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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20화 (420/477)

< 제420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6) >

캘리포니아.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습니까?”

“30%.”

아서의 질문에 세르게이가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아마존은?”

후.

“80%.”

“추가 채권 발행 액수는 얼마나 해야 하는 거죠?”

“30억 달러 정도 추가 발행해야 하는데, 여기서 주가가 더 내려가는 걸 고려하면 40억 달러는 해야 합니다.”

“그러면 되는 겁니까?”

저벅, 저벅.

빌이 들어서며 둘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빌, 어서 오세요.”

당분간 모임에 나오지 않던 빌이 결국 등장했다.

상황이 너무 안 좋게 흘러가자 세르게이가 백악관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추가 채권 발행을 우리가 맡아 준다고 해결이 되겠습니까? 기존 채권도 마진콜이 붙었을 텐데요.”

“그건 아마존이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그것도 우리가 도와야 하는 겁니까?”

“일단 도와야 할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후.

단지 소비 활동을 하지 않는 집단에 나라가 이끌려 다니는 꼴이 되었다.

“빌.”

세르게이가 빌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기억의 길’에 아직도 들어가고 있습니까?”

“이틀에 한 번은 들어가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는데, 왜?”

“반응이 궁금해서요.”

“그들은 항상 똑같아. 아니, 오히려 세상에 관심이 점점 옅어지는 느낌이야. 밖이 죽든 말든 어서 인공지능이 다스리는 나라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어.”

“백악관의 생각대로 될까요?”

“글쎄. 과연 그들을 해체할 수 있을까? 더욱 움츠러들 게 뻔한데.”

‘기억의 길’은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불리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오히려 정치적 탄압을 받는다면 그들에게는 더 이득이 되었다.

위로를 받을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릴 테니까.

‘기억의 길’이 한 일이 없어서 정부도 사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언론에 노출시켜 여론을 몰아가는 정도지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결국은 정부가 이성을 잃고 강력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몰아갔다.

“‘사이진’하고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군요.”

“그렇지. ‘사이진’은 밖으로 드러나지만 ‘기억의 길’은 더욱 안으로 숨어들고 있어.”

정부는 ‘사이진’이 아무리 거세게 나와도 싸울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의 길’의 무관심은 정치체계를 부정하고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현대 정치는 국가 내에서 정치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선거를 통하지 않고 의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병을 이끌고 직접 전투를 한다면.

만약 정치 폭력이 만연했던 중세 시대라면 ‘기억의 길’ 같은 종교는 국가를 위협한다는 명분에 따라 벌써 군대를 동원하여 쓸어 버렸을 것이다.

“그렇군요. 빌, ‘기억의 길’ 해체에 가담하는 우리가 잘하는 일일까요?”

“잘하는 일은 아니지. 그들이 잘못한 일이 없는데. 백악관이 마치 테러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동조하는 거니까.”

“서로 잘 되는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세르게이, 너도 알고 있잖아. 한 가지만 결심하면 돼.”

“인공지능에게 인간을 맡기는 거 말이죠.”

“그래.”

“그건…….”

어려운 일이군요.

현대 정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얼까?

그건 바로 무정부주의에 대한 두려움이다.

정치에 폭력이 만연한 시대에서 그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죽음으로 지금의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었다.

그러니 테러든 국가에 대한 무관심이든 무정부의 등장은 다시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인공지능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국가를 넘어 인간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혹시 데미안에게 연락이 닿는 사람 있습니까?”

아서와 세르게이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이번 투마로우 저격 사건이 분명 데미안의 작품인 것 같은데.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걸까?”

“우리가 너무 데미안을 믿은 게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투마로우를 견제하기 위한 선택이었어. 그리고 데미안은 그 일에 충실해 왔고. 이번 사건으로 우리가 곤경에 처하긴 했지만, 데미안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

맞아요.

“잘못이라면 우리가 그동안 정부를 통제하는 데 너무 소홀했다는 겁니다.”

아서가 나서며 말을 이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미래당에도 손을 썼어야 했어요.”

“그렇죠. 미래당을 투마로우 때문에 적대시한 게 문제입니다. 지금이라도 미래당과 접촉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빌, 미래당과 ‘사이진’을 이용해서 백악관을 압박합시다. 요즘 경제든 정치든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질질 끌려다니고 있어요. 좀 질서 있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에 백악관을 눌러 줘야 합니다.”

“하긴 너무 끌려다니긴 했어.”

끼이익.

한창 대화 중인데 회의실 문이 열리며 꼬마 하나가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데미안!”

히히.

데미안이 머리를 긁적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왜 연락이 안 된 거야?”

세르게이가 가장 먼저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만들어야 할 게 있었는데. 이게 될 듯 될 듯 안 돼서 미처 연락을 드리지 못했어요.”

“으이그, 우리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특히 빌은 우릴 볼 때마다 네 얘기를 꼭 했어.”

“죄송해요.”

“그래, 이제 만들려는 걸 다 만든 거야?”

“네.”

“도대체 뭘 만들었길래 네가 이렇게 오랜 시간 연구한 건데?”

음.

데미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노봇의 복제를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나중에 뉴스를 통해 알려드릴게요.”

결국, 미리 말해서 좋을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데미안.”

이번엔 빌이 진중한 목소리로 데미안을 불렀다.

“네.”

“이번 투마로우 사건을 알고 있지?”

“아, 엘리자베스 저격 사건이요?”

“그래, 네가 지시한 거냐?”

“아뇨. 전 진을 노린 건데. 엘리자베스가 맞았어요.”

“진을 노렸다고?”

“네.”

“왜?”

“그것도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이번 연구와 연관이 있어요.”

빌이 데미안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데미안, 이제 사람을 죽이는 일은 하지 마라.”

“네.”

뚱한 표정으로 빌을 쳐다봤다.

갑자기 웬 착한 인간 코스프레를 하는 거지?

이제 나한테 관심이 없어진 건가?

“그리고 ‘기억의 길’과 아직 연결되어 있니?”

“아니요. 한참 전에 제 손을 떠났어요.”

빌어먹을 투마로우 캡슐 때문에요.

“아쉽구나. 요즘 ‘기억의 길’ 때문에 발생한 사회 문제가 너무 큰데.”

그럼, 없애버리면 되잖아요.

“도와 드릴까요?”

빌은 데미안의 눈빛에서 사악한 기운을 느꼈다.

“아니다. 지금 백악관이 나섰다. 조만간 정부가 해결할 거야. 우린 앞으로 미래당 의원들을 포섭할 계획이다.”

“그럼, 이제 저는 할 일이 없는 거예요?”

“당분간 지켜보고 생각해보자.”

“네.”

인정 안 해주는 거야. 이제.

다이로와 제이콥을 찾아와야겠어.

***

ADX 플로렌스 교도소.

미국 정부 관할 순수 합법적 강제 수용소다.

미 교도소 보안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을 자랑하며 수감자는 전원 독방을 사용하고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곳이다.

평생. 죽을 때까지.

이 교도소 정문으로 철장으로 둘러싸인 버스가 한 대 들어서고 있었다.

버스 문이 열리고 다이로가 가장 먼저 내렸다.

그리고 온몸에 문신을 한 갱단이 뒤따라 내렸다.

그리고 여러 명이 내리고 제이콥이 가장 늦게 내렸다.

다이로와 제이콥을 철저하게 분리시키려는 듯했다.

다이로가 주변을 한번 슥 훑어봤다.

교도소 외벽은 3.7m 높이의 전기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자칫 멋모르고 달려들었다가는 통구이가 되기 딱 좋겠네.

다이로가 뒤따라 내린 문신 갱단에게 속삭였다.

“여긴 어떤 곳이냐?”

“모르고 온 거야?”

“내가 미국 시민이 아니거든.”

큭큭큭.

문신 갱단이 웃었다.

“일단 3년 동안은 독방에서 지내면서 아무도 만날 수 없지.”

“누가 탈출했다는 소리도 못 들어봤어?”

“모든 게 콘크리트야. 심지어 거울도 강철로 만들어져 있고.”

“아주, 지랄 맞게 만들었네.”

“탈옥도 안 되고 자살도 못 해.”

다이로는 뒤를 슬쩍 돌아보며 제이콥을 살폈다.

역시 제이콥은 자신이 주시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데 사방에 CCTV와 발판에 동작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밟았더니 ‘삐’ 하고 알람이 울렸다.

지나는 구역마다 철제 셔터가 설치돼 있어 탈출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망했네.

간단한 신체검사와 죄수복으로 갈아입은 다이로는 철창과 철판으로 이루어진 문을 열고 독방 안에 수감 되었다.

여긴 비행기로 폭격을 가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

데미안인가 뭔가 하는 놈도 탈출시키는 건 어렵겠어.

“에이, 모르겠다.”

두 눈을 감고 딱딱한 침대에 누웠다.

콜롬비아에서부터 재준과 같이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큭큭큭.

결국, 여기가 종착역이 되는 건가.

아니, 근데 왜 3년 동안 독방에 처박아 놓는 거야?

주변 소리도 차단되어 있어서 고요하기만 했다.

스르르.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그렇게 몇 시간을 잤을까?

약간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뭐지?

밖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다이로는 밖에 전혀 보이지 않는 문 쪽으로 귀를 기울여 보았다.

으아아아아악.

달아나.

후다다다닥.

비명과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큭큭큭.

설마?

이런 요새에서 탈출시키려고 그놈이 온 건가?

여덟 살짜리 꼬마가?

쿵, 쿵, 쿵.

콘크리트 덩어리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야?

그리고 잠시 후.

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사사사사삭.

쿵, 쿵, 쿵.

사사사사삭.

다이로가 소리 나는 곳으로 귀를 기울이는데.

“벽에 붙어 있으면 죽어. 비켜.”

뭔가 알 수 없는 경고에 다이로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보았다.

벽이 사라지고 있다.

어, 이건 뭐야?

벽이 어느 정도 사라지자 누군가가 발로 콘크리트를 걷어차며 벽을 허물었다.

쿵, 쿵, 쿵.

뿌연 콘크리트 잔해가 공기 중에 흩날리다 걷히자 제이콥이 서 있었다.

“여기 있네. 다이로 나와.”

“제이콥?”

“빨리 나와. 시간 없어.”

얼떨결에 제이콥에게 다가가자 조금 떨어진 곳에 방독면을 쓴 키 작은 꼬마가 한 손에는 보온병 같은 걸 쥐고 다른 손에는 작은 스위치를 든 채 주변의 모든 물건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차.”

“또 목걸이?”

“빨리. 아니면 죽어.”

알았어.

서둘기는.

“근데 누구야?”

“데미안이야.”

“저 꼬맹이가 데미안이라고?”

“그래.”

“근데 쟤 뭐 하는 거야?”

“몰라, 저 녀석이 가리키면 뭐든 사라져.”

“별 미친놈을 봤나?”

다이로 말을 들은 건지 아니면 다른 말을 하려는 건지 데미안이 돌아섰다.

“가자.”

다이로는 데미안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헐.

이미 교도소의 절반은 사라지고 거의 폐허에 가깝게 변했다.

이게 다 뭐야?

어쨌든 미친놈이 분명하네.

데미안을 뒤따르면서 주변을 살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데미안이 갑자기 돌아서며 바닥을 가리켰다.

총.

총을 집으라는 신호 같았다.

다이로와 제이콥은 재빠르게 총을 집어 들고 주변을 경계하며 데미안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대기해 놓은 자동차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헤이, 데미안.”

다이로가 뒤따라 가면서 데미안을 불렀다.

데미안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철컥.

탕.

데미안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다이로, 무슨 짓이야?”

제이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 제420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6)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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