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80화 (380/477)

< 제380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14) >

“데미안,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니?”

빌의 말에 데미안은 입을 비쭉 내밀었다.

“맞긴 한데, 무언가 부족해요.”

“그래, 나도 뭔가 빠진 것 같아. 투마로우에게 이익이 전혀 없어. 그렇지?”

“네, 석유를 왜 다 넘겼는지 아직 타당한 이유가 없어요. 석유를 버리고 얻어갈 더 큰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

“그게 나노봇이 아닐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캡슐을 하나 구해서 뜯어 봤어요.”

데미안은 자신이 스마트폰을 대형 스크린과 연결했다.

화면엔 분해된 캡슐의 모습이 보였다.

아서가 화면은 보면서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게 다니?”

“네, 예상보다 너무 간단해서 놀랐어요. 통신 장비 외에는 거의 싸구려 인테리어에 불과했거든요.”

“저걸 사람들이 2만 달러나 주고 구매한단 말이냐?”

“그렇게 보면 안 되죠. 문제는 어떻게 저걸로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느냐예요. 절대 불가능해요. 최소한 경두개 직류 자극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뇌를 자극할 장비가 전혀 없어요.”

“그럼 투마로우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건가?”

“아뇨, 그러기엔 아직 단 한 건의 불만이 접수되지 않았잖아요. 그건 가상현실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죠. 저 말도 안 되는 장비로요.”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니?”

제프가 데미안을 다그치듯 물었다.

데미안은 스크린으로 걸어가 캡슐을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거요.”

“그게 뭔데?”

“이게 캡슐 장비 중 가장 비싼 부품이에요. 한 개에 100달러 정도 해요.”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주사기요.”

“주사기?”

“네, 간단한 메모리 칩과 정밀한 기기가 부착된 주사기예요.”

“그걸로 뭘 할 수 있는데?”

데미안은 빌을 보고 말했다.

“나노봇을 사람 머리에 주사한 거예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뱅가모는 나노봇을 체세포 치료에 적용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어요. 이미 나노봇으로 유전자 운반이 가능하단 얘기죠. 이 말은 나노봇이 뉴런에 달라붙어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해요. 호르몬으로 사람의 뇌를 착각 속에 빠뜨려 가상현실을 구현하고 있는 거죠. 그러나 확인이 필요해요.”

빌이 데미안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데미안, 원하는 게 뭐니?”

“캡슐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뇌요. 분명 그 안에 나노봇이 있을 거예요. 호르몬 운반이 가능한 나노봇이요.”

데미안은 나노봇의 자가 복제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러 꺼내지 않았다.

가만, 가만.

제프가 손을 가로저으며 일어섰다.

“다 좋아, 나노봇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한다면 그렇겠지. 근데 그게 임재준이 석유를 포기한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데미안이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저도 그게 고민이었어요. 왜 임재준은 사우디에 있었을까? 왜 석유 판매권을 미국에 넘겼을까? 의외로 이유는 간단하더라고요.”

“간단해?”

“네, 바로 네옴 시티예요.”

“네옴 시티라니?”

“사우디가 석유 판매권을 넘긴 거지 판매 대금을 넘긴 게 아니잖아요? 여전히 사우디는 석유로 부자인 나라가 맞아요. 네옴 시티를 완성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될 거예요. 1년에 최소한 1억 명의 여행객이 예상돼요.”

“그건 관광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사우디의 오랜 숙원사업이야, 그게 나노봇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관광객 모두에게 나노봇을 심으면 어떻게 될까요? 1년에 1억 명이면 70년이면 전 인류가 머리에 투마로우의 나노봇을 가지게 될 거예요. 아니죠, 이미 러시아와 중국, 미국이 캡슐을 보급하고 있으니 30년이면 되겠네요.”

“뭐?”

“사우디는 미국의 공격으로 국토가 파괴되었어요. 오히려 그 점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거예요. 전쟁은 폐허를 딛고 일어선 감동의 도시인 네옴 시티를 홍보해주는 최고의 광고 수단이었어요.”

“그게 말이 되니? 나라를 다 폐허로 만드는 게 광고 수단이라고?”

많이 당황한 제프를 데미안이 빤히 쳐다봤다.

“저라면 할 것 같은데요.”

“뭐?”

“그동안 사우디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게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석유, 하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라는 거죠. 지금 살만 국왕과 왕세자는 이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족쇄를 벗어버리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아시죠? 유명 가수도 초청하고 BGM 페스티벌도 열고 오페라 하우스도 짓겠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바뀐 건 거의 없어요. 그만큼 뿌리가 단단히 박혀 있는 거죠.”

허.

“그래서 미국이 전쟁을 선포했을 때 담담히 받아들였다는 거냐?”

“아니요? 사우디가 받아들인 게 아니라 임재준이 받아들인 거겠죠. 임재준이 사우디의 미래를 보여줬는데 마다할 살만 국왕이 아니잖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우디를 바꿀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로 봤을 거예요. 그리고 살만 국왕은 인간의 시간을 늘리는 걸 몸으로 겪은 사람이에요. 아마 임모탈의 최신 기술이 살만 국왕에게 적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10년이 아닌 한번 시술로 100년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요?”

“100년?”

나라를 팔아서라도 하겠네.

***

전 세계는 미국 사우디 침공에 대해 비난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이번 미국의 사우디 침공에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는 이후 미국의 진정 어린 사과와 처우 개선을 약속하지 않는 한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입니다.]

이미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있는 러시아가 거꾸로 미국을 향해 경제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로서는 전혀 손해 볼 거 없는 장사인 셈이다.

[중국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만행에 치를 떨며 전 세계의 나라와 공조하여 규탄하는 바입니다. 이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행위이며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역사적 수치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미국이 하는 어떤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반미국 세력의 결집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3연임에 성공한 시앙핑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미국을 비난했다.

단둥시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중국 반도체 사용량을 100% 이상 충당할 수 있게 된 것도 미국을 향해 큰소리치는 계기로 작용했다.

[유럽 연합은 사우디 네옴 시티의 빠른 완공을 기원하며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제시하는 원유 가격과 별도로 사우디가 원하는 원유 가격으로 계약할 것입니다. 이제 미국의 독단적인 시대를 유럽 연합은 지지하지 않을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어디에 줄을 설지 망설이든 유럽 연합이 갑자기 태도를 한쪽으로 정했다.

이 시기가 SNS에서 살만 왕가와 재준의 사진이 퍼진 후의 일이었다.

***

백악관.

큭큭큭큭큭.

대통령은 소리 내지는 못하고 웃음을 참느라 몸을 들썩였다.

이거 완전히 당해도 된통 당했는데.

빠져나갈 곳이 전혀 보이질 않아.

미국이 사우디를 치면 최소한 유럽의 절반은 미국 편을 들어줬어야 했다.

하지만 유럽 연합이란 이름으로 미국과 결별을 선언해 버렸다.

그렇다고 개별 기업의 경제 활동도 막힌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하려는 일들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었다.

유일하게 미국을 옹호하는 국가로 일본이 있지만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어서 한국조차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똑똑.

“들어와요.”

비서실장이 급하게 들어왔다.

“대통령님.”

“거, 안 좋은 소식은 대충 서류로 만들어서 올리고 좋은 소식만 말해 보세요.”

“아, 네.”

비서실장은 몇 장의 서류를 넘긴 후 마지막에 가서야 멈췄다.

“없습니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하나도 없습니까?”

“그게……. 죄송합니다.”

후.

“비서실장이 죄송할 일은 아닙니다. 다 내가 못난 탓이니까요. 그럼 투마로우는 뭘 하고 있습니까?”

“의외로 조용합니다. 이쯤 되면 미국 정부든 의회든 비난 성명을 할 텐데.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미래당은 어떻습니까?”

“미래당의 장외 시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노 코멘트’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행진하기만 합니다.”

“노 코멘트…….”

정치인으로서 할 말이 없다는 뜻이겠지.

하긴 나도 국민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긴 마찬가지지.

“비서실장은 앞으로 우리가 뭘 해야 할 것 같습니까?”

“이제 사우디 석유 증산을 선언하고 올라간 물가를 끌어 내리는 일에 치중하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물가를 내리면 국민의 지지는 올라갈까요?”

“네, 하지만 더 확실한 방법은 미래당과 손을 잡으셔야 합니다.”

“미래당과요? 민주당을 버리란 말이군요.”

놀랄 만도 한데 대통령은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을 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대로는 다음 대선에서 희망이 없습니다. 어차피 다음 대선은 공화당 차례인데 지금으로서는 미래당에 대통령 자리를 내줄 겁니다.”

“미래당과 손을 잡는 건 투마로우와 손을 잡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미국을 아이티나 콜롬비아처럼 국가 운영에 인공지능을 도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통령님.”

비서실장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을 이었다.

“임재준이 말한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은 이미 도래했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저지한다고 해도 시간이 문제일 뿐 어차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음.

대통령도 알고 있다.

처음 임재준의 말을 듣고 이해는 했다.

그래도 최소한 20년 후에나 가능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틀렸다.

커즈와일의 수확 가속의 법칙은 예상 이상으로 빨랐다.

변화의 기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더니 이제 세상이 ‘년’이 아니라 ‘월’ 단위로 두 배씩 증가하고 있었다.

현재에 머무르는 정치인은 현재의 속도만 바라볼 뿐 증가하는 속도를 예상하지 못했다.

“좋습니다. 미래당의 도날드와 미팅을 주선해 주세요. 그리고…….”

해야 할 일인데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 뿐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도태 되고 사장된다.

“민주당 탈당 준비하세요.”

“네, 아마 의회의 거센 반발이 있을 겁니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탄핵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압니다. 사실 지금 탄핵을 해주면 좋겠어요. 이 자리에서 버티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니까요.”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비서실장은 진심으로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정치란 때론 비정하고 때론 연약하다.

정치에선 칼자루를 쥔 자는 가차 없이 휘두르고 그 칼을 맞은 자는 반항할 힘조차 없다.

이때.

띠링.

비서실장의 스마트폰에 문자 알림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는 무음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는 걸 까먹다니.

비서실장은 고개를 들고 속보를 알리는 문자를 확인했다.

그의 동공이 저절로 커졌다.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표정에서 위기를 느꼈다.

바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했는데.

[투마로우 네옴 시티에 핵융합 발전소 설립 발표]

“이게 뭡니까?”

“대통령님, 핵융합 발전이면…….”

“압니다. 알아요.”

허허허허허.

비실비실 웃음이 나왔다.

이거였나?

임재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큭큭큭큭큭.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

< 제380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14)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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