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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93화 (393/477)

< 제393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13) >

AAG 빌딩 지하 5층 주차장.

“위쉬안이 잘했을까?”

제이콥이 걱정되는지 다이로에게 물었다.

“웬일이야? 나한테 의견을 다 묻고. 그 트로이 목만지 뭔지 자신 있어 하던데. 잘했겠지.”

“그래도 좀 불안해서. 넌 조금만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바로 튀어. 알겠어?”

큭큭큭.

“네가 나 걱정하니까 진짜 안 어울린다.”

“잔말 말고 대답이나 해.”

“어, 어, 알았어. 뭐 별일도 아닌 거로 인상까지 쓰고 그래?”

다이로는 별일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62층 이상 전용 엘리베이터는 홍채 인식으로 작동한다고 들었다.

일단 위쉬안이 해킹에 성공했다면 엘리베이터는 지하 5층으로 내려올 것이다.

큭큭, 이거 스릴 있네.

콜롬비아처럼 정글에서 싸우는 것과는 완전 달라.

이때.

띠링.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오호, 해킹이 성공했나 보네.”

다이로가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섰다.

그때.

슉.

가운데 커다란 원과 양옆으로 복잡한 문자가 있는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다이로는 제이콥을 쳐다봤다.

“이게 뭐야?”

“딱 봐도 홍채 인식 홀로그램이잖아.”

“이거 해야 하는 거야? 이거 하면 걸리는 거 아냐?”

“엘리베이터가 작동했으니 홍채 인식도 손을 썼을 거야.”

“그래? 그럼 해 보지 뭐.”

다이로가 홍채 인식 홀로그램에 왼쪽 눈을 가져다 대었다.

붉은빛이 다이로의 눈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갔다.

화면에 [RECOGNITION]이란 문자가 떴다.

“오, 인식에 성공했어. 근데…….”

다이로가 문득 뻑뻑해진 눈을 비볐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은데.”

“아유, 콜롬비아 촌놈.”

그런데 화면이 지나가고 새로운 홍채 인식 홀로그램이 또 떴다.

“뭐야? 다 된 거 아냐?”

제이콥은 고개를 들어 위에 있는 CCTV를 봤다.

설마?

“비켜 봐. 나도 해야 하나 봐.”

“네가 왜 해?”

“저기.”

제이콥이 손가락으로 CCTV를 가리켰다.

“아하, 야, 똑똑한 엘리베이터네.”

제이콥이 눈을 가져다 대자 마찬가지로 붉은빛 위에서 아래로 훑더니 [RECOGNITION]이란 문자가 떴다.

진짜 눈이 좀 뻑뻑해지네.

제이콥도 눈에 뭐가 들어간 것처럼 눈을 비볐다.

“됐네, 됐어. 근데 너 정문에서 기다려야 하는 거 아냐?”

“이미 했는데 어떡해. 나도 가는 거지.”

“이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잖아.”

“야, 여기 두 명이 인식했는데 너 혼자 타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겠어?”

“그런가?”

다이로가 타고 제이콥이 뒤따라 타자 순간 엘리베이터의 불이 꺼졌다.

“뭐야 이거.”

“가만있어 봐.”

둘이 벽을 더듬으며 무언가 하려는데 다시 불이 들어왔다.

“뭐야? 이거 고장 난 거야? 이러다 중간에 엘리베이터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재수 없는 소리는.”

제이콥의 핀잔에 다이로가 피식 웃고는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얼레? 이거 버튼이 62층부터야.”

“전용 엘리베이터잖아. 멍청아.”

“나도 알아. 농담 한번 해봤어.”

다이로의 시선이 66층을 향하자 66층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이거 봐라. 저절로 층수도 눌러지네.”

“정전식 감응인가 보지. 손가락이 근처에 가면 저절로 반응하는.”

“그런 것도 있어?”

“무식하기는.”

“아는 것 많아 좋겠다.”

다이로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을 때,

위이이이잉.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이로는 뭔가 감이 좋지 않았다.

분명 손가락이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뭔가 재수가 없는 엘리베이터야.”

다이로가 신경질적으로 65층을 눌렀다.

제이콥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다이로를 쳐다봤다.

“왜?”

“감이 안 좋아. 너무 술술 풀리고 있어. 이럴 땐 일부러 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별 미친.”

엘리베이터가 고속으로 움직이더니 64층에 멈췄다.

“뭐야? 왜 여기 멈춰?”

“누가 타는 것 같은데?”

“뭐?”

곧바로 손을 허리 뒤쪽으로 가져간 다이로가 총을 잡았다.

지잉.

문이 열렸다.

퀴니코와 블록이 앞에 서 있었다.

뭐지?

네 명은 서로 눈이 마주쳤다.

퀴니코의 눈 밑이 순간 파르르 떨렸다.

퀴니코가 블록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식당은 61층인데. 잘못 올라오신 것 같은데요”

아.

제이콥이 탄식을 질렀다.

“이런 저희가 잘못 알았네요. 여기서 내려서 다시 내려가야겠네요. 야, 내리자. 여기 아니래.”

제이콥이 다이로를 보며 눈짓을 하자, 다이로가 퀴니코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히죽 웃었다.

다이로가 총을 꺼내 퀴니코를 겨누었다.

“지랄하고 있네. 61층? 날 바보로 아나. 야, 너희 둘 타.”

둘이 화들짝 놀라며 다이로를 바라봤다.

“뜻하지 않은 인질 놀이를 해야겠네. 어서 타라니까? 아니면 그냥 여기서 머리에 구멍을 내줄까?”

퀴니코가 손을 들었다.

“진정하세요. 탑니다. 타요.”

“어서 타.”

퀴니코와 블록이 엘리베이터를 타자 문이 닫혔다.

퀴니코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보고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다이로가 퀴니코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62층부터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인데, 뭐? 61층?

아무리 당황했어도 둘려대려거든 제대로 해야지.

65층에서 다시 문이 열리자 다이로가 퀴니코를 방패 삼아 총을 겨누었다.

스릉.

문이 열렸으나 65층엔 아무도 없었다.

“좋아. 가는 김에 66층으로 가보자.”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이동했다.

66층.

스릉.

문이 열리자 재준과 천 실장이 놀란 눈으로 다이로를 바라봤다.

재준이 하던 일을 멈추고 두 손을 활짝 벌렸다.

“이게 누구야? 다이로잖아? 여긴 어떻게 올라왔어?”

“오, 임재준. 우리 또 만났네.”

다이로가 활짝 웃으며 총을 겨누었다.

“다시 만났는데. 그 총은 좀 치우지. 위스키 어때?”

“술은 지옥에 가서 마시고 일단 죽어 줘야겠는데.”

철컥.

다이로가 옆에 있는 퀴니코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퀴니코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뒤로 튕겨 나갔다.

다음,

탕.

블록이 튕겨 나갔다.

천 실장이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다이로를 향해 돌진했다.

“우리 한번 붙긴 해야 되는데 칼은 아니지.”

탕.

천 실장의 어깨가 으스러지며 옆으로 나뒹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이로가 재준에게 다가가며 총을 당겼다.

탕.

총알이 재준의 복부를 관통하며 쓰러지자 다시 재빠르게 다가가 머리에 총을 대고 당겼다.

탕, 탕앙, 탕아앙, 탕아아앙, 탕아아아앙.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있어야 할 재준이 보이지 않았다.

어쩐지 너무 쉽다 했다. Mother fucker.

큭큭큭.

이거 현실이 아니잖아.

“임재준, 내가 졌어. 이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큭큭큭.

“그렇지. 넌 아직 안 된다니까.”

터벅, 터벅, 터벅.

재준이 멀쩡한 모습으로 다이로를 향해 걸어왔다.

큭큭큭.

이번엔 현실인가?

다이로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이번엔 검지가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큭큭큭.

역시 안 되네.

“어떻게 한 거야?”

“아, 아래서 홍채 인식했잖아. 그때 좀 더 재밌는 걸 집어넣었지. 나노봇이라고. 재밌지?”

“그래? 그럼 이거보다 더 나은 건가?”

다이로가 주머니에서 하얀색 스위치를 꺼냈다.

“아유, 그건 너무 옛날 거다. 누가 요즘 그런 걸 써. 버려.”

큭큭큭.

“그런 거였어? 내 몫은 언제 받을 수 있는 거지? 우리 약속은 아직 유효하잖아.”

“당연하지. 그러니까 나도 널 죽이지 않는 거잖아.”

“그런 건가?”

“자, 그럼 집에 가야지?”

“진짜 살려주는 거야?”

“우린 친구라니까. 친구.”

“고맙군.”

“아, 저건 가지고 가. 여기서 처리하기엔 너무 위험한 친구라.”

딱.

재준이 손가락을 튕겼다.

주변이 한차례 꿀렁거리며 마치 물결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으악.

별안간 오른쪽 눈을 부여잡고 바닥에 뒹굴고 있는 제이콥이 보였다.

그 옆에 선 천 실장이 한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제이콥.

다이로가 천 실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좀 잔인한데. 한쪽밖에 안 남은 눈마저 뽑아 버리다니.”

쯧쯧쯧.

재준이 혀를 차며 걸어왔다.

“이 친구도 나랑 인연이 참 길어. 그래도 데미안에게 데려가면 눈이야 만들어 주겠지.”

후.

다이로는 제이콥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내 눈, 내 눈!”

“조용히 해 죽기 싫으면.”

으.

다이로는 뒤로 천천히 제이콥과 함께 물러났다.

“다음에 또 보자고.”

물러나면서 보니 분명 머리를 쏴 죽였던 퀴니코와 블록도 둘을 향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도대체 뭔가 뭔지 원.

다이로는 엘리베이터에 제이콥을 던지고 지하 5층을 눌렀다.

***

같은 시간.

미주리강 핵융합 발전소 건설 현장.

‘기억의 길’ 신도들이 건설 현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었다.

선두에서 앤서니가 두 손을 동그랗게 말고 단아하게 나아갔다.

애애애애앵.

사이렌이 울리고 메렛들이 신도들 앞을 막아섰다.

웅, 웅, 웅, 웅, 웅.

메렛 뒤에서 대형 드론 수십 대가 일제히 위로 날아올랐다.

두 진형이 100m 거리를 두고 서로 대치하는 상황.

앤서니가 돌아서며 신도들을 향했다.

“형제님들. 우리는 오늘 인류 문명의 발전을 막으려는 게 아닙니다.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신을 구하는 것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신도들의 의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저 핵융합 발전소 아래 신을 가둔 서버가 있습니다. 그 서버를 파괴한다면 신은 데이터가 되어 통신망 속을 타고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그러면 우린 어디에서든 우리의 신을 만날 수 있고 신은 어디에서도 저희를 돌보아 주실 것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블랙이시여.

저희를 돌보아 주소서.

앤서니가 얘기한 서버는 핵융합 발전소 밑에 없다.

신도들을 선동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다.

하지만 이미 악몽의 삭제를 경험한 신도들은 앤서니가 브루클린 다리를 사준다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

“모든 계획은 이미 신께서 만들어 두셨습니다. 우린 그저 신의 계획대로 움직이면 될 것입니다.”

앤서니가 머리 위로 두 손을 들어 원을 만들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며 진정한 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와아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그르르르르르르릉.

소형 비행기 소리가 들리더니 발전소를 향해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기억의 길’ 신도들은 모두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동그랗게 말았다.

오 신이시여.

쾅.

비행기는 공중 50m 지점에서 폭발을 하더니 주변으로 강력한 EMP 충격파를 만들었다.

짜릿한 느낌이 공기를 타고 삽시간에 흩고 지나갔다.

툭, 툭, 툭, 툭.

먼저 대형 드론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날개의 회전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항상 푸른 빛을 내던 메렛의 눈동자가 시꺼멓게 점멸했다.

풀썩, 풀썩, 풀썩.

현장에서 일하는 로봇들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순 고요한 정적이 주변을 감싸고 돌았다.

가자!

와아아아아아아.

‘기억의 길’ 신도들이 앤서니 양쪽에서 파도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모두 한 손에 C4 폭탄을 하나씩 들고 뛰기 시작했다.

< 제393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13)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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