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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74화 (374/477)

< 제374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8) >

브루클린.

“데미안, 아빠 왔다.”

데미안 아빠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데미안을 찾았다.

“아빠.”

데미안은 거실로 내려오면서 아빠가 들고 온 서류에 눈길을 주었다.

“그래, 우리 아들, 오늘은 너를 위해 선물을 하나 가져왔다.”

“혹시 뱅가모에서 나온 논문인가요?”

“많이 기다린 모양이구나.”

“그럼요.”

“웬일인지 뱅가모에서 이번 논문을 네이처지에 공개했다. 근데 우리 아들은 아빠보다 논문이 먼저인가 보다?”

“그럴 리가요.”

“아빠 눈에 다 보이는데.”

데미안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자, 여깄다.”

“고맙습니다.”

“데미안, 내가 항상 강조하는 거 알지?”

“그럼요. 가능성이 보이면 절대 망설이지 마라.”

“그래, 과학은 어떤 난관이 있어도 일단 성공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거다. 알지?”

“네.”

데미안은 논문을 바라보다 아빠를 보았다.

“그런데 아빠는 투마로우 시티에 안 가신 거 후회하지 않으세요?”

“투마로우 시티?”

아빠는 데미안을 내려다보며 날카로운 눈매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거긴 패배자들이 모인 곳이야. 아빠와 엄마처럼 대기업의 후원을 못 받은 자들의 집합소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다 혼자서 일어설 힘이 없는 반증 아니겠냐?”

“인권과 윤리 때문에 대기업이 후원을 꺼린 건 아니고요?”

“인권과 윤리? 데미안, 잘 들어라. 과학엔 원래 인권과 윤리 같은 건 없다. 어차피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류는 계층을 만들 수밖에 없어. 최신 과학은 상류층이 먼저 선점하게 돼 있으니까.”

데미안은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아빠, 그럼 전 왜 뱅가모에 수정란을 의뢰하신 건가요?”

“의뢰?”

하하하하.

“아주 적절한 표현을 쓰는구나. 의뢰라. 그게 맞지. 맞아. 우리 부부가 인정하는 과학자가 한 명 있었다.”

“그분이 겐돌피니 아저씨예요?”

“그래, 아빠의 둘도 없는 친구였지. 그렇게 말렸는데도 결국 투마로우 시티에 가버렸어. 안타까운 친구지. 조금만 버텼으면 내가 대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었는데.”

아빠는 정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참, 지난번에 중성자 현미경과 Soft X-Ray 현미경을 설치했다고 들었는데 성과가 좀 있는 거냐?”

“이미 탄소 나노 튜브로 나노봇의 기본 형태를 만들었어요.”

“정말이냐?”

“이걸 보세요.”

데미안은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이 만든 나노봇의 영상을 보여줬다.

“이건 세포의 호흡에 사용되는 효소들 중 하나인 ATP 합성 효소로, 전기 자극을 가하면 로터가 돌아가면서 움직여요.”

데미안은 다른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건 제가 탄소 나노 튜브를 이용해 ATP 합성 효소를 본따 만든 거예요. 체내 미세 전류로 움직이는 게 보이시죠?”

“놀랍구나. 벌써 이걸 만들어 내다니.”

“일단 자기 복제가 가능한 나노봇을 만들고 나노봇이 더 작은 나노봇을 만들어서 계속 작게 작게 줄여서 만들었어요.”

“자기 복제가 가능한 나노봇이라고?”

“네. 여기. 이게 첫 자기 복제 나노봇이에요.”

데미안이 영상을 하나 띄웠는데 머리카락 굵기만 한 로봇이 계속 자기보다 작은 로봇을 복제하고 있었다.

“이 방법을 사용했구나.”

“네, 지금 당장 실험을 해도 돼요. 몇 가지 호르몬을 유도해 낼 수 있는 정도는 성공했으니까요.”

“역시, 겐돌피니가 아들 하나는 잘 만들어 주었어. 하하하하. 그럼 이제 그 논문으로 유전자 운반을 시도해 보면 되겠구나.”

“조만간 유전자 운반도 성공해 보일게요.”

“그래, 역시 내 아들이야. 이번에 캘리포니아 기업 후원 행사가 열릴 거다. 그때 같이 가자. 빌 게이츠를 소개해 주마.”

“정말입니까?”

“그럼, 약속할 수 있다. 그리고 꼭 나노봇 팔은 네가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내야 한다.”

“당연하죠. 반드시 제가 먼저 나노봇을 팔을 달 거예요.”

“그래야지, 절대 선두를 빼앗기면 안 돼. 2등은 필요 없다.”

“네. 그럼, 전 이 논문을 보러 올라갈게요.”

“그래.”

아빠는 논물을 받아들고 뛰어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는 데미안을 바라봤다.

겐돌피니, 너는 네 손으로 만든 아이가 너를 넘어서는 순간을 보게 될 거야.

아빠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응, 여보, 나야. 데미안이 움직이는 나노봇을 완성했어.”

-정말인가요?

“응, 하지만 진짜 구동되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혹시 상태가 악화돼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중증인 뇌 질환 환자를 한 명 섭외할 수 있을까?”

-음, 알아볼게요.

“고마워.”

-고맙긴요. 데미안이 움직이는 나노봇을 완성했다면 이까짓 일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

캘리포니아 기업 후원 행사.

이 후원 행사는 샌프란시스코 남쪽부터 레드우드 시티, 멘로파크, 팔로 알토, 마운틴 뷰, 쿠퍼티노, 서니베일, 산타클라라,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최대 행사다.

시작부터 기업가들이 북적거리며 서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중앙에 잔뜩 차려진 최고급 요리들과 최고급 주류와 음료가 이 행사의 규모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오른쪽 구석 의자에 음료수를 홀짝거리며 기업인들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데미안이 앉아 있었다.

데미안 옆으로 보이는 문을 나오면 긴 복도가 펼쳐지고, 그렇게 죽 따라가다 보면 귀빈들이 대기하는 호화로운 가구로 장식된 방이 있었다.

그 방 안에는 누구나 아는 기업가 네 명과 한 쌍의 부부가 자리에 앉아 대형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음.

“이 움직이는 게 나노봇이란 말이죠.”

세르게이가 눈매를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네, 모터와 비슷한 원리인 로터라는 꼬리로 방향을 조정하면서 몸 안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데미안의 아빠, 루쏘가 약간 긴 설명을 보탰다.

“기존엔 혈류를 통해서 이동했는데 이제 어디든 이동이 가능하다 이거죠?”

“그렇습니다.”

동영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빌이 옆에 있는 제프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루쏘에세 시선을 주었다.

“루쏘, 유전자 운반이 가능한가요?”

“아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가능해질 겁니다. 유전자 운반이 가능해지면 인류의 질병을 정복하게 되는 겁니다.”

“난 10억 달러 후원하겠소.”

10억 달러란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10억 달러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세르게이도 10억을 배팅했다.

“지금 투마로우 시티에서 행해지는 실험 아닙니까?”

“맞습니다. 조만간 격차가 거의 없어질 겁니다.”

“그럼 나도 10억 달러 후원합니다.”

“좋소, 나도 하죠.”

아서와 제프가 마지막으로 후원을 약속했다.

순식간에 40억 달러의 후원금이 모였다.

투마로우가 혼자 치고 나가는 과학 분야에 큰 걸림돌 한 개 정도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루쏘, 이제 이걸 만든 데미안을 만나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루쏘는 밖으로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데미안을 데리고 들어왔다.

“네가 데미안이구나.”

빌이 데미안을 보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아저씨가 빌 게이츠군요.”

“그래, 내가 빌 게이츠지. 데미안, 우리에게 나노봇의 제작 과정을 설명해주지 않겠니?”

빌의 눈이 루쏘를 일별하곤 제자리를 찾았다.

“점진적 축소 제작의 원리로, 인간이 손으로 쉽게 제작할 정도로 작은 기계를 만들고, 그 기계는 자신이 쉽게 제작할 정도로 작은 크기의 기계를 만들고, 그 기계가 다시 작은 기계를 만드는 식으로 분자 크기의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구나.”

빌은 그저 평범한 내용이라고 여겼다.

“그런데요…….”

데미안이 재미없단 표정을 지었다.

“응? 더 할 말이 있는 거니?”

빌이 관심을 보이자 데미안이 활짝 웃었다.

“겨우 이런 걸 물으려고 저를 부르셨다면 제가 실망이 큰데요.”

뭐?

순간 모두의 시선이 데미안에게 쏠렸다.

특히 데미안의 아빠 루쏘는 당황한 빛이 얼굴에 역력했다.

빌이 손들 들어 모두를 차단했다.

이놈 상당히 재밌는 아이로구나.

“그래, 그럼 뭘 물었어야 네가 실망을 안 했을까?”

“17일 전 여기 계신 네 분이 캘리포니아에서 모임을 가진 걸로 아는데요. 그때 주제가 투마로우 아닌가요?”

오호.

“그걸 어떻게 알았지? 도청이라도 한 거니? 우릴 만날 줄 알고?”

빌은 데미안에게 더욱 흥미를 느꼈다.

“굳이 도청이나 드론을 띄울 필요는 없어요. 인터넷에 다 나오거든요.”

“우리가 뉴스에 나온 거니?”

“아니요. 사람들의 글을 검색하다 보면 이 세상에는 숨길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알 수 있죠.”

검색?

“하하하, 세르게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구글의 목표를 이 아이가 벌써 실현하고 있어요.”

세르게이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음, 흥미롭네요. 단지 검색으로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다고?”

“검색어의 차이예요. 사람들은 주어와 목적어에 치중하죠. 하지만 진짜는 서술어거든요. ‘데미안을 만났다’가 아니라 ‘데미안을 봤어’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잖아요?”

“오호, 그거 재밌구나. 그래, 우린 투마로우 때문에 만났다. 이게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이 세상에 진을 상대할 수 있는 천재는 저밖에 없으니까요.”

“진?”

하하하하하하.

빌은 그동안 쌓였던 웃음을 다 토해내듯 웃었다.

“그걸 증명해 보이면 내가 너에게 1,000억 달러를 투자하지.”

빌의 입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갔다.

“증명하려면…….”

데미안이 아빠와 엄마를 바라봤다.

그리고 빌을 바라보았다.

후후.

부모도 몰라야 한다 이건가?

“루쏘, 아내와 잠시 밖에 나가 있어 줄 수 있을까요?”

루쏘의 미간이 좁혀지고 입술을 깨물며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 혼자 감당할 수 있겠냐?

“루쏘?”

“네, 알겠습니다.”

루쏘와 아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데미안을 보는데 데미안은 아주 밝게 웃고 있었다.

쿵.

문이 닫혔다.

“자, 말해보렴.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데미안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봤다.

구글의 세그게이 브린, 애플의 아서 래빈슨,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그들의 호기심 어린 얼굴을 하나하나 살핀 후 입을 열었다.

“얼마 전 GPS를 이용한 저공 무인 소형 비행기 30대를 띄웠어요.”

빌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설마, 소형 비행기 30대면…….

“한꺼번에 띄우느라 조종에 애를 먹었지만 완벽하게 목적한 건물에 충돌을 일으킬 수 있었어요.”

“거기가 어디냐?”

“CIA 본부요.”

이게 무슨 소릴까?

“물론 위쉬안에게 10분간 모든 통신장비는 해킹하라고 지시를 내렸죠. 나름 쓸 만한 실력이었어요. 제가 준 시스템 설계도를 아주 잘 파악했으니까요.”

꿀꺽.

빌의 마른침이 넘어가면서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제이콤과 존 브레넌에게 다이로를 탈출시킬 경로를 파악해서 줬고요. 역시 현장에서 뛰던 사람들이라 움직임과 임기응변이 뛰어났어요. 중간에 비행기 한 대를 일부러 그 건물에 추락시켰는데도 다이로는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죠.”

데미안.

빌의 목소리가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재밌는 심리 테스트를 해 봤어요. 사람은 셋이고 비행기는 2인용. 아, 제이콥에게는 미리 이야기해 주었어요. 존에게는 안 해 주었죠. 그 이후 일어난 일은 언론에서 확인하신 대로예요. 역시 인간은 미션이 주어지면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나 봐요.”

“데미안.”

세르게이 브린이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르게이, 갑자기 왜 그러는가?”

“1,000억 달러 받고 1,000억 달러 더. 투마로우를 침몰시킬 수 있다면 1,000억 달러 더. 내 전 재산을 걸지.”

세르게이의 폭주에 아서 레빈슨이 저지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데미안은 어린아이야.”

“어린아이?”

푸하하하.

“레빈슨, 진은 어린아이가 아니고? 그 아이가 아프리카와 아이티, 콜롬비아에 어떤 일을 벌였는지 압니까? 러시아는, 중국은! 일본이 어떻게 수렁에 빠져 신흥국보다 못한 나라로 추락한 걸 모르고 하는 소립니까? 진은 괴물입니다. 괴물. 그리고 괴물이 여기 또 하나 더 있잖아요. 여기.”

데미안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 제374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8)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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