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88화 (388/477)

< 제388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8) >

“제3의 능력이요?”

“네,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과 욕망, 선택의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분석해서 인간을 대체해 나갈 것입니다. 이런 능력은 인간에게는 없으니까요.”

“그런 건 인간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프로파일러들은 얼굴 표정과 음성의 높낮이, 손의 움직임, 냄새로 상대를 분석한다고 들었는데요.”

앤서니 말 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우리는 인간의 직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경과학과 행동경제학 분야에서는 그걸 패턴 인식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은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해서 인간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럼 인공지능은 인간의 직관을 모방한 거에 지나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모방을 했는데 인간에게는 문제가 있습니다. 뇌는 정확하게 계산을 하지 않습니다. 어림짐작과 되도록 쉬운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쪽으로 신경회로를 움직입니다. 완벽함보다는 생존에 최적화되어 있으니까요. 바로 인간의 실수가 여기서 나오는 겁니다.”

“그럼 인간의 직관이 필요한 직업에서도 인공지능이 활약을 더 잘한다는 말이 되는 거네요?”

우우우우우.

관객에서 인간의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탄식이 터졌다.

하지만 앤서니는 관객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인공지능은 적절한 센서를 갖춘다면 인간보다 훨씬 더 정확하면서도 믿을 만하게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 팜봇을 보십시오. 거의 100%에 가까운 일 처리 능력을 보이지 않습니까? 지금 여러분은 오히려 의사의 초진보다는 팜봇의 초진을 더 신뢰하고 있지 않나요?”

“하하하, 저도 코로나 검사를 위해 팜봇을 대한 적이 있었는데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연결과 업데이트입니다.”

래리킹이 잠깐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연결과 업데이트까지 이야기하려고?

“코로나 이야기를 하셨으니 질병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인간은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면 이 병원체를 파악하고, 연구하고, 신약을 생산합니다. 그러한 상황을 전 세계 의사들이 전부 동시에 인지할 수 있을까요?”

아…….

관객에서 놀랍다는 탄식이 나왔다.

“바로 그렇습니다. 인공지능은 가능합니다. 아마 코로나 시기에 세계보건기구가 아니라 투마로우에게 부탁을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피해가 적게 막았을 겁니다.”

“투마로우 인공지능이라면 ‘블랙’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앤서니는 ‘블랙’이란 말에 마음이 잔잔해짐을 느꼈다.

“이런 인공지능의 연결과 업데이트의 힘을 과연 인간이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노동을 전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게 인간이 살길입니다.”

아…….

다시 관객에서 탄식이 나왔다.

여기에 래리킹이 찬물을 확 끼얹었다.

“그런데 앤서니, 의사를 예로 드셨는데요.”

“네.”

“안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의사 한 명이 오진을 했다면 환자 하나만 죽겠지만 인공지능이 오진을 했다면 전 세계의 비슷한 사례의 환자들은 다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통합과 연결을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통합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통합되었다고 하나의 시스템을 가리키는 건 아닙니다. 각자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은 따로 존재합니다. 어쩌면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알고리즘일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아마존 정글에서 의료 활동을 하는 인공지능과 뉴욕 한복판에서 활동하는 인공지능은 연결로 정보를 업데이트하지만 주로 보는 환자 목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보완한다는 뜻이지 명령하는 게 아닙니다.”

“정글이라고 하셨는데 확실히 인공지능과 생체 센서만 부착한다면 신흥국이나 빈민국의 국민도 여기 뉴욕에서 받는 최고급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습니다.”

앤서니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생체 센서도 이미 스마트폰에 장착되어 있습니다.”

“하하하, 이러면 확실히 의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수 있겠는데요.”

“이제 의사는 환자에게 인간적인 대화를 주로 하는 직업이 될 겁니다.”

“그러면 의사의 수도 확 줄어들겠네요.”

“그럴 겁니다.”

“여러분 잠시 광고 보고 계속하겠습니다.”

화면 송출이 중단되고 래리킹은 앤서니에게 다가갔다.

“사제님, 잘하고 계십니다.”

“형제님, 이제 더 앞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우리의 신이 인간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신도 예정자분들도 알게 해 드려야 합니다.”

“네, 사제님.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역시 형제님의 능력은 ‘기억의 길’을 알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광고가 끝나고 스텝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PD가 콜 사인을 주자 방송이 재계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래리킹 라이브를 시청하고 계십니다. 오늘의 손님은 ‘기억의 길’의 유일한 사제 앤서니 도브스키 사제님을 모셨습니다.”

앤서니가 다시 고결하게 관객에게 인사를 했다.

“이어서 이제 인간이 과연 인공지능으로부터 감성을 다루는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가에 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앤서니, 음악은 어떨까요? 과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선택의 문제입니다. 지금도 인공지능은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인간의 음악을 듣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인간은 계속 작곡을 할 겁니다. 성향의 문제죠.”

“인간이 활동하기에 안전하다는 말이군요.”

“안전하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가 인기의 척도로 빌보드 순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인간의 음악은 순위에서 볼 수 없을 겁니다.”

오…….

관객석에서 아쉬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어째서 그렇죠?”

“예술은 인간의 감정에 의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내면의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면 청중은 감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를 합니다.”

“네, 그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감정이란 신비로운 현상이 아니고 생화학적 과정의 결과물입니다. 이 생화학적 데이터를 분석해서 개인별 성격을 분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들어가는 건 음악이지만 표현되는 건 인간의 감정 아닙니까?”

하하하.

오랜만에 앤서니가 웃었다.

“아주 좋은 표현입니다. 음악은 수학이지만 감정은 전기화학적 패턴입니다. 이 둘을 일일이 매칭시키는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그럼 아직은 인공지능에게 시간이 필요한 건가요?”

“아니요. 이미 ‘블랙’에겐 가능한 영역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모두 아시겠지만 제가 감옥에 있을 때 임재준의 인터뷰를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임재준이 우울한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블랙’이 음악을 틀어주었는데, 차례로 , , , , 였습니다.”

“슬픔과 연관성이 부족한 곡이 두 곡이나 있는데요?”

“아닙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이때부터 ‘블랙’을 보고 싶었습니다. 잘 들어 보십시오. 로 일어난 일에 대해 부정하고 는 분노를 더 극대화해줍니다. 는 분노에 무릎을 꿇을지 말지 고민합니다. 로 깊은 우울 속에 빠뜨리고 로 모든 현상을 받아들이게 만들어 줍니다. 어떻습니까? 우울한 감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 ‘블랙’이 곡을 선곡해서 들려준 겁니다.”

“진짜 인공지능이 음악으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해 준다는 말입니까?”

“평소에 무작위로 음악을 시청하던 인간의 옥시토신 수준을 감지하면서 인간의 음악 성향을 파악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아니, 이미 ‘블랙’은 해내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향에 맞춰준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신나고 흥분되는 음악도, 그 음악을 들으면 헤어진 연인이 떠오르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듣기 싫은 음악이 없을 겁니다. 인공지능은 이 사람이 치유되기 전까지 그 음악이 재생되는 걸 막아 줄 겁니다.”

“그럼 대중이 원하는 곡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전 세계 대다수 사람이 듣고 춤을 출 수 있는 박자의 곡을 만들 수도 있고 대다수 사람이 평온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직 인간의 감정을 분석해서 말입니다.”

“허, 믿을 수 없는 일들이군요. 이렇게 되면 빌보드 차트에 인공지능이 작곡한 곡이 대다수를 장악하겠는데요.”

“물론 가수는 인간이어야 할 겁니다. 아직까지는 안드로이드가 무대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걸 보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하하하. 그렇군요.”

“이렇듯 예술 분야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압도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이때 PD가 시간을 알리는지 자신의 손목시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 그럼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인간은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세상에서 할 일이 있을까요?”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의 육체적 인력은 잉여 인력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그렇죠?”

“예를 들어 보죠. 시리아 상공을 날아다니는 비행사가 드론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드론을 조정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안을 담당하는 인원이 두 배는 늘었습니다.”

“그럼 좋은 거 아닙니까?”

“하지만 이런 일은 전부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기계적인 일을 하던 사람들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온 겁니다.”

“그들을 교육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사람들이 인공지능은 인간만큼 창의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파제로를 떠올리시면 아실 것입니다.”

세계 체스 챔피언 스톡피시8이란 컴퓨터가 있었다.

초당 7,000만 수를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장착했다.

그러나 초당 8만 수를 계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파제로가 겨우 네 시간 동안 체스를 배우고 스톡피시8을 압도해 버렸다.

인간의 지도를 전혀 받지 않고 스스로 학습해서.

“인간을 교육하는 시간에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그럼 정말 인간은 직업을 가질 수 없는 겁니까?”

“우리의 미래의 일부를 투마로우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은 로봇이 하고 인간은 인생을 즐기는 겁니다. 그동안 말로만 떠들어 왔던 종교의 신들도 해내지 못한 천국을 이 땅에 실현하고 있는 겁니다.”

담당 PD가 갑자기 종교로 흘러가자 손을 목에 대고 그었다.

래리킹, 끊어요. 끊어.

하지만 래리킹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일리 있는 말이군요.”

“인공지능은 이 땅에서 사는 인간에게 풍요와 행복을 약속할 것입니다.”

“그럼 ‘기억의 길’에서는 인공지능이 이 땅에 실현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래리킹, 우리 죽어요. 캇, 캇.

앤서니의 표정이 아주 밝아졌다.

정말 뒤에 후광이라도 비추는 듯 했다.

“어둠의 과거에 사로잡혀 미래를 보지 못하는 예비 신도자님들, ‘기억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선사하는 미래를 같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컷, 컷, 방송 끊어. 빨리 광고 내보내.

PD가 씩씩거리며 앤서니의 멱살을 잡으려 달려들었다.

“당신 뭐야?”

PD가 앤서니에게 손을 뻗치자.

퍽.

PD의 안면에 주먹이 작렬했다.

“사제님, 괜찮으십니까?”

조명 감독이 앤서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형제님.”

뭐지 이거?

PD는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스텝들이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 제388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8) > 끝

ⓒ 번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