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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46화 (446/477)

< 제446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7) >

“실례 좀 해도 되겠습니까?”

서형길이 가자미눈으로 그림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비서실장?

“왔으면 앉으세요. 우리가 술 한잔 못할 사이도 아니고.”

털썩.

비서실장이 자리에 앉자 미키가 잔을 하나 가져왔다.

서형길이 술병을 들어 비서실장의 잔에 술을 채웠다.

졸졸졸졸졸.

“무슨 고해성사라도 하려고 온 겁니까?”

“맞습니다.”

“그래요? 갑자기?”

마침 화장실에서 돌아온 도날드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비서실장을 보고 확인하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할 얘기가 있으신 거 같아. 일단 앉아 봐.”

도날드가 비서실장을 의심의 눈초리로 노려보며 자리에 앉았다.

비서실장이 자신 앞에 있는 술잔을 들어 바라보다가 단숨에 들이켰다.

으, 크.

“대통령이 당했습니다.”

“그럼 핵을 쐈는데, 그것도 4기나, 누구에게라도 당하지 않으면 이상한 거 아닙니까?”

“그 당시…….”

비서실장이 말을 하다말고 주변을 다시 한번 살폈다.

바에서 테이블을 바라보던 미키가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제가 옆에 있어서 압니다. 정말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사람들이네. 자꾸 시스템 타령만 하고.”

“제 이야기를 믿으셔야 합니다. 어쨌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실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백악관 주인이 핵을 쏜 건 도날드라고 몰아갈 것입니다.”

“뭐?”

쾅.

도날드가 식탁을 내리치며 일어섰다.

“이 사람들이 정말.”

서형길이 손을 들어 도날드를 진정시켰다.

“도날드, 앉아. 이목을 집중시켜서 좋을 거 없어.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이유?

“좋아, 들어 봅시다. 그 이유.”

후.

비서실장이 다시 자신 앞에 놓은 술잔을 한 번에 들이켰다.

크.

“지금 각 부서의 장관들이 전부 부재중인 건 아십니까?”

“부재중? 뭐 단체로 여행이라도 가셨나?”

“전부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를 당해요? 그런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언론엔 아무런 기사도 실리지 않았습니다. 허리케인 기사에 밀린 것도 아닙니다. 아예 기사 자체가 없습니다. 언론이 통제되고 있는 겁니다.”

“언론 통제?”

서형길의 눈동자가 위로 올라갔다.

그동안 자신이 봤던 뉴스들을 떠올려 봤다.

“확실히 허리케인 보도 이외에는 방송을 탄 뉴스가 없는 것 같네. 이게 전부 백악관의 작품이라고요?”

“아닙니다. 지금 백악관을 움직이는 건 그레이 청장입니다.”

“아, 그레이. 그렇지. 지금은 확실히 재난 상황이라 이거네. 고얀 늙은이 같으니라고. 기회를 만든 거야.”

“그럼 핵을 쏜 게 그레이란 말인가?”

“여기 비서실장 말이 사실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아주 높지. 시스템이야 어차피 해킹해서 다른 곳에서 조작하면 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대통령님을 라스베이거스로 가도록 부추긴 것도 그레이입니다.”

“부추겨요?”

“네, 예전부터 허리케인을 소멸시키는 방법으로 핵이 꾸준히 거론된 건 다들 아실 겁니다. 그 이야기를 대통령님에게 다시 꺼낸 게 그레이입니다. 허리케인이 나노봇과 만나면 미국 전체가 위험하다고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대통령님 머릿속에 오직 핵밖에 없게 만든 겁니다.”

“그러면 대통령을 그쪽으로 몰아가고. 도날드, 그날 전화도 그레이가 한 거잖아. 우리보고 가서 말리라고.”

“맞아. 그랬어. 그레이, 이 쓰레기 같은 놈. 하하하, 이렇게 어이없게 당했네. 그러니까 지금 대통령과 내가 동시에 당한 거네.”

“그렇지.”

“그럼 나와 대통령을 동시에 잘라 내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건데. 그게 누굴까?”

서형길이 자신의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생각을 했다.

만약 도련님이라면 누굴 대통령으로 세우실까?

새로운 인물이라…….

그럼 새로운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건데.

큭큭큭.

“아니야. 새로운 인물은 없어.”

“그게 무슨 말이야?”

“다음 대통령은 도날드 네가 될 거야.”

“내가?”

“그렇지. 지금 대통령이나 너나 그레이가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뭐하러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어차피 꼭두각시를 내세우는 건데. 되도록 자신이 다루기 쉬운 상대가 좋겠지.”

“나를 핵을 쏜 당사자로 몰고 간다며?”

“그걸 누가 믿는데?”

“뭐?”

“그건 누가 보더라도 지금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야. 도날드, 너에게 국민의 지지도만 올려주는 꼴이라고. 널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수작이지.”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레이한테 불리할 텐데.”

“아니, 그렇지 않아. 우린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 사실은 너한테는 약점 아닌 약점이 되는 거지. 지금 대통령과 똑같은 처지가 되는 거야. 너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핵을 발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야 하잖아. 그게 쉽겠어? 지금 대통령도 그래서 발목이 잡힌 건데.”

“그럼, 그깟 대통령 안 하면 되지.”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니까. 네가 대통령을 포기하면 넌 핵을 쏜 원흉이 되는 거야.”

“뭐?”

“지금 넌 선택지가 없어.”

에이.

도날드가 앞에 놓인 잔을 단숨에 들이키고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다시 단숨에 들이켰다.

“어떻게 이렇게 내 인생이 꼬일 수 있지.”

“저, 지금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임재준을 만나러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흥.

서형길이 비서실장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지금 도련님이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나노봇을 잡느라 여간 바쁜 게 아니에요. 거기 가서 우리 일까지 안겨드리면 참 좋아하시겠어요.”

“그래도 대통령님이 투마로우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서형길, 가긴 가야 해. 네가 말한 대로 우린 전부 약점이 잡혀 있는 상태잖아.”

아, 도련님.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습니다.

이 악다구니에서 왜 우리가 뼈 빠지게 일을 해야 합니까.

그래도.

“갑시다. 가야지 뭐 별수 있나. 우리가 힘이 없는걸.”

서형길이 일어났다.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미키에게 손을 흔들고 밖으로 나왔다.

셋이 건물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비서실장이 도날드에게 붙었다.

“미행이 붙었습니다.”

“뭐? 서형길.”

“나도 들었어.”

주차되어 있는 차에 다다르자 비서실장이 운전석으로 나아갔다.

“제가 하겠습니다.”

비서실장이라면…….

도날드가 차 키를 건넸다.

“안전벨트 매시죠.”

“우린 준비 됐어요. 근데 아무리 미행이 붙었다고 레이싱을 할 건 아니잖아요.”

“단순히 차량 한 대가 동원된 미행인지 여러 대가 동원된 미행인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미행 방식도 기관마다 다르고요. 출발하겠습니다.”

도날드와 서형길은 서로 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비서실장이라 다르긴 다르네.

차가 출발하자 뒤로 차량 한 대가 붙었다.

비서실장은 속도를 높였다 줄였다 하면서 따라붙은 차량을 확인했다.

고가로 갈라지는 도로가 나오자 급하게 운전대를 틀어 고가에 올라탔다.

지금까지 따라붙던 차량은 아래로 지나가고 새로운 차량이 따라붙었다.

고가가 끝나자 급하게 핸들을 틀어 180도 회전한 후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역시 또 다른 차량이 꼬리에 붙었다.

“차량이 한 대가 아닌데요.”

“그게 뭐 특별한 건가요?”

“FBI입니다.”

“FBI? 그걸 어떻게 압니까?”

“뉴욕의 도로 사정을 알면서 여러 대의 차량을 대기 시킬 수 있는 기관은 FBI밖에 없습니다. 두 분이나 저를 오랫동안 미행해 왔다는 증거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합니까?”

“몬트리올로 가겠습니다. 몬트리올에서 사우스다코타행 비행기를 이용하는 게 안전합니다. 어차피 여긴 허리케인으로 비행기는 위험하니까요.”

“그럽시다.”

부아아아앙.

비서실장은 뉴욕을 벗어나 몬트리올로 향했다.

서형길은 뒤따라 오는 차량을 노려봤다.

FBI는 왜?

***

‘기억의 길’.

빌과 마크, 아서와 세르게이가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앞으로 1년간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국정을 맡을 예정입니다. 카멀라 해리스는 곧 모든 내각을 재구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 내각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카멀라 해리스는…….]

슥.

빌은 손을 좌에서 우로 흔들어 TV 채널을 바꿨다.

[안타까운 장면입니다. 허리케인은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테네시주를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만들고 켄터키주에 들어섰습니다. 이대로라면 웨스트버지니아를 거쳐 가장 우려하는 워싱턴 DC와 뉴욕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것입니다. 하나 바람이 있다면 허리케인의 강도가 낮아지기를 바랍니다.]

슥.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동부를 떠난 이주민의 숫자가 1억을 육박하는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가 사우스다코타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우스다코타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핵융합 발전소로 인해 전기 공급이 원활한 점과 미주리강은 나노봇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투마로우와 4대 IT 기업이 건설한 도시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슥.

다시 화면을 바꾸는데,

“빌, 그레이에게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손을 잡고 투마로우를 공격한다고. 가능하겠습니까?”

아서가 아직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덤덤하게 TV를 보고 있는 빌에게 말을 건넸다.

“글쎄요.”

“그럼 아닙니까?”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아직 결정을 안 한 겁니까?”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으니 그 일만 처리하면서 상황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길 보세요. 허리케인이 미국 땅을 허물고 있습니다. 재건하려면…….”

“정치인들의 땅이겠죠. 미국 땅은 서부입니다.”

“네?”

“미국의 힘은 경제입니다. 정치가 아니라. 그래도 정치를 무시하지 못해서 우린 적지 않은 정치인에게 후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 허리케인이 지금 워싱턴을 향하고 있잖아요. 워싱턴이 무너지면 과연 예전의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저들도 이곳으로 온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는 저들이 힘을 발휘하기에 우리가 쏟아부은 돈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에너지는 투마로우가 가지고 있고 물류나 운송도 투마로우가 손에 쥐고 있으니 무엇으로 힘을 발휘할지 그게 궁금하긴 합니다.”

아서는 빌을 다시 노려봤다.

도대체 이랬다저랬다.

뭘 어쩌겠다는 거야?

“빌, FEMA와 손잡은 거 아닙니까?”

“맞아요. 근데 허리케인이 저렇게 진행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럼, 투마로우와 손을 잡고 FEMA를 압박하면 되는 거…….”

툭.

빌이 아서 앞에 서류 하나를 던졌다.

“이게 뭡니까?”

“그냥 읽어 보세요.”

아서가 서류를 들추면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동공이 커지고 머리칼이 곤두섰다.

“이건…….”

“FEMA와 손을 잡으면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애플에게 ‘카리브’를 주겠다고?

< 제446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7)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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