라……. 의미는 다르지만, 그 비슷한 거는 해야겠네요.”

“그 비슷한 거라니요?”

“지구 전체를 인공지능이 관리하게 만들어서 각 정부는 정해주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지구 전체요?”

“그래야지 일이 되지. 지금처럼 어디는 하고 어디는 안 하면 일이 진행이 안 되잖아요.”

“근데 그게 가능하겠어요?”

“대충 정리가 되지 않았나요?”

재준이 홀로그램 지구본을 돌렸다.

남미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에서 멈췄다.

“이제 여기만 해결하면 돼요. 여기, 세계의 공장.”

“중국?”

< 제457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2)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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