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38화 (438/477)

< 제438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9) >

하하하하하.

그레이는 재준이 중국과 손을 잡았냐는 아서의 질문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아, 그렇게 생각한 거구나. 내가 중국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넘겨받아서 임재준과 손을 잡고 중국을 다 해 먹는다. 뭐, 이렇게 추측한 거야?”

“아닙니까?”

“그럼, 우리에겐 뭐가 남는데?”

“그것도 궁금했습니다. FEMA는 뭐가 아쉬워서 돈을 원하는지.”

하하하하.

그레이가 다시 크게 웃었다.

“이래서 사람들은 재밌다니까?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마 그 중국 데이터와 똑같은 걸 임재준도 가지고 있을 거야.”

“네?”

“당연하잖아. 머리를 좀 쓰라고. 모든 경우를 현실로 바꾸란 말이지. 그래야 그중에 하나는 가능한 현실로 보이는 거야.”

“무슨 말입니까?”

“중국 데이터 수집을 어떻게 한지 알지? 투마로우 캡슐에 쓰이는 나노봇에서 나온 거잖아. 그리고 스카이링크를 통해서 수집한 거고. 큭큭큭, 웃긴다 웃겨. 다 투마로우 거를 이용해 놓고 자신들만 수집한 거라고?”

“그렇다고 해도 우리 계획을 모르면 같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이 사람들 정말 재밌네. 데미안이 처음 끌어모은 사람이 누군지 알어? 앤서니, 제이콥, 위쉬안, 그리고 다이로야. 당신들 다이로가 누군지 알아?”

“콜롬비아 마약상 아닙니까?”

“그렇게만 알고 있잖아. 그런데 콜롬비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 알아볼 생각도 안 했을 거야. 뭐, 했어도 알아내지는 못했겠지만. 다이로는 임재준을 가장 믿고 따르는 인간이야. 임재준이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다고.”

“네?”

“그런 인간을 옆에 두고 당신들이 계획을 세웠다면 그 계획이 잘도 숨겨졌겠다. 처음부터 당신들은 임재준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있었어. 애초에 이길 수 없는 거야. 임재준이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데로 움직인 거야. 알겠어?”

“우리가…….”

이것밖에 안 된 거야.

임재준에게 모든 패를 보여주고 이겨보겠다고 레이스를 외친 거라고.

으.

아서는 신음을 내고 세르게이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이래 놓고 무슨 임재준이 뭘 할 건지 생각하고 대응하겠다고 설쳤단 말인가.

하지만.

“정말 다이로가 임재준의 사람이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그렇지, 지금처럼 항상 의심하고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지. 그래야 다시는 당하지 않는 거야. 기다려 봐.”

그레이는 폴더폰을 꺼내 보좌관을 호출했다.

잠시 후 보좌관이 서류철 하나를 가지고 들어섰다.

탁.

“자, 확인해 봐.”

아서가 서류철을 들추자 몇 장의 사진이 보였다.

재준과 다이로가 함께 술을 마시는 사진.

다이로가 재준이 주는 무언가를 받으며 밝게 웃는 사진.

다이로가, 다이로가, 다이로가, 전부 재준과 함께한 사진들이었다.

아서의 손이 벌벌 떨렸다.

이럴 수가. 진짜다.

“다이로가 임재준을 얼마나 따랐으면 콜롬비아 마약상을 전부 처리했겠어?”

“그게 그렇게 된 겁니까?”

“임재준이 ‘드록리걸 존’을 만들 때 다이로는 임재준을 도와 콜롬비아에서 마약을 싹 정리했어.”

그레이가 말한 건 사실과 달랐다.

물론 그레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의 말은 아서와 세르게이를 절망감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어때, 내가 중국 데이터로 당신들의 채무를 어떻게 해결해 주는지 궁금하지 않아?”

“저희가 뭘 해야 합니까?”

“간단하지. 나랑 손을 잡고 투마로우를 쓰러뜨리는 거야. 어때, 할 만하지 않아? 물론 나중에 전리품은 넉넉하게 챙겨 줄게.”

아서와 세르게이가 서로를 쳐다봤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를 농락한 투마로우에게 반격을 가할 절호의 기회인데.

“그리고 빌 말이야. 아마 우리 편에 설 거야.”

“빌이요?”

“정확히 ‘기억의 길’ 전부와 손을 잡을 거야. 그 정도는 돼야 투마로우와 한판 붙을 만하지 않겠어?”

아서와 세르게이는 그레이의 말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래, 해보자.

그레이는 아서와 세르게이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자, 여기는 됐고.

이제 ‘기억의 길’로 가 볼까?

***

‘기억의 길’ 본당.

“누가 온다고요?”

마크가 빌의 말을 의아하게 받아들였다.

FEMA라니.

“연방재난관리청이라고 요즘 언론에서 꽤 많이 접하는 정부 기관이야. 원래는 국토안보부 소속이지.”

“원래라니요?”

“소속이긴 한데 따로 활동하고 있어.”

“왜요?”

“모르지. 오늘 찾아온다니까 만나보면 알 거야.”

“혹시 앤서니를 다시 데려가려는 거 아닐까요?”

“그럼, 사람을 좀 부를까?”

저벅, 저벅, 저벅.

“일부러 데려다 놓은 사람을 왜 데려가?”

빌과 마크가 휙 돌아봤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FEMA에서 온 겁니까?”

“맞아, 내가 FEMA 보스지.”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아니, 여긴 손님 대접이 엉망이네. 임재준은 선상 파티까지 열어줬는데.”

나룻배이긴 하지만.

“죄송합니다.”

빌이 그제야 나서서 자리를 안내했다.

으챠.

그레이가 자리에 앉아서 통통통 다리를 두드렸다.

“아이고, 나이가 들면 몸이 안 쑤시는 데가 없단 말이야.”

마크가 앤서니에게 시선을 주고 그레이에게 물었다.

“일부러 데려다 놓았다니요? 그쪽 기관에서 앤서니를 데려다 놓으신 겁니까?”

“그렇다니까.”

“왜요?”

“왜라니? 안 그러면 죽잖아. 백악관에서 앤서니 죽이려고 한 거 몰랐어?”

“무슨 소립니까? 백악관에서 왜 앤서니를 죽이려 합니까?”

“뭐야? 이 허당은. 그 큰 기업을 이끄는 사람치고는 너무 무르잖아.”

마크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그레이는 마크의 표정을 살핀 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백악관이 변했어. 하긴 수차례 시위에 피곤할 만하지. 안 그래?”

“잘 모르겠습니다.”

“그 대규모 유혈 시위가 있던 때 기억하나?”

“압니다.”

“그거 임재준이 해결한 건 알아?”

“무슨 말입니까? 그때 투마로우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음, 모르는구나. 그럼 저 밖에 있는 캡슐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는 알아?”

“원리라니요? 가상현실은 뇌의 신경을 자극해서 만들어지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신경회로를 무엇으로 자극하는지 아냐고.”

“그거야 투마로우의 경두개자극기로 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근데 왜 메타버스는 안 되는데.”

“네?”

쯧쯧쯧.

그레이가 마크를 향해 혀를 찼다.

“우리는 정보를 다루는 곳이란 말이지. 메타에서 투마로우 경두개자극기를 이용해서 메타버스를 연구했다는 걸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회사 안에서도 몇 안 되는 연구원 외에는 모르는 건데.

역시 연구원 중에 누군가 매수가 된 건가?

“뭐 그걸 말하려는 건 아니고. 투마로우 캡슐 원리는 나노봇이야.”

“나노봇이요?”

“응, 캡슐에 처음 들어가면 나노봇이 사람 뇌 속으로 들어가서 복제를 하기 시작하지. 어느 정도 복제가 이루어지면 그 나노봇들이 신경회로를 차단하고 자체 신호를 발생시켜 가상현실을 만들어 주는 거야.”

“그건 불법 아닙니까?”

“불법은 무슨 불법. 그런 법 자체가 없는데. 대통령도 인정한 거야. 그 시위를 멈추었을 때.”

“시위를 멈추다니요? 그러면 캡슐이 없어도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진짜 투마로우의 힘은 거기 있어.”

“믿을 수 없습니다.”

“자네가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아. 이미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실체를 다 확인한 사실이니까. 아, 당신 스마트폰도 투마로우가 해킹한 건 알지?”

“스마트폰까지?”

“아니, IT 기업계의 선두 기업이 모르는 게 왜 이렇게 많아?”

그레이는 빌을 넌지시 쳐다봤다.

“왜 아무 얘기도 안 해준 거야?”

“저도 몰랐던 부분이니까요.”

빌은 다소 딱딱하게 답을 하며 그레이를 노려봤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투마로우와 손을 잡으라는 건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이야기하는 어투는 좀 부정적인데.

“이야기가 너무 번졌네. 아무튼, 이번 나노봇 재난도 투마로우 복제 기술이라고 봐야 해.”

“투마로우가 일부러 퍼뜨린 거라고요?”

“아니, 퍼뜨린 인간은 저기 누워 있는 사람이고.”

“앤서니가요?”

마크가 다시 잠들어 있는 앤서니를 봤다.

“앤서니도 공범이지.”

“또 누구입니까?”

“데미안이라고 지금 나노봇을 몰고 다니는 꼬맹이가 있어. 빌은 잘 알 텐데. 그것도 얘기 안 해준 거야? 빌, 너무 많이 숨기지 마. 그러다 의심받으면 어쩌려고 그래?”

마크가 빌을 바라봤다.

후후.

빌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겨우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온 겁니까?”

“아고, 아고, 아고. 미안. 자꾸 얘기가 옆으로 새네. 백악관 이야기하다가 자꾸 쓸데없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래. 그러니까 백악관은 앤서니를 테러범으로 몰아서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발을 빼려는 거야.”

“FEMA도 정부 기관 아닌가요?”

“우리? 아니지. 우린 전혀 성격이 달라. 말 그대로 우린 재난이 일어나면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기관이거든.”

“무슨 말입니까? 국가를 운영하다니요?”

그레이의 얼굴이 아주 사악하게 변했다.

“말 그대로. 대통령을 밀어내고 국가를 운영한다는 말이지. 알아들어?”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어떻게 가능하냐니, 엄연히 법에 명시되어 있는 건데. FEMA는 재난 시에 대통령을 대신해서 국정을 운영한다고 딱 나와 있어.”

“그럼, 지금 정부를 대신하는 겁니까?”

“아니, 아니, 그렇게 정색하고 말하지는 마. 아직은 아니야. 대비를 하려는 거지. 우리가 나서려면 카트리나가 동서남북에 8개는 나타날 정도는 돼야지. 아직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해.”

“그래도 지금 정부로부터 앤서니를 빼낸 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쪽 말대로라면 앤서니는 나노봇을 퍼뜨린 범인이잖아요.”

음.

“근데 말이야.”

그레이가 마크를 향해 몸을 숙였다.

“앤서니가 죽으면 나한테 명분이 없거든. 정부를 몰아낼 명분.”

“네?”

“이해되지.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이야. 나노봇이 재난급으로 성장하면 난 지금 백악관에게 책임을 물어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하거든. 근데 앤서니가 테러범으로 죽어버리면 제일 중요한 카드 한 장을 버리게 되잖아. 그럼 일하기 힘들어지지. 그래서 앤서니를 여기에 곱게 돌려 보내준 거야.”

“그 테러를 저지르면서요?”

테러?

“아, 그거 우리가 한 거 아냐.”

“아닙니까?”

“그거 국토안보국에서 한 거잖아. 우리 아냐.”

“국토안보부가 왜 그런 짓을 합니까?”

“마크, 정말 천재 맞아?”

“네?”

“아니, 생각해 봐. 앤서니를 법정에 세워서 죄를 물으면 당신은 가만히 있겠어? 최소한 변호사라도 선임할 거 아냐? 그 복잡하고 귀찮은 일을 왜 해? 그냥 죽여버리고 이러저러해서 ‘기억의 길’이 앤서니의 입을 막으려고 저격을 했다. 그러면 ‘기억의 길’ 전부를 테러 단체로 만들 수 있는데. 안 그래?”

“뭐라고요?”

“당신들 정말 어리숙하구나. 이런 걸 이렇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임재준은 척하면 척이던데.”

임재준?

여기서 갑자기 임재준이 왜 나와?

< 제438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9) > 끝

ⓒ 번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