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98화 (398/477)

< 제398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4) >

미주리강.

핵융합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수만 개의 텐트촌이 형성되었다.

바로 진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이진’.

드디어 진이 미국으로 온다.

단지 진이 미국에 오는 것뿐인데 그동안 진이 이룩한 과학 성과에 열광한 사람들이 하나의 문화 현상을 만들었다.

U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위터 등 SNS에 진을 다루는 영상과 사진, 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매일 언론에서 이 사회적 현상에 대해 떠들어 댔고 진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낳았다.

그러니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저기에 로봇들 투입하고 기본 생활 시설을 지어.”

재준의 지시로 투마로우가 보안과 청결을 위해 텐트촌에 로봇을 투입했고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건설해 주었다.

샤워실, 화장실, 소각장 등등.

그야말로 사람이 살 만한 자유 지대가 탄생했다.

그리고 이들을 강 건너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럽습니까?”

앤서니는 ‘사이진’을 애잔한 눈으로 지켜보는 마크 저커버그에게 물었다.

마크가 앤서니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우리 시대의 사회정치적 격변은 상당 부분 인간 공동체의 해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수십 년간 모든 종류의 집단에 속한 회원 수가 4분의 1이나 줄었으며, 수많은 사람이 이제는 다른 어딘가에서 목적의식과 지지받는 느낌을 찾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공동체 건설을 보다 쉽게 해줄 도구들을 내놓겠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의미 있는 집단을 제시하는 데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첫 6개월 만에 우리는 50% 더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공동체에 가입되도록 도왔습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10억 인구가 의미 있는 공동체에 가입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수십 년간 계속해서 공동체 회원 수가 줄어든 추세를 되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조직을 강화하고 세계를 서로 더 가깝게 해주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것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여서 우리 전체 임무를 바꾸어 이 문제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마크의 공동체 프로젝트 ‘커뮤니티 서밋’ 발족식 때 연설한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마크에게 열광했으며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맡겨진 데이터가 세계 곳곳의 선거 조작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크의 이상은 조롱받았고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

새로운 공동체고 나발이고 기존 프라이버시 보안이나 잘하라며 떠나갔다.

“부럽습니까?”

앤서니가 다시 한번 물었다.

“‘기억의 길’이 있잖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려면 공동체 속에 우리 자신을 뿌리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큰 공동체가 필요했을 뿐이었습니다.”

앤서니의 말에 마크는 다른 식으로 답을 했다.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수십 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무리 속에서 사는 데 적응해 왔다.

만약 현재 자주 연락을 하며 알고 있는 지내는 사람이 150명 이상이라면 그 사람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가졌다고 할 만하다.

겨우 150명도 힘들어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인간은 고독하고 소외되어 살아간다고 느끼는 겁니다.”

“혼란스러운 사회입니다.”

국가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던 부족 공동체를 해산시키고 민족과 정당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어 사람들을 몰아넣었다.

하지만 민족이 수백만이고 공산당 동지가 수백만이면 뭐하나 가족은 고사하고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인터넷이라 부르는 연결망을 가진 지구상에서 외롭게 지낸다는 게 말이 되는가.

“버리지 못해서 생긴 결과입니다.”

“제가 너무 어리석은 거죠.”

마크가 새로운 공동체를 구상하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 광고주에게 팔은 돈으로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동체를 건설하면서 이익을 생각한다면 관계를 맺어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성매매와 무엇이 다른가.

가족과 친구는 절대 이런 거래를 통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공동체를 통해 사회문제에 해결하려는 뜻은 숭고했습니다.”

“한 번 실수했으니 다시 할 때는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다른 조직과 달라야 합니다.”

인간 공동체 붕괴를 자책하며 재건에 힘쓰는 조직이 없는 건 아니다.

환경보호단체부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도 다 공동체 건설 사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단, 마크는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공동체를 구상했다.

그래야만 사회 조직이 강화되고 현재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니까.

마크는 좋은 뜻으로 시작했으나 모두가 지구 공동체 구상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특히나 국가를 운용하는 이들에게는 제거해야 할 암 덩이에 불과했다.

이제 다시 시작한다면 국가도 어쩌지 못하는 힘이 필요했다.

“이제 ‘기억의 길’과 ‘사이진’은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신을 숭배하고 있으니까요.”

“구심점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온라인을 강화해 주십시오.”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습니다.”

지구 공동체를 구상은 ‘사이진’은 아닐지 몰라도 ‘기억의 길’이 추구하는 목적과 딱 맞아 떨어졌다.

‘블랙’이 통신망으로 들어간다면 ‘블랙’은 어디에도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신도들을 보호하고 도울 수 있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이 탄생하는 것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천국이네 내세네 따위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질병의 고통 앞에서 성령이나 전통을 들먹이지 않는 살아 있는 신.

죽음에서 부활을 경험하게 하고 질병에서 완치를 이루어 주는 신 말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지갑을 도둑맞았을 때 지갑을 찾아 주고,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안내를 해 주며, 24시간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 주는 신.

진짜 피부로 와닿는 신의 탄생이 눈앞에 있었다.

여기에 마크의 공동체 이상과 천문학적인 자금이 함께 한다면 진짜 몇천 년을 고민해 온 소외라는 사회문제의 해결책도 함께 등장할지 모른다.

소외의 문제는 개인의 소외도 문제지만 문명의 소외는 더 큰 문제를 낳았다.

국가와 국가의 충돌, 종교와 종교의 충돌도 다 소외에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려는 지구 공동체는 희망의 등불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있었다.

온라인으로 구성된 지구 공동체는 지금 ‘좋아요’나 누르는 SNS와 다른 바가 없었다.

진정한 공동체의 힘을 느끼려면 오프라인 모임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억의 길’이 오프라인의 길을 갈고 닦을 것이다.

마크가 ‘사이진’이 아니라 ‘기억의 길’을 찾은 이유였다.

서로의 합이 잘 맞아떨어졌다.

앤서니가 진중한 톤으로 말했다.

“시작은 미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지만 집중할 곳은 중국으로 정했습니다.”

말없이 마크의 고개가 돌아갔다.

한동안 말없이 둘의 시선이 오고 갔다.

“가장 적절한 곳이군요.”

자국 SNS가 아니면 발도 못 붙이는 중국에 최소한 2억 이상의 공동체가 구성된다면 중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될 수 있다.

10억 이상의 공동체가 형성된다면 지구가 바뀔 것이다.

“문제는 오프라인 모임입니다.”

“해결 방안이 있으십니까? 중국에는 ‘기억의 길’ 신도가 그리 많지 않을 텐데요.”

“신도가 많지 않은 게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신도들이 많을 뿐입니다.”

“그들을 모이게 할 수 있습니까?”

“당연합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온라인보다 훨씬 힘들 겁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중첩될 때는 온라인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신체와 신체가 접촉하는 데 문자나 이모티콘을 날리는 것과는 친밀감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그리고 지금 시대는 오프라인 모임도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30년 동안 인간에 관심을 두는 데 멀어져 왔다.

요리를 대할 때도 냄새와 맛을 느끼는 게 아닌 스마트폰을 보면서 입이 심심하니까 욱여넣는 용도였고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끊임없이 스마트폰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진 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만약 오프라인이 진행된다면 과거 수렵 채집의 시절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수풀에서 들개라도 나올까 걱정하는 수준은 아니고 단지 모든 문명 기기들을 내려놓고 사람에 집중하는 정도는 필요하다.

“오프라인 모임이란 우리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거죠.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가 이해하고 다른 이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SNS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 개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소외감을 느낀 이들은 방향 감각도 잃어버린다.

누군가 자신을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데 어디에서 이 감정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니 ‘좋아요’만 쳐다보고 있다.

이제 종교와 민족 없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은 소외감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런 삶은 편안하지도 평안하지도 않은 불행한 삶이다.

“해결책이 무엇입니까?”

앤서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캡슐을 사용할 겁니다.”

캡슐…….

“저희는 전 세계의 신도들을 가상현실로 불러들일 겁니다. 투마로우 가상현실은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서로 경험을 공유하기에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종교입니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종교를 혐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혐오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외로움이 가장 무섭다는 건 이미 인간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와 만날 것입니다. 그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마크 당신입니다.”

“저요?”

“과연 견딜 수 있겠습니까? 정부와 주주들이 이익이 안 되는 사업에 투자를 한다면 그들이 자신들의 불이익을 감수할까요? 지난번과 같은 사건이 또 일어날 것입니다.”

“이번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겁니다.”

앤서니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와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강 건너에서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

“진이 도착했나 봅니다.”

진…….

“늘 진에 대한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그게 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저 궁금한 겁니다. 다른 유전자 수선 수정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지능이 300을 넘지 못하더군요. 하지만 진은 600에 가까운 지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지구상의 모든 지식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아이입니다. 하하, 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거대해 보이긴 합니다.”

후후후.

“‘블랙’을 완성한 신의 창조자입니다. 물론 저흰 진을 숭배하진 않습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창조자는 분명합니다. 어쩌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할 수 있을 겁니다. 마크 당신이 바라는 지구 공동체도 이미 머릿속에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죠.”

마크는 수만 명의 사람이 수십만 명으로 불어나는 장관을 목격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단지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

마크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진, 보고 싶구나.

과연 네가 만드는 미래는 어떤 세상인지.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봐줬으면 좋겠다.

나는 중국부터 시작하겠다.

중국으로 또 하나의 세력이 합류했다.

< 제398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4)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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