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68화 (368/477)

< 제368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2) >

프랑스 투마로우사라크방크.

유럽에 있는 투마로우 산하 은행장들이 전부 모였다.

“그러니까 보스는 유럽의 각국 정상들이 OPEC과 손을 잡을 거란 말입니까?”

영국 투마로우클레이스 다이돈 CEO가 신기한 듯 재준에게 물었다.

“그렇다니까, 방법이 없잖아. 석유가 나올 곳이 없어. 물론 석유야 전 세계 어디든 나오지만 넉넉하지가 않잖아.”

“그렇다고 미국에게 등을 돌리면서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요? 이번에 미국 원유 수출 금지 조치도 OPEC에게 물을 먹이려는 거였는데요?”

“아니, 그럼 당장 추운 겨울은 어떻게 날 거야? 지금 10월이야. 진짜 추워진다니까.”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진짜 겨울이 오면 당장 보일러를 땔 연료가 없을지도 모른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도야 날씨가 따듯하니까 버틸 만하겠지만 독일이나 네덜란드, 덴마크, 폴란드는 동사할 수도 있다.

작가가 수출 때문에 잠시 폴란드에 가 봐서 아는데 아침에 회사 출근할 때 거의 중무장 수준으로 옷을 입어야 한다.

정말 고드름으로 칼싸움을 해도 될 정도다.

이런 나라에 연료가 없으면 진짜 얼어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러시아가 석유를 전량 북한으로 보내다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 보스가 개입한 겁니까?”

네덜란드 투마로우암로 마르티네즈 CEO가 재준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일단 투마로우 시티에 비축분을 쌓아 두려고 러시아에 요청했는데 흔쾌히 수락하던데. 개입이라니 너무 안 좋은 표현 아닌가?”

“북한은 사할린 석유가 들어가는 것으로 압니다. 그것만 해도 비축분으로 차고 넘칠 텐데요.”

흠, 흠.

“넘치면 좋지 뭐.”

“혹시 협박한 거 아닙니까?”

“에이, 러시아가 협박한다고 먹힐 나란가? 순전히 러시아의 자의에 의한 거야. 아마 이번 기회에 미국과 유럽에 간접적인 경고를 하려는 걸지도 모르고. 왜 있잖아. 나도 팔아먹을 곳이 있다 이런 거.”

러시아가 아니라 보스가 경고하는 거 같은데.

“그럼 저희는 무얼 해야 합니까?”

벨기에 투마로우포르티 바르트 CEO가 말했다.

아, 그렇지 제일 중요한 게 있지.

“자, 모두 잘 들으세요. 지금부터 각국의 국채를 시장에 던지세요.”

“네? 그러면 가뜩이나 흔들리는 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붕괴되라고 던지는 겁니다.”

“보스. 왜 그러세요?”

모두 근심 어린 눈으로 재준을 바라봤다.

이 사람들 왜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건데.

판을 깔아 놨는데 서로 눈치만 보면 안 되잖아.

당장 비축분 있다고 사우디에게 손을 내미는 걸 망설이면 안 된다고.

실제 시장이 무너지는 걸 봐야 너도나도 사우디한테 달려가지.

“그리고 하나 더. 정부에게 요청하세요. 사우디와 손을 잡으면 북한의 석유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북한의 석유라면…….”

마르티네즈가 피식 웃었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게 왜 북한에 가겠어.

우회해서 유럽에 팔아먹으려는 거잖아.

“그러면 정부가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투마로우라는 걸 알 겁니다.”

“알면요? 그러라고 하는 건데. 투마로우가 벌인 일이란 걸 알아야 합니다. 아니,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실려야 합니다. 그래야 미국 정부든 국민이든 알게 될 테니까.”

일부러?

하하하하.

다이돈이 갑자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보스, 미국 정부를 갈아 치우려는 겁니까?”

“미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양당을 갈아 치우려고. 너무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진도가 안 나가.”

“설마 이번에 도날드가 만든 ‘미래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겁니까?”

“그렇지, 미국을 일당 독재 체제로 만들 거야.”

웃던 다이돈이 웃음을 멈추고 재준을 빤히 쳐다봤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아뇨. 너무 엄청나서. 미국이 독재 체제가 된다는 게 상상도 잘 안 되고.”

“독재라고 해서 그 독재인가? 그냥 국민들의 생각과 같다. 뭐, 그런 거지.”

그게 독재자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거예요.

다이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때.

띠리리리링.

재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그래, 진. 무슨 일이냐?”

-핵융합 발전 때문에요.

“그게 왜?”

-한국 연구팀 좀 납치해 주세요.

“납치?”

***

진코퍼레이션.

진이 네이처지에 게재된 논문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진.”

콰미가 진을 불렀는데도 진은 논문에 정신을 집중한 탓에 듣지 못했다.

“진.”

어?

“콰미. 왔어?”

“뭐에 정신이 팔려 있는 거야?”

“핵융합 발전에 대한 논문을 보고 있었어.”

“아직은 힘들지 않아?”

“그러니까 해야지.”

“차라리 태양광이 나을 것 같은데.”

“그렇긴 한데 태양광 패널 오염으로 인한 낭비가 심해서. 패널 위에 먼지가 5mm만 쌓여도 효율이 절반으로 급감하잖아. 패널을 청소하기 위한 비용도 엄청나고.”

“하긴 1년에 약 440억 리터의 물이 사용되지. 200만 명 치의 식수를 낭비하는 꼴이야.”

“그리고 핵융합 발전이 돈 먹는 하마라고 투자를 꺼리거든. 그 돈으로 석유를 캐는 게 싸게 먹히니까.”

콰미는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진을 보고 피식 웃었다.

“너 사실은 네 아빠 때문에 그런 거지.”

“히히, 뭐 그런 부분도 있지. 워낙 요즘 석유 문제로 말이 많으니까.”

“가능성은 있는 것 같아?”

“이번에 한국에서 플라스마를 30초 동안 가두는 데 성공했어.”

“그럼,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거네.”

“하지만 24시간 동안 가두어 두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

“그래서 네가 하려고?”

“응, 우린 돈이 많잖아.”

“큭큭, 그렇긴 해.”

핵융합 발전.

온실가스 배출도 없고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도 적고 경제적이면서도 대량의 전력을 만들어줄 꿈의 에너지원이 바로 핵융합 발전이다.

지구상에 섭씨 1억 도의 인공 태양을 만들어 내면 인류 에너지 문제는 모두 해결이 된다.

핵융합을 최초로 상용화하는 기업은 애플과 아람코를 제치고 1위가 될 것이다.

“한국 팀을 투마로우 시티로 데려올 거야?”

“응.”

“한국 정부에서 싫어할 텐데.”

“아빠한테 말했어. 강제로라도 데려올 거야. 한국에서 일 년에 1,500억을 투자한다는데 그 돈으로는 어림도 없어. 돈을 아끼려니까 자꾸 연구가 조심스럽게 되잖아. 수조 원이 들어가더라도 맘 편하게 연구를 해야지.”

“성공하면 효율이 얼마나 좋은데?”

“글세. 정확한 측정은 어렵지만 1g의 수소가 헬륨 핵으로 바뀔 때 0.007g의 질량이 줄어들거든.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2,150,000,000kcal로 바뀌어. 단 1g으로 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지.”

“1g으로?”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욕심을 내는 거지.”

핵융합은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무거운 원자핵으로 융합될 때 그 질량이 아주 약간 감소하는데 그 에너지를 이용한다.

“인공 태양을 만드는 조건이 있겠지?”

“세 가지.”

첫 번째로 1억 도의 온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서 플라즈마를 가두고 외부에서 고에너지의 빔으로 플라스마를 가열시켜서 1억 도를 유지해야 한다.

두 번째, 바닷물이 필요하다.

핵융합의 원료는 중소수와 삼중수소를 쓰는데 중수소는 바닷물을 전기 분해하고 삼중수소는 리듐을 통해 얻는다.

세 번째는 플라스마를 담을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

플라스마는 전기적인 성질이 있어서 전기장을 걸어줘 버리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를 도넛 형태의 틀에 담아두면 플라스마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근데 기존 방식으로는 플라스마 에너지가 밖으로 유출이 되고 플라스마 틀에도 손상을 주거든. 플라스마의 엄청난 난류로 인해서 에너지가 손실되고 불안전해서 플라스마의 움직임을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는 게 힘들어.”

그래서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플라스마가 외부 에너지 없이 핵융합 내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만으로 핵융합반응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높은 에너지의 이온이 플라스마의 불안전성을 낮추고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진.”

그때 재준이 들어서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엘론도 같이 들어섰다.

“콰미, 이 녀석.”

역시 엘론은 콰미를 보자 번쩍 안으면서 활짝 웃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건 참 의외란 말이야.

하긴 저러니까 자식을 열 명이나 낳았겠지.

근데 왜 뱅가모에 수정란을 만들어 달라고 안 할까?

엘론이 콰미를 내려놓고 진를 바라보았다.

“사실 내가 굉장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뭐가요?”

“핵융합 발전. 네 아빠가 그것 때문에 투마로우 시티로 간다기에 따라 왔다.”

“아, 네.”

엘론은 진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근데 정말 가능한 거야?”

“영구기관도 아닌데 당연히 가능하죠. 좀 어려울 뿐이에요. 하지만 이미 실현이 되고 있잖아요. 안 되는 것도 아니고. 플라스마를 가두는 시간만 조금 더 늘리면 될 것 같아요.”

“근데 왜 안 된다는 거야?”

“아, 그건 핵융합로를 1억 도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해요. 그러니까 생성되는 에너지는 소비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아야겠죠. 그 효율이 10이라면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효율이 1 정도밖에 안 돼요.”

한참 멀었네.

“그럼, 원자력 발전소나 풍력, 태양광보다 기술 난이도가 워낙 높아서 발전소 건설원가가 너무 높게 나오지 않을까?”

“그렇겠죠.”

“그럼 경제성 면에서 그리 좋은 건 아니네.”

“처음엔 다 그렇잖아요. 닷컴 버블이 터지자 인터넷 산업은 더는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했지만 지금 시총 상위권에 누가 있나요?”

“그렇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이 있지.”

“그리고 우주왕복선을 더 이상 띄우지 않는다니까 저궤도 너머로 인류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과 같은 스페이스 기업들이 달의 대규모 개발과 화성의 유인 탐사를 가능하게 만들었고요.”

흠, 흠.

“스페이스X, 이 아저씨 거다.”

네.

“그러니까 핵융합 발전소의 건설 비용도 점차 줄어들 거예요.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거든요. 태양광 패널이 기술 발전으로 가격이 싸진다고 말하면서 핵융합의 비용이 낮아지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좀 웃겨요.”

“내가 한 말 아니다.”

히히.

“그럼, 네 생각엔 언제쯤 발전소로 지어질까?”

“기존 설립 기간을 보면 대략 2년 정도 걸리거든요. 하지만 ‘블랙’과 로봇이 도입되면 최소한 3개월이면 지어질 거예요. 저희는 이미 지어진 핵융합로를 참고하니까 훨씬 기간이 단축되겠죠.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플라스마 가둠 방식이 있어요. 그러면 최소한 상용화는 1년 안에 가능할 것 같아요.”

1년?

엘론의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석유 사용이 대폭 줄어든다는 소린데.

재준은 이미 스마트폰을 들었다.

“‘블랙’.”

【네.】

“진이 하는 말 다 들었지.”

【네.】

“석유와 관련된 주식 다 팔아 버려.”

【아직 1년 정도 남았습니다. 지금은 사우디 감산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어, 그래? 그럼 지금 팔지 마.”

【네.】

< 제368화 이제 너희들 석유 못 팔아먹어(2)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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