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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76화 (376/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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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76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10) >

진코퍼레이션.

“누군데 제이콥 이야기를 합니까?”

엘론이 재준의 통화를 듣고는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 서형길 이사장님, 도날드도 같이 있는 것 같고요.”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제이콥을 자수시키려는 것 같던데.”

“그런가 봐요.”

“그런가 봐요 라뇨? 그거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블랙워터를 붙여야죠. 위험 근처에도 못 가게.”

“그럼 다행이네요. 근데 제이콥이 자수할까요?”

“힘들 겁니다. 테러를 시인하는 꼴인데 가능하겠어요?”

“그렇겠죠. 그럼 테러의 진실을 세상에 어떻게 알립니까?”

“뭐, 다른 방법을 알려줘야죠.”

“테러의 진실이 밝혀져야 미국과 사우디 전쟁은 막을 수 있을 텐데요.”

“글쎄요. 굳이 막아야 하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조건 전쟁은 막아야죠.”

엘론은 정색을 하며 재준을 바라봤다.

전쟁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 아냐?

아니면 또 다른 생각이라도 있는 건가?

재준은 별 감흥 없는 톤으로 입을 열었다.

“뭐, 이번 전쟁이 전쟁입니까. 그냥 과시용일 뿐이지.”

“그럼 총 한 번 안 쏜다고요?”

“아뇨, 미사일 수천 발은 쏘겠죠.”

“그럼,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요.”

“죽지 않는 곳으로 피하면 되죠.”

“거기가 어딘데요?”

“네옴 시티 건설 현장이요. 거기 투마로우가 공사하는 곳이에요. 사우디든 미국이든 못 들어 와요. 그쪽으로 총알 하나라도 날린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겁니다. 메렛과 드론을 출동시켜 전부 쓸어 버릴 거라고 통보할 예정이에요.”

“아, 네옴 시티.”

“그러니까 전쟁이 문제가 아니라 전쟁 전후가 문제예요.”

“전쟁 전후요?”

“전쟁 전에는 정치인들, 기업인들 서로 편 먹고 너 죽이네 나 죽네 할 거고. 전쟁 후에는 미국이 사우디 원유를 장악해서 패권국이 되느냐, 아니면 사우디의 정치력으로 유럽을 앞세워 미국을 침략국으로 만드느냐. 이런 거로 싸우겠죠.”

패권국? 침략국?

“미국이 이기는 건 기정사실이란 거네요? 그럼, 러시아와 중국이 가만히 보고 있을까요?”

“그들도 이번엔 어쩔 수 없어요. 예전 러시아와 중국이라면 간섭질을 할 텐데. 지금 자기 코가 석 자거든요.”

“왜요?”

“러시아는 경기 침체가 워낙 심해서 남의 살림에 참견할 여력이 없어요. 지금 전 국민의 1인 캡슐화를 위해 열심히 원유를 파고 있잖아요.”

안정적인 판매처가 생겼으니 이 기회에 원래 러시아가 계획한 경제 개혁을 할 시기다.

사우디 편을 들면 괜히 유가만 하락하고 미국 편을 들 생각은 아예 없었다.

“중국은요?”

“중국 주석은 지금 3연임 준비하느라 정신이 더 없어요. 중국도 로봇과 캡슐을 퍼 나른다니까요. 그리고 괜히 남의 나라 일에 끼어들었다가 국민 정서에 악영향이라도 끼쳐서, 시위라도 일어나 봐요. 3연임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모든 일은 3연임이 확정된 이후로 미루어 놓았을 겁니다.”

가뜩이나 미국과 무역 분쟁한다고 싸우고, 기술 분쟁한다고 싸워서 경기는 침체 되어 민심이 뒤숭숭한데 이 시기에 시위가 일어나면 골치 아프다.

무조건 조용히 넘어가야 한다.

“유럽도 가만있을까요?”

“거긴 멍때리겠죠. 유럽도 전쟁을 반대하는 성명이야 발표하겠지만 어느 한쪽을 어떻게 지지해요. 둘 다 우방에다 원유 수출 1, 2위를 다투는 국가인데. 유럽의 죄라면 원유가 안 나는 게 죄지.”

“그런가요?”

임재준은 남의 문제를 항상 생각하고 사는 거야?

그럼, 본인 문제는?

“투마로우는 세일 기업들이 있으니 미국이 이겨야 유리한 거 아닌가요?”

“아유, 이겨도 골치 아파요. 원유를 풀어라 잠가라 또 참견을 얼마나 할지 안 봐도 훤해요. 이번 기회에 미국 정부에 셰일 기업 다시 다 팔아 버려야겠어요. 석유에서 손을 떼는 게 상책인 것 같아요.”

“그 황금알을 낳는 기업을 다 팔아 버리겠다고요?”

“황금알을 잘 낳을 때 팔아야지, 나중에 거위 알을 낳으면 팔지도 못하잖아요.”

아니, 황금 거위가 갑자기 왜 거위 알을 낳아?

“그리고 전쟁 후에 사우디에 캡슐을 팔아야겠어요.”

“사우디에요?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에요?”

“전쟁이 일어났으니까 캡슐을 파는 거죠. 얼마나 세상이 싫겠어요. 캡슐로 위로를 받아야지.”

엘론은 뭔가 그럴듯한데 너무 돈만 밝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요?”

“아 참, 엘론. 캡슐의 초고속 통신을 위해 1년 안에 스카이링크를 만 개는 쏘아 올려야 할 것 같은데.”

“네? 5년 동안 3,000개를 겨우 쏘아 올렸는데 1년 안에 만 개를 쏘아 올리라고요?”

“그래야 오지에서도 캡슐이 원활하게 작동하죠.”

“캡슐 작동을 스카이링크로 한다고요?”

“그럼요. 그게 다 돈인데. 지금처럼 99달러 말고 9달러 정도로 싸게 해서 받아요. 아니면 9달러를 국가보고 다 내라고 하든가. 국가한테 한 번에 받는 게 낫겠네요.”

엥? 9달러라고 해도 전 세계 캡슐 개수가……. 엄청나다.

지금까지 99달러를 받고 40만 명정도 가입자를 확보했다.

9달러를 받고 가입자가 1억 명이면? 벌써 20배가 넘는 돈이 들어온다.

거기다 말이 1억이지, 진짜로 1억뿐이겠는가.

어마어마한데.

실제 스카이링크는 한 달에 적게는 두 개, 많게는 다섯 개까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어떻게 이런 숫자의 위성을 쏟아 올릴 수 있었을까?

그건 사용한 발사체를 회수해서 재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 꼭 위성으로 통신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가 사용 중인 유무선 인터넷은 속도, 레이턴시, 대역폭 모든 면에서 싸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으나 회선을 땅속에 깔아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당연히 폰은 신호 이탈이 되는 경우가 많고 조금 깊은 산골에서 혼자 살거나 산골짜기 카페 같은 영업을 하려는 사람이 인터넷을 연결하려면 돈 내고 전신주를 박아서 선을 끌어와서 인터넷을 연결해야 했다.

인터넷 인프라가 아무리 잘 된 나라도 산골 구석구석에까지 다 깔 수는 없는데 미국이나 러시아같이 엄청나게 국토가 넓은 나라는 어떡해?

뭘 어떡해. 못 하는 거지.

그러나 위성이 하늘에 만 개만 떠 있으면 얼추 전부 속도 저하 없이 통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만 개를 1년에 쏘아 올리려면 도대체 한 달에 몇 개를 쏘아 올리란 말인가.

“불가능한데요.”

“그래요? ‘블랙’, 진짜 불가능한가?”

【가능합니다.】

“가능하다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해?”

【재활용할 발사체를 120기로 늘리면 가능합니다. 발사체는 남대서양에 추락시키는 게 안전합니다. 발사대 위치는 아프리카 적도 기니가 적당합니다. 적도 기니에 공장을 세우고 발사대 120기, 발사체 120기, 로봇 18,000기를 제작하는 데 3개월이 소요됩니다.】

“그러니까 발사체를 120기나 만들겠다고?”

【발사체는 40기씩 돌아가면서 회수, 점검, 발사를 병행하면 가능합니다.】

“아, 그래서 하루에 위성을 40개씩 날리겠다?”

40개씩이면 9개월이면 만 개가 넘긴 하는데.

과연 될까?

“‘블랙’, 만 개면 충분한 거야?”

【전 지구가 원활하게 통신하려면 12,000기가 필요하며 초고속 통신은 45,300기가 필요합니다.】

“45,300기? 한참 쏴야겠네.”

헐.

45,300기?

엘론이 놀라는데 재준은 뭔가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위성 다 쏘고 나면 우주여행 사업 한번 구상해 봅시다. 천 달러짜리 우주여행.”

“아니 무슨 우주여행이 비행기보다 싸요.”

“비용은 국가가 내면 되잖아요.”

“뭔 비용을 자꾸 국가가 내요?”

“앞으로 국가가 할 일은 그런 거밖에 없어요. 국민 캡슐 통신 비용 내주고 우주여행 비용 내주는 거. 국가 운영도 인공지능이 할 텐데. 뭐로 생색을 내겠어요? 그런 거라도 내줘야 국민이 ‘아, 정부가 있긴 있었지’라고 인지하죠.”

“음.”

45,300기에 기존 3,000기를 더하면 46,300기로, 1,000달러짜리 우주여행을 하루에 1,000기씩만 해도 백만 달러.

1년이면 3억6천5백만 달러?

엘론은 재준이 돈만 아는 사업가라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잘하면 내가 더 많이 벌 것 같은데.

***

뉴욕항 허름한 창고.

“이게 캡슐이라는 거야?”

다이로는 제이콥을 보면서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제이콥은 한심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처음 보는 거야?”

“그렇지, 콜롬비아에는 이런 게 없었으니까. 그래도 보고는 받아서 알고는 있었는데. 이거 뭐 들어가서 자기엔 딱이네.”

다이로는 마치 2m 50cm짜리 얇은 드럼통처럼 생긴 캡슐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건들지 마. 그러다 고장 나면 다시 구해야 해. 구하느라 힘들었어.”

“그래? 이거 돈 몇 푼 쥐여주면 줄 것 같은데.”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안 파니까 하는 소리야.”

다이로가 피곤한 제이콥의 표정을 보고 실실 웃었다.

“그래서 죽인 거야?”

“죽이진 않았어. 곧 죽겠지만.”

“죽였으면 죽였지. 곧 죽겠지는 뭐야? 어디 생매장이라도 했어?”

“몰라도 돼.”

제이콥이 더는 다이로와 말을 섞기 싫은지 냉장고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맥주 하나를 꺼내 꿀꺽꿀꺽 마셔댔다.

마치 엄청난 긴장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풋, 역시 아마추어네.

사람 하나 죽인 걸 가지고 긴장하기는.

이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치이이익, 치이이이익.

뭐야?

다이로가 밖으로 나가보니 컨테이너 트레일러 한 대가 유압 브레이크를 요란하게 밟으며 정지하고 있었다.

크레일러의 짐칸 문이 위로 열리자 텅 빈 공간이 나타났다.

“뭐해? 실어야지.”

제이크가 뒤에서 지르는 소리에 다이로가 돌아봤다.

“이거, 지게차 뭐 그런 거로 실어야 하는 거 아냐?”

“잔말 말고 저쪽 잡아.”

“참나, 무슨 항구 잡부도 아니고 내가.”

투덜대며 캡슐로 돌아와 한쪽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훅 들어 올리는데.

“뭐야, 이거. 이 안에 아무것도 없는 거야? 왜 이렇게 가벼워?”

“싣기나 해.”

다이로는 캡슐의 색이 검은색이고 번들거려서 꽤 무게가 나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 가벼웠다.

건성으로 한쪽 손잡이를 잡고 트레일러 짐칸에 던지듯이 실었다.

그러자 문이 스르륵 내려와 닫혔다.

그런데 다이로의 기분을 건드리는 게 하나 있었다.

“운전자 새끼는 왜 코빼기도 안 비추는 건데. 우리가 확실히 실었다는 영수증 같은 거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우리가 하는 걸 다 지켜보고 있을 텐데. 그딴 게 뭐가 중요해.”

“거슬려서. 어떤 새끼인지 참 거슬려서.”

다이로는 제이콥을 노려보고는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탕. 탕.

“야, 문 열어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 새끼 봐라.

탕. 탕. 탕.

“야, 문 안 열어?”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이 새끼, 도망간 거 아냐?”

다이로가 발 받침대를 딛고 운전석의 문을 강제로 확 열어젖히려 했는데.

휘청.

문이 왜 열려?

문이 열리자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확인됐다.

다이로가 제이콥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치이이익, 소리와 함께 트레일러가 저절로 움직이더니 쿵 문이 닫히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제이콥이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무인 트레일러야.”

“운전 수가 없다는 말이야? 저절로 움직이는?”

“저절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어디선가 원격 조정을 하는 거라고. 자율 주행도 아니고 저절로 움직이기는. 무식하게.”

“아, 이 새끼, 나를 자꾸 무식하다고 하네. 야, 지금 서열 좀 정할까?”

“너도 머리가 있으면 지금 상황에 대해 생각 좀 해. 무인이라고 무인.”

제이콥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다이로는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생각했다.

무인이 뭐?

저 새끼 요즘 사람을 둘이나 죽이더니 맛이 갔나.

“야, 무인이 뭐 어쨌다는 건데?”

다이로가 소리를 지르며 따라 들어갔다.

제이콥은 냉장고에서 위스키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크.

“뭔 술을 그렇게 마셔? 죽으려고 환장했어?”

에휴.

제이콥이 탁자에 위스키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야, 다이로. 넌 우리가 살 수 있을 것 같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네가 날 죽이지만 않으면 둘 다 사는 거지.”

제이콥이 다이로를 노려보다가 다시 위스키병을 잡았다.

이번엔 잔에 쫄쫄쫄 따랐다.

“나도 나름대로 산전수전 다 겪었어. 하지만 이번엔 감이 좋지 않아. 뭔가 단단한 올가미에 걸려든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 제376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10)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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