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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71화 (371/477)

< 제371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5) >

미국 버지니아 주 랭글리.

존과 제이콥은 차로 5분 거리에서 CIA 본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래당이 중간 선거에서 압승을 해 버렸던데. 저러다 미국이 통째로 투마로우에 넘어가겠어. 안 그래?”

존 브레넌이 쯧쯧쯧 혀를 차며 제이콥을 바라봤다.

넌지시 자신의 주장을 인정받아야겠다는 눈빛으로.

“‘넘어가겠어’가 아니라 이미 넘어갔어. 그것도 한참 전에.”

“언제?”

“월가가 투마로우 손에 떨어졌을 때.”

“그런가? 하긴 증권가를 장악하면 다 끝난 문제지.”

“쓸데없이 과거 일에 집착하지 말고 준비해. 우린 다이로만 빼 오면 되니까.”

“자네 걱정이나 해.”

애꾸눈 주제에 남의 걱정은.

“제이콥, 이번 일로 임재준이 타격을 받을까?”

“글쎄, 근데 중요한 건 알고 있지.”

“그게 뭔데?”

“이번 일을 꾸민 놈이 임재준을 무척 싫어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이번 일로 임재준이 타격을 받겠지.”

“나도 그건 의심하지 않는데. 겨우 사람 하나 CIA에서 빼낸다고 임재준이 타격을 받을까?”

“겨우 사람 하나 꺼내려고 우리를 끌어들인 거라고 생각지는 않는데. 뭔가 더 큰 그림이 있지 않을까?”

“큰 그림의 시작이 다이로란 말이야?”

“그렇다고 봐야지.”

제이콥이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봤다.

4시 정각.

“위쉬안이 일을 시작할 시간이야.”

“그럼, 우리도 슬슬 움직여 볼까.”

“동선은 확실한 거지?”

“제이콥, 내가 여기 국장이었어. 여긴 내 손바닥 보듯이 훤해. 나만 믿어.”

존이 눈을 들어 CIA 본부를 바라보며 ‘음’ 하고 침음성을 내뱉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분주해졌다.

벌써 전체 시스템이 먹통이 된 건가?

천재적인 해커라더니 실력은 있나 보네.

“여기 요원이 꽤 많이 있는데 과연 다이로를 빼 올 수 있을까?”

“뭔가 준비했다니 기다려 봐. 신호가 올 테니까.”

“그러니까 그 신호가 뭔데?”

“나도 몰라. 하지만……. 저거 뭐야?”

제이콥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십여 대의 경비행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일제히 CIA 본부 건물을 향해 하강했다.

휘이이이이잉.

쾅.

“이런 빌어먹을 저게 준비한 신호야?”

“존, 달려.”

휘이이이이잉.

쾅, 쾅, 쾅, 쾅, 쾅.

십여 대의 경비행기가 무차별적으로 건물에 처박혔다.

쿠앙.

건물에 처박힌 비행기에서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나며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휘이이이이잉.

다시 하늘에 십여 대의 경비행기가 나타났다.

“또 온다. 이 싸이코 새끼 미친 거 아냐? CIA 자체를 지워 버릴 작정인 거야?”

“죽기 싫으면 그만 떠들고 달려.”

존과 제이콥은 미리 계획된 경로로 달렸다.

턱, 턱.

헉, 헉, 헉.

동쪽 끝에 위치한 건물로 다가선 둘은 벽에 기대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존, 언뜻 보니 조종석에 사람이 없던데.”

“무인 비행기. 어디선가 GPS를 이용해서 조종하는 거야.”

“비행기가 저렇게 많이 떴는데 공군이 출동을 안 해?”

“저건 저공 무인 비행이잖아. 레이더에 안 잡혀.”

“완전 9.11 테런데.”

“fuck, 걸리면 테러범 정도가 아니야. 이거 잘못 걸린 것 같은데.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용병이라도 쓸걸.”

“불평 그만하고 안에 누가 있나 확인이나 해.”

“여기 평상시에도 요원들의 출입이 없는 곳이야. 나만 따라와.”

벌컥.

콜록, 콜록.

뿌연 연기가 건물 안을 가득 메웠다.

다다다다닥.

요란한 발소리들이 들리고.

-소화기 가져와.

-저기 실베스터가 쓰러졌어.

-누가 여기 좀 도와줘.

여기저기 난장판을 수습하려는 요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존과 제이콥이 벽에 붙어서 천천히 계단 앞까지 움직였다.

존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고 손가락 셋을 폈다.

3층으로 올라가자는 신호.

둘이 올라가는 도중에 다다다다닥 분주한 소리를 내며 한 무리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존!

제이콥이 존을 바라보자 존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조용히 있어.

내가 처리할 테니.

다다다다닥, 무리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커져 왔다.

다다다다닥, 거의 다다르는 순간.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전해졌다.

미친 새끼.

이 건물에 우리가 있는 걸 알면서.

으아아아악.

위쪽에서 여기저기 비명이 난무했다.

콜록, 콜록.

뿌연 먼지가 계단을 가득 메웠다.

“제이콥, 빨리.”

존이 제이콥을 재촉하며 계단을 뛰듯이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오자 역시 비행기 한 대가 벽을 들이받아 반쯤 걸쳐있는 게 보였다.

방금 뛰어 내려오던 요원 중 몇은 바닥에 널브러졌고, 몇은 쓰러진 요원을 질질 끌고 추가 폭발에 대비하는 듯 움직였다.

“제이콥.”

존이 제이콥을 다그치고 계단을 뛰어올랐다.

훅, 훅, 훅.

3층에 다다라서 거침 호흡을 내쉬었다.

“자, 따라와.”

존이 다시 앞서가고 제이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따라갔다.

연기인지 먼지인지 모를 뿌연 복도를 지나 중간쯤에 다다랐다.

존이 급하게 보안 번호를 누르고 카드를 가져다 대었다.

철컥.

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유유자적하게 웃고 있는 다이로가 보였다.

“어유, 엄청 시끄럽네. 이제 내 걱정이 돼서 온 거야?”

“다이로, 가자. 너 하나 탈출시키겠다고 CIA 본부를 박살 내고 있어.”

“탈출?”

다이로가 놀란 눈으로 제이콥과 존을 위아래로 흩었다.

“놀랄 시간도 없으니까. 나와!”

“허, 거참. 이게 다 무슨 일이래.”

다이로가 둘을 따라 밖으로 나오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뿌연 먼지를 손으로 부쳐내며 둘을 바라봤다.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우리가 한 게 아냐. 일단 나가고 보자.”

제이콥이 다이로를 끌어당기려는데 다이로가 제이콥을 손을 뿌리쳤다.

워, 워.

“너희들 누구냐? 내가 바보도 아니고, 여기서 나가는 순간 평생을 도망자 신세로 살아갈 게 뻔한데.”

“우리도 계획대로 움직이는 거야. 여기서 너를 데리고 나가야 해.”

“하하하, 그럼 안되지. 딱 봐도 니카라과에서 사주한 놈들 같은데. 난 그냥 여기 있을게. 그쪽들은 가봐.”

“니카라과? 넌 머리가 장식이냐? 미국 CIA 본부를 이 지경으로 만들면 이란 꼴이 날 텐데. 너 하나 죽이자고 니카라과가 이런 모험을 걸겠냐고?”

“이란?”

다이로는 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9.11 테러로 쑥대밭이 된 이란.

그럼 니카라과는 아니고.

누가 나를 빼내려는 거지?

설마 임재준이?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아니지, 아무리 임재준이 무모한 놈이라도 이 정도는 아니야.

제이콥이 답답한 듯 총을 꺼냈다.

“가자. 좋은 말로 할 때.”

“워, 워. 말로 해도 되는 걸 그런 것까지 쓸려고 그래? 근데 나를 죽이면 지금까지 벌인 일이 엉망이 되어 버리는 거 아냐?”

저 새끼가.

철컥.

제이콥이 권총의 슬라이드를 잡아당겼다.

“안 돼.”

존이 제이콥의 어깨를 잡으며 속삭였다.

“저놈을 죽이면 내가 받을 걸 못 받아.”

“그럼 어쩌자고.”

존이 다이로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이로, 너 혹시 임재준과 원한이 있지 않나?”

“임재준?”

“그래, 이 일을 계획한 이는 임재준이 사라지길 원하거든. 우리도 갚아야 할 빚이 있고.”

“그래? 오호, 그럼 이 일은 임재준을 제거하려는 놈이 벌인 일이다?”

“그렇다니까.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긴, 이렇게 엉망이 됐는데. 누가 우릴 신경이나 쓰겠어?”

“콜롬비아를 전부 장악했다더니 강단은 있다, 이건가?”

“조용해 봐. 나도 생각이란 걸 해 보게.”

임재준을 제거하려는 놈들이란 말이지.

다이로는 습관대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스위치를 만지작거렸다.

이러면 내가 임재준과 적이 되는 건데.

득보다 실이 많은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는 거지?

“아니야, 난 임재준을 상대하기 싫어. 역시 난 여기에 남겠어.”

“이런 모자란 놈.”

존이 다이로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내가 여기 CIA 부장이었어. 장담하는데 버티면 넌 여기서 죽어. 아니면 니카라과에 넘겨지던가.”

“어허, CIA 부장이셨어요?”

“그래, 이 멍청한 놈아. 저기 있는 놈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고. 우리가 왜 너를 빼내려는지 모르겠어?”

“뭐? 대통령 비서실장?”

이놈들이 미쳤나?

“존, 필요 없어. 그냥 죽이고 가자. 시간 없어.”

철컥.

제이콥이 다시 슬라이드를 잡아당겼다.

다이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놈들 진심인데.

“잠깐, 잠깐. 일단 알았어. 따라가지. 하지만 나도 보험은 하나 들어 놔야지. 난 내 발로 걸어간 게 아니라 끌려가는 거라고.”

“뭐?”

다이로는 존을 손을 뿌리치고 벽에 자신의 머리를 문의 모서리에 대고 긁었다.

찌익.

“으, 쓰라려.”

다이로의 왼쪽 머리에서 한줄기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손으로 피를 닦아내고 벽에 스윽 문질렀다.

“됐어. 이제 난 당신들에게 끌려가면서 반항한 거야.”

“독한 놈.”

“피차 그런 소릴 할 처지는 아닌 듯한데. 시간 없다며. 가자고.”

에이.

존은 제이콥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오던 길로 다시 되짚어갔다.

아직도 건물 안은 소란스러웠으며 연기와 먼저가 공기 중에 흩날리고 있어 셋의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밖으로 나온 셋은 미리 준비해 놓은 차까지 달렸다.

휘이이이잉.

다시 하늘에서 소형 비행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헉, 또 온다. 진짜 누군지 미친놈이 분명해. 이게 무슨 게임인 줄 아나 봐.”

다이로는 벙찐 표정으로 하늘의 비행기와 CIA 건물을 번갈아 보았다.

“이렇게 한 거였어? 쥐보다 더한 걸 때려 박고 있잖아? 큭큭큭, 누군지 임재준보다 더한 놈이네. ”

휘이이이이잉.

쾅, 쾅, 쾅, 쾅, 쾅.

CIA 본부로 다시 소형 비행기가 떨어졌다.

에에에에에에엥.

사이렌이 울리고 멀리서 수십 대의 소방차와 경찰차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만 가자. 여기 있다가 우리 모습이 들키는 날엔 곤란해져.”

존과 제이콥은 다이로를 태우고 차를 출발했다.

한참을 달리자 멀리서 소형 비행기 하나가 도로 중앙에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존과 제이콥이 차에서 내리고 뒤이어 다이로도 내렸다.

다이로의 눈이 소형 비행기에 고정되었다.

어라, 저건 2인용인데.

그때.

탕.

뒤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존이 복부를 부여잡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제이콥, 이게 무슨 짓이지?”

존은 간신히 새어 나오는 목소리로 제이콥을 향해 분노로 가득한 눈을 부라렸다.

“존, 여기까지가 네 역할이야.”

“어째서?”

“네가 다이로를 탈출시킨 범인이니까. 수사의 방향은 너에게 쏠릴 거야. 걱정 마. 임재준의 복수는 우리가 대신해줄 테니까.”

“내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여기 합류한 줄 알아?”

뭐?

에이.

“거, 말 더럽게 많네.”

다이로가 존이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어 존의 머리에 총구를 대었다.

“그냥 뒈져.”

탕.

존의 머리가 크게 흔들리며 힘없이 쓰러졌다.

자.

다이로가 총을 제이콥에게 던졌다.

“가야지.”

다이로…….

제이콥은 다이로를 차갑게 쏘아봤다.

뭘 그렇게 봐.

“어차피 살려줄 생각도 없었잖아. 비행기도 2인승이고.”

“뭘 남겨놨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남기기 뭘 남겨? 원래 죽는 놈은 뭐라도 지껄이는 거야. 그리고 알면 어떡할 건데. 안 죽일 건가? 별 싱거운 놈을 다 보겠네.”

“결정적인 증거면 어떡하려고.”

“지금 네 손에 들려 있는 것보다 더 결정적인 증거가 있나? 누군지 몰라도 너희 같은 물러 터진 놈들을 데리고 임재준을 상대한다고? 그놈도 어떤 놈인지 참 한심한 놈이네.”

“네가 뭘 안다고. 내가 대통령 비서실장…….”

“뭐 해? 안 가?”

다이로가 비행기에 오르자 제이콥이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 제371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5)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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