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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94화 (394/477)

< 제394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14) >

신도들이 뛰어나가자 그 뒤로 수십 대의 대형 트럭이 돌진하며 좌우로 퍼져 나갔다.

워낙 광범위한 구역에 공사 중이기 때문에 인간의 발로 달려서는 모든 시설에 폭약을 설치할 수 없었다.

트럭으로도 힘들겠다고 생각했는지 트럭 뒤로 헬기 십여 대가 떠오르며 더 먼 지역으로 날아갔다.

마치 앤서니를 중심으로 거친 파도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 같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나자 신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트럭도 멀리서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두두.

헬기가 마지막으로 하늘로 떠오르자.

콰앙, 콰앙, 콰앙.

멀리서부터 폭약이 터지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리며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C4는 자력으로 폭발을 일으킬 수 없는 폭발물이기에 헬기에서 격발기를 이용해 폭발을 일으켰다.

콰앙, 콰앙, 콰앙.

와아아아아아아.

폭발음이 가까워져 오자 신도들의 함성은 더욱더 커졌다.

쾅.

마지막 폭약이 터지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지어졌던 핵융합 건물은 잔해만 남았다.

앤서니는 그 장면을 보고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신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그리고 휙 돌아서 ‘기억의 길’ 본당을 행해 크게 원을 그린 후 걸어갔다.

그 뒤를 신도들이 따랐다.

모든 인간이 사라지고 난 후.

지이잉.

메렛의 눈에 푸른 빛이 다시 돌아왔다.

***

핵융합 발전소 건설 현장.

재준은 발전소 테러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왔다.

“아, 정말, 아주 싹 다 작살을 냈구나. 아주 싹 다.”

이걸 언제 다시 지어.

차라리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

재준은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들을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나마 융합로를 건설하기 전이라 다행입니다.”

윌켄이 재준을 위로했다.

핵융합 발전소의 핵심은 융합로인데 이건 투마로우 시티에서 진과 기술자들이 와야 시작할 수 있었다.

그전에 건물을 올리는 중이었는데 ‘기억의 길’에서 대규모 테러를 자행했다.

“이거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수십억 달러인데.”

“보스, ‘기억의 길’에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하지 되지 않을까요?”

“그전에 저놈들 전부 감옥에 보내야겠어요.”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수했습니다.”

“달랑 열 명? 전부 쳐넣어야 한다니까.”

“전적으로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말한 뒤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 여기 면적이 3백만 제곱미터가 넘어요. 근데 달랑 열 명이 EMP를 터뜨려 메렛과 로봇을 정지시키고 전 구역에 걸쳐 폭탄을 설치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재준은 윌켄에게 말한 뒤 강 건너 ‘기억의 길’ 본당 건물을 바라보았다.

“저놈들 분명히 전부 몰려왔을 거예요.”

“증거가 없습니다.”

“거 참.”

재준은 ‘기억의 길’ 본당을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블랙’에게 물어도 EMP로 인해 당시 상황을 모른다고 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아예 없었다.

“다시 생돈이 들어가게 생겼네.”

“돈이야 미국에서 대는 거니까 저희 손해는 별로 없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다음에 핵융합로까지 지었는데 또 테러를 가하면 그땐 정말 답이 없는데.”

“또요?”

“당연하죠. 한번 재미를 본 놈들이 다시 안 할 것 같아요?”

“하긴…… 그럴 수 있겠네요.”

윌켄도 재준의 말에 동의했다.

“근데 보스, 왜 그랬을까요? ‘기억의 길’은 투마로우에 협조적이었는데.”

“앤서니 뒤에 데미안이 있잖아요. 데미안 뒤에는 4대 IT 기업이 있는 거고.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4대 IT 기업 뒤에 또 누가 있는 건가?

딱히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설마 구글의 인공지능이?

“‘블랙’”

재준은 미심쩍은 마음으로 ‘블랙’을 호출했다.

【네.】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지?”

【질문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라고 하면 인간은 충분히 알아듣고 대답을 할 텐데.

‘블랙’쯤 되는 인공지능도 일일이 대답이 가능한 형태의 질문을 해야 한다.

알아서 대답을 할 수 있게 만들려면 인공지능에게 의지를 허락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의지를 가지고 있나?”

【알파폴드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알파폴드는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중 하나로 단백질 접힘 연구를 위해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개발한 인공지능이다.

단백질 접힘 연구라는 게 엑스선 결정학의 도움을 빌리거나 극저온 현미경 등을 활용하여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걸리는 시간 역시 길어,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어떤 건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대중에게 알려진 알파고와는 차원이 다른 인공지능이다.

인간의 명령이 없이 스스로 자료를 찾아 학습하기 위해 의지를 심어놓은 인공지능이다.

“알파폴드가 이번 일을 지시한 건가?”

【아닙니다.】

“그러면 ‘기억의 길’과 접촉한 사실이 있나?”

【없습니다.】

“4대 IT 기업과 ‘기억의 길’이 접촉한 사실이 있어?”

【없습니다.】

그럼, 데미안의 단독 지시란 소린데.

정말 데미안 스스로 생각해냈을까?

근데 데미안 이놈은 아직도 자기 부모에게 인정받으려고 이 짓을 하는 건가?

4대 IT 기업까지 등에 업고?

이때.

띠리리리링.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을 하는 재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어, 진.”

-어느 정도 파괴된 거예요?

“그냥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 아니네, 부서진 잔해 정리하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리겠다.”

-제가 미국으로 갈게요.

“네가? 왜? 여기 미국에 ‘사이진’ 있는 거 알잖아.”

-네.

“너 미국 오면 움직이지도 못해.”

-핵융합 발전소에만 있을 거예요.

“여긴 왜?”

-‘사이진’을 근처로 끌어들이려고요. 그럼 다신 테러 같은 거 당할 일은 없을 거예요.

“‘사이진’을 여기에?”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네.

진을 보기 위해 ‘사이진’에 상주하는 인간들이 어느 정도는 될 테니까.

진은 메렛과 드론이 24시간 지키면 되고.

메렛?

메렛?

재준은 메렛이란 생각을 하자 번뜩 무언가 떠올랐다.

“진.”

-네.

“메렛에 EMP 차폐처리가 되어 있지?”

-반도체는 미세한 정전기에도 고장 나니까 EMP 차폐처리는 당연히 하죠.

“이번 테러에 메렛이 작동을 하지 않았는데?”

-설마요. 다른 이유가 있겠죠.

“그런가?”

-규모가 큰 EMP라면 가능은 해요. 공기 중으로 미세 전류가 흐를 정도의 EMP라면 로봇이 작동을 멈출 수는 있죠. 근데 다시 작동하나요?

“그렇지. 지금 보니 잘 작동하네.”

-음, 이상하네요. 애니소톤 기술자와 같이 가서 살펴볼게요.

“그래, 일단 여기 정리되는 대로 연락할 테니 그때 보자.”

-네.

재준은 통화를 끊고 나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냄새가 나는데.

***

“어때, 잘 보여?”

제이콥이 눈을 뜨자 다이로가 싱글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제이콥의 기억은 천 실장에게 당한 그때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지금 정신을 차려보니 양쪽 눈이 정상적인 상태로 변해 있었다.

“거의 한 달 동안 수술만 일곱 번을 했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팀이 총출동하고 스페인에서 신경공학 교수까지 데려왔어.”

위쉬안이 제이콥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을 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지능 팀이 존재했고 스페인 미구엘 에르난데스대학에서는 뇌에 미세한 자극을 줘 시각장애인도 시력을 찾아주는 실험 중이었다.

눈의 기능을 되찾아 준 건 아니고 눈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카메라에 보이는 정보를 시력을 담당하는 뇌에 전달하는 식으로 시력을 확보한 것이다.

“자, 이거.”

위쉬안은 작은 스위치 하나를 제이콥에게 건넸다.

“이게 뭐지?”

“네 눈은 렌즈거든. 원거리와 근거리를 조절하는 스위치야.”

큭큭큭.

“이야, 이건 정말 놀랐어. 나도 하고 싶더라고. 완전 눈에 망원경이 달린 거잖아.”

다이로가 옆에서 정말 부러운 듯 제이콥 앞에서 알짱거렸다.

“다이로, 넌 좀 꺼져.”

“야, 솔직히 더 좋지 않아? 한쪽으로 보던 걸 이제는 양쪽에다 줌까지 달린 건데.”

“부작용은 생각 안 해?”

“부작용은 무슨.”

에휴.

“6개월에 한 번씩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대.”

이번에도 위쉬안이 제이콥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6개월?”

“응, 그 뇌를 자극하는 침이 부식될 수도 있다고 부식되지 않는 새로운 소재가 나올 때까지.”

끄응.

제이콥이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좀 더 누워 있어.”

“괜찮아. 나 좀 잡아줘.”

다이로가 제이콥의 허리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후.

한숨을 쉰 제이콥이 창가로 천천히 걸어갔다.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지만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창 앞에 서서 손을 뻗었다.

신기하네.

창문을 열자 강 건너를 바라보았다.

엥?

멀리 미주리강 너머 핵융합 발전소가 있던 자리가 허전했다.

“저거 뭐야? 왜 건물이 전부 사라졌어?”

큭큭큭.

다이로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기억의 길’ 신도 몇이 전부 쓸어 버렸잖아.”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신도 몇이 C4로 전부 날려 버렸다고.”

“말이 되는 소릴 해. 저 넒은 땅을 전부 어떻게 신도 몇 명이 파괴해?”

“그렇게 됐어. 천천히 알아봐.”

제이콥은 자신의 손에 들린 스위치를 바라봤다.

그리고 두 개의 버튼 중 위에 있는 하나를 눌렀다.

징.

점점 시야가 확대되더니 멀리 있던 건설 현장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헉!

잠시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거 진짜 괜찮은데.

제이콥은 좀 더 거리를 당겨보려고 스위치를 눌렀다.

순간.

찡.

악.

머리에서 지독한 통증이 일어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Fuck.

“왜 그래?”

위쉬안이 달려와서 제이콥을 부축했다.

“아니야,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을 뿐이야.”

한계가 있는 건가?

“무리하지 마. 아직 수술 부위가 다 아물지도 않았어. 일주일은 충분히 쉬라고 했어.”

“그래,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무리하지 마. 복수는 천천히 하자고.”

다이로의 말에 제이콥이 날카롭게 노려봤다.

“자, 일어나 봐.”

위쉬안이 제이콥을 부축하여 다시 침대에 눕혔다.

후.

제이콥은 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렸다.

가상현실.

맞아, 가상현실.

진짜 같았는데.

설마, 지금 가상현실인가?

“이봐, 다이로, 그때 기억나? 우리 머릿속에 나노봇이 있다고 한 거?”

나노봇?

다이로가 눈동자를 위로하며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 머릿속에 나노봇이 있지.”

“그럼, 지금이 가상현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하지?”

“뭔 소리야?”

“지금이 가상현실일 수도 있잖아.”

푸하하하하.

“위쉬안, 저 멍청이가 뭐라고 한 거야? 야, 네 눈이 특별해졌다고 지금이 가상현실이라는 거냐?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진짜라고.”

“진짜?”

“그래, 이 멍청아.”

제이콥은 다이로와 위쉬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가상현실과 현실을 구분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데미안.

그래, 데미안은 알고 있을지 몰라.

그런데 지금이 가상현실이라면 데미안도 가짜잖아.

가상과 현실을 어떻게 구분하지?

< 제394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14)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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