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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81화 (381/477)

< 제381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1) >

의회는 진상을 밝혀라.

의회는 진상을 밝혀라.

정부는 국민에게 보상하라.

정부는 국민에게 보상하라.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네옴 시티에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투마로우의 발표로 산유국들은 감산에 들어갔으나 유가가 급락했다.

원유 감산이면 유가가 올라야 하는데 핵융합 때문에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원유 감산으로 물가는 폭등하고 석유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끝없이 폭락하기 시작하더니 석유와 간접적인 관계에 있는 기업들까지 영향이 미쳐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석유 감산의 여파는 전 세계를 스태플레이션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게 했다.

“시위대는 질서를 지키세요. 위험합니다. 시위대는 안전선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미국의 시위는 인도를 행진하며 피켓을 드는 정도가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간혹 도로를 점거하는 행진은 사전에 신고하고 도로를 차단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시위는 인도를 행진하며 정부를 규탄하는 수준으로 진행되었는데, 점점 사람들이 불어나면서 안전선을 넘어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며 행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로 인도 위로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어! 경찰이 국민을 밀었다.

-뭐? 경찰이 시민을 구타했다고?

-저런 미친놈들. 경찰이 사람 하나를 집단 구타했다.

뭐라고?

항상 그렇듯이 사소한 일도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입을 통하면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시위대가 경찰과 힘으로 맞서기 시작하면 경찰은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언론에서 떠들고 괴소문이 퍼질수록 사람들은 시위대에 더 많이 모여들면서 통제가 불가능해졌다.

이때 시위대원 중 슬럼가에서 스며든 빈민들이 주변 상가를 부수며 약탈이 발생했다.

그 수가 점점 늘어났다.

경찰이 약탈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총과 곤봉을 꺼내 들었다.

탕, 퍽, 퍽, 퍽.

-경찰이 총을 쐈다.

-우리도 총을 가져와.

결국 총격전까지 벌어지며 과격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

백악관.

대통령과 도날드가 마주 앉았다.

“대통령 선거 이후에 이렇게 마주 보는 건 처음입니다.”

도날드가 얼굴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대통령은 다소 느슨한 어투로 말을 했다.

“지금 변하지 않은 건 현 정치인들뿐입니다. 대통령님이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은데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날드 당신에게 연락을 한 겁니다.”

“네, 그럼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처리하려고 생각하신 법안이라도 있습니까?”

“하하하, 처리해야 할 법안이야 많습니다.”

“미래당의 취지와 맞는다면 언제든 도와 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은 도날드의 말이 고맙기라도 한 듯 미소와 함께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그리고 미래당에 입당하려고 합니다.”

“네……. 네? 네? 입당이요? 누가요?”

도날드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서 대통령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대통령은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는 듯 미소지었다.

“설마 대통령님이 미래당에 입당한다는 건 아니죠?”

“아니, 맞습니다. 제가 미래당에 입당하려고 합니다.”

“아니, 아니, 이게…….”

이게 맞는 건가?

대통령이 임기 중에 당을 바꿔도 되나?

자유주의 세상에서 안 될 것도 없지만, 진짜 가능한가?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국민들이 원하는 거 아닙니까? 미래 사회를 책임질 당은 미래당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아, 미래 사회.

“하하하, 뭐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당황스럽습니다.”

“이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무시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뿐입니다.”

“핵심을 짚으셨습니다.”

정보라면 언론이 전부인 시절에는 차단이 통제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그 누구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몇몇 국가가 정보를 통제한다고 SNS를 중단시키는데 멍청한 짓이다.

아마 알면서도 할 수 없이 하는 것이겠지만.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자.

정보를 차단하지 말고 더 많이 쏟아내면 어떻게 될까?

정부가 국민이 싫어하는 일을 추진하고 싶다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국민에게 왕창 쏟아내는 걸 추천한다.

국민은 어떤 정보를 채택하고 어떤 정보를 무시할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대화하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국민이 열심히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그 일을 추진하면 된다.

이렇듯 정보는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쓸모없는 정보를 배제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왔다.

“지금까지 미국은 보수와 진보의 양당이 국가를 잘 이끌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세상이더군요.”

보수는 안정이라면 진보는 평등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지금은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안정된 삶을 추구할 수가 없고, 발전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인간이 존재하면서 계층이 생길 수밖에 없다.

U튜브를 보면 얼마나 세상이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좋은 학벌로 대기업에 들어가야 안정된 삶이라는 생각은 깨진 지 오래다.

누구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무언가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

종이접기로 억대를 벌 수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걸로 U튜브를 시작하면 돈을 벌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천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스스로 불평등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다음엔 어떤 세상이 올지 모르니 불안정하고 그 세상을 받아들이는 자와 그들을 부러워하는 자로 구분되며 불평등을 만들어 냈다.

“이런 세상에서 정부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숨기고 뒤에서 공작을 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맞아요. 이번 사우디 전쟁도 결국은 핵융합 발전이라는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미국도 사우디도 서로 손해만 봤습니다. 아니죠, 전 세계가 불필요한 낭비만 하게 생겼습니다.”

후.

대통령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애초에 투마로우 시티를 미국에 지었더라면…….

이미 늦은 후회였다.

“도날드, 이제 진짜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손을 잡고 미래당과 대통령을 공격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벌어질 것이다.

정부 부처와 독립기관들까지 둘로 나뉘어서 서로를 정치권 밖으로 몰아내려는 전쟁.

“미래당을 만들 때 이미 각오한 일입니다. 시간은 저희 편입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겁니다. 초조한 건 우리가 아니라 기존의 기득권을 손에 쥔 자들이니까요.”

음.

대통령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진코퍼레이션.

“아빠, 핵융합 발전소를 짓는다니요?”

진은 재준을 바라보며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가능하다며. 그래서 발표한 건데?”

“아직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된다며.

“핵융합 반응이 아직 안 되는 거야?”

재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핵융합 반응은 어렵지 않아요.”

근데 왜 반응이 그래?

핵융합 반응은 온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반응이다.

기체의 온도가 높아지면 원자핵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며 플라즈마 상태가 되고, 거기서 더 온도가 높아지면 원자핵끼리 빠른 속도로 부딪히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그 충돌 에너지가 문턱 값을 넘어서게 되면 원자핵이 융합해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그런데 일단 문턱 값을 넘어서 핵융합이 일어나면 이전에 두 개의 핵으로 나누어져 있을 때보다 훨씬 안정한 상태가 되고 여분의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된다.

이것이 바로 핵융합에 의해 에너지가 생성되는 원리다.

혹시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핵융합 반응을 달성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 특정 에너지의 중성자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중성자는 충분히 검출되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이 나와서 핵융합 장치의 안전이 문제가 될 정도다.

재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럼 뭐가 문제인데?”

“현재 Q값은 5 정도예요. 물론 이대로 건설해도 경제적 문제는 없지만 좀 더 완벽해야 해요.”

“지난번에 Q가 1보다 높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 5면 엄청 높은 거 아냐?”

“점화 조건을 달성했지만 좀 더 안정적이어야 해요.”

“점화 조건?”

Q값이란 플라즈마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투입한 에너지와 발생한 에너지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Q가 1이면 투입한 에너지와 발생한 에너지가 같다는 걸 뜻하며 이를 임계 조건이라고 한다.

만일 발생한 에너지가 아주 많아서 핵융합의 문턱 값을 넘는 데 사용되고, 외부에서 별도로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에너지가 발생한다면, Q는 무한대가 된다.

이를 점화 조건이라고 한다.

점화 조건이 달성되면 인류는 에너지 문제에서 해방된다.

“그걸 왜 꼭 달성해야 하는데? 외부에서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연구하면 되지. 지금 아빠가 약속을 어겨야겠냐?”

“그러길래 왜 덜컥 발표하신 거예요?”

으.

재준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나쁜 놈. 지난번에 다 된 것처럼 말해서 한 건데.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임계 조건은 넘겨야 하지만 꼭 점화 조건을 달성할 필요는 없다.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발생하기만 한다면 경제적 가치가 있는 거니까.

적당한 값의 Q를 달성하면 핵융합은 실용화할 수 있다.

“정확히 뭐가 문제인데?”

“플라즈마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데는 손실이 발생해요. 플라즈마를 가열하기 위한 가열장치도 전기로 동작하고 플라즈마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도 터빈을 이용하여 전기에너지로 변환해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추가적인 에너지가 더 쓰인단 말이네.

진이 입에서 불을 뿜으면서 열변을 이어갔다.

“플라즈마 가열장치에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이 대략 70% 정도예요. 발생한 에너지 중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양이 80% 정도고요. 빠져나온 열에너지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이 대략 40% 정도예요. 전기에너지를 투입하여 다시 전기에너지를 얻는 효율은 대략 22% 정도가 되고요. 손실되는 에너지를 따지면 Q는 4.4 정도가 돼야 투입한 전기에너지와 생산한 전기에너지의 비율이 같아지게 돼요.”

즉 4.5를 넘게 되면 점화 조건은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투입되는 에너지 없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전기에너지로 핵융합 발전소를 지속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 지금 Q=5라며, 그럼 된 거 아닌가?

“충분한 거 아냐?”

“아빠 사업가 맞아요?”

“왜?”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해서 팔아야죠.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다 발전소 돌리는데 다 써버리면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요. 계속 공급해야 하는 중수소 및 삼중수소의 연료비는요? 발전소를 짓는 데 들어가는 돈은요? 운영비는 또 어떡할 거예요?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팔아서 이런 모든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투입한 전기에너지의 다섯 배 정도는 생산해야 해요. Q가 22는 되어야 실용화가 가능한 거예요.”

“뭐? 22? 우린 지금 5인데?”

망했다. 망했어.

< 제381화 다시 석유 쓰면 안 될까(1)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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