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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82화 (382/477)

< 제382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2) >

재준이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진은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뭐? 할 수 있는 거야?”

“하지만 가격이 비싸질 수 있어요.”

“얼마나?”

“하지만 기존 화석에너지보다는 싸요.”

“그 정도면 괜찮아. 내가 무얼 하면 될까?”

핵융합이 실용화된다고 해서 공짜로 쓸 수 있는 전기에너지가 무한정 생기는 건 아니다.

Q가 22를 달성하면 석탄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소를 짓는 것과 비슷한 비용 대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뿐이다.

다만 지속적으로 매장량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화석에너지와는 달리 연료인 수소 자체는 거의 무한정 쓸 수 있어서 현재와 같은 생산비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공짜는 아니지만 적어도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지금 핵융합로에서 Q값을 올리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에너지가 플라즈마로 빠져나가 손실되어 버려서 충분히 높은 온도를 얻기 어려운 거예요.”

그렇지.

“손실은 플라즈마의 반경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플라즈마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의 양은 부피에 비례해요. 부피는 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하죠. 따라서 반경을 늘리면 생산되는 양은 세제곱에 비례해 늘어나고 손실되는 양은 반경에 비례해서 늘어나요. 그러니까 핵융합 장치의 크기를 늘리기만 하면 손실 대비 생산량을 제곱에 비례하여 늘릴 수 있어요. 즉, 핵융합로를 크게 지으면 돼요.”

그냥 막 크게 지으라고?

“대략 지금의 30배 정도 지으면 Q값을 25까지 끌어 올릴 수 있어요.”

“뭐? 30배?”

“네.”

“원금 회수는 언제 가능한데?”

“30년 정도요?”

꼬로로록.

재준의 입에서 처음으로 게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

AAG 빌딩 66층

재준은 미국으로 돌아와 머리를 싸매고 누웠다.

똑똑.

“들~~어~~오세요.”

윌켄이 들어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스, 무슨 고민 있으세요?”

“말도 하지 마세요. 투마로우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예요.”

“무슨 일인데요?”

“핵융합 발전소 비용 때문에요.”

“그건 이미 예산 30억 달러는 확보되어 있는데요.”

“그 열 배는 얼마죠?”

“열…… 배면 300억 달러? 설마 아니죠?”

“거기에 세 배.”

“900억 달러요?”

“그나마 우린 로봇이라 인건비가 없으니 망정이지 사람이 짓는다면 그 열 배는 들어갈 거예요.”

윌켄은 열 배고 나발이고 일단 900억 달러에 집중했다.

아니, 왜 갑자기 예산이 30배가 증가한 거지?

“특별한 장비가 들어가야 하는 겁니까?”

“아니요. 그냥 덩치를 키우는 거예요.”

“아니, 무슨 발전소가 투자은행이에요? 덩치를 키우게.”

“그래야 이익이 난대요.”

“그래서 발전소를 30배 키우는 거예요?”

“맞아요.”

“보스…….”

미친 거 아냐?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윌켄의 눈꼬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재준이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해야 해요.”

“900억 달러를 투자해서 원금은 언제 회수되는 겁니까?”

“30년?”

“네~에?”

당장 그만두라고 설득해야 한다.

“보스.”

“안 돼요. 추진합시다. 그리고 진이 좀 더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할 거예요. 30년이 30년이 아니에요.”

“그래 봐야 몇 년 단축이겠죠.”

“어쨌든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장났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해요.”

“이렇게까지 하면서요?”

재준이 두 눈을 감았는데 번뜩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가만, 사우디에 지을 핵융합 발전소 비용을 굳이 우리가 부담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그렇잖아요. 핵융합 발전소라는 게 정확한 비용이 정해진 건 아닌데. 가뜩이나 30배 크기의 발전소를.”

“비용을 댈 투자자가 있는 겁니까?”

“음, 미국 정부면 어떨까요?”

“네? 미국에 지어주면서 건설 비용을 두 배로 받으려고요?”

“그것도 싸잖아요. 사람이 지으면 인건비가 얼만데.”

“요즘은 인건비 어쩌고 하는 건 안 먹혀요. 미국에 로봇이 사람 일을 대체하는 비율이 30%가 넘어가고 있어요. 다들 견적에 인건비 항목은 고정되어 있어요.”

“아니, 언제 그렇게 변했어요?”

보스가 만들어 놓고 언제라니요.

“아무튼 미국 의회를 움직여서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게 만듭시다.”

“어떻게요?”

“우선 여론을 움직여야겠죠?”

이때,

띠링.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퀴니코와 블록이 들어섰다.

“보스. 오랜만이에요.”

“마침 잘 왔네. 이리 와서 앉아봐.”

퀴니코와 블록이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또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거예요?”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야. 내가 일을 벌이지 않아도 그냥 일은 저절로 생기는 거야.”

“그래요?”

퀴니코가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저절로?

이번에도 크게 일을 벌이려는 수작이네.

재준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퀴니코 대신 블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블록, 잘 들어. 핵융합 발전소를 미국에 지어야겠어.”

“아, 네.”

“여론을 움직여서 의회가 승인하게 만들어야 해.”

“아, 네.”

“이제 화석 연료의 시대에서 핵융합 발전의 시대로 바뀐다고 여론을 막 조성해야 해. 알지?”

“아, 네. 그거야 쉽죠.”

“근데 비용이 좀 문제인데 이 부분을 조금 이해되기 쉽게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거든.”

“아, 네. 그게 얼만데요?”

“1,800억 달러.”

블록이 재준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네요.”

뭐가 충분해?

너무 놀라서 멍한 퀴니코가 블록을 쳐다봤다.

“블록, 1,800억 달러가 뭐가 충분해?”

“퀴니코, 미국 1년 예산이 얼만 줄 알아? 자그마치 5조 8천억 달러야, 5조 8천억 달러. 1,800억 달러 정도면 뭐. 할 만한 거 아냐?”

재준은 블록의 대답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렇지? 역시 블록은 대륙에서 놀던 가닥이 있다니까.”

허.

퀴니코는 블록을 바라봤다.

이놈이 공매도를 너무 심하게 쳐서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건가?

“블록, 뭐가 할 만해? 미국이 워낙 씀씀이가 심해서 그렇지. 1,800억 달러면 웬만한 국가의 1년 예산이야.”

“그 돈으로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잖아. 1,800억 달러면 오히려 싼 거 같은데.”

“기후변화까지?”

“그래, 단순하게 핵융합 발전소만 들먹이면 비싸게 보이겠지만 여기에 장점을 붙이면 비싸게 보이지 않을 거야.”

짝짝짝.

재준이 손뼉을 치며 블록에게 엄지 척을 날렸다.

“역시, 자, 이제 여론을 좀 조성해줘.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재준과 블록은 흐뭇하게 웃었고 윌켄과 퀴니코는 근심 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과연 먹힐까?

***

상원 의장 집무실.

해리슨 상원 의장은 4대 IT 기업 대표와 한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표님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해리슨 상원 의장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세르게이 브린, 빌 게이츠, 아서 래빈슨, 베프 베조스.

지금까지 상원 중 이들의 후원을 안 받은 이들이 있을까?

실제로 정치인들에게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이들이 누구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이 4명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다.

“해리슨, 괜찮아요.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핵융합 발전소라니. 하하하.”

빌이 먼저 해리슨을 다독였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핵융합이 아닙니다.”

세르게이의 말에 해리슨 상원 의장이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핵융합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니요?”

“네, 핵융합은 진실을 가리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따로 있는 겁니까?”

“이미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미처 몰랐던 거죠.”

“그러니까 그게 뭡니까?”

“투마로우의 캡슐.”

“투마로우의 캡슐이요?”

로봇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캡슐이라니.

캡슐로 무얼 할 수 있다고?

세르게이가 빌을 바라보자 빌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도 상관없다는 듯이.

“투마로우는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나노봇을 심고 있습니다.”

“나노봇이라뇨?”

이 사람들이 무슨 공상과학 소설을 읽고 왔나, 갑자기 나노봇이라니.

“말 그대로 나노봇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사람의 뇌에 들어갔단 말입니까?”

“캡슐을 통해서요.”

“캡슐?”

해리슨 상원 의장은 도무지 이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나노봇의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알 수 없으니. 사람 뇌에 들어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단지 캡슐이 가상현실을 만들어 준다는 정도로 유추를 해보면,

“나노봇이 뇌를 자극해서 가상현실을 만들어 준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사람들의 뇌에 특별한 질병이 생기는 겁니까?”

“아직까지 그런 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사람들을 조종하려면 더 건강하게 만들어야 할 테니까요.”

조종?

“방금 그 말은 앞으로 투마로우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이 바뀐다는 말입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가상도 진짜처럼 여기는데 머릿속 생각 바꾸는 거야 쉽지 않겠습니까? 투마로우 생각을 할 때마다 페닐에틸아민 분비를 촉진시키면 끝나는 일인데요.”

사람이 사랑하게 되면 처음엔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후에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을 때 페닐에틸아민이, 신체적 접촉을 통해 사랑의 완성 단계에서 옥시토신이 평상시의 5배나 증가하고, 안정된 사랑을 하는 단계에서 행복 호르몬인 엔돌핀이 나온다.

페닐에틸아민은 천연 각성제로서 이성적으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을 분출시켜서 사람을 몽롱하게 만든다.

“아니, 투마로우가 왜 이런 위험한 모험을 하는 겁니까?”

“미래 사회를 만들어 간다고 했잖아요.”

“그건 단지 구호 아닌가요?”

쯧쯧쯧.

아서가 해리슨을 보고 혀를 찼다.

“정치인들은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군요. 지금 미래당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저 정치적인 구호로 생각하지 마세요. 미래당이 정권을 장악하면 지금 말로 머무는 일들이 법으로 제정될 겁니다.”

“정말 그렇게 보십니까?”

“당연합니다. 로봇 고용과 정보 공유가 의무화되면 인공지능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세상이 옵니다.”

“미국에서요?”

“미국만 남은 겁니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저항 없이 로봇과 캡슐이 보급되고 있으니 조만간 로봇 전체를 다스리는 인공지능이 도입될 겁니다. 그때는 손을 쓰려 해도 늦어 버린 거죠.”

“그래서 지금 막아야 한다는 겁니까?”

빌이 피식 웃었다.

“지금 꼴로 막을 수는 있습니까?”

“네? 그건 좀…….”

힘들다.

지금 사우디 전쟁으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제가 뭘 해야 합니까?”

빌이 세르게이를 바라보고 다시 해리슨에게 시선을 돌렸다.

“투마로우와 손을 잡으세요.”

“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지금까지 투마로우의 행보에 반대하라는 의도 아니었나?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우리가 투마로우를 집어삼킬 수 있는 능력을 만들 때까지 시간을 끄세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겁니까?”

“거기까지는 말을 해줄 수가 없군요. 하지만 가능성은 크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될 겁니다.”

데미안이 팔을 가진 나노봇을 만들 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팔을 가진 나노봇이면 기존 나노봇을 잡아먹을 수 있다.

“그럼 핵융합 발전소가 사우디에 지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 제382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2)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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