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02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8) >
마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바보같이 임재준이 돈을 바랄 거라고 생각하다니.
멍청이 마윈.
생각해라. 임재준이 원하는 게 뭔지.
일단 질러보자.
“중, 중국을 드리겠습니다.”
“중국?”
하하하하.
“마윈, 재밌네요. 재밌어. 그래 중국을 어떻게 줄 건데요?”
“아마존이 중국에 진출하면 알리바바와 출혈 경쟁을 할 겁니다. 먼저 쓰러지는 기업이 먹히는 거죠.”
“근데요?”
“아마존은 기업이지만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을 겁니다. 당연히 알리바바가 이기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그때 중국도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 뒤일 겁니다. 그때 중국 국채를…….”
하하하하.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마존이 홀연 단신으로 싸움터에 뛰어든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닙니까? 설마 아마존도 미국을 등에 업을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아마존이 미국을 업든 말든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어차피 전쟁터는 중국인데. 중국이 유리한 싸움이잖아요. 근데 아마존씩이나 돼서 그 정도도 생각 안 하고 중국으로 진출할 거라 여긴 건 아니죠?”
“그럼 또 무엇이 있습니까?”
쯧쯧쯧.
“중국 기업들은 이게 문제예요. 아, 마윈을 뭐라 하는 건 아닙니다.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하니까.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항상 무언가 해줄 거라 믿습니다. 뭐, 항상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정부가 나 몰라라 하면 어떻게 할 건데요? 그땐 포기하는 겁니까?”
“그건…….”
“마윈, 아마존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요. 제프가 그렇게 허술한 인간은 아니잖아요. 그 무기가 뭔지 알아야 알리바바든 중국 정부든 이기는 겁니다. 근데 내가 볼 때는 영 둘 다 이길 확률이 없어 보이는데.”
“네? 도대체 아마존이 들고 있는 무기가 뭔데 중국 정부도 어쩌지 못한다는 겁니까?”
“이렇게 합시다. 일단 계획한 대로 아마존과 한번 붙어 보세요. 할 수 있는 걸 모두 동원해서.”
“그러다 지면요?”
“그때 내가 나타날게요.”
“그건…….”
믿을 수 없겠지.
세상에 어떤 놈이 국가를 걸고 모험을 걸겠어.
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데미안의 존재를 알리는 건 내 약점을 드러내는 건데.
“뭐, 아까는 중국을 가지라면서요? 일단 드론은 공급해 드릴게요. 원래 목적이 드론이었으니까. 한번 대차게 싸워보세요. 그래도 내가 당신들이 코너에 몰리면 나타날 거라는 약간의 믿음을 가지고.”
“알겠습니다. 근데……. 정말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뭔지 알려주실 수 없습니까?”
“그럼 힌트 하나 드릴게요. 중국에 가면 구글도 허용하라고 주석에게 권해보세요.”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내 말을 전하세요. 그래야 네 놈이 서로 치고받고 싸울 거라고. 그때 어부지리를 얻으면 된다고. 이게 힌트예요.”
“아, 네.”
네 놈은 분명 4대 IT 기업일 테고.
그들이 서로 싸운다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긴데.
이때.
띠링.
재준에게 메시지 알람이 떴다.
“어라, 진이 부르네. 잠시 두 분이 얘기 좀 나누고 있어요.”
재준이 사라지고 엘론과 마윈이 남았다.
마윈이 위스키를 단번에 목구멍으로 들이부었다.
카.
후후.
“어떤가요?”
엘론이 웃으며 마윈의 잔에 위스키를 따라 주었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죠?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요. 투마로우가 왜 투마로우인지 이제 알겠어요.”
“무서운 사람이에요. 뭔가 숨기고 그러면 된통 당합니다. 임재준의 정보통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마 시앙핑 주석 잠자리도 알고 있을걸요.”
마윈은 엘론을 보면서 ‘설마’라는 표정을 지었다.
“왜요? 거짓말 같이 느껴져요? 경험자로서 충고하면 진짜입니다. 미국 정치인들이 임재준을 무서워하는 건 다 정보력 때문이에요. 모든 정치인의 약점을 틀어쥐고 있으니까.”
엘론은 ‘블랙’의 정체를 알면서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굳이 확인시켜줄 필요는 없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까?”
“거긴 뭐 지구 밖입니까? 지구 안에 있으면 임재준의 정보망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놀랍군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차차 알게 될 겁니다. 너무 서둘러 알려고 하지 마세요. 그것도 임재준이 알게 되면 골치 아파질 거예요.”
마윈은 일단 정보력은 이해했다.
임재준 앞에서 숨기고 뒤에서 딴짓하는 것은 어렵다는 걸.
그리고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엘론, 아까 진을 본 것 같은데. 아까 내가 들어 올 때 있던 아이 중에 진이 있었나요?”
“진이요? 아니요? 진은 없었어요. 왜요? 진이 어떤 아이인지 궁금하세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지금 세계가 이렇게 변한 건 진이란 아이 때문이잖아요. 솔직히 믿지 않습니다.”
하하하.
“마윈, 당신 정말 재밌습니다.”
“놀리지 말고 사실을 얘기해 주세요.”
“하하하, 하하, 제가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알리바바 전기차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미안합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근데 그 특허를 여기 아이 중의 하나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 천 명의 천재들 말입니까?”
“지금은 이천 명이 넘었습니다.”
헐.
이걸 어떻게 따라가.
“근데 그 아이가 진에게 매일 지시를 받아요. 하하하, 그동안 미국과 일본, 한국이 그렇게 만들려고 애를 쓰던 전고체 배터리를 만든 아이가 진에게 머리 나쁘다고 핀잔을 듣는단 말입니다. 이해하세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몰라요. 천재라는 아이들의 생각이 뭔지. 그런데 천재 아이들을 다루는 진을 이해한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아이큐가 200이 넘는 애들에게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넘어 전자공학, 전기공학, 뇌과학, 생명공학, 신소재공학, 분자생물학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학문을 혼자서 가르치고 지시를 내리는 게 상상이 갑니까?”
“네? 그게 인간입니까? 인공지능이지?”
“밖의 사람들은 몰라요. 이 안이 어떤지. 마윈, 당신은 정말 운이 좋은 겁니다. 진코퍼레이션 안을 구경한 사람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엘론이 손가락을 쫙 펴면서 웃었다.
후.
“투마로우의 적이 된다는 건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군요.”
“하하하, 자살. 맞아요, 자살. 마윈, 임재준이 하라는 대로 하세요. 그래야 당신이 나중에 삽니다. 진짜 나중에 삽니다.”
마윈에게 엘론의 충고는 너무나 무서웠다.
마윈은 이제 목숨을 건 게임을 시작해야 했다.
중국 정부와 재준 사이에 걸쳐 있는 외줄 타기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
중국.
하하하하하하.
시앙핑과 빌, 아서와 제프가 한자리에 모였다.
“빌에게 미안합니다. 자꾸 부탁만 하는 것 같아서.”
시앙핑이 빌에게 차를 권하며 인사치레를 했다.
“저희가 고맙죠. ‘블랏아웃’도 허락하시고 ‘시리’도 승인해 주시고 이렇게 아마존이 중국에 진출하도록 도와주시는데.”
“이게 다 서로 좋자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자, 차들 드세요. 윈난성에서 재배한 보이차입니다.”
아, 네.
모두 모에 대고 향을 음미한 다음 한 모금 마셨다.
“좋군요.”
빌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제프, 아마존이 중국에 진출하도록 중국 정부가 도와줄 일이 뭐가 있을까요?”
“아닙니다. 진출을 허락해 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입니다.”
시앙핑은 고개를 끄덕이며 셋의 표정을 살폈다.
이제 구글이 문제란 말이지.
어제 마윈과 통화를 하면서 마윈이 전한 재준의 말을 하루 종일 곱씹어 보았다.
‘임재준이 구글까지 중국에 진출하게 해서 넷이 치고받고 싸우게 하라고 했습니다.’
역시 임재준다운 발상이야.
근데 어떻게 서로 싸우게 만들지?
도무지 싸울 것 같지 않은데.
설마 자신한테 연락하라는 메시지인가?
일단 이놈들의 속내를 알아야 하겠는데.
“뭐, 저도 공부를 좀 했는데. 아마존이 중국에 진출하면 O2O 사업에 치중하실 겁니까?”
어라?
제프가 정말 놀랐다.
“주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네, O2O 사업에 치중할 생각입니다.”
알리바바가 중국 중산층을 대상으로 O2O 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출의 큰 성장을 보였다.
그 이후 공격적으로 백화점과 호텔을 인수해서 고급 브랜드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제프도 이 점을 노릴 계획이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처럼 중소기업의 상품을 취급하기에는 아마존의 사업 스타일과 너무 달랐다.
아마존은 물건을 창고에 쌓아 놓고 파는 방식이고 알리바바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니까 아마존의 배송을 알리바바가 따라갈 수가 없다.
아마존은 창고에서 상품을 바로 배송하지만, 타오바오는 판매자가 언제 어떻게 상품을 보내는지 통제하기 힘들다.
하지만 O2O 사업은 알리바바가 기반을 잡았다고 해도 아직 시작 단계이고 아마존처럼 물건을 쌓아 놓고 파는 방식과 어느 정도 유사한 부분이 있었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이제 중국 인민도 삶의 질이 높아져서 싸구려 상품은 잘 안 삽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 상품이 잘 안 팔리고 있습니다. 하하하.”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이다.
중국 상품의 질이 좋아지면서 한국 상품의 매출이 급감했다.
중국 상품의 질이 왜 좋아졌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고.
“저희도 놀랐습니다. 중국의 상품의 질이 날로 좋아져서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하하하.”
서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아마존이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순간 애플의 ‘시리’가 중국 인민들에게 아마존 상품을 추천하기 시작할 것이다.
문제는 ‘시리’를 사용하려면 아이폰이 많이 팔려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빌이 나섰다.
“주석님, 이제 구글에 대한 규제를 풀어 주시죠.”
꿀꺽.
나머지 둘이 시앙핑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 구글만 풀리면 아이폰을 파는 데 어려움이 없다.
구글의 검색에서 무조건 아이폰이 뜨게 만들면 된다.
하지만 구글의 데이터 수집은 시앙핑에게 절대 허락되지 않는 요구다.
“구글이라…….”
흠, 흠.
시앙핑은 셋의 표정을 살폈다.
빌어먹을. 그거구나.
임재준 네가 생각하는 게 뭔지 이제 알겠어.
아, 어쩔 수 없이 임재준을 또 만나야 하네.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네, 말씀해 보시지요.”
“투마로우와 관계를 청산하셔야 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큰 연관이 없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투마로우요?”
빌이 아서와 제프를 바라보았다.
‘혹시 나 몰래 투마로우와 손을 잡은 거야?’라고 묻는 듯.
아서와 제프는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듯이.
“지금까지 투마로우와 만난 적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약속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구글이 중국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앙핑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투마로우와 내가 손을 잡으면 너희들은 다 죽는다.
정말 싫은데 어쩔 수가 없네.
< 제402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8) > 끝
ⓒ 번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