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96화 (396/477)

< 제396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 >

AAG 빌딩 66층.

아후~~

재준은 핵융합 발전소만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돈이야 손해가 크지 않으니 상관은 없는데.

흘러간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지금 첨단 과학의 발전 속도로 인해 1분 1초가 아까운 시기에 4개월이나 낭비했다.

이것들을 어떻게 하지?

혼내려고 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기업이라면 최소한 백만 가지 방법으로 죽일 수 있는데, 종교단체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기억의 길’은 악독한 종교라고 떠들 수도 없고, 비영리 단체라 돈으로 어찌해볼 도리도 없었다.

피해 보상 소송에서 승소도 했다.

그랬더니,

‘기억의 길’ 신도들이 지금 핵융합 발전에 들어갈 돈을 배상하겠다고 모금 운동을 벌였다.

참나, 대충 30억 달러 정도 되는데.

이걸 언제 신도들의 모금으로 채우냐고.

그렇다고 빨리 모금하라고 닦달을 할 수도 없고.

이놈들을 어떻게 좀 해야 하는데?

음, ‘블랙’에게 물어볼까?

이거 참, 창피해서 내 스스로 묻지를 못하겠네.

뭐라고 물어봐.

‘블랙’, ‘기억의 길’ 혼내줄 방법 좀 알려줘? 으이그, 이건 아니지.

아니면 ‘블랙’, ‘기억의 길’ 악성 루머 좀 퍼트려? 이것도 좀 치졸한 거 같고.

종교단체라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했다.

근데 왜 핵융합 발전소를 테러한 거야?

이유를 생각해 봐도 딱히 잡히는 게 없었다.

뭐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가뜩이나 불평등 문제로 머리가 아파죽겠는데.

쩝.

쓰게 입맛을 다시는데.

“보스, 찾으셨습니까?”

윌켄이 들어오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윌켄, 어서 와서 앉아봐요.”

윌켄이 자리에 앉자마자 급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기억의 길’,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음.

“없어요. 저도 아직 생각 중이지만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요. 조만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사과를 한다니 동정 여론만 더 형성될 것 같아요.”

“동정 여론까지…….”

아유, 때려치자. 때려쳐.

불평등이나 대비하자.

“보편적기본소득제 아직 싸움 중이죠?”

“아유,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의회는 물론이고 시민들조차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자칫 전국적인 규모의 폭력 사태가 발생할 뻔했다.

재준이 대통령과 딜을 성사시키며 시위대는 해산되었다.

하지만 아직 의회는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 흠집 내기에 바빴다.

보편적기본소득제가 통과되려면 한 차례 더 진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보편적기본소득제가 당장 통과되고 시민들에게 매달 돈이 지급된다면 그리 썩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보편적기본소득제가 통과되면 이제 진짜 불평등한 계급 사회가 생겨날 거예요.”

“계급 사회요? 아니, 갑자기 왜 중세시대로 역행합니까?”

“부의 독점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더 심하게 몰릴 테니까요.”

불평등.

인간의 역사에 불평등은 항상 존재해 왔다.

3만 년 전, 수렵 채집인 무리 중 어떤 일원들은 수천 개의 상아 구슬과 팔찌, 보석, 예술품들로 장식된 호화로운 무덤에 안치되었다.

또 다른 일원들은 맨땅에 덩그러니 구멍만 파서 묻었다.

그래도 고대 수렵 채집인 무리는 평등하게 산 편이다.

불평등을 만드는 재산이 별로 없었으니까.

농업혁명 이후 재산은 점점 불어났고 불평등도 함께 커졌다.

인간이 땅과 동식물, 도구의 소유권을 갖게 되면서 엄격한 계급 사회가 출현했다.

소수 엘리트가 대를 이어가며 대부분의 부와 권력을 독점했다.

지배자들은 이런 질서를 자연적이며 심지어 신이 자신에게 준 것이라고 거짓 선동을 했다.

귀족과 평민,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식 간에 불평등 없이 질서가 유지될 수 없었다.

전 세계 성직자와 철학자, 시인들은 인간 사회는 모두가 평등하면 혼란만 일어날 거라고 지배자를 위해 지배자의 선동에 동참했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사람이 좀 많이 중요해졌다.

공장이 들어서자 일을 해야 할 노동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배자가 직접 일을 할 수 없으니까 일을 대신해 줄 대중이 많이 필요했다.

생산 라인을 가동할 건강한 수백만 노동자들과 참호에서 싸울 충성스러운 수백만 병사들까지.

착취로는 이 많은 수의 대중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이제 복지의 시대가 왔다.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 심지어 독재 정부도 대중의 건강과 교육, 복지에 대거 투자했다.

병원을 짓고, 학교를 세우고, 빈민들을 도왔다.

그 결과 20세기 역사는 상당 부분 계급과 인종, 성별 간 불평등이 해소됐다.

세계가 2000년을 맞았을 때 1900년의 세계에 비하면 훨씬 평등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처음 몇 년 동안 사람들은 평등의 과정이 계속 이어지고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세대가 이런 가능성 위에서 꿈을 꾸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나오기 전까지는.

“부의 독점은 지금도 여전히 몰려 있습니다.”

“알아요. 지금도 1퍼센트의 부유층이 세계 부의 절반을 가지고 있죠.”

그중에 내가 제일 많이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제 정부와 기업이 시민의 노동력이 필요 없게 됐다는 거예요.”

인공지능이 부상하면서 인간 대다수의 경제적 가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인간은 경제적으로 쓸모없게 된다.

“그래서 보스가 일은 로봇이 하고 인간은 놀라고 한 거 아닙니까?”

“그게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택이니까요.”

“근데 뭐가 문제입니까?”

인간의 경제적 가치 하락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인 계급 사회가 오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 말고 생명 기술 때문에 생물학적 불평등이 생기는 게 문제죠.”

“생물학적 불평등이라면…….”

“네, 1퍼센트의 인간들이 돈으로 생명 기술 자체를 돈으로 사려고 할 거예요. 그러면 역전이 어려운 계급이 발생할 거고요.”

수명을 늘리고 육체적, 인지적 능력을 증강하는 새로운 치료를 받는 데 많은 돈이 든다면 인류는 여러 생물학적 계층으로 쪼개질 수도 있다.

예전엔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우월한 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결코, 평범한 농민보다 뛰어나지 않은 능력을 불공정한 법이나 경제적 차별의 힘으로 거짓을 사실인 양 숨겼다.

하지만 이제 부유층이 실제로 빈민촌 거주자들보다 더 재능 있고 창의적이고 똑똑하게 될 수 있다.

세계의 미와 창의력, 건강까지 차지할 것이다.

“만약 부유층이 우월한 능력으로 자신들의 부를 더 늘리고, 더 많은 돈으로 육체와 두뇌까지 증강할 수 있게 되면, 시간이 갈수록 빈부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최상위 부유층은 전 세계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겁니다. ”

재준은 마치 혁명가처럼 의지를 가지고 말했지만.

뭐라는 거야, 지금.

윌켄의 반응은 달랐다.

“보스, 부유층 중엔 보스도 들어 있어요. 그리고 그 능력을 주는 기업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보스고요.”

흠, 흠.

재준은 머쓱한 표정으로 윌켄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더 이상 부유층에게 생명 기술을 팔지 않으려고요.”

“네?”

“그렇잖아요. 이대로 가다간 시민들 대부분이 쓸모없는 인간으로 버려지게 될 거예요.”

“아니, 의도는 좋은데, 그럼 돈은 어떻게 벌어요?”

“‘블랙’이 순서를 정해서 시술을 받게 하면 되죠. 돈은 평등하게 정부가 대고.”

“네? 뭐만 하면 정부가 돈을 대요.”

그럼, 정부가 내야지.

시민이 그렇게 큰돈이 어디 있다고.

“아니……. 좋아요. 돈은 정부가 댄다고 쳐요. 그리고 죽어가는 인간이 있다면 생명 연장 기술을 먼저 받을 수 있어요. 근데, 똑똑해지는 순서는 어떻게 정합니까? 뭐, 아이큐를 죽 나열하고 제일 아이큐가 떨어지는 사람부터 시술을 받는 겁니까?”

“아니죠. 관리에 탁월한 사람이 똑똑해지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물론 심성도 좋아야 하겠고.”

“아, 그러니까 사람을 관리하기에 좋은 사람을 골라서 똑똑하게 만들어 준다. 이거네요.”

“‘블랙’이 알아서 잘 선별하지 않을까요?”

어허, 이게 도대체 무슨 발상인지.

이해는 하겠다.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그래도 국가인데 매몰차게 자기 국민을 내치기야 하겠나.

먹여 주고 입혀 주면서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국가 아닌가.

하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는 시기가 오면 쓸모없는 인간들은 배 밖으로 던져지게 될 것이다.

배가 당장 뒤집히는데 모두 살리겠다고 배의 무게를 무겁게 유지할 선장은 없는 편이 나으니까.

“아니, 미국은 그렇다고 쳐요. 그럼 인구가 많은 개발 도상국들은 어쩝니까? 인도나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요? 그들과 우리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빨리 전 세계를 인공지능이 다스리게 해야 한다니까요. 그래서 미국이 빨리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게 해야 해요.”

보스.

그건 지금 불가능하다고요.

도날드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모를까.

***

아마존 CEO실.

제프 베조스는 비서를 멍하니 쳐다보며 보고를 다시 확인했다.

“그러니까 100억 달러를 거절했다는 말입니까?”

“네,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임모탈의 최상위 시술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항간에 생명을 100년 더 연장한다는 헛소문만 무성했다.

그래서 100억 달러를 제시했다.

만약 임모탈이 받아들인다면 100년의 생명 연장은 실재하는 것이고 100억 달러의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다.

아니, 100억 달러가 문제인가?

죽으면 다 쓰지도 못할 돈인데.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이지?

100억은 거절해 놓고 예약이라니.

그럼, 실재할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갑자기 심박수가 올라갔다.

“알았어요. 계속 예약을 독촉해 보세요.”

“네.”

비서가 나가고 제프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잠시 흥분을 가라앉혔다.

임모탈, 임모탈이라…….

아.

스마트폰을 들어 세르게이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띠리리리링.

-응, 제프.

“세르게이, 물어볼 말이 있는데.”

-응, 말해 봐.

“임모탈이 원래 구글 거였잖아.”

-그랬지. 하지만 투마로우 시티에서 IPO를 진행할 때 투마로우가 낼름 먹어버렸지. 개자식.

“그럼 지금도 임모탈에 손이 닿겠네.”

-당연하지. 거의 대부분 내 손으로 뽑은 사람들인데.

“그러면 이번에 임모탈에서 100년 생명 연장 기술이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 자네 아는 거 없어?”

-그거 사실일걸.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임모탈이 투마로우 시티로 가기 전 닥터 레이프가 이런 말을 했어. 10년 생명 연장이 성공하면 100년 생명 연장은 1년 안에 가능하다고. 근데 지금 1년이 뭐야,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100년이 아니라 더한 것도 있을지 몰라.

“그게 뭔데?”

-임모탈에서 20살의 나이로 되돌리는 연구도 진행했어.

“뭐?”

가만, 지금 이런 기업을 투마로우한테 빼앗긴 거야?

“임모탈을 되찾고 싶지 않아?”

-후후후, 어차피 미국에 있었으면 아직도 10년 생명 연장도 못 했을걸?

“하긴.”

억울해할 필요는 없겠네.

“근데 세르게이 넌 왜 임모탈에 예약을 안 하는 거야?”

-난 돼 있는데. 제프 자네 안 했어?

“뭐? 얼마에?”

-10억 달러 기부하는 조건으로. 하지만 1년 정도 기다려야 해. 근데 진짜 안 했어? 혹시 투마로우 때문에 멀리한 건 아니지?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애들도 아니고 내가 그랬겠어. 나도 돼 있지.”

큰일인데. 100억 달러 이상을 주고라도 반드시 예약을 잡아야겠는데.

“혹시, 아서와 빌은 이 사실을 알까?”

-당연히 알겠지. 그들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 둘도 예약이 잡혀 있을 거야. 나보다도 빠를걸.

아니, 이놈들은 같은 편이면서 왜 나만 쏙 빠진 느낌이 드는 거지?

< 제396화 자, 그럼 이제 회사 가져와야지(2)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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