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19화 (419/477)

< 제419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5) >

중난하이.

“이야, 저놈 인물이네. 엘리자베스를 저격했다고?”

시앙핑이 다이로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딩쉐이에게 사실을 확인했다.

“맞습니다.”

“마약상이었고?”

“네, 콜롬비아 마약상 대부로 활동하던 놈입니다.”

“이름은?”

“다이로입니다.”

음.

저놈 테러에 대해서 뭘 좀 아는 놈인데.

“미국 상황은 어때?”

“많은 사람들이 분노에 차 있습니다.”

그렇겠지.

테러는 심리를 공포로 몰아넣는 데 능하다.

소수의 사람을 살해해서 수억 명의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전 세계를 통틀어 매년 테러 때문에 사망자는 1,200명 정도지만 매년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125만 명이고 당뇨에 의한 사망자는 350만 명이다.

그런데 국민은 당분보다 테러를 더 무서워하며 정치인은 테러 때문에 선거에서 패하고 만다.

정치 시스템을 흔들어서 나라 전체를 긴박하게 만들 수 있다.

“하, 거참. 아무리 투마로우 엘리자베스를 저격했다지만 한 명 저격하고 3억의 인구를 들썩이게 하다니. 대단한 놈이네.”

“다이로가 대단한 게 아니라 그 배후가 대단한 겁니다.”

뭐?

쯧쯧쯧.

“딩쉐이, 너 그래서 아직 먼 거야.”

“멀다뇨?”

“저건 다이로 놈이 대단한 거야. 뭐 누군가 사주했겠지. 하지만 모두를 테러의 공포로 떨게 만든 방법을 선택한 건 저놈이잖아. 저놈은 군사 전략을 아는 놈이라니까.”

테러는 나라 전체를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전쟁은 적국에게 물리적 손실을 입히는 걸 목표로 한다면 테러는 적국의 국민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걸 주목표로 삼는다.

가장 큰 공포는 바로 시각적 트라우마다.

911테러를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911테러의 가장 큰 성과는 펜타곤을 타격한 것이다.

적의 중앙본부를 파괴하고 고위 지휘관과 분석가들을 살상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것만 떠올릴까?

그건 펜타곤은 납작한 건물이고 세계무역센터는 높은 고층 빌딩이기 때문이다.

그 붕괴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

테러는 물질적 충격보다는 감정적 충격이 더 큰 효과를 낳는다.

“미국이 저 지경이 됐는데 제프는 중국으로 왔단 말이지?”

“지금 마윈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미국 소비가 위축되어서 자기 코가 석 자인데 알리바바 O2O 사업을 인수하겠다고?”

“자극이 필요했을 겁니다.”

“대응이 너무 과해.”

시앙핑은 임재준의 상태가 무척 궁금했다.

설마 궁지에 몰린 건 아니지?

아유, 내가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딱 봐도 저놈이 임재준을 피해 도망 온 건데.

“우리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거지?”

“네, 아마존이 알리바바를 인수하는 순간 작은 사건을 일으켜 중국의 소비를 위축시킬 겁니다.”

중국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테러 사건을 일으켜서 언론이 ‘기억의 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정부는 마지못해 신도들을 자택에 감금하면 된다.

그리고 신도들에게는 당분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잠시만 참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미 공산당 내 다수가 ‘기억의 길’ 신도가 존재한다고 알고 있으니 감시를 당하는 신도들은 안심하고 정부의 말을 따를 것이다.

지금의 시앙핑은 예전의 강압적인 공산주의 전술보다는 마치 방송 프로그램의 연출자같이 진행에 능했다.

“시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그래, 틀어 봐.”

딩쉐이는 시간을 확인하고 TV를 틀었다.

[아마존은 중국 진출의 성공에 이어 알리바바 O2O 사업을 인수했습니다. 인수 대금은…….]

TV에서는 제프와 마윈이 서로 악수를 나누며 최종 인수계약 체결을 확인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이제 돈만 들어오면 되는 건가?”

“네, 마지막 절차만 남겨놓았습니다.”

“좋아. 우리도 바로 하지.”

“네.”

딩쉐이가 어디론가 통화를 시도했다.

띠리리리링.

“시작해.”

***

중국 아마존.

후, 후, 후.

제프는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천천히 몰아 쉬었다.

띠리리리링.

기다리던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월가에 나가 있던 재무이사의 전화였다.

“그래, 채권 발행해서 대금 결제 마무리됐어?”

-네,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그럼 그쪽 변호사랑 서류도 다 주고받아서 검토한 거 맞지?”

-네, 다 확인했습니다.

“수고했어.”

-네.

툭.

통화를 끊은 제프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미국과 중국을 내 손안에 거머쥐었다.

제프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감을 불태우던 그때.

띠리리리링.

세르게이?

“여보세요.”

-제프, 방금 뉴스를 봤습니다.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군요.

빨리도 연락하네.

“1년을 중국에서 고생했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요.”

-제프, 내 말 잘 들어요. 제프는 위험에 빠졌습니다.

세르게이의 톤이 가라앉자 제프의 미간이 구겨졌다.

왜 이래?

미국 사정이 아무리 안 좋아도 그렇지.

“연준이 금리를 또 인상하면 소비는 더욱 위축된다는 거 나도 잘 압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익이 실현되면…….”

-그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 아마존이 투마로우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었습니다.

뭐야? 그건 앞으로 법정에서 결론이 날 이야기를 굳이.

“이미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처하고 있어요.”

-법정이 문제가 아닙니다. 백악관이 나섰습니다. 아마존을 타깃으로 삼고 FBI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뭐요? 아니 FBI요? 아마존이 무슨 불법을 저질렀다고?”

-그게 아니에요.

“그럼 뭡니까? 왜 백악관이 아마존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겁니까?”

-아마존이 목표가 아니에요.

“목표가 아니라고?”

-데미안. 정확히 데미안이 만든 종교 ‘기억의 길’을 치기 위해 아마존을 이용할 겁니다.

“아니, ‘기억의 길’이 아마존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사실 연관이 있잖아요. 우리가 데미안을 지원한 건 사실이니까요.

세르게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발을 빼겠다는 거야?

“이봐요. 세르게이 이러면 곤란합니다.”

-흥분하지 말고 잘 들으세요. 우리와 백악관은 힘을 합쳐 ‘기억의 길’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갈 겁니다.

“무슨 소립니까?”

-그런데 그 배후로 아마존이 거론될 거고요.

“세르게이.”

순간 제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소리 지르지 말고 말을 끝까지 들으세요. 이미 백악관과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지금부터 아마존이 어려워질 겁니다.

“왜 아마존입니까? 내가 만만한 겁니까?”

-그건 백악관이 정한 겁니다. 나도 정해진 계획을 전달받은 것뿐입니다. 백악관은 다이로 때문이라고 합니다.

후.

다이로.

제프는 두 눈을 감고 긴 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그렇다 칩시다. 그 계획이라는 걸 말해보세요.”

-일단 당분간 미국으로 들어오지 마세요.

“그럴 계획입니다.”

-아마 ‘기억의 길’을 건드리면 소비는 더 위축되고 주가는 폭락할 겁니다. 그러면 발행된 채권에 대해 월가의 은행들이 마진콜을 실행할 거고요.

“그래서요?”

네가 추가금이라도 내줄 거야?

-추가 채권 발행은 저희가 담당할 겁니다.

“정말입니까?”

-얼마가 되었든 막을 테니. 중국 시장에서 매출을 크게 발생시켜 주가 하락을 가능한 늦추어야 합니다.

음.

골치 아픈 일이네.

쉬엄쉬엄 갈 시간이 없단 말이잖아.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 겁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백악관도 시간을 많이 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미국 기업들의 부도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여기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알고 계세요. 그럼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네.”

툭.

통화를 마친 제프는 털썩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무슨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거야?

다이로 그놈의 한 마디로 완전히 궁지에 몰렸잖아.

당분간 CNN 뉴스를 끼고 살아야 하나?

피곤하게 생겼네.

제프는 TV 모니터를 들어 CNN 뉴스를 틀었다.

[아마존이 중국 알리바바 O2O 사업을 인수했다는 소식과 함께 ‘사이진’은 아마존의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돌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최근 투마로우 엘리자베스 저격 사건의 배후로 아마존이 거론되었기 때문입니다. FBI도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귀국하는 대로 소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 세르게이 얘기보다 더 심각하잖아.

미국에 들어가면 바로 소환을 한다고?

저러면 매출도 주가도 둘 다 문제인데.

고민하는 제프의 시선에 이상한 뉴스가 포착되었다.

[알리바바아메리카가 본격 미국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자산을 팔고 미국 진출에 대해 월가는 상당히 긍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아마존의 테러 배후 사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이커머스 기업의 등장은 시기가 적절하다는 반응입니다.]

마윈, 어떻게 된 거야?

네가 거기서 왜 나와?

[알리바바아메리카는 투마로우로부터 미국 소규모 이커머스 회사를 전부 인수하면서 물류 체인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에서도 투마로우 드론을 내세운 배송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알려졌습니다. 과연 아마존이 알리바바아메리카의 진출에 얼마나 고전할지…….]

투마로우? 마윈?

‘사이진’의 불매운동?

그리고 ‘기억의 길’과 백악관을 연결하면?

설마, 계획된 건가?

제프는 스마트폰을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마윈, 이 자식 전화를 안 받는다 이거지.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쾅.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수수수.

충격으로 인해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빌어먹을 중국 건물.

근데 무슨 일이지?

제프의 시선이 TV로 향했고 리모컨으로 중국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다.

[우한시에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공사 중인 건물 한 채가 허물어져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공안은 주요 용의자를 검거하고 연행했습니다. 이번에도 공안의 빠른 대처가 더 큰 사고를 막았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지내야 하는 거야?

하긴 미국도 테러에서 안전한 나라는 아니지.

제프가 창으로 머리를 내밀고 멀리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는 곳을 바라봤다.

다다다다닥.

잡아.

건물 아래 골목으로 도망치는 사람과 공안이 쫓아가는 장면이 보였다.

어째 불안한데.

그런데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여기저기 도망자와 공안의 모습이 보인다는 거였다.

왜 이렇게 많아?

여기도 사람 살 곳은 못 되는구나.

다시 들어와 소파에 몸을 기대고 틀어 놓은 중국 뉴스를 봤다.

저거 딩쉐이 아냐?

중앙 판공청 주임이 웬 발표를 다 해?

심각한 일이 터진 건가?

화면에서 딩쉐이는 단상에 서서 작게 손을 동그랗게 모은 후 발표를 시작했다.

[이번에 우한시에서 소규모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공안의 즉각적인 출동으로 테러범들을 전부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기억의 길’ 신도들로 ‘기억의 길’이 이번 테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직 결정 난 상황이 아니니 추측성 기사나 SNS에 단호히 대처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 정부는…….]

‘기억의 길’이 테러를?

여기서도 저기서도 문제가 많네, 많아.

앞으로 중국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도 모른 채 제프는 쓸데없이 중국을 걱정하고 있었다.

< 제419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5)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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