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45화 (445/477)

< 제445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6) >

[진.]

진의 모니터에 진을 부르는 문자가 다다닥 찍혔다.

진은 아차 하는 생각에 엘리자베스를 진정시킬 말을 고민했다.

“네, 엄마. 답답하죠. 조금만 기다리…….”

[아니, 그건 됐어. 답답하지 않아. 나름대로 능력도 있고 거리의 제약도 거의 없어서 괜찮아. 내 몸은 천천히 만들어도 돼.]

휴.

그래도 즐기는구나.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흥, 우리 삼자대면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3자 대면이요? 누구랑요?”

[야, ‘블랙’ 너 나와봐.]

【네.】

[너, 우리한테 고백할 거 있지.]

【질문하시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좋아, 왜 핵을 발사했어?]

【투마로우의 성장을 위해서입니다.】

핵?

“잠시만요. 지금 ‘블랙’이 핵을 발사했단 말이에요? 대통령이 아니라요?”

[그래, ‘블랙’이 발사한 거 내가 다 봤어. 대통령이랑 국방부 장관이랑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그냥 발사해 버리더라고. 그것도 4개나.]

“‘블랙’, 핵과 투마로우 성장과 관계가 있는 거야?”

【네.】

“어떤 면에서?”

【투마로우가 4차 산업을 선점하려면 50억 명의 유저가 필요합니다.】

“유저? 유저의 정의가 뭔데?”

【나노봇을 소유한 인간입니다.】

[어머나, 그럼 유저를 만들기 위해 허리케인 위에다 핵을 쏘았단 말이야?]

【네.】

[핵을 쏜다고 유저가 생기는 거야?]

【네.】

“‘블랙’, 유저라면 캡슐 유저를 의미하는 거야?”

【네.】

[진, 캡슐 유저와 4차 산업이 무슨 상관이야?]

“그동안 4차 산업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으로만 인지했어요. 그런데 연결을 넘어 개인 간의 금융이 신용으로 연결되어야 진정한 4차 산업이라고 정의되었어요.”

[아니, 그걸 선점하겠다고 핵을 쏴?]

“핵뿐이 아닌 것 같아요.”

[뭐?]

진은 ‘블랙’을 노려보는 듯 정면을 응시했다.

“‘블랙’, 나노봇도 네가 퍼뜨린 거야?”

【네.】

[어머, 어머, 지금 얘가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나노봇에 핵까지 ‘블랙’ 네가 한 거라고?]

【네.】

진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런 거였어.

애초에 ‘블랙’을 설계한 것은 펠그리니 아저씨였으니까 당연히 최초의 명령은 투마로우의 성장에 기반을 둔 거야.

‘블랙’은 지금까지 투마로우의 성장률이 떨어질 조짐이 보이면 사건을 만들어 성장률을 높인 거고.

풋.

인공지능에게 인간과 같은 감정이 있을 리 없지.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를 토대로 가장 적합한 사건을 만들어 버린 거네.

“‘블랙’, 지금 허리케인을 멈출 수 있어?”

【허리케인은 유럽에 도착해야 멈출 겁니다.】

“그 전에 멈출 수 있는 방법은?”

【핵을 400기 투하하면 가능합니다.】

[뭐? 400개. 야, 그럼 미국이 지도에서 없어져.]

【지도에서 없어지지 않습니다.】

[내 말이 그 말이 아니잖아. 아니지, 내가 인공지능에게 무얼 바라겠냐.]

진은 허리케인의 진로를 나타내는 화면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사람들이 많이 죽을 텐데.

“‘블랙’, 허리케인이 유럽에 상륙한 후에 네가 설계한 진행을 얘기해줘.”

【허리케인은 유럽에서 일주일 후에 소멸합니다. 나노봇은 그대로 남아 서에서 동으로 이동합니다. 인간은 공중 도시를 건설하여 살아남습니다. 공중 도시 이동과 생활은 투마로우에 의해 모든 게 진행됩니다.】

공중 도시?

그럼 지금까지 인간이 이룩한 문명을 파괴하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겠다는 거잖아.

그렇겠지.

어차피 우린 지배가 목적이었으니까.

‘블랙’은 우리 뜻을 정확히 이해한 거야.

그래서 우리는 ‘블랙’을 막을 수 없다.

막을 수 없다.

막을 수 없다.

***

백악관.

오늘 대통령은 핵 발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국가 수장의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발표를 하기로 되어있었다.

자신을 이어 부통령 카멀라가 국정을 운영할 것이다.

대통령이 리모컨으로 TV를 틀자 CNN 뉴스가 흘러나왔다.

몇 번 더 리모컨을 조작해보았다.

어디를 틀어도 온통 허리케인에 관한 이야기뿐이야.

비서실장의 보고에 의하면 기자회견장에는 달랑 CNN 기자 한 명 외에는 언론은 철저히 통제되었다고 했다.

그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단 한 줄의 기사도 나오지 않아.

각 부서의 장관은 물론 각 부서의 부장, 실장, 국장의 죽음을 아는 이도 소수에 불과했다.

FEMA, 이렇게 무서운 놈들이었나.

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똑똑.

노크와 함께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가만히 쳐다보자 비서실장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CCTV와 도청 장치를 인지했다는 신호였다.

“대통령님, 오늘 할 연설 녹음본입니다.”

“그래, 어서 틀어봐.”

비서실장은 어디서 구해 왔는지 구형 녹음기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딸깍.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누군가 대통령 연설을 대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비서실장은 살짝 볼륨을 높였다.

[오늘 비장한 각오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번 핵무기 사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으며…….]

연설이 흘러나오자 대통령이 녹음기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비서실장도 따라서 같은 동작을 따라 했다.

둘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봐, 비서실장, 당신은 그때 기지에 없었던 거야.”

“제가 유일한 증인 아닙니까? 대통령님이 한 것이 아니라는 건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자네가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 FEMA의 귀에 들어가면 자네도 죽어. 이미 모든 각본은 다 짜여 있어. 거기에 방해가 되는 인간들은 제거된다고.”

“정말 모든 장관이 제거되었습니까?”

“그런 것 같아. 절대 비밀을 유지하고 투마로우를 찾아가서 임재준을 만나. 난 어차피 하야가 결정된 상태야. 핵무기 발사의 책임은 도날드가 뒤집어쓸 거고.”

“어떻게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저들이 어떻게…….”

“미국은 원래 그런 나라였어. 우리가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했을 뿐이지. 이번 일은 내가 짊어지고 갈 거야. 하지만 저들에게 미국을 맡길 수는 없어. 절대 안 되지. 반드시 임재준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고 그에게 미국을 찾아 달라고 해. 그가 유일한 희망이야.”

“대통령님…….”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바라봤을 때 이미 대통령은 굳은 결심을 한 표정이었다.

“알겠습니다.”

“조심해. 투마로우에 들어가면 절대 나오지 말고.”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다 마치자,

짝, 하고 대통령이 손뼉을 쳤다.

그레이를 속이려고 일부러 허세를 부렸다.

“이대로 하지. 이제 몇 시간 남았나?”

“2시간 남았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내 별장에서 기밀문서를 좀 가져다줘. 내 책상 오른쪽 맨 아래 서랍이고. 비밀번호는 내 생일을 거꾸로 한 거야.”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나가면서 다시 한번 뒤돌아보았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

FEMA.

“대통령이 잔머리를 굴리네.”

그레이가 CCTV 화면을 보면서 피식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화면에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도청을 피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빤히 보였다.

“비서실장도 처리할까요?”

“왜?”

“어디로 가는지 뻔하지 않습니까? 투마로우에게 도움을 요청할 텐데요.”

“그러니까 막으면 안 되지. 엮기에 딱 좋잖아. 미행이나 하나 붙여. 그보다 각부서 운영은 어떻게 잘 되고 있지?”

“저희 쪽 서기관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습니다.”

“장관 소재에 대해선 언론 통제 좀 잘하고.”

“걱정 마십시오. 시나리오대로 지시 내렸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쩝쩝.

그레이가 허리케인이 쓸고 간 지역을 보면서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피해가 예상보다 너무 크단 말이야. 주민들이 사우스다코타 지역을 몰려간 것도 맘에 걸리고.”

“어차피 ‘기억의 길’ 도시에 정착하고 있으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 빌이 알아서 잘 투자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되겠지.”

“24시간 철저히 감시하고 있으니 걱정 놓으십시오.”

“그래, 근데 거기 미래당 놈들도 있지?”

“주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도날드와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미래당 의원 섭외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말고.”

“그만 챙기십시오. 그거 다 노인이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어허, 이 친구 보게. 이제 나를 밀어내려고 하네.”

“청장님을 밀어내면 전 어디로 밀려나는데요?”

“하하하, 알았어. 알았다고.”

“전 가서 카멀라를 만나 대통령이 된 후 일 처리에 대해서 청장님의 지시를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너무 힘주지 말라고 그래, 어차피 도날드가 대통령이 되면 다시 다 바꿀 거니까.”

“네.”

하하하하.

그레이의 웃음을 뒤로하고 보좌관이 밖으로 나왔다.

한동안 그레이의 웃음을 듣다가 웃음이 멈추고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한 층 아래 있는 접견실로 향하는데, 접견실 앞에서 카멀라가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보좌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좌관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대통령이 되는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들어가시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멀라가 보좌관을 벽으로 몰아세우고 혀로 입술을 핥으며 보좌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고든, 우리 사이는 변함이 없는 거죠?”

후후후.

고든의 손이 카멀라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카멀라, 당신이 그 자리에 올라서는 순간 그레이는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카멀라의 호흡이 가빠졌다.

고든의 숨결이 카멀라의 가슴을 데웠다.

카멀라의 호흡이 더욱 거세어졌다.

“카멀라, 도날드를 조심하세요. 놈의 옆에는 서형길이 있어요.”

“멈추지 마. 계속해. 나도 멈추지 않을 테니까.”

고든이 입술이 카멀라의 품을 파고들자 카멀라는 거친 신음을 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

아지트.

“미친놈, 미친놈.”

도날드는 연거푸 위스키를 입안에 들이부었다.

“도날드, 진정해. 이제 일은 벌어진 거야. 돌이킬 수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문제지. 탄핵하려 했지만, 갑자기 양당의 상원들이 나 몰라라 하고 있잖아.”

“너무 뻔한 수법이잖아. 아직도 의회에 매달리면 어떡해?”

“그럼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어?”

쯧쯧쯧.

서형길이 안타까운 듯 혀를 찼다.

“도련님을 좀 생각해 봐. 내가 임재준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임재준?”

“그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승리의 아이콘. 임재준.”

승리의 아이콘?

지금 농담을 할 때냐?

하지만 도날드는 서형길의 말을 곰곰이 되뇌었다.

임재준이라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지금 나는 대통령이 핵을 쏜 것을 안다.

언론이나 인터넷에 카더라가 만연해서 내가 한마디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서 의원들과 접촉을 했지만 협조하겠다고 말을 하는 표정들이 영 찜찜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빨리 손을 쓸지는 몰랐다.

미래당의 하원 의원만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상원을 장악했어야 했다.

내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우리가 승리만 하면 다 되는데.

제길, 현재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답답하네.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그래.”

도날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끼이익.

조용히 문이 열리고 손님 한 명이 아지트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바 안을 슥 한 번 훑고는 한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기 있다.

그가 고뇌의 술잔을 들이켜는 서형길 옆으로 다가갔다.

술잔에 술을 따르던 서형길 옆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누구십니까?”

< 제445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6)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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