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16화 (416/477)

< 제416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2) >

[투마로우에 또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엔 카킬의 후계자 엘리자베스가 총격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번 테러에 대해 FBI는 조만간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지만 ‘사이진’에 의해 용의자에 대한 신상과 당시 상황에 대한 동영상이 이미 배포가 되어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이진’은 이번 테러에는 배후 세력이 존재한다며 FBI의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 음모론이야?

-이번엔 확실하다니까. 범인이 다이로라는 콜롬비아 마약 대부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잖아. 이미 U튜브에 공개가 되었어. 지난번 CIA 본부 테러도 이들이 저지른 거라잖아.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범행일 수도 있잖아.

-멍청한 친구 같으니라고. 개인적인 원한이면 임재준이 집에 들어가거나 회사에 들어갈 때 숨어있다가 덮쳐야지. 이건 누가 봐도 진을 노린 거라니까. 진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밖으로 나오는 걸 노린 거라고.

-그럼, 진을 왜 노린 건데?

-그걸 FBI가 밝히라는 거 아냐. 진이 만든 로봇이나 인공지능 아니면 핵융합 발전소겠지. 어, 핵융합 발전? 이거네. 석유 카르텔이 분명해.

-그건 말이 안 돼. 사우디에도 핵융합 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는데?

-그러니까 더욱 의심하게 되지. 사우디까지 빠져나가니까 석유 카르텔의 힘이 약해지는 걸 두려워한 나라가 저지른 거야. 어때?

-말도 안 돼. 911 테러 때 그렇게 당했는데? 차라리 마약 카르텔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다.

-어, 마약 카르텔도 있네. 그게 더 타당하겠다. 이번에 잡힌 놈 중의 하나가 콜롬비아 마약상 대부라며.

-근데 마약이랑 진은 상관없잖아. 마약은 임재준 아냐? 이번에 노린 건 진이라며.

-어, 그러네.

-진이라면 또 ‘기억의 길’ 놈들 아냐? 지난번에도 핵융합 발전소를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어서 투마로우 인공지능을 해방하라느니 헛소리를 해댔잖아.

-맞아, ‘기억의 길’이네.

이렇듯 사람들은 이번 테러에 대해 배후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

카킬.

엘리자베스 할아버지 맥레넌 카킬이 가족 모임을 소집했다.

“대부, 그냥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맞습니다. 미국 정부에 단단히 경고를 해야 합니다.”

“감히 카킬을 건드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모두 엘리자베스의 테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맥레넌만은 차분하게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할아버지, 저 엘리자베스예요. 뉴스 보고 걱정 많으셨죠. 전 괜찮아요. 당분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해서 만나 뵙지 못할 것 같아요. ^^ 밖에선 제가 혼수상태라고 알려졌지만 전 멀쩡해요. 그리고 이건 할아버지와 저만의 비밀이에요.’

녀석, 몸이 말이 아닐 텐데, 뭐가 급하다고 문자를 다 주고.

멕레넌의 눈에 고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순간 정부를 성토하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대부, 괜찮으세요?”

워렌이 멕레넌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런 주책을 봤나.”

멕레넌이 뺨의 눈물을 닦자 글로리아가 손수건을 건넸다.

“할아버지, 여기.”

“그래.”

멕레넌은 손수건을 받아 천천히 눈물을 닦았다.

고개를 들어 가족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확인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가 번쩍 떴다.

“엘리자베스가 혼수상태라고.”

“네, 대부.”

“어디 있는지는 알고?”

“그게……. 테러의 위험이 아직 존재한다고 해서 진코퍼레이션 안에 있다고 합니다.”

“만날 수는 있고?”

“아직은 불가능합니다.”

“범인이 누구야?”

“다이로와 제이콥으로…….”

“워렌.”

멕레넌이 워렌의 말을 끊었다.

“내가 신문을 볼 줄 몰라서 묻는 거 같아?”

“아, 죄송합니다.”

“누구야?”

“아직 모릅니다.”

“그럼, 기자들 불러. 그리고 말해. 납득할 만한 범인을 잡을 때까지 매달 곡물을 10%씩 줄여 나가겠다고.”

“네?”

대부.

멕레넌은 다시 엘리자베스의 문자를 봤다.

가만히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워렌을 매섭게 노려봤다.

“10개월 주는 거야. 그 안에 내가, 내가 이해가 갈 만한 범인을 데려오라고 해.”

“대부. 그럼 손해가…….”

“시끄러. 가족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돈타령이야. 매달 태평양 한가운데서 곡물을 쏟아 버려. 그게 가족을 지키지 못한 우리에 대한 벌이며 가족을 위협하는 놈들에 대한 경고야.”

“대부…….”

***

[카킬이 정부에 경고했습니다. 매달 곡물 출하량을 10%씩 줄여 나간다는 끔찍한 발표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식량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ADM과 수에즈는 출하량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아 카킬의 결정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거 좀 심각하게 변하는 것 같은데.

-아니, 카킬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식량을 끊어 버리는 건 아니지 않나?

-카킬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는 거야.

-그래도 자기들은 밥은 먹겠지.

-밥이 문제냐?

-그럼 밥이 문제지. 물이 문제냐?

-지금까지 정부 대응이 어설프니까 그런 거 아냐? 솔직히 이번 테러 배후로 대충 아무나 데려다 놓고 이 사람입니다, 할 것 같으니까 그런 거라고. 분명히 엄청난 놈이 뒤에 있단 말이지. 석유 카르텔이든 마약 카르텔이든 정확하게 밝히라는 거야.

-아니 그렇다고 식량을 바다에 버리는 건 아니지 않나?

-ADM이랑 수에즈도 모른 척하는 거 봤지.

-그러게. 곡물 메이저가 전부 카킬에 동조하네.

-아유, 카킬이 아니라 투마로우라고. 전부 투마로우가 쥐고 있는 회사잖아. 카킬도 카킬이지만 투마로우가 이번 테러에 대해 의지를 드러낸 거야.

-정부가 뭐라도 해냐 되겠는데.

***

[여기는 사우스다코타주의 미주리강 진코퍼레이션 지사가 있는 곳입니다.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이진’이 백만 명 이상 모여들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이진’은 카킬의 결정에 찬성하며 정부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 건너편에 ‘기억의 길’ 본당 주변에도 백만 명 이상의 신도들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길’ 측은 아무 발표가 없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투마로우펠그리니에 대한 테러로 간주하는 듯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두 세력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거 왜 이래? 이러다 폭동이라도 일어나는 거 아냐?

-그러니까 잘못 건드린 거라니까.

-잘못도 아주 잘못한 것 같아. 어떻게 ‘사이진’과 ‘기억의 길’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냐고.

-가뜩이나 경제가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아예 가라앉게 생겼어.

-CPI(소비자물가지수) 봤어? 3%대까지 떨어졌어. 코로나 때보다 더 하락한 거야.

-이제 곧 카킬이 예고한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어. 곡물 출하량을 정말 10% 줄이면 어떡하지?

-그러면 진짜 큰일 나는 거지.

***

백악관.

“FBI 조사는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대통령은 FBI 국장 크리스토퍼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죄송합니다. 다이로와 제이콥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형량이라도 깎아 준다고 하세요.”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라 형량으로는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약속한다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어렵습니다.”

“내가 직접 만나겠습니다.”

“대통령님, 역사상 대통령이 테러범과 협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건 절대 안 됩니다.”

“그럼, 만들어 내기라도 하란 말입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답답하네요. 답답해.”

미국의 경제는 그냥 얼어붙었다.

다음 달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고 세계는 미국을 향해 아우성을 쳤다.

FBI는 테러의 배후로 마약 카르텔이라고 발표를 준비 중이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일단 던져 놓고 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미 붕괴된 마약 카르텔을 배후로 삼기 위해서는 남미에서 작은 사건이라도 터져야 했다.

FBI는 CIA, DEA까지 공조하면서 브라질에 대규모 마약 카르텔을 만드는 중이었다.

시간이 문제였다.

이때.

똑똑.

“들어와요.”

비서실장이 푸르죽죽한 얼굴로 들어섰다.

“대통령님, 터질 것이 터졌습니다.”

“뭐가 터졌다는 말입니까?”

“여기.”

비서실장은 CNN 뉴스를 틀었다.

[결국, 카킬이 곡물을 바다에 버리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옥수수와 밀이 쏟아집니다.]

대통령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비서실장.”

“네.”

“환경단체들은 뭐라고 합니까?”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입니다.”

“카킬 본사에 군대라도 보내야 합니까?”

“저, 대통령님.”

“왜요?”

“카킬이 아니라 의회로 몰려갈 겁니다.”

“뭐요?”

아, 이 일을 어떡하지.

“이봐요, 국장.”

대통령이 크리스토퍼 국장을 노려봤다.

크리스토퍼는 입술을 힘겹게 떼었다.

“네. 대통령님.”

한동안 대통령은 말을 하지 못하다가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다이로와 제이콥을 만나겠습니다.”

“네?”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역사고 나발이고 일단 경제를 살리고 봐야겠습니다. 이러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최소한 10년 이상은 장기 불황이에요.”

“대통령님…….”

그만.

대통령은 손을 들어서 크리스토퍼의 말을 막았다.

“비서실장, 언론에 흘리세요. 오늘 아니 당장 내가 다이로와 제이콥을 만난다고. 내가 직접 형량을 협상하겠습니다.”

“대통령님…….”

“기자들이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다이로와 제이콥이 FBI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다음 내가 들어갑니다. 절대 비밀스러운 연출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후.

“네, 알겠습니다.”

비서실장도 크리스토퍼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

FBI 앞에는 수백 명의 기자가 이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기 위해 진을 치고 기다렸다.

“아니, 이게 말이 돼?”

“형량을 거래해서라도 배후를 밝히겠다는 거잖아. 미국에서.”

“그만큼 힘든 상황이지. 카킬이 바다에 곡물을 쏟아부은 게 결정적이었어. 전 세계가 들고 일어난 판이라고.”

“그래도 이렇게 하는 건 좀…….”

“어, 저기, 다이로와 제이콥이 온다.”

다이로와 제이콥이 FBI 요원에 둘러싸여 건물을 향해 걸었다.

팟팟팟팟팟팟.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질문을 퍼부었다.

-다이로, 마약 카르텔이 배후라는데 진실입니까?

-직접 배후를 밝힐 생각은 없습니까?

-대통령이 직접 형량을 줄일 거라고 하는데 협상할 용의는 있는 겁니까?

-뭐라고 한마디만 합시다.

우뚝.

다이로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큭큭큭큭.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웃긴 겁니까?

-할 말이 있는 겁니까?

다이로가 방금 질문한 기자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누가 마약 카르텔이 배후라고 합니까?”

다이로가 입을 열자.

팟팟팟팟팟팟.

플래시가 터지고 마이크가 다이로에게 쇄도했다.

“다이로 입 닥쳐.”

FBI 요원들이 나서서 다이로를 저지하는 것보다 다이로의 말이 더 빨랐다.

“아마존.”

아마존?

일순 모든 사람의 시선이 다이로의 입으로 집중되었다.

심지어 FBI 요원들까지.

“그 있잖아. 물건 인터넷으로 파는 놈. 아마존. 그놈이야. 이름이 뭐더라. 제프 베존슨인가 베조스인가 하는 것 같던데.”

큭큭큭큭큭.

뛰어.

기자들이 사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제416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2)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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