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72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6) >
진코퍼레이션.
[충격적인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CIA 본부가 무인 비행기 테러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현재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사망자와 부상자가 계속 실려 나오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이는 명백히 미국에 대한 도전이며 반드시 실체를 밝혀 보복을 가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음.
재준과 엘론은 CNN 속보를 보며 침음을 흘렸다.
그 옆에서 진은 뉴스 화면을 흘깃 보고는 다시 핵융합 발전에 몰두했다.
재준은 뭔가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엘론, 저 뜬금없는 테러는 뭘까?”
“그러게요. 지금 테러를 할 수 있는 세력이 있기는 하나? 기껏 해 봐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데 그들이 무식하게 저런 식으로 테러를 할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돈이 너무 많이 든 것 같지 않아요?”
“그렇죠. 저 소형 비행기 하나에 몇십만 달러는 할 거 같은데.”
“‘블랙’”
【네.】
“저 비행기 얼마야?”
【전부 세스나152 중고 기종으로 대당 2만에서 3만 달러 사이입니다.】
“총 몇 대가 떨어진 거야?”
【30대입니다.】
“그럼 3만 달러 잡아도 총 90만 불이네.”
한화로 약 13억 정도 되는 돈이다.
“아니 무슨 테러를 90만 불이나 들여서 하는 거야? 누가 한 거야?”
【데미안입니다.】
데미안?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데미안이란 이름에 진이 고개를 들었다.
“진, 왜? 아는 이름이니?”
“뱅가모에서 저와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예요.”
“유전자 수선으로 태어난 아이라고? 그럼 너와 같은 나이잖아.”
“맞아요. ‘블랙’, 지금 데미안의 아이큐가 몇이지?”
【287입니다.】
“들으셨죠. 엄청 똑똑한 애예요.”
똑똑한 건 알겠는데.
“왜 테러를 한 거지?”
“데미안은 부모님께 인정받기 위해서 그랬을 거예요.”
“인정? 아니, 데미안 부모가 테러리스트야? 테러로 부모의 인정을 받게.”
“아니요. 데미안 아빠는 생물학 교수고요. 엄마는 뇌과학자예요. 데미안은 오래전부터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어요. 표현이 점점 과격해진다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 못 했어요.”
“‘블랙’, 이유를 물으면 네가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합니다.】
“그렇겠지. 네가 인간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지. 그럼 테러 이후에 CIA 내에서 특별히 달라진 점은 있나? 뭐, 주요인물이 죽었다거나, 해킹을 당했다거나.”
【오렉 스미스, 리알토 콕핸, 브라운 데미로스, 진저 알브레미소.】
“잠깐 뭐하는 거야?”
【CIA 요원 중 사고로 죽은 사람들입니다.】
“아, CIA 요원이니까 주요인물이라서 다 말하려고?”
【계속하겠습니다.】
“아니, 아니. CIA 요원 말고. 다른 사람.”
【없습니다.】
“그래? 그럼 해킹을 당했어?”
【네, 10분간 보안 시스템이 뚫렸습니다.】
“해커가 누군데?”
【위쉬안입니다.】
“뭐? 위쉬안?”
“왜 아는 인물입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엘론이 끼어들었다.
“네, 몇 년 전에 일본중앙은행을 해킹해서 10억 달러를 갈취한 놈들이에요.”
“아, 저도 기억납니다. 그 중국 주석이 9억 달러를 꿀꺽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사건이죠?”
“네.”
그렇죠.
그때 난 9억 달러 주고 지린성을 꿀꺽했지.
“그럼 중국이 테러의 배후라는 건가요?”
“설마요. 큰일 날 소리를. 위쉬안은 중국 정부에서 버려졌어요. 아마 중국 땅에 못 들어갈걸요.”
“그럼 누굴까요?”
“‘블랙’, 위쉬안이 해킹을 할 때 움직인 같은 편이 누구야?”
【제이콥, 존 브레너입니다.】
“제이콥과 존 브레너? 미친 거 아냐?”
“아니, 이게 무슨 소립니까?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전 CIA 국장이 움직였다고요?”
재준보다 엘론이 더 놀랐다.
“그렇다네요.”
“가만, 가만. 이건 아주 심각한데요. 빨리 신고를 해야겠어요.”
재준이 엘론을 멍하니 쳐다봤다.
“엘론, 뭐라고 신고할 건데요?”
“그야 제이콥과 존 브레너가 테러에 가담해서……. 안 되겠네요.”
“아마 도감청으로 우리가 감옥에 더 오래 있을 수 있어요.”
“그렇겠네요.”
“‘블랙’, 그들이 한 일이 뭐야?”
【다이로를 데려갔습니다.】
“다이로를?”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짓거리지?
그러니까 데미안이 비행기를 30대나 떨어뜨리고 제이콥과 존이 다이로를 납치해갔다?
아닌가? 다이로가 납치당할 인물은 아닌데.
“제이콥과 존은 지금 어디 있어?”
【제이콥은 뉴욕항에 있고 존 브레너는 버지니아 재향군인병원 영안실에 있습니다.】
“뭐, 영안실? 존이 죽은 거야? 누가 죽인 거야?”
【다이로입니다.】
헐.
“이놈이 드디어 미국에서 사고를 쳤구나. 사고를 쳤어. 다이로는 어딨는데?”
【뉴욕항에 있습니다】
“제이콥과 함께 있는 거야?”
【네.】
“데미안은?”
【자신의 집에 있습니다.】
이게 뭐 어떻게 된 거야?
“아마, 제이콥과 다이로는 데미안의 존재를 모를 거예요. 그렇지, ‘블랙’?”
【네.】
진이 나서서 정리해 주었다.
“그러니까, 데미안이 위쉬안과 제이콥, 존을 이용해서 다이로를 CIA에서 탈출시킨 거네.”
“그런 것 같아요.”
“왜?”
“그건 모르겠어요.”
마지막 대답을 한 진은 다시 핵융합 발전에 집중했다.
재준과 엘론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론, 당신 생각에는 이유가 뭘 것 같아요?”
“전혀 모르겠는데요.”
재준은 다이로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다이로 스스로 탈출을 계획한 건 아닌 것 같고.
다이로가 사라진 걸 알면 난리 나겠는데.
이거 괜히 불똥이 이상한 곳으로 튀는 거 아닌지 몰라.
***
CIA 테러 사건 10분 전.
아지트.
푸하하하하하하.
서형길은 사람이 웃다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날드, 너무 크게 웃지 마. 이럴수록 진중해야지. 채신머리없게.”
“친구, 오늘까지 웃고 내일부터 체면 좀 세우겠네.”
미래당은 중간 선거에서 34석의 상원 자리 중 33석, 345석의 하원 자리 중 320석, 36석의 주지사 자리 중 30석, 27개의 국무장관 자리 중 25석을 미래당이 차지하며 미국 정치의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도날드도 뉴욕 25구역 하원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막강한 힘을 가진 하원 의장에 선출되었다.
하원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세금과 예산과 관련된 법안은 하원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돈줄을 쥐었다.
오늘 첫 번째 날부터 미래당은 휘발유 가격에 대해 국민 지원 방안에 대한 법안을 상정함과 동시에 책정했다.
‘사이진’은 ‘I Did That’ 스티커로 미래당을 지지하는 운동을 펼쳤다.
치솟는 고유가에 분노한 미국인들이 무능한 현 정권을 성토하며 휘발유를 넣고 나온 연료값에 ‘I Did That’ 스티커를 붙이거나 합성하여 SNS에 올렸다.
미래당에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압살할 기세였다.
이대로 의회에서 기존의 무능한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일침을 가하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내일부터 석유 정책에 대해 더욱 매몰차게 몰아붙일 거야. 도대체 정치의 기본을 몰라. 기본을.”
도날드의 날선 외침에 서형길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기본은 너도 모르는 것 같은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치란 국민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편안하게 살아가게 만들어 주는 거라고.
이렇게 싸움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란 너무 뭐라 하면 뒤에서 딴짓을 하게 되어 있어. 서로 대화로 잘 풀란 말이지.”
“서형길,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왜 안 돼?”
“임재준은 절대 대화로 풀지 않잖아.”
“아니 거기서 도련님이 왜 나와?”
“두고 봐. 나도 대화 따윈 하지 않아. 미국 정치를 장악해서 임재준이 원하는 미래 사회를 위해 법안을 싹 뜯어고치고 말겠어.”
도날드는 서형길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다 좋은데.
도련님을 위하는 건 나 하나로 족하다고.
이때.
미키가 TV를 켜면서 소리를 질렀다.
“또 대형 테러가 터졌어요!”
뭐?
[충격적인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CIA 본부가 무인 비행기 테러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현재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사망자와 부상자가 계속 실려 나오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이는 명백히 미국에 대한 도전이며 반드시 실체를 밝혀 보복을 가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도날드와 서형길이 입을 턱 벌린 채 정지했다.
“갑자기 저게 무슨 상황이야?”
“감히 미국에 누가 또 테러를 가했다고?”
“어유, 저거 사망자가 꽤 많이 발생했겠는데.”
“CIA 본부가 저 지경이 되는 게 말이 되나?”
“내일 의회에 들어가면 꽤나 시끄럽겠어.”
둘이 걱정하는 표정으로 위스키를 단번에 털어 넣었다.
카.
그리고 속보가 이어졌다.
[긴급 속보입니다. 전 CIA 국장이 테러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머리와 복부에 총을 맞고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CIA에서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대부 다이로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남미 갱단의 소행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남미 갱단이?”
도날드와 서형길이 서로를 쳐다봤다.
“이건 아니지. 티가 나도 너무 나는데.”
“이거, 이거, 정치인들 또 콜롬비아를 제물로 삼을 가능성이 큰데.”
“설마, 콜롬비아를 건드리려면 도련님과 먼저 한판 붙어야 하는데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그 전에 명분이 필요하겠지. 이번엔 콜롬비아가 CIA 본부를 테러했으니 임재준 너도 할 말이 없을 거다. 뭐, 이렇게.”
“증거는 있고?”
“증거는 만들면 되지.”
“음. 도련님이 콜롬비아에 들인 공이 얼만데. 저놈들 쳐들어가서 ‘드럭리걸 존’만 쑥대밭으로 만들고 콜롬비아는 나 몰라라 하는 거 아냐? 은근히 마약이 다시 미국에 뿌려졌으면 하는 정치인도 꽤 되던데.”
“그건 안 돼. 내일부터 전쟁을 벌여야겠어. 겨우 투마로우가 마약 없는 세상을 만들어 놨는데. 미래 사회를 망치는 놈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도날드는 서형길을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
“이제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고.”
“원샷.”
***
다음 날.
미국 국회의사당.
상하원 의원들이 어제 벌어진 CIA 본부 테러에 대해 성토하기 위해 모두 집결하였다.
도날드는 콜롬비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졌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 쪽에서 이상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번 테러 사건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소행이 확실합니다.”
“맞습니다. 이번 사우디와 미국의 싸움에 알카에다가 보복한 겁니다.”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도날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 무슨 개소리야?
갑자기 이슬람이 왜 나와?
콜롬비아를 치는 거 아니었어?
아직은 정치 경험이 월등한 인간들에게는 많이 부족한 도날드였다.
도날드는 미래당 의원들에게 손짓을 했다.
공격, 공격.
도날드의 신호와 함께 미래당 의원들이 발원권을 신청하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슬람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 있습니까?”
“그럼 없다는 증거는 있습니까?”
강력한 반박에 미래당 의원이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그걸 왜 내가 증명해야 하는 건데?
없다는 증거가 어딨어?
“이번 석유 감산 조치에 대한 보복성 언사 아닙니까?”
“그럼 본인은 테러의 실체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건 차차 알아봐야지요.”
“나는 확실한 확신이 있어서 말하는 겁니다.”
“그 확신이 뭔데요?”
“지난번에 사우디가 미국 대통령의 부탁을 대놓고 무시했습니다. 그래서 미국도 이에 적합한 조치를 취한 겁니다. 이에 분노한 사우디가 이번 테러를 뒤에서 획책한 거고요.”
도날드는 정말 황당했다.
아니 이게 무슨 억지야?
< 제372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6)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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