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44화 (444/477)

< 제444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5) >

진코퍼레이션.

재준과 팀원 모두 모였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며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핵이 터졌다.

그것도 미국이 미국에 핵을 터뜨렸다.

핵이 문제가 아니었다.

거대한 나노봇 덩어리가 지나는 곳마다 남아 있는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정리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윌켄이 뭐라도 위로가 되는 말을 꺼내려고 입을 열었다.

“보스, 그래도 다행인 건 대부분 주민들이 허리케인이 발생하고 북쪽으로 피난을 했다는 거예요.”

아휴.

저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진, 네 생각은 어떠니?”

“먼저 바닥까지 알루미늄으로 된 돔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서부는 괜찮아요. 동부는 가망이 없고요.”

으.

재준은 관자놀이를 쿡쿡쿡 눌렀다.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나는 왜 몰랐을까?

재준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진이 다가왔다.

“아빠, 자책하지 마세요.”

“위로는 안 해도 돼.”

“위로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에겐 그럴 시간도 없어요.”

“나도 알아. 나노봇을 처리하려면.”

“그게 아니에요.”

“그럼 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미국에 있는 나노봇도 문제지만 대규모의 나노봇들이 데미안을 따라 움직이고 있어요.”

“무슨 소리야?”

“‘블랙’, 허리케인의 핵을 비춰봐.”

인공위성의 사진이 화면이 떴다.

“자외선으로 바꿔서 확대.”

화면이 온통 사물을 식별할 수 없는 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 진이 화면에서 아주 작은 점을 가리켰다.

“저거 데미안이에요. 허리케인의 핵을 따라 움직이고 있어요.”

“저게 확실해?”

“확실해요. 저 점을 중심으로 나노봇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아.”

“‘블랙’, 장파 라디오파.”

진의 말에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허리케인 안에 수억, 아니 수조는 되어 보이는 작고 검은 점들이 보였다.

“저게 장파 라디오파를 나타내는 점들이에요. 전부 나노봇이라 할 수 있죠.”

아, 미치겠네.

“저걸 어떻게 처리해.”

“처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더 큰 일이 있는 거니?”

“이 허리케인 적란운을 보면 최소한 5등급이 넘어요. 원래 허리케인은 육지에 도달하면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해 사라져요. 하지만 지금 허리케인은 나노봇에 수증기가 달라붙어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만약 낮은 등급의 허리케인으로 축소되어도 북대서양으로 진입하면 다시 적란운이 만들어지고 편서풍으로 인해 유럽에 도착할 때쯤이면 최소한 4등급 허리케인으로 변할 거예요.”

허리케인은 일단 한 번 발생한 후엔 적란운을 만드는 수증기만 공급되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잠깐만.

“그러니까 저 많은 나노봇이 전부 유럽으로 간다고?”

“그뿐이 아니에요. 나노봇은 북대서양을 가로질러 가기 때문에 양이 엄청 불어날 거예요. 유럽이 순식간에 사라져요.”

“막을 방법이 없어?”

“솔직히 없어요.”

진의 말을 듣고 있던 팀원 전부 할 말을 잃었다.

이 순간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럼 이대로 지켜봐야 해?”

“알루미늄 돔. 시간이 부족하지만, 최대한 유럽의 모든 나라가 알루미늄 돔을 만들어야 해요.”

“진, 그건 불가능하잖아. 저 많은 인구가 들어갈 알루미늄 돔을 만들 시간이 부족해.”

“아마.”

진은 재준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많은 사람이 죽을 거예요.”

쾅.

재준이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빌어먹을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안 되는 게 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있을 수도 없다.

재준이 팀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모두 들었지. 지금부터 유럽 각국의 정상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최대한 빨리 알루미늄 돔을 만들라고 전해. 최대한 담담하게. 우리까지 흥분하면 안 돼.”

“네.”

대답을 마친 팀원들은 지도를 펴 놓고 각자 나라를 지정해 각국 정부에 통화를 시도했다.

재준은 진에게 다가갔다.

되도록 작은 소리로 물었다.

“진, 방사능은 어떻게 처리하지?”

“처리할 수 없어요. 방사성동위원소가 반감기를 거쳐 자연 상태로 되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사실 방사능은 집 안에 있으면 어느 정도 안전해요.”

“방사선으로 인한 돌연변이나 암은.”

“지나치게 노출이 되지 않으면 괜찮을 거예요.”

괜찮다는 진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그렇겠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블랙’.”

【네.】

“지금부터 핵융합 발전소를 중심으로 알루미늄 돔을 짓는 데 모든 로봇을 투입해.”

【네.】

“미국 인구가 다 들어갈 정도는 돼야 해.”

【네.】

다시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봤다.

허리케인 쓸고 지나간 루이지애나는 황무지와 다르지 않았다.

똑같은 일이 미시시피주와 앨라배마주, 조지아주를 지나 동부 전체를 휩쓸 것이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곳은, 어쩌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

FEMA.

“생각보다 피해가 심각한데요.”

보좌관의 음성이 살짝 떨렸다.

“제기랄, 어떻게 핵을 4기나 발사를 한 거야? 우리 예상이 너무 빗나갔잖아. 도날드는 뭐 한 거야?”

그레이가 이빨을 으득 갈았다.

이러면 너무 피해가 큰데.

임재준 정말 이런 식으로 한단 말이지?

삐.

보좌관이 내선을 받았다.

“알았어, 들여보내.”

내선을 끊은 보좌관이 입맛을 다시고 그레이에게 다가왔다.

“카멀라가 도착했습니다.”

“알았어.”

잠시 후.

똑똑.

“들어와.”

창백하다 못해 하얗게 질린 얼굴에 눈 밑이 검게 변한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들어섰다.

“그레이,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우리 계획이 이 정도였나요? 이러면 미국을 재건하는 데만도 10년은 더 걸려요.”

“알아, 일단 앉아봐.”

후우.

카멀라가 자리에 앉으며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된 거죠?”

“대통령이 핵을 4기나 발사했어.”

“아니, 그 겁쟁이가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죠? 국방부 장관이 옆에서 부추긴 거 아니에요?”

“아직 우리도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우리가 심어 놓은 도청은 작동도 안 했고 CCTV는 전부 지워졌어. 누군가 일부러 하지 않은 이상 이럴 수는 없는 거지.”

“그럼, 우리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단 말이에요?”

카멀라가 말을 하고 보좌관을 노려봤다.

“그쪽은 아니야. 의심할 사람을 의심해야지. 이미 각 장관을 빌라에 데려다 놓은 게 저쪽인데.”

“그럼요?”

“보나 마나 투마로우겠지.”

“투마로우가 일부러 핵을, 그것도 4기나 발사했다고요?”

“그러니까 임재준, 이놈을 가볍게 보면 안 되는 거였어. 자신은 북부에 있다고 동부를 전부 폐허로 만들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뭘 어떡해? 당신이 대통령으로 올라서서 진두지휘해야지. 새로운 미국으로 거듭나게.”

“이 상태론 남미의 신흥국보다 못한 나라가 될 거예요.”

“괜찮아. 아직 서부가 멀쩡하니까. 북부에 투마로우와 ‘기억의 길’이 닦아 놓은 터도 있고. 아직 천만 명도 안 죽었어. 너무 긴장하지 마.”

후.

카멀라가 그레이의 말을 듣고 일단은 안도하는 듯 숨을 내뱉었다.

“그러네요. 아마 투마로우도 그걸 예상하고 일을 저질렀겠죠.”

“그래, 임재준이 바보도 아니고 손익 계산이 이미 나왔을 거야.”

이때.

삐.

다시 내선이 울렸다.

이번에도 보좌관이 내선을 받았다.

“뭐?”

보좌관이 내선을 손으로 가리고 그레이를 쳐다봤다.

“대통령이 왔다는데요?”

큭큭큭큭.

“들어오라고 해.”

“들어오라고요?”

카멀라가 그레이를 보며 눈을 치켜세웠다.

“잘 된 거지. 번거롭게 찾아가야 했는데, 이렇게 찾아 왔잖아. 오늘 다 해결해 버리면 수고롭지도 않고, 좋잖아.”

“저는요? 대통령이 저를 보면 의심하지 않겠어요?”

“카멀라, 기운을 내라고, 한 번은 부딪쳐서 죽여야 하는 상대야. 멀쩡한 놈보다는 흥분해서 이것저것 따지지 못할 때가 좋지 않겠어?”

음, 그렇지.

“좋아요.”

후욱.

카멀라가 각오를 다진 듯 어깨에 힘을 꽉 주었다가 풀었다.

벌컥.

문이 열리고 혼비백산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뛰어들어 왔다.

“그레이. 내가…….”

말을 하려다가 카멀라를 보더니 멈췄다.

“카멀라, 부통령이 여긴 어쩐 일입니까?”

흥.

카멀라가 경멸하는 눈초리로 대통령을 노려봤다.

“대형 사고를 치고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난 겁니까?”

“숨어 있다니? 라스베이거스에서…….”

대통령이 말을 하다 또 멈췄다.

“그러니까 핵을 왜 4기나 쏜 거죠?”

“무슨 말이야? 핵이라니?”

“대통령.”

카멀라의 목소리가 까랑까랑하게 울렸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아요.”

“도날드 이놈이…….”

그레이가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날드가 있긴 있었네.

근데 왜 말리지 못했을까?

“도날드? 그 자리에 도날드도 있었어요?”

카멀라의 질문에 대통령의 눈동자가 커졌다.

“맞아, 도날드, 도날드가 핵을 쐈어, 도날드가.”

도날드가?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레이의 웃음소리가 어찌나 큰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러니까, 도날드가 핵을 쐈다고?”

“그게…….”

“대통령님.”

그레이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네.”

“도날드에게 덮어씌워 드릴까요?”

“저, 정말입니까?”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그 안에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 있었다면 둘 중의 한 명은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아요. 저기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서면…….”

국방부 장관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철컥.

뭐 하는 거지?

탕.

보좌관의 총구에서 날아간 총알이 국방부 장관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쯧쯧쯧.

그레이가 안타까운 듯이 혀를 찼다.

“대통령님, 그 안엔 두 명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 그, 그, 그게…….”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시신을 보며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서, 서, 서형길도 있었습니다.”

“아, 그렇지. 공법이 하나 있었군요.”

“통, 통제실을, 지, 지키는 군, 군, 군인도 네, 넷이 있었고…….”

“아,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그 앞에 군인은 없었다고 들었는데요. 확실합니까?”

“네?”

대통령이 슬쩍 보좌관을 흘겨봤다.

이미 보좌관이 어디론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아, 아, 생각해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죠?”

그레이가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자, 좀 앉으세요. 우리가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대통령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비서실장 네가 마지막 내 보루다.

***

중국 우한 톈허 국제공항.

입국 심사를 마친 다이로와 제이콥이 공항 밖으로 나왔다.

다이로는 두 눈을 감고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우하.

“아이고, 살 것 같다. 살 것 같아. 이야, 내 생전에 중국이 이렇게 고맙기는 첨이네.”

다이로가 발걸음을 크게 좌우로 벌리며 걸었다.

“야, 그래도 모르니 주변 경계도 좀 해.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사회주의 국가라고.”

제이콥이 다이로 행동이 거슬려 핀잔을 줬다.

“사회주의 국가는 무슨, 돈은 돈 대로 버는 놈들이 무슨 사회주의야. 애초에 이놈들은 자본주의가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던 놈들이라고.”

“유전자? 네 입에서 그런 고급스러운 단어가 나오니까 꽤 어색하다.”

“허, 정말, 내가 임재준과 다닌 세월이 얼만데. 유전자 같은 단어에 놀라고 그래?”

“일단 가까운 호텔에 가서 이곳 사정에 대해 정보를 좀 취합하고 행동하자.”

“음, 호텔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이 반응하는 것 같아. 가자, 욕조에 물 좀 받아서 푹 익혀야겠다.”

제이콥이 급하게 주의를 돌아보았다.

유난히 CCTV가 많네.

모자라도 사서 쓰고 다녀야겠다.

그보다 호텔이 어딨지?

제이콥이 살짝 긴장해서 두리번거리는데 다이로가 멍하니 CNN 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뭐야?

미국에 대형 사건이 터졌잖아.

< 제444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5)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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