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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15화 (415/477)

< 제415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1) >

FBI.

“인제 그만 부는 게 어때?”

FBI 국장 크리스토퍼는 다이로 앞에 앉아 서류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뭘 불어? 현장범인데.”

“살인 청부한 놈 말이야.”

“아니, 불면 나는 살아날 수 있어?”

“미친놈.”

“어차피 살긴 글렀는데 불어서 뭐해? 그냥 맘대로 해.”

쾅.

크리스토퍼가 책상을 거칠게 내리쳤다.

에이.

심문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건 사실이었다.

이미 살인자인데.

그것도 저격 총까지 마련했으니 계획 살인이었다.

우발적인 사고였다면 정상 참작이란 걸로 달래볼 텐데.

거기다 다이로는 이미 마약 범죄에 탈옥도 했고.

법정 최고형부터 시작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차라리 제이콥이 낫겠어.

크리스토퍼는 심문실을 나와 제이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제이콥.”

제이콥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크리스토퍼를 노려봤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표정이었다.

“다이로가 다 불었어.”

피식.

“아, 그래? 그러면 뭐 내 얘기는 들어 볼 필요도 없겠네.”

“그래도 짝은 맞춰봐야 할 것 같아서.”

“이봐, 크리스토퍼, 그냥 아랫사람 시켜. 현장 떠난 지 오래됐잖아. 지금 심문하는 멘트가 너무 어설프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가?”

“하하, 참나. 다이로가 무슨 실토를 해. 차라리 다이로한테 가서 내가 다 불었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후.

크리스토퍼는 한숨을 내쉬고 서류를 옆으로 치웠다.

“그래, 말이나 들어보자. 도대체 너희 둘은 왜 갑자기 나타나서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는 거야? 뭔가 어울려야 이해라도 하지?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콜롬비아 마약 대부가 어울리기나 해? 무슨 사연이라도 있으면 내가 들어줄게.”

“뭐 그런다고 내가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아.”

“아, 필요 없어. 그런 거. 어차피 둘 다 약물 의자에서 죽든 감옥에서 평생 살다가 죽든 할 거니까. 뒤에 누가 있는지 몰라도 돼. 근데 어떻게 둘이 만나게 됐는지 그건 궁금해. 내 솔직한 심정이야.”

제이콥이 크리스토퍼를 빤히 바라봤다.

피식.

웃기네.

이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나?

진부함의 작용이 아니었을까?

“임재준.”

“투마로우 임재준?”

“그래,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마. 지금 얘기하는 것도 힘드니까.”

“알았어. 계속해 봐.”

“우린 모두 임재준에게 빚이 있는 사람들이야. 알지? 내가 비서실장에서 떠나야 했던 게 임재준 때문이거든. 그리고 다이로는.”

제이콥은 다른 이의 이름을 거론하고는 말문을 닫았다.

피식.

어차피 해야 할 이야긴데.

“나는 복수를 하고 싶었고 다이로는 임재준과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임재준과 함께?”

“그래, 임재준과 콜롬비아 마약상들을 싹 일망타진했다고 했어. 미국은 다이로에게 고마워해야 해. 미국에게 받은 것 없이 마약을 청소해 줬다고. 알아?”

“그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있다는 보고는 받은 적이 있어. 근데 그게 사실이었단 말이지.”

“그래, 그리고 우리에게 돈을 대는 놈이 하나 있지. 그놈도 임재준한테 뭔가 있는 것 같아. 그렇게 만나고 움직인 거야.”

“돈을 대는 놈?”

“그래, 하지만 정말 그놈이 누군지는 몰라. 본적도 없고 조작된 영상으로 대화를 했으니까. 돈은 항상 선불. 안 할 수가 없잖아. 이미 CIA 건물을 박살 냈는데. 하하하하.”

“둘 말고 더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제이콥이 크리스토퍼를 쳐다보았다.

“있지. 둘이 더 있어. 돈 대는 놈 말고 둘 더.”

“말 안 할 것 같더니 왜 말을 해주는 거야?”

“글쎄. 아직 남아있는 애국심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한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던 적이 있었잖아. 그리고 임재준에게 조금은 미안한 맘이 있기도 하고.”

“그 둘이 임재준을 또다시 테러한다는 거야?”

“가능성은 있지.”

음.

크리스토퍼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또다시 테러가 일어난단 말이지.

이때.

똑똑.

“왜?”

“나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인데.”

“임재준이 찾아왔습니다.”

“뭐?”

크리스토퍼가 벌떡 일어나 나가려다 제이콥을 봤다.

제이콥은 그저 어깨를 들썩였다.

쾅.

크리스토퍼가 문을 닫고 나가자 제이콥이 문을 보며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블랙’.

난 시키는 대로 다 했어.

이제 날 꺼내주는 일만 남은 것 같은데.

***

“둘만의 대화요?”

“네, 잠시면 됩니다.”

재준이 다이로와 말을 나누고 싶다고 크리스토퍼에게 말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놈인데.”

“설마 FBI 요원들이 제가 죽게 내버려 두진 않을 거 아닙니까.”

음.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크리스토퍼가 재준을 다이로가 있는 심문실로 안내했다.

재준은 마음이 진정되자 그 상황을 생생하게 떠올려 보았다.

엘리자베스가 죽어가는 모습에 빠져 진짜 중요한 사실들을 놓쳤다.

직접 들어봐야 알겠지.

“밖에서 요원이 대기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벌컥.

재준이 심문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

임재준?

큭큭큭큭큭.

다이로는 재준을 보자 웃기 시작했다.

재준이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한마디 했다.

“바보같이 웃기는.”

다이로가 웃다가 말고 슬쩍 재준을 살폈다.

“임재준, 솔직히 올 줄 몰랐어.”

음.

“궁금한 점이 있어서 말이지.”

“뭐가 궁금한데? 알려주면 좀 사형은 면하게 해주나?”

“넌 죽이지 않아. 감옥에서 늙어 죽는 걸 끝까지 내가 지켜볼 거야.”

“그러든가. 사형만 면하게 해주면 궁금한 걸 말해줄게.”

이놈은 진짜 싸이코네.

이 상황에서 여유라니.

“좋아. 먼저 왜 처음부터 엘리자베스를 노린 거지?”

“무슨 소리야? 우린 진을 노린 거야. 제이콥, 저 멍청이가 저격수라고 나대지만 않았어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진이었다고?”

“그래. 진이었어.”

“진과 엘리자베스는 거리가 3m 이상이었어. 그리고 정확히 엘리자베스의 심장을 노린 거고.”

“그런 거까진 나도 몰라. 내가 총을 쏜 게 아니잖아.”

심드렁하게 대답을 했지만 다이로는 감이 좋지 않았다.

뭐지? 제이콥 이놈이 애초에 엘리자베스를 노린 거였어?

데미안한테 따로 지시를 받은 거야?

나를 속였단 말이지.

“그래?”

“그렇다니까. 저격이 나한테 어울리나?”

“그런데 왜 잡힌 거야? 도망칠 계획도 세우지 않고 저격을 할 리는 없는데.”

“다 준비했지. 그것도 완벽하게. 그런데 숨겨 놓은 경비행기에 도착해 보니 이미 메렛이 작살을 내놓았더라고. 어떨 수 있어? 냅다 달리는데 ‘사이진’에 둘러싸여 늘씬 얻어맞은 거지.”

“메렛이 아니라 ‘사이진’한테 잡힌 거야?”

쩝.

다이로는 ‘그러게 말이야’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무리 총질을 해댄다고 해도 그때는 이성적이 되더라고. 여기서 민간인에게 총질하면 바로 메렛의 총알이 날아올 거다. 그래서 그냥 맞았어.”

“그래?”

다이로는 그렇다고 쳐도 제이콥은 허술한 인간이 아닌데.

“다이로, 데미안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

“아니, 그놈 뒤에 또 있어? 이건 뭐 어디까지 뒤가 있는 거야?”

“넌 데미안이 누군지도 모르지?”

“그놈은 매번 치지직거리는 모니터에 로봇 같은 말로 우리랑 대화를 하니 당연히 모르지.”

“제이콥도 궁금해하지 않고?”

“제이콥 그놈은 돈밖에 몰라. 이번에도 크게 번다고 일을 맡았으니까.”

“돈이라, 이제 8살 먹은 아이한테 돈이나 받고 좋아하는 거야?”

“8살이라니? 데미안이 8살이야?”

“그래, 이 한심한 놈들아.”

푸훕.

푸하하하하하하.

다이로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천하의 다이로가 애들 싸움에 끼어든 거네. 진과 데미안. 이 꼬맹이 놈들의 싸움에.”

“미친놈.”

“그럼, 이야기해주는 김에 하나만 더 알려줘. 돈 댄 놈들은 누구야?”

“4대 IT 기업.”

“그놈들이 왜 8살 꼬맹이한테 돈을 대?”

“천재니까?”

“아하, 그래. 무인 비행기. 그것도 그 꼬맹이가 만든 거고.”

“그래. 이제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가?”

푸하하하하하.

“재밌네. 재밌어. 임재준과 엮이니까 인생이 즐거워. 하는 일마다 기상천외하거든.”

다이로가 재준을 바라보며 양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봐, 임재준. 내가 하나는 약속하지. 갈 때 가더라도 선물 하나는 남겨줄게.”

“선물?”

“그렇지. 기대해도 좋을 거야.”

“미친놈. 누가 네놈 따위가 주는 선물을 받는데?”

“싫으면 말고.”

“난 간다.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만 편하게 죽지 마. 아주 고통스럽게 죽어라.”

“그래, 그래. 알았어. 잘 죽어 줄게.”

큭큭큭큭큭.

자꾸 실실거리는 다이로를 두고 재준은 FBI 밖으로 나섰다.

***

아, 여기가 어디지?

엘리자베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에서 정신을 차렸다.

분명 총을 맞은 것 같은데.

고개를 내려 자신의 가슴을 보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뭐랄까, 아무것도 없는 느낌.

자신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공허함.

뭐지? 이게 뭐야?

이때, 확 시야가 온통 빛으로 뒤덮였다.

이번엔 빛이야?

여전히 무엇을 본다는 건 불가능했다.

아니, 본다는 개념도 없었다.

그리고 이상한 건 몸이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이게 뭐지?

“엄마, 엄마, 내 말 들려요?”

진이다.

응, 나 여기 있는데.

“엄마, 정신을 집중해서 타자를 친다는 기분으로 저한테 말을 하세요.”

타자?

“진, 나 안 죽은 거야?”

탁탁탁탁탁탁.

엘리자베스의 말이 진이 보는 모니터에 찍혔다.

“이제 엄마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엄만 지금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지?”

“일단 제가 보이세요?”

“아니, 빛이 너무 강해.”

“아, 죄송해요. 잠시만요. 지금 엄마가 보는 것은 모든 전자기파 스펙트럼이라서 그래요. 가시광선으로 바꿔 드릴게요.”

탁탁탁탁탁탁.

진은 엘리자베스가 가시광선을 선택적으로 볼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빠르게 손을 놀렸다.

잠시 후.

탁.

“됐어요. 보이세요.”

순간, 엘리자베스 시야에 사물이 보였다.

지금 엘리자베스는 컴퓨터 카메라 렌즈를 통해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이 약간 왜곡된 모양으로 보였다.

“응, 보이기는 하는데. 좀 이상한데. 내 몸은 왜 안 보이지?”

“그건.”

후.

진이 한숨을 길게 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죽었어요. 그런데 죽기 전 엄마 뇌의 모든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겼어요. 그러니까 지금 엄마는 정신만 있는 거예요. 더 쉽게 말하면 뇌의 전기적 신호만 존재하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 엄마의 몸을 만들 거예요.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꼭 만들 거예요.”

“진, 그러니까 내가 정신만 있는 거라고? 몸은 없고?”

“네. 하지만 가상현실에선 몸을 가질 수 있어요. 가상이니까요. 엄마, 미안해요.”

엘리자베스는 일단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 일단 가상현실로 보내줘. 이대로는 적응이 안 돼.”

“잠시만요. ‘블랙’, 엄마에게 가상공간 리스트를 보여줘.”

【네.】

순간 엘리자베스의 시야가 확 바뀌면서 배경이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로 바뀌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죽 리스트가 뜨는데,

자신의 손이 보였다.

아니 몸이 존재했다.

“이제야 사람다워졌네.”

리스트를 보니 자신의 고향인 미니애폴리스가 있었다.

“고향이나 가야겠다.”

리스트를 누르려는데 엘리자베스의 손이 화면에 닿자 지지지지직거리며 데이터가 깨지는 모습이 보였다.

뭐지?

그리고 화면에 손을 얹자 손바닥에서 수천 개의 전기신호가 뻗어 나갔다.

마치 거미줄 같은 형상을 하면 사방으로 갈라져 나가면서 머릿속에 수도 없는 데이터가 흘러들어왔다.

으악.

놀라는 것도 잠시 엘리자베스는 손을 대고 가만히 느껴보았다.

미친, 미니애폴리스가 내 손안에 있는 거야?

다 보이잖아.

어! 할아버지.

< 제415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1)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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