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97화 (397/477)

< 제397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3) >

캘리포니아.

“데미안, 핵융합 발전소는 네가 건드린 거지?”

세르게이가 확신에 찬 톤으로 말했다.

“네, 나노봇 완성을 위해 시간을 벌어야 했거든요.”

진을 미국으로 오게 하는 게 주목적이지만.

“근데 ‘기억의 길’이 선뜻 네 요청을 받아들였던데. 서로 주고받은 게 있는 거야?”

“아니요.”

서로 거래가 없었다는 말에 세르게이와 빌, 아서, 제프가 서로를 쳐다보며 궁금하단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이 모두를 보며 피식 웃었다.

“‘기억의 길’은 제가 만든 종교예요.”

뭐?

하하하하.

짝짝짝짝.

세르게이가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제이콥 수술 때문에 인공지능 팀을 ‘기억의 길’ 본당 근처로 보낼 때 어렴풋이 짐작은 했는데. 역시 데미안.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감사합니다.”

데미안은 인정을 받았단 느낌이 온몸을 감싸고 도는 걸 느꼈다.

“그래, 그다음은 나노봇인가?”

“아니요. 다음은 중국이에요.”

“중국? 중국을 어떻게 하려고?”

“어차피 미국은 투마로우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흰 중국을 키워 미국에 대항할 수 있게 만들려고요.”

“어떻게?”

“이미 고맙게도 투마로우가 사전 준비는 잘 해주었어요. 중국 전 인민의 80% 이상이 캡슐을 사용한 덕에 나노봇이 깔려 있잖아요. 하늘에는 스카이링크가 있고요.”

“그걸로 뭘 할 수 있는데?”

“스카이링크를 통해 중국 인민의 뇌 속에 있는 나노봇에 접속하면 중국 14억 인구의 데이터를 저희가 수집할 수 있어요.”

“이거 재밌는 이야기를 하네. 중국이라…….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될 수 있겠는데.”

세르게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데이터를 손에 넣은 구글의 목표는 일반적인 이윤 추구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데이터 활용은 무료 정보와 서비스, 게임들을 제공하여 사람들의 주의를 끈 다음 이 주의를 광고주들에게 되판다고 알고 있다.

물론 지금은 광고주에게 수익을 의존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주의가 집중될수록 데이터는 쌓이고 데이터는 광고 수익 이상을 가져다준다.

구글에게 인간이란 고객이 아니라 그들의 제조 공장이다.

자,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고 인간의 신뢰가 형성되었다면 이제 광고주들은 구글의 손안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광고를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단계에서 광고는 사라지고 광고주를 인간에게 소개하는 단계로 진화되니까.

광고주들은 구글의 인공지능이 자사의 제품을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구글의 알고리즘은 추천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매를 해서 배달까지 마치게 될 것이다.

인간은 그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구매해준 인공지능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모든 것을 맡기면 그만이다.

“하이 구글, 네가 옷에 대해 아는 것과 나에 대해 아는 것을 종합해서 월요일 파티에 입고 갈 옷 좀 구매해줘.”

이렇게.

그런데, 이게 구글의 목표였는데.

저기까지 간다면 전 세계에서 광고가 필요한 사업은 전부 구글의 발아래 놓일 수 있었는데.

이미 ‘카리브’가 ‘하이 구글’을 ‘하이 카리브’로 대체해 버렸다.

미국에서 ‘카리브’를 몰아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데이터 수집 능력에서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개인 비서가 아니라 나노봇의 정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중국이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신대륙인 건 확실하지.”

“공산주의 국가라 사생활 침해 문제도 해결 가능할 거예요.”

“그러나 주석을 설득할 수 있을까?”

“선물을 줘야죠.”

“선물을 준비했니?”

“네.”

데미안은 USB를 노트북에 꽂고 영상을 대형 스크린으로 흘렸다.

모두 영상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캡슐?

“저건 ‘기억의 길’에서 사용하는 기억을 지워 주는 캡슐이에요.”

“기억을 지워 준다고?”

아서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애플은 새로운 먹거리에 항상 민감하니까.

“뇌 속에 자신이 지우고 싶은 기억을 선택적으로 삭제할 수 있어요. ‘기억의 길’은 사람들이 기억하기 싫은 흑역사를 지워 주면서 커졌어요.”

“부작용은 없니?”

“아직 보고된 건 없어요. 하지만 있겠죠.”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

“뇌 속에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알아요? 누가 판단할 수 있는데요?”

“뭐?”

이 아이 진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중국 인민의 생명 가장 깊은 비밀까지 해킹이 끝날 거예요. 그 후에는 우리가 선택한 대로 움직이는 게 만들면 되는 일이에요.”

흐흐흐.

아서가 흐뭇하게 웃었다.

“중국이면 미국의 대항마로서 손색이 없지.”

지금도 우린 공짜 서비스와 강아지 동영상을 보면서 자신의 정보를 내주고 있다.

이런 단순한 정보만으로도 구글은 지금의 초거대기업이 됐는데 나노봇이 가져다주는 정보는 그 가치를 따지는 게 불필요할 것이다.

나중에 자신의 결정뿐 아니라 의료와 생존을 데이터에 의존하게 만든다면 중국은 자체 생존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데이터에 끌려다녀야 한다.

“아마 주석도 인민을 조종하고 자신의 결정에 반대 없이 인민 모두가 따라 준다는 걸 알게 되면 오히려 저희와 손을 잡은 걸 감사해할 거예요.”

“좋아, 좋아, 우리가 할 일이 뭐지?”

“지금 연구 중인 인공지능과 생산 가능한 양자 컴퓨터를 한곳으로 모아 주세요. 14억 인구는 좀 많잖아요.”

음.

“좋다. 그렇게 하지.”

세르게이가 동조하며 나머지 셋을 보았다.

특히 아서와 제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왜 아니겠는가?

데미안의 말대로라면 14억의 중국 인민들은 애플과 아마존의 상품들을 망설임 없이 미친 듯이 살 텐데.

디지털 독재가 중국을 집어삼키려고 한다.

***

진코퍼레이션.

아~~함.

“‘블랙’”

진은 이제 막 일어나 기지개를 피면서 ‘블랙’을 호출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엥?

“웬일이야? 인사를 다 하고.”

【‘네’는 식상할 때가 되었습니다.】

“하긴, 그래 네가 내 상태를 잘 알고 있네. 미국 핵융합 발전소 건설은 어느 정도 진척됐어?”

【이제 5% 정도 진척되었습니다.】

“먼저 우리가 전부 이동해서 생활할 공간부터 지어줘.”

【네, 알겠습니다.】

진은 이천 명이 넘는 아이들을 전부 데리고 미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지금도 유전자 수선 수정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5살이 되면 진코퍼레이션으로 유학을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억의 길’은 또 다른 움직임이 없어? 또 테러를 벌이면 곤란한데.”

【테러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진은 방금 ‘블랙’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메렛이 EMP에 고장을 일으켰다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테러가 발생했는데 보고도 하지 않았다.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니 보고 안 했을 수는 있는데.

그래도 다이로의 테러는 직접 차단했으면서, 왜?

혹시 ‘블랙’ 코드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일단 애니소튼 기술자와 메렛을 점검해 보고.

“다이로 일당들 근황은?”

【제이콥이 인조 안구 시술을 받았습니다.】

“개선된 사항이 뭐지?”

【줌 인, 아웃이 가능합니다.】

“눈에 망원경을 이식한 거야?”

【카메라 렌즈입니다.】

“렌즈에 투사된 빛을 감지해서 뇌에 직접 신호를 전달하겠네.”

【맞습니다.】

안드로이드로 발전시키려는 건가?

“데미안은 나노봇을 잘 만들고 있어?”

【중단했습니다.】

“중단하고 뭘 연구하는데?”

【저희 나노봇과 통신을 주고받는 알고리즘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노봇를 이용하겠다는 거야?

“똑똑한데. 욕심을 버리고 실리를 다 택하고. 기억을 지우는 캡슐은?”

【대량 생산 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벌써 쓸 만하게 완성했어? 혹시 어디에다 팔려고 대량 생산하는 거야?”

【중국입니다.】

“중국? 기억을 지우는 캡슐에는 fMRI가 들어가기 때문에 많이 팔지는 못할 거고. 목적이 뭐야?”

【중국에 진출하는 게 목적입니다.】

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통신 알고리즘!

우리 나노봇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거구나.

“우리 나노봇을 이용하려는 건가?”

【맞습니다.】

“스카이링크도 이용할 거고.”

【네.】

“그럼, 스카이링크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전부 백업시켜. 우리도 같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자.”

【네.】

나중에 아빠가 쓸 수 있을지도 몰라.

“중국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센터도 따로 지어줘.”

【네.】

진은 중국 데이터를 위한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생각했다.

데이터를 정부가 소유하면 어떻게 될까?

기업의 데이터 수집을 방해하고 국민의 감정을 이용해 불안과 기쁨을 선사하며 독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에게 데이터는 통제에 사용되는 훌륭한 도구다.

기업을 통제하는 도구로는 주식과 채권이 있다.

주식은 소유권을, 채권은 부채로 기업을 통제한다.

하지만 기업이 데이터를 손에 쥐면 막대한 이득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채권을 갚아버리면서 통제에서 벗어난다.

정부를 통제하는 방법은 선거다.

이 또한 정부가 데이터를 통제하면 유권자는 데이터가 추천하는 후보를 찍게 된다.

선거는 치르나 마나 한 통제수단으로 변한다.

그럼 기업과 정부가 동시에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

보나 마나 같은 무기를 들고 있으니 둘 다 진이 빠질 때까지 싸우다 둘 다 쓰러진다.

이 싸움에서 제일 먼저 쓰러지는 기업은 역사에서 사라질 것이고.

아~~함.

진이 기지개를 다시 펴는데,

“진.”

주디가 들어섰다.

“주디.”

역시 푸딩 귀신답게 빨간색과 파란색 푸딩이 든 접시를 들고 있었다.

“마인드 업로딩은 잘 되고 있어?”

“히히, 나노봇이 열심히 일하고 있지.”

마인드 업로딩은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에 전송하는 방법이다.

마음이라고 하지만 뇌를 옮기는 것을 말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뇌의 전기 회로를 모방하는 방법도 있고 뇌를 초마이크로 단위로 잘라서 똑같이 구현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론에 불과하고 뇌를 자르면 인간은 죽는다.

그것보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나노 머신을 뇌 내에 주입해, 뇌의 신경계의 구조와 활동을 읽어내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나노 머신이 신경세포를 인공적인 신경으로 치환하는 방법도 있다.

뇌에서 인공 뇌로의 이행이 서서히 진행하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아도 된다.

진은 뉴론의 증폭에 대한 해결이 힘들어지자 극단적인 차선책을 마련했다.

혹시 자신이 죽으면 데이터로 남아 살아갈 수 있게 마인드 업로딩을 진행했다.

나노봇이 뇌의 신경계의 구조와 활동을 읽어내면서 인공 신경으로 치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진의 뇌는 인공 신경으로 서서히 바뀌게 될 것이다.

하지만 1000억 개의 뉴론을 만드는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잘못하면 오작동으로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도 있었다.

주디가 푸딩을 한 입 먹고는 오물거리며 말했다.

“난 이걸 먹을 때마다 꼭 뇌를 먹는 것 같아.”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먹는 네 표정은 너무 즐거운 것 같은데.”

“그런가? 그냥 그렇다고.”

“그리고 조만간 전부 미국 갈 거니까 미리미리 준비해 둬.”

“미국에 간다고?”

“응, 핵융합 발전소 진행을 좀 더 앞당겨야겠어.”

“여기 있는 장비들은 다 어쩌고?”

“가져가야지. 일단 우리가 묵을 건물이 완공되면 ‘블랙’이 이전시킬 거야.”

“그래? 미국에 ‘사이진’ 있잖아. 게네들 너한테 꽤 극성이라는데.”

“아마 네 팬도 꽤 많을걸.”

“정말?”

“그럼, ‘블랙’한테 물어볼까? ‘블랙’ 주디 팬이 몇 명이지?”

【전 세계적으로 776만 명이 있습니다.】

“776만 명? 내가?”

“그래, 미국 내에서는 몇 명이지?”

【23만 명이 있습니다.】

“와, 많네.”

놀란 주디는 진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23만 명이면 그럼 진은?

“그럼 진은 미국 내 팬이 몇 명이야?”

【1억 3천 5백 8십 9만…….】

“됐어, 그만해.”

진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 간다.”

잘난 놈 같으니라고.

주디가 푸딩이 든 접시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밖으로 걸어갔다.

< 제397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3)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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