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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33화 (433/477)

< 제433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4) >

한 대의 검은색 범인 호송 차량이 국토안보국을 떠나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호송하는 범인은 바로 앤서니.

국토안보국을 떠나 FBI로 향했다.

차량이 한참을 달리는데 갑자기 신호등이 바뀌었다.

끼이이이익.

사거리에서 차량이 급하게 섰다.

운전자가 신경질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신호등이 너무 빨리 바뀐 게 영 기분이 안 좋은데.”

조수석에 앉아 있던 동료가 피식 웃었다.

“무슨 신호등이 빨리 바뀌어? 너무 예민한 거 아냐?”

“그런가?”

“요즘 나노봇이다 뭐다 하면서 뒤숭숭해서 그렇게 느끼는 거야.”

“아유, 정말. 그 나노봇 좀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어. 뉴스를 볼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려. 저러다 여기까지 오는 거 아닌지 몰라.”

“동부 도시까지 오면 미국 망하는 거야. 결국, 막지 못한 거잖아. 그럼 진짜 아포칼립스 세상이 되는 거라고.”

“당분간 유럽으로 가 있을까?”

“팔자 좋은 소리 하고 있네. 운전이나 잘해.”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야. 진짜 심각하다고.”

“미친놈. 파란불이다. 가기나 해.”

띠링.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자 차를 출발시키는데.

부아아아앙.

오른쪽 도로에서 트레일러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

“야, 저거.”

쾅.

호송 차량이 그대로 미끄러져 인도에 있는 기둥을 들이받았다.

쿵.

뭐야?

테러 아냐?

주변에서 호위하던 경찰차에서 경찰들이 내리는데.

탕, 탕, 탕, 탕.

건물 옥상에서 경찰들을 향해 총알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트레일러 뒤쪽 문이 열리면서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린 무장 괴한들이 쏟아져 내렸다.

무장 괴한들은 무작정 달려가 호송 차량에 대고 난사하기 시작했다.

팡, 팡, 팡, 팡, 팡.

호송 차량의 옆면에 총알이 박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피쉭.

타이어 바람이 빠지며 풀썩 차량이 주저앉았다.

괴한 한 놈이 수류탄을 꺼내 호송 차량 밑으로 던졌다.

쾅.

호송 차량이 튀어 오르며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이때.

애애애애애애앵.

수십 대의 경찰 차량이 몰려왔다.

무장 괴한들이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하자,

끼이이이익.

경찰차 한 대가 그들 앞에 섰다.

문이 열리고 무장 괴한들이 경찰차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부아아아아아아앙.

속력을 내며 달리더니 골목 안으로 꺾어서 사라져버렸다.

급하게 달려온 경찰들과 911대원들이 호송 차량에 달라붙어 문을 떼어내고 안을 확인했다.

아직 살아있다.

구급대원 어디 있어?

헉, 헉, 헉.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앤서니가 바닥에 눕혀졌다.

총상은 보이지 않지만, 차량이 전복되면서 여러 군데 타박상과 찰과상이 보였다.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경찰차에서 경찰 몇이 내려서 다가왔다.

뭐야, 아직 살아있는 거야?

그 경찰 몇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구급차를 쫓기 위해 경찰차로 향하는 순간.

철컥.

그들의 머리 위에 총구가 겨누어졌다.

“FEMA야. 너희가 테러범이지?”

“무슨 말입니까?”

“자, 이거.”

FEMA 요원이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보여줬다.

“저 차량번호잖아.”

경찰이 시선을 따라 움직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건 우리가 타고 온 차가 아닙니다.”

“이놈들은 학습이 안 돼. 학습이. 자 여기.”

다시 스마트폰을 들어 다른 사진을 보여줬다.

“여기 봐. 네가 저 차에서 내리고 있잖아.”

경찰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는 순간.

탕, 탕, 탕, 탕.

전부 머리에 구멍이 뚫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

[오늘 오전에 ‘기억의 길’ 사제 앤서니를 노린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그 자리에서 사살되었고, 그들의 신분이 경찰로 밝혀져 진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더 거세졌습니다. 지금 의회를 점거하는 시위대에 속속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 국정 운영 파행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건 백악관이 앤서니를 죽여서 자기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게 분명해.

-맞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밝혀내야 한다고.

-나노봇을 처리하지 못하니까 책임을 ‘기억의 길’로 돌리려는 수작이야.

-툭하면 무조건 ‘기억의 길’로 몰아가는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지. 이대로 물러나면 절대 안 돼.

[투마로우가 핵융합 발전소를 완공함에 따라 사우스다코타주로 시민들이 대거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 나노봇의 진로가 동부인 오클라호마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전한 북부로 몰리고 있습니다. 특히 ‘기억의 길’ 본당에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우리도 당장 가야 하는 거 아냐?

-그러게, 하지만 무작정 갈 수가 없잖아. 거기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굉장히 불편할 거야.

-그렇긴 하지만, 생각해 봐. 만약, 만약, 만약 나노봇을 막지 못한다면 오클라호마에 이어 아칸소,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사람들이 줄줄이 이동할 텐데. 나중에 가면 자리는 있을 것 같아?

-그렇기는 하네. 일찍 가서 터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래, 돈이야 이미 기본소득이 매달 입금되고 있으니 상관없잖아.

-거기 집이 있을까?

-야, 집이 없어야지.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야 가서 집을 지어 팔아 부자가 되지. 요즘 보니까 사업자 등록증 발급받고 아이디어를 투마로우에 보내면 사업에 맞는 로봇을 보내주잖아. 주택건설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어.

-로봇만큼 돈을 내야 하잖아.

-벌면 그만큼 내는 건 당연하지.

-그건 그렇네. 그럼 우리가 가서 터를 닦자?

-그래.

사우스다코타 지역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

‘기억의 길’ 본당.

빌과 마크가 CNN 뉴스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앤서니는 괜찮겠지요.”

“크게 다치긴 했어도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

후.

마크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진짜 백악관이 앤서니를 죽이려고 한 걸까요?”

“그건 모르지. 하지만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을까? 지금 대통령은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것 같은데.”

“괜히 앤서니에게 ‘커뮤니티 서밋’을 제안했나 봐요.”

“마크,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주워 담지 못해. 그리고 ‘커뮤니티 서밋’은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야. 자신감을 가지라고.”

후.

계속 피어오르는 걱정을 누를 길이 없었다.

“뭔 한숨을 그렇게 쉽니까?”

빌과 마크가 막 들어오는 도날드와 서형길을 발견했다.

“도날드, 어떻게 여길 다 오신 겁니까?”

빌이 다가가며 악수를 청했다.

“임재준을 만나러 왔다가 여기 빌이 있다기에 들렀습니다. 근데 언제부터 ‘기억의 길’ 신도가 된 거예요?”

“신도라기보단 도움을 주려는 겁니다. 지금 너무 혼란스러운 분위기니까요.”

“혼란스럽다 못해 모두 죽게 생겼습니다.”

“죽다니요?”

“지금 대통령이 정신이 돌았는지 라스베이거스에서 핵을 날리겠다고 합니다. 아주 제대로 미쳤어요.”

“핵이요?”

“도시 하나 날릴 정도의 전략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데 그게 아마 오클라호마주가 될 거예요.”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그걸 옆에서 말릴 사람이 없단 말입니까?”

“지금 대통령 옆에는 전부 군인들뿐이잖아요. 그들이야 핵을 사용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족속들 아닙니까? 하지만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핵을 사용해도 나노봇은 죽지 않아요.”

“도날드는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글쎄요.”

도날드는 서형길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딱히 방법이 없어요. 의회가 돌아가야 대통령 탄핵을 하든 할 텐데. 의회가 시위대에 점령되어 있으니 우리 미래당도 대책 회의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회.

도날드가 마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마크, 의회를 점령하고 있는 신도들에게 본당으로 돌아오라고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까?”

“글쎄요. 전 앤서니가 아니기 때문에 힘듭니다. 앤서니도 지금까지 신도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명령을 한 적도 없고요. ‘기억의 길’은 다른 종교와 다르잖아요.”

그럼, 말이지.

서형길이 나섰다.

“여기다가 국가를 하나 더 만들어.”

뭐?

모두의 시선이 서형길에 쏠렸다.

“빌과 마크, 도날드 자네들 돈을 여기다 쏟아부어서 미국 안에 나라를 만들면 되잖아. 나라라고 하면 좀 그런가? 암튼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자치국 정도면 되겠네.”

“나바호 자치국처럼?”

나바호 자치국.

우리는 여길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알고 있지만, 엄연히 하나의 국가로 취급되고 있다.

국기도 따로 있고 대통령도 따로 뽑는다.

“그래, 미국 안에 있는 하나의 국가잖아. 여기라고 그걸 만들지 말라는 법이 어딨어. 하면 되지.”

“정부가 인정할까?”

“지금 우리가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데 무슨 인정이 필요해. 그리고 바로 옆에 핵융합 발전소도 있고 통신은 스카이링크를 사용하면 되잖아. 또 뭐 필요한 게 있나?”

“미국의 기반 시설을 이용하면 사용료를 내야 되잖아.”

서형길이 도날드를 ‘너 바보야?’라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도날드, 그걸 내라고 하면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소리야. 그럼 우린 얼씨구나 하고 내면 되지.”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도날드와 서형길의 대화를 듣고 있던 빌이 나섰다.

“너무 위험한 생각입니다. 전쟁을 치를 수도 있어요.”

서형길이 빌을 향해 손을 저었다.

“지금 누구랑 전쟁을 치를 건데요? 바로 옆에 투마로우가 있는데. 여길 쳐들어오면 투마로우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메렛도 드론도 있는데. 그리고 도련님 명령 한마디면 미국 전역에 있는 기업의 로봇이 멈출 겁니다.”

헉.

모두 떡하니 입을 벌리고 멈췄다.

자신들이 아니라 임재준이 자치국을 세운다면 꼼짝없이 정부가 조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듯했다.

서형길의 말이 이어졌다.

“‘기억의 길’이 여기다 나노봇으로부터 신도를 보호하기 위해 방주를 짓는다면서요. 그 방주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은데. 핑계를 대기도 좋고.”

마크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임재준과 오래 일한 사람답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지금 대통령은 말이 되는 행동을 하는 거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앤서니를 보호하려면 대등한 힘을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대통령 곁에 있는 게 군인뿐이라면 앤서니는 또다시 테러를 당할 거고, 끝내 죽을 겁니다. 그들은 계속 시도할 거예요. 미국 역사에 그런 일이 어디 한두 건입니까?”

“음모론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음모론이든 아니든 실제 사람이 죽었잖아요. 케네디 대통령도 그렇고 킹 목사도 그렇고 뭐, 항간에는 마릴린 먼로도 어떤 비밀을 알아서 죽었다는데. 일단 죽을 겁니다. 앤서니도.”

끙.

마크가 신음을 냈다.

맞다. 음모론이든 뭐든 앤서니는 죽음의 위험에 처해 있다.

어떻게든 ‘기억의 길’ 본당으로 데려와야 한다.

저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할 것이다.

이번에 경찰이 개입했다고 했으니 병원에서 치료 중에 의사나 간호사가 죽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일단 미래당 의원들이 여기에 집결해서 앤서니 석방 법안을 통과시키는 거예요. 그리고 도날드와 나는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대통령과 담판을 짓는 겁니다.”

“과연 될까요?”

“안 되면 되게 해야지.”

내가 왜 해병대 출신인지 보여주겠어.

< 제433화 그걸 넘기면 어쩌라는 거야?(4)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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