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73화 (373/477)

< 제373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7) >

“그래서 사우디에 경제 제재라도 하잔 말입니까?”

“사우디에 제재할 경제가 있기는 합니까? 힘으로 눌러야지요. 지금까지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런저런 편의를 받아먹기만 했는데. 선의가 오래가면 권리라고 생각하는 나라들에겐 그 선의를 거두어야 합니다.”

이상하다.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느낌이다.

결국 도날드가 나섰다.

“아니, 무슨 이유로 사우디를 테러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겁니까?”

“왜 자꾸 같은 질문을 하는 겁니까? 그럼 사우디가 아니라는 증거를 대세요. 아니면 대테러 법안을 상정할 테니 의회에서 반대하면 될 거 아닙니까?”

미국의 모든 행정은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의회에 사우디 대테러 법안을 상정하고 채택하여 표 대결로 몰아가려는 속셈이었다.

도날드는 표 대결에서 승리한다는 확신이 서질 않았다.

현재 하원 의석은 345석 중 320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상원 의석은 100석 중 33석으로 확실히 모자랐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 저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왜 저렇게 자신 있어 하는 거지?

분명 하원을 장악한 우리가 유리한데.

***

다음 날.

아지트.

[미 의회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번 테러의 원흉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습니다.]

서형길은 도날드를 보며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러게.”

“모두 같은 마음이라니. 미래당도 포함된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저게 바로 언론플레이라고. 일단 먼저 발표해 놓고 국민의 반응을 보면서 서서히 몰아가는 거.”

“도날드, 지금 몰이를 당하는 게 너라고.”

“나도 알아. 그래도 하원의 절대다수가 우리 당인데 걱정하지 마.”

서형길은 급하게 술을 들이켜는 도날드를 바라봤다.

이거 어째 믿음이 안 가는데.

“도날드, 국민들은 다이로 때문에 이번 테러는 남미 갱단이라고 알고 있다고. 사우디가 아니라.”

“그런데 정말 테러는 누가 저지른 거야?”

그러게 누굴까?

“가만있어 봐. 도련님한테 물어봐야겠어.”

서형길은 스마트폰을 꺼내 통화를 시도했다.

띠리리리링.

-네, 이사장님.

“저, 도련님. 의회가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왜요?

“사우디를 테러의 원흉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건 알고 있죠. 그게 미국에게 이익이 될 테니까요.

“알고 계시다고요?”

-네.

“역시……. 그럼 도련님은 이번 테러를 저지른 나라가 어딘지 아십니까?”

-음, 말해도 되려나?

“지금 죄 없는 사우디가 제재를 받게 생겼는데. 내일부터 도날드가 진실을 위해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그럼 알려줄게요.

“네. 테러를 가한 나라는 어디죠?”

도날드도 서형길의 스마트폰으로 귀를 쫑긋 세우는데.

-미국이요.

“네? 미국이 미국을 테러했다고요?”

미국?

도날드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이콥과 존 브레넌이 테러를 저지른 거예요. 다이로를 탈출시키기 위해서.

“다이로를 왜 탈출시켜요?”

-거기까진 모르겠어요. 아무튼 제이콥과 존 브레넌이 저지른 거예요.

“존은 죽었잖아요.”

-그것도 어떻게 된 내막인지 모르겠어요. 뭐, 테러 성공 후에 셋이 티격태격하다 죽은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네.”

-도날드에게 너무 나서지 말라고 하세요. 지금 섣불리 움직이면 크게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 네.”

-그럼, 미국 가서 봐요.

“네.”

툭.

서형길이 전화를 끊자 도날드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게 뭔 소리야? 미국이라니.”

“정확히는 제이콥과 존 브레넌이래.”

“뭐? 이건 또 무슨 자다가 벼락 맞는 소리야?”

“모두 헛다리를 짚고 있는 거라고. 결국은 미국이 미국을 테러한 거야. 이게 알려지면 전 세계가 발칵 뒤집어지겠지?”

“그걸 말이라고 해? 당장 내일 의회에 가서 진실을 밝혀야겠어. 수사팀도 꾸리고 자세한 내막을 밝혀내겠어.”

도날드가 의욕을 불태우자 서형길이 ‘너 바보냐’라는 눈으로 쳐다봤다.

“도날드, 도련님이 일단 자중하라고 했어. 그게 맞는 것 같아.”

“아니, 왜?”

“그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전 CIA 부장이 CIA를 테러했다고 하면 현 정부가 가만히 있겠어? 먼저 도날드 너부터 잡아다가 진실 규명을 하고 나설 텐데.”

“어? 그러면…….”

“넌 그때 가서 뭐라고 할 거야. 임재준이 알려줬다, 그럴 거야? 가뜩이나 투마로우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놈들한테. 그냥 조용히 법안이 채택되지 못하도록 하원 의원들한테 반대표나 던지라고 해. 괜히 들쑤시면 좋은 꼴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음, 그렇긴 한데.”

“그보다 우리가 따로 조사를 해보자고.”

“조사?”

“그래, 제이콥과 존 브레넌이 왜 테러를 저지르고 다이로를 빼갔는지.”

“음.”

“딱 봐도 견적이 나오잖아. 제이콥 한쪽 눈을 저렇게 만들고 존이 CIA에서 쫓겨나게 된 게 누군 때문인데. 분명 엉큼한 수작을 부리는 거야.”

“누군데?”

“응?”

“제이콥 눈과 존을 저렇게 만든 게 누군데?”

모르고 있는 건가?

알려주면 안 되는 건가?

아니지, 알아야 면장도 하지.

“도련님이잖아.”

“뭐? 임재준이 제이콥 눈알을 뽑았다고?”

“응, 그 러시아 비서실장 마카르는 목뼈가 부러져서 목소리를 잃었고.”

헉.

도날드가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언제?”

“도날드 네가 대통령 당선되기 전이지 아마.”

“아니, 이 빌어먹을 비서실 놈들은 왜 그런 걸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그게 뭐 좋은 일이라고 말을 해? 자기네 흑역사인데. 그러니까 이건 두 녀석이 도련님에게 한을 품은 게 틀림없어.”

“그렇다면 좀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겠는데.”

“이번에 조사할 팀을 한번 꾸려보자고.”

“그래.”

둘은 열심히 일하는 미키를 쳐다봤다.

따가운 시선을 느낀 미키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죠?

***

뉴욕항 허름한 창고.

치지지직.

제이콥과 다이로가 노이즈가 잔뜩 낀 모니터를 바라봤다.

“이게 뭐야?”

“잔말 말고 들어.”

“허, 뭔 비밀이 이렇게 많은지, 원.”

다이로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신경을 건드리는 목소리에 다이로가 미간을 찌푸렸다.

“다음 퀘스트는 투마로우 캡슐을 탈취하는 겁니다.”

퀘스트? 캡슐?

“그거만 가져오면 되는 건가?”

“여기 창고로 캡슐을 가져오면 됩니다.”

“아니, 캡슐은 취직하면 그냥 주는 거 아닌가? 그 정도는 직접 해도 되지 않나? 그게 뭐 힘든 일이라고.”

“캡슐에는 가상현실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캡슐의 비밀을 풀어서 투마로우의 약점을 찾아야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 정도는 직접 해도 되지 않냔 말이지.”

“아래 지정된 장소에 100만 불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치직, 치지지지직.

다이로는 황당한 얼굴로 제이콥을 봤다.

“캡슐? 이게 다야?”

“흠, 역시 캡슐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거 무슨 원한 뭐 그런 게 아니라 산업 스파이 짓을 하라는 거잖아.”

“다이로, 머리를 좀 써, 머리를. 너 같으면 캡슐 하나 얻는 데 100만 불을 지불 하겠어?”

“그럼, 뭐 어쩌라는 건데? 어디 직장이라도 다녀야 하는 거야?”

“신분 노출이 되지 않게 캡슐을 가져와야 한다는 거잖아. 이 돌대가리야.”

“뭐? 이게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됐어. 넌 여기 있어. 나 혼자 캡슐을 가져올 테니까.”

제이콥이 다이로를 보고 피식 웃고는 창고를 나가버렸다.

다이로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니, 나는 왜 CIA에서 꺼낸 거야?

뭐 대단한 역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참, 그게 아니지.

꺼낸 게 아니라 나는 여기 억지로 끌려 온 거잖아.

“그래, 그냥 여기서 편안하게 쉬다가 기회가 되면 콜롬비아로 튀는 게 상책이다.”

벌렁.

다이로가 침대에 누웠다.

이때.

치직, 치지지직.

모니터가 켜지며 묵직한 음성이 들렸다.

“다이로.”

응?

“드디어 둘만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군요.”

뭐야? 이놈.

“뭐?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건가?”

“임재준은 나노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노봇이 뭔데?”

“세포 크기의 로봇입니다. 인간의 몸에 들어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세포 크기의 로봇? 그게 가능해?”

“현재 유전자 조작과 뇌세포 자극에 쓰이고 있습니다. 임재준은 나노봇에 특별한 기능을 추가하려는 겁니다.”

“그래서 그게 나하고 뭔 상관인……. 뭐? 뇌세포 자극?”

다이로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스위치를 만지작거렸다.

“그렇습니다. 만약 임재준이 생각하는 나노봇이 완성되면 인간은 모두 그의 조종을 받게 될 겁니다.”

“아니, 뭐 나한테 인류를 구원하라는 그런 건 됐고. 그거나 말해 봐. 뇌세포 자극. 그거 혹시 스위치 같은 거로 자극을 주고 그러는 거 아냐?”

“아닙니다. 그건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이군요. 요즘은 통신을 이용해 나노봇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통신? 뭐 인터넷 같은 거?”

“맞습니다. 한 번에 수조 개의 나노봇에게 명령을 전달하여 인간을 개조할 수 있습니다.”

“몇 개? 수조 개? 그게 가능해?”

“가능합니다.”

어라, 임재준은 이런 걸 만들고 있었던 거야?

내 머릿속에는 달랑 한 개, 아닌가? 몇 개 정도 되려나?

어쨌든 너는 머릿속에 수조 개를 집어넣었단 말이지.

이거, 이거, 너무 차별이 심한데.

“그리고 특별한 기능이라는 게 뭔지 알아?”

“뭐든지 가능합니다.”

“혹시 마약보다 강한 걸 줄 수도 있나?”

“수천 배는 강한 쾌락도 가능합니다.”

“수천 배?”

이거였구나.

너 혼자만 즐기고 있었던 거야.

“좋아 그렇다 치고, 내가 할 일이 뭐지?”

“아주 특별한 일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게 뭔데?”

“임재준의 아들을 죽이세요.”

“진을 죽이라고? 어떻게? 투마로우 시티에 처박혀서 나오지도 않는 아이를. 투마로우 시티에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해.”

“임재준에게 테러를 가하면 진이 투마로우 시티를 나와 미국으로 올 겁니다.”

“그래?”

“아들 입장에서 아버지가 죽어가는데 임종은 봐야 하지 않을까요?”

“오호, 가만, 가만, 가만.”

임재준을 테러하고 그 아들이 나타나면 죽여라.

“이건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 아닌가? 가뜩이나 지금도 미국 정부에 쫓기는 신세인데. 임재준과 진을 테러하면 전 세계가 나를 쫓을 거야. 당신 너무 생각이 짧은 거 아냐?”

“나노봇이 완성되면 외모를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외모를? 나노봇으로 내 얼굴을 뜯어고치는 게 가능해?”

“말했을 텐데요. 나노봇을 삽입하면 불가능한 건 없습니다.”

“설마 죽지도 않아?”

“가능합니다.”

“언제 완성되는데?”

“캡슐이 도착하면 가능합니다.”

다이로의 입꼬리가 양쪽을 올라갔다.

“너, 너도 나노봇을 만들고 있구나?”

“누가 먼저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세상도 달라집니다. 난 내가 먼저 만들어야겠습니다.”

오호라, 이놈 봐라.

그래, 임재준은 죽었다 깨어도 나한테 나노봇을 주진 않을 거야.

그렇다면 이놈에게 거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거 같은데.

< 제373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7) > 끝

ⓒ 번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