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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10화 (410/477)

< 제410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16) >

커뮤니티 서밋.

빌은 캡슐을 구해 드디어 가상현실로 들어왔다.

사방이 온통 중국인들이었다.

주변에서 빌을 보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양 사람이 어떻게 들어온 거지?

-그러게 여긴 다른 나라 사람이 들어 올 수 없는데.

-저거 빌 게이츠 아냐?

-진짜?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하네.

빌은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며 생각했다.

진짜 같네.

전혀 가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어떻게 이걸 구현할 수 있는 거지?

“빌, 반갑습니다.”

빌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고 거기 또 다른 서양인을 봤다.

“앤서니 도브스키입니다. ‘기억의 길’ 사제를 맡고 있죠.”

“빌 게이츠입니다.”

“신께서 당신이 올 것이라고 언질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중국인만 들어 올 수 있는 ‘중국 커뮤니티 서밋’에 출입을 허락했습니다.”

“신이라니요? 당신들은 인공지능을 숭배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

“빌,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여긴 신이 만들어 주신 우리들의 공간입니다. 당신도 신의 허락으로 들어온 거고요.”

아, 맞다.

너무 현실적이라 잠시 착각을 했다.

“가시죠. 중앙으로. 우리들의 대화를 듣기를 원하는 중국 인민들이 많습니다.”

“네.”

마치 홀리듯 빌은 앤서니의 뒤를 따랐다.

중앙에 다다르자 작은 단상 위에 대리석으로 된 작은 의자 두 개가 생겼다.

“앉으세요.”

“네.”

차가울 것 같은 대리석에 앉은 빌은 깜짝 놀랐다.

따뜻하잖아.

“빌,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억의 길’이 지금 세상에 큰 시련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시련은 없습니다. 시련을 겪고 있는 건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이죠. 보세요. 어디 시련을 겪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렇습니까?”

빌은 주변의 사람들을 봤다.

모두 하나같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여기서 평생을 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여긴 가상현실 아닙니까? 언젠간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왜 밖으로 나가야 합니까? 우린 여기서 더 행복을 느끼는데요.”

“여긴 가짜니까요.”

“그래요? 그럼 밖은 진짜인가요?”

“아닙니까?”

“빌 당신이 진짜라고 말하는 세상은 스펙트럼으로 본다면 10조분의 1인 세상입니다. 그럼, 이건 어떠십니까?”

앤서니가 손을 들어 좌에서 우로 흩어갔다.

순간 빌의 눈앞에 적외선의 세상이 펼쳐졌다.

빨강, 주황, 노랑, 녹색, 파랑으로 이루어진 세상.

“어차피 세상은 뇌가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겁니다. 밖이냐 안이냐의 의미는 없습니다.”

다시 앤서니가 손을 들어 우에서 좌로 흩어갔다.

다시 가시광선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앤서니, 이게 전부 당신이 신이라 부르는 인공지능이 하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내 머릿속 나노봇에게 명령을 내려서 이런 현상을 만들어 주는 겁니까?”

“맞습니다.”

“그럼 밖에서도 인간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근데 왜 안 하는 겁니까?”

“아직 전 인류가 그분의 품 안에 놓이지 않았습니다.”

그분이라…….

이 나노봇은 투마로우 캡슐에서 주입된 것인데.

그럼 나노봇을 통제하는 것은 ‘블랙’?

정말 ‘블랙’인가?

아직은 거론하지 말자.

먼저 의도를 알아야 한다.

“‘기억의 길’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저희는 그때그때 그분의 보호 아래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겁니다.”

“당신들 영원한 삶을 원하는군요.”

“아닙니다. 영원한 삶을 원한다면 그분이 영원한 삶을 주실 겁니다. 그분은 우리가 원하는 삶을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계십니다.”

“인간은 둘 이상 모이면 분쟁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인간이니까요.”

“자동차는 도로에서 매년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도움으로 자율주행이 완벽함을 갖추었고 지금은 자율주행이 있는 곳에는 인공지능의 실수로 인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율주행…….”

인간을 자동차처럼 통제할 수 있다고?

70억 인구가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이걸 믿으라는 거야?

하하하하.

“그럼 묻겠습니다. 지금 소비 활동을 안 하는 건 무엇을 위한 겁니까? 통제에서 벗어난 것 아닙니까?”

“전 세계는 지금 종교의 힘이 필요합니다.”

“종교의 힘이요? 굉장히 의외네요. 과학이 아니고 종교가 필요하다고요?”

“네, 저도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가뭄을 기술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농부는 누굴 찾아가야 하겠습니까?”

“기술적이면, 기술자나 과학자겠지요.”

“네, 그럼 가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찾아가야 하겠습니까?”

“예방이라면,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게 가장 빠를 겁니다.”

“네, 그럼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가뭄을 위해서는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요?”

“다른 나라?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 나라 사람들이 해결할 일인데요.”

“그렇군요. 그럼 가뭄이 아니라 지국 온난화라면 어떠십니까?”

“지구 온난화라면……. 세계 모든 국가수반이 모여 약속을 해야 하는데…….”

“약속이 잘 지켜지던가요?”

“그건…….”

그런 짓은 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래, 국가 같은 건 아무 쓸모가 없다.

“그럼 ‘기억의 길’은 해결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아니요. 우리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한 겁니까?”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가기 위해서입니다. 과학자도 안 되고, 정부도 안 되고, 국가들도 안 된다면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동시에 인류 전체를 만난다면 변화가 있을 겁니다.”

“일반 종교와는 다르군요.”

후후후.

앤서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만약 들판에 메뚜기 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이집트 사람이라면 먼저 화학자와 곤충학자, 유전학자를 찾아가 강력한 살충제와 내성이 강한 품종을 만들어 달라고 할 겁니다.”

“당연하겠죠.”

“그다음은 뭘 할까요?”

“기다려야죠.”

“그렇겠죠. 아마 사원에 가서 알라에게 기도하면서 기다릴 겁니다.”

“알라…….”

마음의 치유인가?

“홍역을 심하게 앓는 아이가 있는 힌두교도는 병원으로 달려가 의사에게 간곡히 사정하고 나서 힌두교 사원에 달려가 꽃과 사탕을 바칠 겁니다.”

“종교의 역할을 말하고 싶은 겁니까?”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고 알라를 찾아간 사람이나 힌두교 사원을 찾은 사람이 마음의 안정을 느끼겠습니까?”

“아닙니까?”

“저보다 더 잘 알면서 그러십니다. 인간은 변명거리를 찾으려고 종교를 찾아가는 겁니다. 종교는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없고,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믿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

그러게 왜 사람들은 아무 쓸모도 없는 종교를 믿고 있는 것일까?

앤서니는 빌의 표정을 보고 비웃듯이 말했다.

“그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도 왜 신을 믿어야 하는지 정당화하는 법을 아는 게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종교는 말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입니까?”

“‘말’이 아니라 ‘해석’입니다.”

“해석…….”

“지금 전 세계는 ‘기억의 길’의 해석을 받아들일 겁니다. 우리의 해석이 좀 더 신의 해석과 가까워진다면 과학자도 정부도 국가들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안 받아들이면 그만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믿으라고 우리가 소리를 지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은 장기간 전 세계 경제를 망칠 것입니다.”

“그러면 고통받는 이들이 생깁니다.”

“과연 그럴까요?”

앤서니는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어디에 그런 사람이 보입니까?”

“어디에?”

빌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처음과 같이 밝은 얼굴을 하고 빌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억의 길’은 무섭다.

기존의 종교는 보여주지 못했다.

천국도, 성령도, 해탈도, 신의 모습도.

하지만 ‘기억의 길’은 신도, 천국도, 치유도, 영원한 삶도 다 보고 만질 수 있다.

과연 인간이라면 ‘신은 없다’라고 무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천국이 이렇게 생생하게 존재하는데.

그리고 지옥이 저렇게 밖에 존재하는데.

빌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믿을 수밖에 없군요.”

앤서니가 두 팔을 벌렸다.

“반갑습니다. 형제님.”

***

데미안의 지하 연구실.

작은 유리 상자 안에 실험용 쥐가 몇 마리 들어 있었다.

데미안은 상자 뚜껑을 열고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상자를 바닥에 놓았다.

실험용 쥐가 상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후, 후, 후.

잔뜩 긴장한 듯 데미안은 심호흡을 짧고 굵게 한 후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렸다.

그리고 모든 동작을 멈추고는 실험용 쥐가 있는 유리 상자를 바라봤다.

죽어라. 어서 죽어.

빠득.

데미안의 어금니가 거칠게 갈렸다.

부들부들부들.

데미안의 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 나는 안 되는 거지?

왜 나는 안 되는 거냐고!

데미안은 노트를 들어 유리 상자를 향해 거침없이 날렸다.

우당탕.

다행히 유리 상자는 깨지지 않은 상태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찍찍찍찍찍.

놀란 실험용 쥐들이 상자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왜 나노봇이 안 움직이는 거야.

데미안은 나노봇을 공기 중에서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

나노봇을 구성하는 분자의 질량이 너무 작아 중력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고 판데르발스 힘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게 된다.

판데르발스 힘이란, 간단히 말하면 극성이 다른 분자 간의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하는 인력, 즉 끌어당기는 힘이다.

판데르발스 힘 때문에 나노 입자들이 자꾸 뭉치게 되니까 개별적인 조작이 어렵고, 표면적이 넓어져 주변의 물 분자들을 흡착해 나노 입자의 순수한 상태를 잃게 되었다.

데미안은 바닥에 펼쳐진 노트에 진의 사진이 붙어 있는 걸 보았다.

진!

진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는 거지?

Fuck.

도대체 너는 판데르발스 힘을 어떻게 제어한 거냐고!

분명 캡슐에서 인간의 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사기 안에서 공기 중에 잠시 노출이 되어야 한다.

인간에게는 짧은 찰나이겠지만 나노봇에게는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정도의 시간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다.

그 시간을 나노봇이 판데르발스 힘을 극복하고 뇌 속으로 들어갔다.

나노봇이 공기 중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면 복제를 조절해 탄소를 포함하는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인간도 포함해서.

벌써 몇 개월째 시간을 갈아 넣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오늘도 역시 실패했다.

Fuck.

안 해.

안 한다고.

끼이이이익.

이때 요란하게 유리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

데미안의 고개가 유리 상자 쪽으로 돌아갔다.

쥐가 서서히 분해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미친, 나노봇이 자기 복제를 하고 있다.

나노봇은 탄소 튜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탄소를 무작위로 끌어모아 나노봇을 복제한다.

탄소로 이루어진 무엇이든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공기 중에 사라지고 만다.

스스스스.

유리 상자 한쪽 면이 사라지며 마치 얼음이 열에 녹듯이 물건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등골에서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

이대로 두면 나도 사라진다.

재빠르게 컴퓨터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중지시켜야 한다.

복제를 중지시켜야 해.

스스스스.

오른쪽 책상 모서리가 공기 중에 분해되고 있다.

다음 가장 오른쪽에 있는 모니터의 오른쪽이 나노봇에게 먹히고 있다.

탄소가 함유된 모든 것은 나노봇의 먹이가 된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다다다다닥.

키보드를 두르리는 손이 점점 빨라졌다.

머리 회전이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바로 옆 키보드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탁.

엔터키를 치고 뒤로 물러섰다.

스스슥.

멈췄다.

나노봇의 자가 복제를 멈췄다.

털썩.

데미안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성공했다.

< 제410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16)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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