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14화 (414/477)

< 제414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0) >

미주리강.

다이로와 제이콥은 진을 저격하기 위해 핵융합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2km 떨어진 구릉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제이콥이 다이로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이게 뭐야?”

“소형 전파차단기야. 데미안이 보냈어.”

“아, 이거 때문에?”

다이로가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지난번처럼 환상 속에서 헤매면 우린 죽는 거야.”

“저건 어떡하고?”

다이로가 이번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당장에 위성으로 우릴 판독하는 건 힘들어.”

“거기 인공지능 있다며.”

“인공지능도 판독 가능한 데이터가 있어야 가능하지.”

“그래?”

“전파만 차단하면 일단 안전해.”

“뭐,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유경험자의 말이니까 믿어 볼게.”

어디 뭐 하고 있나 지켜볼까?

다이로는 망원경을 들어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리곤 슬쩍 제이콥을 보니.

뭐야 이놈은 망원경 없이 보고 있는 거야?

“야, 넌 저 먼 거리 잘 보여?”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아.”

“이야, 이거 나도 하나 해달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미친놈.”

큭큭큭큭큭.

진짜 부럽다.

다이로는 제이콥 어깨를 주먹으로 툭툭 치며 웃었다.

“가만,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래, 어디, 어디?”

다이로가 급하게 다시 망원경을 들었다.

진코퍼레이션 빌딩으로 아이들이 와아아아아 하고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나와서 핵융합 발전소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기다리는 ‘사이진’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뭐야? 웬 아이들이 저렇게 많아.”

“‘사이진’이잖아.”

“아니, 저 인간들 말고 우리 타깃인 저쪽 아이들.”

“저 애들이 전부 진의 친구들이야. 그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들.”

“아니, 저래서 어떻게 진을 구별해?”

“가만, 가만. 저기 저 여자, 엘리자베스 아냐?”

“엘리자베스? 그게 누군데?”

“몰라?”

“알아야 하나?”

정말 답 없는 놈이네.

“으유, 진의 엄마잖아. 진의 엄마.”

“아, 진의 엄마. 그럼 그 옆에 있는 아이가 진이겠네. 사진 어딨지? 다시 한번 보자.”

“여기.”

제이콥이 다이로에게 건성으로 사진 한 장을 건넸다.

도대체 믿음이 안 가.

이러다 실패하는 거 아닌지 몰라.

어, 어.

다이로가 사진과 망원경을 번갈아 보더니,

“저기 진이 맞는 것 같은데.”

“나도 확인했어. 총 꺼내.”

“주변에 인간들이 너무 많아.”

“저 정도는 충분히 맞힐 수 있어.”

“제이콥, 너 정말 저격수 출신 맞지?”

“그래.”

“가까우면 그냥 내가 가서 당기면 되는데. 이렇게 머니까 나도 쓸모없는 인간이 돼버리네.”

“조용히 해. 집중하게.”

쩝.

다이로는 저격총을 건네고 뒤로 물러났다.

제이콥은 망원경에 눈을 붙이고 숨을 죽였다.

보인다.

제이콥의 시야에 진이 들어왔다.

그 옆에 엘리자베스가 진에게 뭐라고 얘기 중이었다.

그때,

찡~~~

제이콥의 귀에 이명이 들렸다.

윽, 뭐야, 이거.

***

팟팟팟팟팟.

사방에서 스마트폰 플래시가 터졌다.

진과 아이들이 등장하자 ‘사이진’이 몰려들었다.

‘사이진’ 사이에선 불문율이 있는데 진이 등장하면 절대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진이 하는 말을 녹음하기 위해서.

뭐 지금까지 성공한 적은 없지만.

“진, 꼭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오는 거야? 너도 관종이야?”

엘리자베스는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이진’을 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히히, 저는 사람들한테는 관심 없어요. 다만 여기 아이들은 관심이 많아요. 특히 저 녀석.”

진은 주디를 가리켰다.

주디는 ‘코트’를 만들면서 언론에 노출이 되어서 인기가 꽤 높았다.

괜히 관심 없는 척하면서 ‘사이진’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각도를 틀어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디노나 콰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런 주디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정말 못 말리는 애야.”

“자기가 진의 인기를 능가할 거라나 뭐라나. 암튼 이런 부분에서도 노력파야.”

다른 아이들은 진의 주변에서 핵융합 발전소가 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진이 아이들에게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런 진을 엘리자베스는 쳐다보는데,

두근, 두근, 두근.

엘리자베스의 심장이 급하게 뛰었다.

오랜만에 미국에 들러 진을 보러 왔는데 막상 진을 보니 왠지 모를 긴장감이 생겼다.

이게 모성애라는 건가?

기분이 묘하네.

마가리따 언니가 자기 딸 자랑을 하며 열심히 떠들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런 거구나.

이때,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다다다다다다다닥.

멀리서 헬리콥터 한 대가 건설 현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헬리콥터에 새겨진 TOMORROW란 글자를 보며 미간을 확 구겼다.

“하여튼 그냥 차로 오면 되지 굳이 시끄럽게.”

헬리콥터가 공터에 내려앉고 재준이 내렸다.

그리고 손을 들어 자신이 등장했음을 알렸다.

역시 이번에도.

팟팟팟팟팟.

스마트폰의 플래시가 터졌다.

흥.

다가오는 재준을 향해 엘리자베스가 코웃음을 쳤다.

“아주 인기가 하늘을 찌르네요.”

“왜 또 심통이야?”

“심통은 무슨.”

쩝.

재준은 엘리자베스 뒤로 몰려든 ‘사이진’을 봤다.

“어떻게 줄지가 않냐?”

“지금 어려운 시기니까요.”

“어려운 거랑 무슨 상관이야?”

“아저씨가 뭘 알겠어요. 사람들은 어려울 때 위로를 받을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아이돌이 인기가 높은 거고.”

“아이돌이 사람들을 위로해 주나?”

“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어요.”

“아,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뭐래?”

엘리자베스는 재준을 버리고 진에게 다가갔다.

진이 재준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게 못마땅한 엘리자베스는 진의 앞을 가로막았는데,

이때.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뭐야?

재준의 시선에 자신의 앞에서 허물어지는 엘리자베스가 잡혔다.

엘리자베스 가슴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붉은색이 하얀 드레스에 번지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엘리자베스!”

재준이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갔다.

엘리자베스를 만지려는 순간 누군가 뒤로 확 잡아챘다.

“아빠, 만지지 마세요. 팜봇이 올 때까지 건드리면 안 돼요.”

“진.”

이 상황에도 냉정한 거니?

울컥한 재준이 진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부들부들 떠는 진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떨어졌다.

진.

“엄마.”

당장 달려가서 생사를 알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

부상자를 잘못 건드리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진이 이를 악물었다.

모두 엎드리십시오!

순식간에 블랙워터가 재준과 아이들 주변을 둘러싸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메렛이 뒤늦게 총알이 날아든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저쪽이다.

잡아.

‘사이진’들이 메렛의 뒤를 따라 달렸다.

지잉, 지잉.

팜봇이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가 몸을 스캔하고 지혈제를 투여한 뒤 터진 혈관을 레이저로 봉합하기 시작했다.

일단 과다 출혈부터 막아야 했다.

“‘블랙’! 어떻게 좀 해 봐!”

재준이 스마트폰에 대고 발악을 하며 ‘블랙’을 외쳤다.

【안으로 이동시켜.】

‘블랙’의 명령에 팜봇 넷이 엘리자베스를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옮겼다.

“‘블랙’, 살 수 있는 거야?”

【힘듭니다. 총알이 심장을 관통했습니다.】

“안 돼. 어떻게든 살려. 어떻게든 살리라고. 임모탈 놈들 부르면 되잖아.”

【시간이 없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재준의 주먹이 부르르 떨었다.

안 돼. 죽으면 안 돼.

진이 엘리자베스를 따라 안으로 달려갔다.

“내 실험실로 옮겨.”

진의 실험실에 도착한 엘리자베스가 실험대에 놓였다.

“‘블랙’.”

【네.】

“시간이 얼마나 남았어.”

【한 시간입니다.】

“한 시간.”

그 안에 뭐든 해야 한다.

이대로 엄마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뭐가 있을까?

나노봇?

나노봇을 주입하고 복제를 해서 심장의 출혈을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출혈을 막아도 이미 기능을 상실한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 수 없다.

인공심장을 가져와서 수술을 진행하기에도 시간이 없다.

한 시간.

한 시간.

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블랙’.”

【네.】

“마인드 업로딩 반드시 한 시간 안에 끝내.”

【네.】

진이 돌아섰다.

뒤에서 비추는 불빛으로 알 수 있었다.

‘블랙’이 엘리자베스 뇌의 모든 데이터를 컴퓨터로 저장하고 있다.

현재 ‘블랙’의 모든 능력이 쏟아 부어지고 있다.

1,000억 개의 뇌세포, 1조 개의 뉴런, 10조 개의 시냅스의 모든 전기적 신호를 데이터로 교환해야 한다.

‘블랙’은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인공지능의 서버를 강탈하기 시작했다.

투마로우 시티, 아이티, 콜롬비아의 드럭리걸 존, 아프리카의 데이터 센터 등 가용할 수 있는 서버의 권한을 강제로 이용했다.

진은 문밖으로 나와 문 앞을 가로막고 섰다.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하겠다는 듯이.

재준이 달려왔다.

진은 손을 들어 재준을 가로막았다.

“들어가지 마세요.”

“진.”

“‘블랙’이 엄마를 저장하고 있어요.”

“진.”

“제가 엄마를 다시 살릴 거예요.”

“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육체는 다시 만들면 돼요.”

“진.”

진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 데미안을 죽여 주세요.”

“뭐?”

“데미안 뒤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여 주세요.”

“진.”

데미안, 이 미친놈.

네가 기어이…….

저벅, 저벅, 저벅.

누군가 재준에게 다가왔다.

“보스, 나와 보세요. 저격한 놈을 잡았습니다.”

테론이 무거운 톤으로 말했다.

“잡았다고?”

“네.”

어떤 놈이냐.

넌 내 손으로 찢어 죽인다.

재준은 진을 한 번 보고는 휙 돌아서 쿵쿵 발을 내디디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공터에 거의 정신만 차릴 만큼 구타를 당한 다이로와 제이콥을 봤다.

다이로.

왜?

“데미안이야?”

큭큭큭큭.

쿨럭, 퉤.

울컥 솟구치는 핏덩이 하나를 바닥에 뱉은 다이로가 재준을 바라봤다.

“그러게, 일이 이렇게 됐네.”

“널 살려두는 게 아니었어.”

큭큭큭큭큭.

“이봐, 임재준. 이제 우리도 헤어질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순간 재준은 테론이 들고 있던 총을 낚아채고 다이로를 향해 걸어갔다.

“보스.”

놀란 테론이 달려가 재준을 가로막았다.

“안 됩니다.”

“비켜, 테론.”

“안 됩니다. 청부한 놈을 잡아야 합니다.”

“누군지 알아.”

“그래도 안 됩니다. 여기서 다이로를 죽이면 보스도 살인을 하는 겁니다.”

“비켜, 테론.”

큭큭큭큭.

다이로가 재준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이거 너나 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네.”

다이로!

재준이 테론을 밀치고 총을 들어 다이로를 겨눴다.

순간.

철컥, 철컥.

툭.

천 실장이 재준이 들고 있는 총을 낚아채 분해해서 떨어뜨렸다.

“천 실장.”

“안 됩니다. 도련님.”

“다 보고 있었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재준이 천 실장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천 실장. 당장 저놈을 죽여. 이거 명령이야.”

“알겠습니다.”

천 실장이 칼을 뽑아 들고 다이로를 향했다.

“안 돼. 당신까지 왜 이래?”

테론이 천 실장을 잡았다.

“비켜.”

“못 비켜.”

“그럼, 베고 가는 수밖에.”

이때.

착착착착착.

테론 뒤로 블랙워터들이 정렬했다.

천 실장의 입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난…….”

순간 요란한 소음이 들렸다.

푸다다다다다닥.

천 실장이 말을 끊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십 대의 헬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확성기에서 경고가 터져 나왔다.

FBI입니다.

모두 움직이지 마세요.

FBI입니다.

모두 움직이지 마세요.

“됐어. 그만해도 돼.”

재준이 천 실장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도련님.”

“아니야. 이대로 저놈을 죽일 수는 없어. 살아 있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재준은 고개를 들어 건물을 바라봤다.

진, 제발 엘리자베스를 다시 살려내 줘.

“‘블랙’.”

‘블랙’이 재준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블랙’의 역량을 다 집중할 정도인가?

< 제414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0) > 끝

ⓒ 번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