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41화 (441/477)

< 제441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2) >

브라질.

헉, 헉, 헉, 헉.

다이로와 제이콥이 전력으로 달리다 골목으로 급하게 꺾었다.

뒤에 쫓아 오는 놈들이 아직은 자신들을 보지 못했다.

저기, 저기.

다이로가 가까운 곳에 살짝 열려 있는 문틈을 가리켰다.

뛰어.

후다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문고리를 잡고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후우, 후우, 후우, 후우.

천천히 심호흡하며 서로를 보았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다다다다다다닥.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군인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 새끼들 어느 쪽으로 간 거야?

-갈림길입니다. 둘로 나누어서 수색해야겠습니다.

-그래, 너희는 저리 우리는 이쪽으로. 움직여! 오늘은 반드시 잡아야 해.

-네.

다다다다다다닥.

거친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후.

다이로가 벽에 등을 기댔다.

“이야, 이거 생각보다 힘든데.”

다이로가 혀를 내두르며 제이콥을 쳐다봤다.

제이콥이 거친 숨을 진정시키며 다이로에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야, 완전 식은 죽 먹기라며. 브라질만 오면 다시 마약 대부가 된다며. 어떻게 된 거야?”

“그러게, 장난 아니네.”

“하여튼 널 믿은 내가 바보지.”

“에헤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그럼 넌 미국에 남아 있으면 FBI를 피해 살아남을 수는 있을 거 같아?”

으휴.

제이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그나마 미국보다는 브라질이 낫다.

다이로가 제이콥을 보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얼핏 듣기로는 미국에서 온 놈들이 우리를 추격한다고 하던데.”

“미국? 정말이야? 어쩐지 끈질기더라.”

“미국은 테러범한테 왜 그래? 해외로 도망가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죽기 살기로 말이야.”

“911 테러 이후, 테러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떠는 게 미국이야. 우릴 잡으려고 남미 요원을 총동원한 거 같은데…….”

“정말? 확실하게 얘기해 봐. 아니면 콜롬비아로 들어가게. 거긴 숨어 지낼 만해.”

“콜롬비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제 어떻게 한다…….

조금 더 안전한 곳이 없을까?

제이콥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다이로가 눈치 못 채게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블랙’, 어디로 가야 하지?

띠링.

문자를 확인한 제이콥이 문자를 지우고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다이로, 여긴 승산 없다. 중국으로 가자.”

“중국? 갑자기 뜬금없이 웬 중국?”

“거기면 미국이 맘대로 설치지 못하는 곳이니까. 그래도 중국은 식당에서 밥은 맘 놓고 먹을 수 있다고.”

“그래? 그런데 중국을 어떻게 가? 공항은 이미 경찰 애들이 쫙 깔렸을 거고. 밀항을 알아보기도 힘들 텐데.”

“일단 수리남으로 갔다가 거기서 중국행 항공편을 이용하면 돼.”

“비행기 표는?”

“내가 수리남에 아는 사람이 있어 그쪽을 통하면 될 거야.”

“그래? 그럼 당장 가야지. 수리남이면 바로 옆 나라인데. 국경도 허술하고.”

다이로는 약간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진작에 이야기할 것이지.

이 녀석도 어째 나한테 너무 기대는 거 같은데.

제이콥이 싱글벙글 웃는 다이로를 보며 피식 속절없이 웃었다.

진짜 생각 없는 놈이라니까.

다이로가 출발하기에 앞서 허리에 동여맨 보온병을 고쳐 맸다.

제이콥이 눈에 거슬린 듯 물었다.

“근데, 그건 왜 그렇게 가지고 다니는 거야?”

“아, 이거. 데미안이 이거로 교도소를 무너뜨렸잖아. 이걸 앞으로 팍 내밀면 건물이 우수수 무너졌어.”

“근데 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위험할 수 있으니까. 정확한 사용법을 알아야 사용하지.”

“그래, 웬만하면 사용하지 마. 그때 생각하면 아주 끔찍하니까.”

“걱정하지 마.”

팡팡.

다이로가 안심하라는 듯 보온병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제이콥을 향해 활짝 웃었다.

제이콥은 다이로를 보며 다시 피식 웃었다.

그래, 네가 나노봇을 알 리는 없겠지만.

아마, 우리를 살려줄 마지막 동아줄일지도 모른다.

***

어두운 미래에 한 줄기 희망에 찬 발표가 있었다.

[진코퍼레이션에서 탄소나노튜브의 연결 고리를 분리할 수 있는 효소를 백혈구에서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진코퍼레이션은 곧바로 대량 생산 시설 건설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생산 시설이 완공되려면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효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량의 백혈구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지정 병원에서 백혈구 헌혈을 당부드립니다. 백혈구 헌혈은 일반 헌혈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나서기를 꺼렸다.

-역시, 투마로우라니까. 이제 나노봇의 공포에서 좀 벗어나는 건가?

-그러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숨겨왔는지 동영상 하나 돌아다니지 않잖아.

-요 근래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아.

-그러게. 무엇보다 물가도 좀 잡고 경제가 안정되었으면 좋겠다. 마트에 가면 뭘 사기가 겁이 난다니까.

-우리도 이럴 게 아니라 백혈구 헌혈을 좀 알아보자.

-나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그냥 헌혈하고 차이가 많은가 봐.

-무슨 차이?

-시간도 3일 정도 걸리고 막상 헌혈하는 시간도 3시간 이상 소요되고.

-3일?

-응, 3일 동안 술도 못 마시고 담배도 못 피고, 약도 못 먹는다고 했던 거 같은데.

-어, 그래? 그건 좀 귀찮은데. 그냥 헌혈의 집에서 잠깐 피 뽑는 게 아니네.

-그랬으면 진작에 했지. 그래서 주변에 실제로 한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고 하려고.

-나도 좀 더 알아봐야겠다.

수없이 많은 경험이 있어도 인간은 편한 길을 선호하게 되어 있다.

***

백악관.

“그래서, 나노봇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게 확실하다고?”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보고가 껄끄럽게 느껴졌다.

“네, 하지만 아직 백혈구 헌혈이 원활하지 않아 대량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급수 시설에 사용하는 수준입니다.”

“국민들의 반응은?”

“다소 안정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칸소강과 미시시피강이 통과하는 오클라호마주와 아칸소,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주민이 지역을 버리고 이주하고 있습니다.”

“뭐 그 정도야 각오했던 일이니까 어쩔 수 없고. 만약 바다로 나간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합니다. 바다엔 탄소가 강보다 더 많아서 해양 생물과 자원이 전부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멕시코만과 카리브해 주변국들이 전부 폐허가 될 겁니다.”

멕시코만 주변국이라면 멕시코, 쿠바, 아이티, 자메이카, 베네수엘라, 파나마 등등.

“잘 된 거 아냐? 꼴 보기 싫은 쿠바놈들 이 기회에 아주 완벽히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나머지 국가들 피해가 커지면…….”

“알아, 그냥 해본 말이야. 그걸 진짜로 믿고 그래?”

“아, 네.”

“루이지애나주 어디에 가두어 놓고 소이탄을 쓰든 효소를 쓰든 바다로 못 나가게 해.”

“적당한 곳을 물색 중입니다.”

적당한 곳?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핵을 쓰는 건 어때?”

또 핵?

“지금 만약 핵을 쓰면 피해가 어느 정도 되는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까지 가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비서실장이 일장 연설을 하려고 하자 대통령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안다니까. 자꾸 같은 얘기 반복하지 마.”

“네.”

장소 찾고, 시뮬레이션 돌리고, 언제 하겠다는 거야?

대통령은 빨리 떨쳐버리고 싶은데 어째 질질 끄는 것 같다고 느꼈다.

에이, 서로 책임지려고 하지 않으니 원.

이때.

삐.

내선이 울렸다.

-그레이 청장 도착했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하찮은 인간.

나노봇을 처리할 방법이 나오니 이제야 슬슬 기어오는 거겠지.

대통령은 이제 재난 상황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니 그레이의 얼굴에 대고 고함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덜컥, 문이 열리고.

터벅, 터벅, 터벅.

그레이의 거만한 발걸음이 들렸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 거만한 목소리도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그레이의 인사말에 대통령은 못마땅한 투로 대답했다.

“왔어요? 앉으세요.”

그레이가 앉으면서 대통령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투마로우가 나노봇의 해결책을 찾았다던데. 이제 한시름 놓으시겠습니다.”

“그보다 FEMA가 할 일이 없어져서 어쩝니까?”

“일이 없으면 잘된 일이죠. 그렇게만 된다면야 저도 은퇴하고 낚시나 즐기면서 남은 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번 사태가 진정 되면 대통령 권한으로 포상금을 넉넉하게 지급해 드릴 계획인데. 어떠십니까?”

“그러면 뭐, 고맙지요. 사태가 진정이 된다면…….”

사태가 진정된다면?

대통령은 그레이의 마지막 말의 여운이 영 거슬렸다.

사태가 아직 끝난 게 아니란 말이야? 뭐야?

이 인간은 말하는 꼬락서니가 아주 얄미워.

대통령은 비서실장에게 ‘혹시 뭐 있어?’라는 눈길을 보냈다.

비서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보겠습니다’를 표현했다.

비서실장이 나가려는데 그레이가 비서실장을 세웠다.

“실장님.”

“네,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뭐, 요즘 일기예보가 정확하나 해서. 하도 오보가 많잖아. 인공지능으로 날씨를 예측한다는데 영 미덥지가 않네.”

“갑자기 웬 일기예보요?”

이때.

띠리리리링.

비서실장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비서실?

대통령과 이야기할 때는 웬만해서는 연락을 하지 않는데 연락을 취했다면 보통 일은 아니란 직감이 들었다.

“응, 나야.”

-대앤틸리스 제도에서 5등급 900헥토파스칼이 넘는 최대 풍속 80짜리 허리케인이 발생했습니다.

뭐?

대앤틸리스 제도라면 쿠바 바로 동쪽에 있는 곳인데.

비서실장이 빙그레 웃고 있는 그레이를 노려봤다.

이거였어?

“진로는?”

-쿠바와 바하마 사이를 지나 플로리다 진입이 예상됩니다.

플로리다?

루이지애나와 1000km 떨어져 있다.

“루이지애나에 영향이 있어?”

-최소한 풍속 50~40 정도의 영향이 예상됩니다.

40 정도만 돼도 2등급 허리케인인데.

“비서실 전부 비상체제로 전환해.”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는데,

큭큭큭큭.

그레이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 미친 늙은이 같으니라고.

지금 이게 웃겨?

“무슨 일이야? 허리케인이라니?”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향해 매몰차게 소리쳤다.

“네, 쿠바와 바하마 사이를 지나 플로리다를 향하는 허리케인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플로리다?

나노봇과 만나면 큰일이잖아?

“지금 데미안의 위치가 어디야?”

“지금쯤 미시시피강과 합류 지점으로부터 600km 떨어져 있습니다.”

“루이지애나 해안까지는?”

“300km입니다.”

“아직까지 900km……. 안심하기에는 일러 당장 국토안보부에 연락해서 나노봇의 진로를 바꾸든 못 오게 막든 하라고 해.”

“네.”

쯧쯧쯧.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혀를 차는 그레이에게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빌어먹을 놈.

둘의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레이가 대통령을 조롱하듯 말했다.

“그놈의 국토안보부 장관은 아직도 갈아 치우지 않았습니까?”

“그레이, 허리케인이 발생한 거 알고 있었습니까?”

그레이의 질문에 다그침으로 대신했다.

“사실 이야기해주려고 왔어요. 근데 비서실도 정보력이 상당하네요. 차라리 이번 일은 국토안보부보다는 비서실에서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국토안보부는 영 미덥지가 않아요. 그동안 삽질도 여러 번 했고.”

삽질?

그걸 말이라고.

“해결책이 있습니까?”

대통령보다 비서실장의 말이 빨랐다.

“해결책? 허리케인인데 무슨 해결책? 그게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난번 카트리나 허리케인을 막을 수나 있었어? 아니,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서 막을 수 있나?”

< 제441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12)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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