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35화 (435/477)

< 제435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6) >

진코퍼레이션.

재준은 며칠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진의 연구를 지켜봤다.

진은 필사적으로 탄소나노튜브를 분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해 왔다.

거, 녀석, 진짜 잠도 안 자네.

옆에서 지켜보니 한 가지에 매달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저러다 어떻게 되는 거 아냐?

이때,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예브게니야가 보였다.

“헤이, 예브…….”

“큭큭, 그냥 예니라고 부르세요.”

“아, 그래. 미안. 근데 지금 진이 하는 연구가 뭐야?”

“간단하게 말해 드릴까요? 복잡하게 말해 드릴까요?”

이놈들은 항상 이래.

“간단하게. 아주 간단하게.”

“네. 일단 다 탄소나노튜브의 연결 고리를 분리하는 건데요. 디노랑 고주파로, 콰미랑은 전기로, 릴로는 화학으로, 주디랑은 나노봇으로, 저랑은 효소로 나노 연결 고리를 분리 연구를 하고 있어요.”

뭐가 이렇게 많아?

“그래서 성과가 있는 거야?”

“나노봇 빼고는 다 성공했어요.”

“그래? 근데 왜 나한테는 이야기하지 않는 걸까?”

“아, 근데, 한 가지씩 문제점이 있어요.”

“문제점? 그게 뭔데?”

“간단하게 말해 드릴까요? 복잡하게 말해 드릴까요?”

으휴, 내가 참아야지.

“최대한 간단하게. 세 단어 이상 사용하지 말고.”

세 단어?

“그런 표정 짓지 마. 농담이야, 농담.”

“아, 네. 일단 고주파랑 전기는 수중 생물을 다 죽여요. 환경 오염이 심각하죠.”

그러면 생각 좀 해 봐야지.

이건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두고.

“그리고 화학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요.”

“얼마나 드는데?”

“대량으로 살포하려면 아마 핵융합 발전소 정도 크기 화학 공정 시설이…….”

“됐어, 됐어. 다음, 그걸 언제 지어? 당장 죽게 생겼는데.”

“다음은 저와 연구하는 효소가 있는데. 이게 인간의 백혈구에 존재하는 골수세포형과산화효소인데요. myeloperoxidase라고 일명 MPO라고 부르는…….”

“예니! 쉽게. 아주 쉽게.”

내가 그걸 알아서 뭐하겠니.

“아, 암튼 이 효소는 탄소나노튜브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리하거든요. 만들기도 어렵지 않고 환경에도 해롭지 않죠.”

“근데 왜 대량 생산을 안 하는 거야?”

“피가 많이 필요해요.”

“뭐?”

“물론 효소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생산 설비를 갖추려면 또 시간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당장 사람의 피에서 효소를 추출하는 게 빠른데, 이게 축출량이 아주 소량이라서 생산 설비를 갖추기 전까지 아주 많은 피가 필요해요.”

“얼마나 많이?”

“그냥 많을수록 좋아요. 아주 많이.”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진이 고개를 들었다.

재준이 진을 바라봤다.

‘맞아?’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진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렇긴 해요’라는 듯.

“아니 그럼 헌혈을 받아서 한번 싸워 봐야 하는 거 아냐?”

“헌혈을 어디서 받아요?”

“여기 앞마당도 있고 저기 옆 동네 있잖아. 거기 인간들 엄청 몰리고 있는데.”

후.

진은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연구에 몰두했다.

재준은 그런 진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옆 동네 한번 가봐야겠는데.

***

‘기억의 길’ 본당.

재준은 화려하게 변한 ‘기억의 길’ 본당 주변을 보고 당황했다.

이거 완전히 도시로 변했잖아.

‘기억의 길’ 본당을 중심으로 최소 수십 km의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있었고 도로 주변에는 주택이 들어섰다.

외곽으로 로봇이 주택을 지어 나가고 있어서 도시의 크기는 점점 더 불어날 것 같았다.

중앙에 있는 본당은 알루미늄 돔으로 덮으려는 듯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게 방주라는 건가?

북쪽에는 메타 본사가 한창 건설 중이었는데 공사 진행 속도로 보아 한 달 안에 완공이 예상되었다.

남쪽은 강을 따라 상점과 음식점, 술집이 들어서 있었으며 북적이는 사람들로 여기가 나노봇으로 계엄령을 들먹이는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서쪽에는 미래당 당사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원들과 이야기를 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동쪽에서는 거대한 알리바바아메리카의 물류 센터에서 수많은 물품이 입고되고 출고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류 센터 옥상에는 배송을 위한 드론이 오고 가며 드론 택시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강 건너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와서 보니 완전 다르네.

이거 남쪽은 나노봇으로 죽네 사네 하는데 여긴 너무 평화롭잖아.

재준은 변화된 지역을 신기한 듯 살피며 ‘기억의 길’ 본당으로 향했다.

본당의 문은 항상 활짝 열려 있었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수만 개의 캡슐이 일렬로 나열된 게 꼭 매트릭스의 장면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거참, 누가 관리하는데 이렇게 잘 정돈된 거지?

신기하네.

재준은 걸어서 사제의 방으로 향했다.

앤서니가 있을 때 몇 번 왔던 곳이라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사제의 방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문은 열려 있었다.

벌컥.

뭐야?

빌? 마크?

그리고 둘 사이 침대에 누워 있는 저 사람은?

앤서니?

“네가 왜 거기 누워 있는 거야?”

재준은 팔짱을 끼고 빌과 마크를 번갈아 봤다.

“설명을 좀 해 봐요.”

“저희도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빌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감옥에 있어야 할 앤서니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른다고요?”

“저희도 방금 도착했는데 앤서니가 여기 누워 있는 겁니다.”

“정말입니까?”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국토안보국에서 앤서니를 빼 옵니까? 그것도 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람을.”

재준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누군지 감이 팍 왔다.

아, 진짜 이놈의 FEMA.

어디 한번 엿 먹어 봐라, 이거야?

재준이 잠들어 있는 앤서니의 상태를 살폈다.

아닌가? 앤서니를 보호하기 위해 데려다 놓았을 수도 있지.

지금 밖에 미래당 의원도 있고 시민들도 많고.

설마 군사행동은 내가 막을 거라는 계산까지 한 건가?

하여튼 잔머리는…….

이때,

벌컥.

“앤서니!”

위쉬안이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뛰어 들어왔다.

재준과 눈이 마주쳤다.

“위쉬안?”

너 여기 숨어 있었어?

‘블랙’도 찾지 못한다고 했는데.

바로 강 건너에 두고 헤맨 거야?

“자, 여러분. 우리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 일단 앉읍시다.”

모두 소파에 앉았다.

재준은 이 코미디 같은 상황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먼저.

“위쉬안,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위쉬안은 멀리 누워 있는 앤서니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여길 벗어난 적은 없었는데.”

“아, 그래? 스마트폰은 사용 안 하고?”

“그걸로 사람들을 추적하는 거 다 알아. 당연히 사용 안 했지. 밖에도 나가지 않았어.”

이야, 이거 우릴 완전히 속였는데.

“네가 데미안을 살렸다며.”

“난 총을 맞고 쓰러진 데미안을 앤서니에게 데려온 것뿐이야.”

“그리고?”

“그다음은 나도 몰라. 누군가 데미안을 수술했고 데미안은 살아났어.”

“그게 누군데?”

“나도 몰라.”

재준은 위쉬안의 눈을 바라보았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속는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나노봇은 어떻게 된 거야?”

“그것도 몰라.”

“네가 데미안을 뒤에서 도와주고 있는 거 다 아는데.”

“난 해커야. 다이로가 아니라고. 해커가 데미안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어? 그리고 데미안은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야. 아무도 몰라본다고.”

“음, 하긴 그렇겠지.”

재준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데,

“임재준, 왜 도날드와 서형길을 여기로 보내서 일을 크게 만든 겁니까?”

마크가 약간 따지듯이 물었다.

“일이 커지다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임재준 당신의 뜻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무슨 일인데요?”

“미래당이 앤서니 석방 법안을 상정하고 여기에 자치국을 만든다는 게 당신 뜻 아닙니까?”

“뭐요?”

자치국?

“누가 그랬는데요?”

“서형길, 그 사람이 자신 있게 말하던데요.”

“서형길 이사장님이?”

왜 그랬을까?

“자, 일단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자치국의 ‘자’ 자도 꺼낸 적 없어요. 아마 이사장님 성격상 당신들이 답답하게 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데. 아닌가요?”

음.

“의회를 움직이지 못한다는 이야기 후에 나온 거로 기억합니다.”

“근데 거기에 찬성했어요?”

“우린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들었을 뿐입니다.”

“그냥 듣기만 하고 말리지 않았다고요?”

재준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네.”

다소 걱정스러운 톤으로 마크가 대답했다.

“그래서 그 두 사람 어디로 간다고 했습니까?”

“대통령을 만나서 담판을 짓겠다면서 갔습니다.”

“담판?”

도날드는 그렇고 우리 이사장님이 한 말발 하는데.

이거 잘하면 진짜 미국 안에 나라가 만들어지는 거 아냐.

아니 근데,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따로 있는데 뭐 하는 거야?

“그 얘기는 나중에 도날드 오면 다시 하고. 내가 오늘 여기 온 이유가 있어요.”

“그게 뭡니까?”

“사람들 피 좀 뽑읍시다.”

“피요?”

“쉽게 말해서 백혈구에는 myeloperoxidase는 효소가 하나 있는데 그 효소가 나노봇을 해체할 수 있어요.”

“뭐라고요? my 뭐요?”

“이런 무식한 사람들. 그냥 줄여서 MPO라고 불러요. 괜히 어렵게 발음하지 말고.”

“네, 근데 그게 나노봇을 없앨 수 있다는 겁니까?”

“당연하죠. 그러니까 이 지역 거주하는 사람들의 헌혈을 좀 시도해 주세요.”

“오, 드디어 해내신 겁니까?”

갑자기 빌이 재준의 손을 움켜잡았다.

아니 뭐, 이렇게까지 흥분하지 않아도 되는데.

참나, 갑자기 친한 척은.

“근데, 빌, 이제 아서와 세르게이랑은 헤어진 거예요?”

“헤어졌다기보다는 하는 일이 달라진 거죠.”

“혹시 아마존이 파산할 것 같으니까 발을 뺀 건 아니고요?”

“이제 나노봇을 처리하면 아마존은 다시 살아날 겁니다.”

아직 포기 안 했구나.

***

캘리포니아.

“아서, 아마존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세르게이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더는 버티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세르게이, 그럼 제프를 버려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

“마지막에 임재준이 한 약속을 떠올려 봐요. 아마존이 파산하면 이커머스는 투마로우가, 클라우딩 서비스는 우리가 가지기로 한 거 기억나요? 아마존의 매출의 70~80%는 클라우딩 서비스에서 나오는 거예요. 제프가 다시 제기하기 위해서도 클라우딩 서비스는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한다고요.”

“나도 알아. 하지만 아마존은 그냥 이커머스 회사가 아니야. 전국 아니 전 세계의 물류를 쥐고 있는 거라고. 물류는 바로 생활이야. 이건 클라우딩만큼 중요한 건데.”

“압니다. 하지만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클라우딩 서비스를 택하는 게 맞을 겁니다.”

후.

아서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게이, 난 사실 이커머스든 클라우딩이든 상관없어. 어느 것이든 어때? 다 지금의 난관에서 살아남아야 쓸모 있는 거잖아. 우린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거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있지.

“세르게이, 우리가 할 일은 먼저 빌을 버리는 거야.”

“빌을 버리다니요? 왜요?”

“그레이 말 못 들었어?”

“무슨 말이요?”

“허풍쟁이라고 했잖아. 그레이가 분명히 허풍쟁이라고 말했어. 임재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고. 그게 뭘 뜻하는지 알아? 빌이 우리를 이용해 먹을 거란 말이야.”

< 제435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6) > 끝

ⓒ 번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