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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42화 (442/477)

< 제442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3) >

그레이의 빈정거림에 비서실장이 대뜸 소리를 질렀다.

“그럼 청장님은 단지 대통령에게 허리케인에 대해 보고를 하러 왔단 말입니까?”

“당연하잖아. 그게 FEMA가 하는 일 아닌가? 왜 흥분하고 그래?”

“그런 건 기상청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굳이…….”

비서실장은 입을 다물었다.

한 마디만 더하면 험한 말이 나올 것 같았다.

큭큭큭큭.

그레이의 웃음에 사악함이 묻어났다.

“해결책, 해결책이라……. 대통령님. 혹시나 말인데. 나노봇이 허리케인에 휩싸이면 어떻게 될까요?”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지난 카트리나는 루이지애나는 물론 저 멀리 2,800km나 떨어진 캐나다의 몬트리올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아는데.”

카트리나의 처음 풍속은 초속 90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 다다라서는 209까지 치솟았다.

초속 209 정도 위력이면 날아다니는 돌멩이에 자동차도 뚫린다.

이 바람이 캐나다 몬트리올에 가서도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정도로 불었다.

당연히 미국 전역은 허리케인의 사정권 안에 놓이게 된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대통령님.”

그레이가 비서실장의 말을 무시하고 대통령을 바라봤다.

“혹시 1970년대부터 꾸준히 거론된 허리케인을 잠재울 방법을 아십니까?”

“허리케인을 잡을 방법이 있다고요?”

“그럼요. 허리케인이 올 때마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직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고요?”

“그럼요, 혹시 핵을 태풍의 눈에 쏘아야 한다는 주장을 기억합니까?”

“핵을 쏘라고요?”

“이미 쏘려고 다 준비했잖아요. 뭘 처음 듣는 사람처럼 놀라는 겁니까?”

“그건 나노봇을 잡기 위한 거지 허리케인은 아닙니다.”

“그게 그거 아닙니까? 어쨌든 나노봇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인데.”

“예상하는 것과 실제 행동은 다른 겁니다.”

“그럼 하지 마세요.”

“뭐라고요?”

“그렇게 미적미적거릴 거면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미국이 전부 폐허가 되든 말든. 쿠바 정도만 사라지면 될 일을 미국이 부담을 전부 껴안을 거라면 그렇게 하세요.”

“무슨 말입니까? 설마 쿠바에 핵을 쏘라는 겁니까?”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요. 그리고 쿠바가 아니라 허리케인입니다. 확실히 하세요. 정확히 쿠바와 바하마 사이에 있는 바다입니다. 쿠바가 아니에요. 물론 쿠바도 영향을 받겠지만.”

“이 사람이.”

“아니면.”

그레이의 톤이 진중하게 가라앉았다.

“플로리다에 핵을 쏠 겁니까?”

“뭐라고요?”

“아주 잠깐, 하루, 아니 한 시간만 지체하면 미국에 핵을 써야 할 겁니다.”

“핵을 쓰지 않아도…….”

“그러면 허리케인은 나노봇을 껴안고 미국 전체를 뒤덮겠지요. 아, 마침 투마로우가 나노봇을 잡는 효소를 찾았군요.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걸 생필품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배포하면 되겠네요. 분무기에 효소를 넣어서 이렇게 칙칙 뿌리고 다니면 좋을 것 같은데. 코로나 때 손 소독제처럼. 그렇게 하세요.”

“그레이 진짜 너라는 인간은…….”

“맞아요. 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대비하라고 이 자리에 있는 인간이에요. 쿠바를 날리든 바하마를 날리든 내 안중에는 없어요. 오직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를 이끄는 나라로 남는 게 더 중요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윤리 사이에서 헤매는 게 보였다.

그래, 이제 고민을 좀 해봐.

“에고, 에고. 난 할 말을 다 했으니 이만 일어날게요. 선택은 대통령의 몫이니까.”

그레이는 미련 없이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레이가 떠나간 자리에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좀체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먼저 입을 연 건 대통령이었다.

“비서실장, 어떻게 생각해?”

“쉽사리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게 문제지. 5일이면 플로리다에 도착하는 거 아냐?”

“맞습니다.”

“대답만 하지 말고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비서실장은 당장이라도 ‘핵을 쓰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한테 떠넘기지 말고.

하지만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잠시 시간을 주시면…….”

이때,

띠리리링.

비서실장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또?

“왜?”

-실장님.

“빨리 말해.”

-실장님, 허리케인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 거야?”

-그게, 그게 아니라……. 쿠바로 들어섰습니다.

쿠바?

허리케인은 시계방향으로 휘면서 진행한다.

쿠바로 진입했다면 진행 방향은 미국이다.

이런 미친.

-이대로라면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주에 상륙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하필…….

비서실장의 통화를 듣던 대통령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밖으로 향해 걸어갔다.

“끊어.”

비서실장이 통화를 중단하고 대통령에게 달려갔다.

“어딜 가십니까?”

“라스베이거스. 가서 핵을 쏴야 해.”

“핵은 안 됩니다.”

“그럼, 다른 방법 있어?”

“핵은 아직 검증이 안 됐습니다.”

“검증? 검증된 방법은 있고?”

“대통령님.”

“책임은 내가 지는 거야. 일단 뭐든 해야지.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 없잖아. 어차피 다 죽어. 그러니까 뭐든 해야 한다고.”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대답을 듣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향했다.

에이, 정말.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뒤따라 갔다.

***

백악관을 나온 그레이는 보좌관과 함께 ‘기억의 길’로 향했다.

“연락은 했지?”

“네, 빌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래, 가자고, 일해야지. 일.”

그레이가 기분이 좋은 얼굴로 작게 기지개를 켜는데,

“허리케인의 진로가 바뀌었습니다.”

“어, 그래? 어디로?”

“쿠바를 지나 멕시코만으로 들어설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루이지애나로 향하겠네.”

“99%입니다.”

“1%는 뭐야?”

“혹시나 투마로우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요.”

푸하하하하.

“너도 꽤나 바보 같은 구석이 있어.”

“핑계는 만들어 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없기는.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지?”

“네, 핵이 터지는 순간 부통령을 제외하고 모든 장관은 빌라로 데려올 겁니다.”

“살아서 데리고 오면 안 돼.”

“알고 있습니다.”

“에이, 빌라가 또 더러워지겠네.”

“청소부들은 이미 섭외해 놨습니다.”

“어련히 알아서 했으려고.”

아고, 아고.

“진짜 좀 쉬고 싶은데.”

“잠시 눈을 붙이세요. 도착하면 깨워 드리겠습니다.”

“그럴까?”

그레이는 등받이를 뒤로 젖히며 몸을 뉘었다.

FEMA,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연방재난관리청.

사람들은 모른다.

연방, 재난, 관리에서 관리가 무엇인지.

지금까지 FEMA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제작했던 인간들이 전부 사라졌다.

음모론은 FEMA가 일루미나티와 연관이 있다고 떠들어댔다.

웃기는 놈들이지.

우리가 지어낸 이야기를 진짜인 양 떠들고 다닌다니까.

진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음모론만 한 것도 없으니까.

사람들은 FEMA 이야기하면서 일루미나티를 이야기한다.

FEMA가 무슨 일을 하는지 누가 일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대신에 일루미나티의 역사와 인물에 대해 줄줄이 나불댈 뿐이다.

일루미나티는 미국에 재난이 발생하면 국가를 장악하고 반항하는 사람은 전부 암살과 감금한다고 퍼져 있었다.

그 첫 번째 일이 바로 대통령을 암살하는 것.

“이봐, 도날드한테 전화 넣어 봐.”

“안 주무셨습니까?”

후후후.

“그러게 뭐, 쉴 팔자는 아닌가 봐.”

여기.

“연결되었습니다.”

보좌관은 스마트폰을 그레이에게 넘겨주었다.

“여보세요.”

-그레이, 또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 대통령 재선에 도전한다고 들었는데.”

-당연한 거 아닙니까? 지금 대통령은 답답해서 못 봐주겠는데.

“그럼 도날드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또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 모르겠지만, 난 안 당합니다.

“하하하, 뭐 그건 알아서 판단하고. 내가 해줄 말은 간단합니다. 지금 대통령이 허리케인을 잡으려고 핵을 쓴다고 하던데.”

-뭐라고요?

“지금쯤 전용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고 있을 겁니다.”

우당탕.

-서형길, 가자.

그레이가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소란에 스마트폰을 귀에서 멀리했다.

후후후.

우악스럽기는.

자, 이제 마지막 하나 빼고 준비는 다 된 것 같은데.

***

‘기억의 길’ 본당.

다시 찾은 ‘기억의 길’ 본당에 들어서며 그레이는 인상을 찡그렸다.

길게 늘어선 캡슐들.

“적응 안 돼. 꼭 영화 매트릭스를 보는 것 같아. 안 그래?”

“그래도 사람들 시선을 받지 않으니까 괜찮잖아요.”

“그건 그래. 여기만큼 편한 곳은 없지.”

한참을 걸어 사제실에 당도하여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빌과 마크가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너무 자주 보게 되네.”

“어서 오십시오.”

주변을 둘러보는데 전에 앤서니가 누워 있던 침대가 사라지고 안 보였다.

“앤서니가 안 보이네.”

“잠시 외출을 했습니다.”

“거, 몸도 성치 않으면서 돌아다니기는.”

빌과 마크가 눈빛을 교환했다.

앤서니와 위쉬안이 중국으로 간 것을 모르고 있다.

“일단 앉으시죠.”

“그럽시다.”

셋이 자리에 앉자 보좌관이 서류 하나를 건네주었다.

여기.

그레이가 서류를 빌에게 밀었다.

“조만간 내각 총사퇴가 있을 거야. 여기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내각을 꾸리라고 준비했어. 고맙지? 이런 일도 다 알아서 해주고.”

“내각 총사퇴라니요? 아직 대통령 선거는 시간이 남아 있는 거로 아는데요.”

“내각이 꼭 대통령 선거로 바뀌는 건 아니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바뀌기도 하고 그런 거잖아.”

빌이 서류를 집어 들어 마크와 함께 살펴보았다.

아는 사람들의 이름들이 죽 나열되어 있었다.

“전부 저희에게 후원금을 받은 사람들이군요.”

“그렇지. 그래야 우리 뜻대로 법안도 만들고 행정도 하고 그런 거니까.”

“내각만 바뀐다고 법안이 통과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당연하지, 하지만 조만간 큰 사건이 터지면 국회도 물갈이해야지.”

“큰 사건이라뇨?”

“허리케인이 올라오고 있잖아. 허리케인과 나노봇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

빌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하지만 더는 할 이야기는 없었다.

이미 각오도 서 있었다.

“우리가 할 일이 무엇입니까?”

“민주당과 공화당에 돈을 쏟아부어. 그래 봐야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의 10%도 안 되겠지만.”

“의원들을 전부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란 말입니까?”

“절대 흩어지지 않게 단단히 묶어야 할 거야. 부통령이 나라를 운영하는데 자꾸 흔들면 안 되잖아.”

“대통령을 끌어내릴 거군요.”

“허리케인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그게 대통령이면 국민들도 이해하겠지. 괜히 밑에 있는 꼬리 대충 잘라서는 괜한 시위만 부추기니까.”

“우리한테 남는 건 무엇입니까?”

“그렇지, 그게 중요하지. 괜히 노력만 하고 보상이 없으면 헛수고니까.”

그레이가 손을 들자 보좌관이 서류 하나를 더 건네주었다.

여기.

서류 하나가 빌의 앞에 놓였다.

빌은 망설임 없이 서류를 들췄다.

허허허허.

빌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때? 맘에 드나?”

“우리를 아주 잘 알고 있었군요.”

“그렇다니까, 그래서 나와 손을 잡자고 했잖아.”

빌은 비릿하게 웃으며 마크에게 서류를 건넸다.

서류를 펼친 마크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투마로우를 다 찢어서 나누어 가진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왜?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건가? 투마로우 캡슐만 있으면 메타버스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크의 입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일단 게임만 출시해도 대박이 나지 않을까?”

꿀꺽.

마크가 마른침을 삼켰다.

투마로우는 지금까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캡슐을 이용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이 만들어진다면 이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기업이 될 수 있다.

그레이는 표정을 숨기려는 마크를 보고 피식 웃었다.

지구촌 공동체 좋아하고 있네.

그냥 게임이나 만들어.

그 있잖아, 퀘스트 보상으로 미녀와 실제 같은 하룻밤을 불태우는 가상현실 게임.

그리고 빌을 바라봤다.

핵융합 발전소를 주겠다니까 좋아 죽겠지?

< 제442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3)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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