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66화 (366/477)

제366화 왜 자꾸 일하는데? 쉬라니까(13)

-나, 이 바닥에서 손 씻은 지 오래됐는데.

“그렇습니까?”

-그래, 근데 궁금하긴 하네. 왜 전화한 거지?

“필리핀에 있는 1억 달러.”

-뭐?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정말?

“다시 연락 드리죠.”

툭.

데미안은 전화를 끊고 미소를 지었다.

위쉬안을 찾았다.

임재준을 흔들어서 진의 나노봇 연구가 드러나거나 지연되게 해야 한다.

투마로우 반대편에 또 누가 있을까?

임재준에게 기업을 빼앗긴 사람들은 어떨까?

데미안은 인터넷 검색으로 한 명의 이름을 찾았다.

제일 먼저 임재준에게 당한 인물.

오웬, 전 뱅크오브에이스의 CEO.

어디 보자.

여기에 있을 것 같은데.

일억 미국인들의 개인 건강 정보.

클릭.

여기 있다.

데미안은 다시 한번 검은색 폰을 집어 들곤 음성변조 프로그램인 보이스모드를 작동시켰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여~보~세~요.

다 죽어가는 노인의 목소리였다.

툭.

데미안은 전화를 끊어버리고 미간을 찡그렸다.

뭐야?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버렸잖아.

역시 재벌들은 돈을 잃으면 다 잃어버린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구나.

그럼 역시 정치 쪽인가?

어디 보자.

클릭, 클릭.

제이콥?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쪽 눈이 실명이라고?

***

미래당.

“이게 슬로건이에요?”

재준은 황당한 표정으로 도날드를 바라봤다.

“어때요. 느낌이 확 오지 않나요?”

재준은 다시 인쇄된 대형 배너를 보았다.

[왜 자꾸 일하는데? 쉬라니까.]

어질어질하다.

아무리 도날드가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곤 하지만 이렇게 허접한 표어를 생각해 내다니.

“진짜 이걸 슬로건으로 내걸 겁니까?”

“이게 투마로우가 생각하는 미래잖아요. 슬로건은 한 번 보면 머리에 팍 박혀서 계속 떠오르는 게 중요합니다.”

“하, 하, 하. 그렇죠.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도날드가 토크쇼에 나와서 하는 말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 맞다. 맞아. 어째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 했네. 이야, 정확하네. 정확해.”

재준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 내가 지은 죄가 많은 거지.

이런 꼴을 다 보고.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우세 지역은 있습니까? 게리맨더링 때문에 골치 아플 텐데.”

“흥, 그래 봐야. 대세에 지장은 없습니다. ‘사이진’이 미국 전역에 있는 한 승리는 우리 것입니다.”

아니, ‘사이진’이 전국 어디에 있는데.

그리고 ‘사이진’ 중에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지 않나.

지난 대선 때 게리맨더링을 겪어 보았으면서.

전에도 한 번 얘기한 적이 있는 게리맨더링.

민주당과 공화당이 자신들의 유리한 지역을 하나의 선거구로 엮어서 만드는 지랄맞은 짓거리다.

항상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석을 사이좋게 반반씩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신비한 도구.

게리맨더링 때문에 선거인단에서 이기고, 득표수에서 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원 의석 435석 중 얼마나 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조건 절반을 가져올 겁니다.”

세부적인 전략도 없이 그냥 막 절반을 가져오는 거야?

“상원은 100석 중 이번에 나온 의석수는 35석이니 다 가져와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연히 이번에 35석을 차지하고 다음 2년 후에 승리해서 절반을 확보할 겁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35석을 다 가져오냐고?

“39개 주지사 중 최소한 서부와 동부는 가져올 거죠? 실리콘밸리와 월가는 아주 중요한데.”

“걱정하지 마세요. 그쪽은 우리가 월등히 우세합니다.”

도날드는 자신감이 진짜 표정에 드러났다.

도날드의 믿음은 ‘사이진’의 회원 수 1억 명과 투마로우 캡슐의 도입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미국 전역을 지배했다는 거였다.

잘하면 도날드의 믿음이 성공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긴 저 슬로건대로 아무 일도 안 해도 돈을 주는데, 누가 반대할 수 있겠어.

어느 정도 승산은 있는데…….

그래도 결정적인 무언가가 없어.

지금 정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없을까?

이때, TV에서 사우디가 석유를 하루 10만 배럴 증산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쯧쯧쯧.

그 모습을 본 도날드가 혀를 차며 손가락질을 했다.

“저거, 저거, 저럴 줄 알았다니까. 겨우 10만 배럴. 저게 뭐 하자는 수작인지 원.”

아직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석유를 증산해 달라고 미국 현직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했다.

그 결과가 하루 10만 배럴 증산이었다.

지난해에 40만 배럴, 지난달에 65만 배럴 늘렸다고 이번 달에는 10만 배럴만 증산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인권 문제를 들먹이며 사우디는 깡패 국가라고 손가락질을 한 사람이 미국 현 대통령이란 거였다.

서로 얼굴을 붉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가식적인 웃음을 주고받았다.

결과가 10만 배럴이든 100만 배럴이든 딴지를 걸 여지는 충분했다.

“사우디가 많이 봐준 거네. 딱 봐도 증산을 하기 싫은데 대통령 성의를 봐서 10만 배럴 올린 거잖아요.”

“그러니까, 왜 안 먹을 욕을 먹냐고. 미국이 뭐라고 자꾸 세계 물가를 잡는다고 애를 쓰냔 말입니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도무지 말을 못 알아먹어요.”

“왜 열을 내고 그래요?”

재준의 목소리가 꼬불꼬불 흔들렸다.

또 급발진한다. 또.

“급한 나라가 사우디에 갔어야지 왜 쪽팔리게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에 가서는. 막말로, 석유? 우리가 사우디보다 더 많이 나와요. 그리고 비축분도 5억 배럴이나 있어요. 우린 전혀 꿀릴 게 없는데 왜?”

그건 맞는 말이지만 맞지 않는 말일 수도 있다.

미국은 석유 수출국이지 수입국이 아니다.

현재 원유 생산국 순위를 보면 미국이 6억 9천4백만 톤으로 1위, 러시아가 5억3천3백만 톤으로 2위, 사우디아라비아가 5억2천6백만 톤으로 3위 그다음은 캐나다인데 2억7천만 톤으로 생산량이 뚝 떨어지니 그 아래는 안 봐도 된다.

그러니까 미국이 사우디 국왕에게 구걸까지 하면서 석유 증산을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유가 급등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휩싸였다.

유가 급등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나라 경제는 무너져 내린다.

당연히 그 경제 위기는 미국에 고스란히 전달되어 동반으로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지난 세월 경제 위기 때 얼마나 고난을 겪었던가.

특히 유럽은 사우디와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에 목을 매고 있었는데 러시아가 그리스와 내전을 치른다고 그 지랄을 한 후 유럽과 사이가 무척 안 좋았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을 해결책은 사우디의 석유 증산이 최우선이었다.

“그런데 꼴랑 10만 배럴 증산 얻어내려고. 완전 당나귀가 된 거예요. 당나귀.”

“아무리 그래도 당나귀는 좀.”

“당나귀니까 당나귀라고 하죠.”

당나귀와 엉덩이가 같은 영어 단어(ass)라 당나귀는 한마디로 욕이다.

처음부터 같은 단어는 아니었는데 발음 어쩌고 하면서 같이 쓰였고 같이 쓰다 보니 욕이 되었다.

지금 도날드가 현 대통령에게 욕을 하는 장면이다.

아무리 그래도 현 정부의 수장인데…….

그런다고 미국이 당나귀가 되는 건 아니잖아.

가만, 미국을 진짜 당나귀로 만들면 어떻게 되는 거지?

OPEC과 러시아가 석유로 뭉쳐서 한패.

미국과 유럽이 동맹이란 이름으로 한패.

아시아는 원래 중국 영향 아래에서 벗어나긴 힘들고.

아프리카는 투마로우 벨트로 미국이 손을 뻗을 수 없고.

남미는 마약 때문에 미국과 원래 사이가 좋지 않고.

그럼 미국과 유럽을 갈라놓으면? 미국은 혼자네.

미국 안에 기업들은 점점 로봇을 사용할 테고.

국민들의 머릿속에 나노봇이 자리를 잡았으면?

미국을 손안에 넣을 수 있겠는데?

“이봐, 도날드.”

“왜요? 뭐 나는 욕하면 안 되나?”

“아니, 그게 아니고. 앞으로 있을 중간 선거에서 우리가 확실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그것도 완전히 퍼펙트하게.”

“오 무슨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는 겁니까?”

“있어요. 일단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 될 준비도 같이하세요. 난 먼저 가 볼 테니까 나중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재준은 바로 일어나서 빠르게 걸어갔다.

도날드는 커다래진 두 눈만 껌뻑거렸다.

다음 대통령?

***

AAG 빌딩 66층.

재준은 급하게 돌아와 ‘블랙’을 호출했다.

“‘블랙’.”

【네.】

“사우디 살만 국왕 지금 뭐 해?”

【식사 중입니다.】

“당장 때려치우고 나한테 전화하라고 전해.”

【‘때려치우고’는 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어, 그래. 잘했어.”

이제 알아서 잘하네.

이러다 의지도 가지는 거 아냐?

잠시 후.

띠리리리링.

“네, 평안하십니까. 살만 국왕님.”

-어쩐 일이십니까?

음.

뜸 들이는 척하고.

“네옴 시티 말이에요.”

-설마 투마로우가 참여하려는 겁니까?

무슨 말이야?

그런 망상급 도시 계획에 왜 참여를 해?

네옴 시티란 7,000억 달러를 들여 서울의 43배 크기에 달하는 지역에 만들어지는 첨단 과학 도시다.

작년에 아카바 만에서 네옴 국제공항까지 170km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친환경 수직 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The Line을 공개했다.

높이 500m의 초대형 건물을 200m 간격으로 두 단지를 건설하여 그 안을 다중 레이어로 만든 공간에 900만 명이 산다는 미래지향적 도시다.

뭐,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문제는 이 도시에 들어가는 기술이 아직 개발이 안 됐다는 데 있었다.

진공 열차? 진공이 무슨 뜻인지 알고 만들겠다는 건가?

그리고 저 공간에 900만이 살겠다는 건데, 사막에서? 물은?

허황된 상상이다.

그런데.

“네,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투마로우 시티의 로봇을 쏟아붓도록 하겠습니다.”

허황된 상상이든 말든 일단 내 편으로 만들고.

네옴 시티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다.

900만 명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말인즉 사막이라는 극한의 조건에서 500m짜리 건물을 8,500개를 짓겠다는 것인데, 아니구나, 양쪽으로 지어야 하니까 17,000개를 지어야 한다.

안전사고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로봇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맙습니다. 정말 그렇게만 해주면 돈은 얼마든지 대겠습니다.

“고맙기는요. 국왕님과 저 사이에. 지난번 알카에다 일도 도와주셨는데.”

-알카에다…….

하하하하하.

둘 다 어색한 상황이라 웃음으로 때웠다.

사실 아프리카에 투마로우 벨트가 뻗어 나가는 데에는 살만 국왕이 알카에다를 붙잡아 둔 공이 있었다.

뭐, 그 당시 유가가 폭락하여 알카에다를 지원할 돈이 없었던 거지만, 어쨌든.

-근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네옴 시티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겁니까?

능구렁이 같으니라고.

이유는 알고 가겠다?

“아유, 이번에 미국 중간 선거에서 도날드가 미래당을 만들었잖아요.”

-미래당이요?

“네~에. 아주 힘들어 죽겠습니다. 미국의 양당 체제를 깨부순다나 뭐라나. 둘이 친분이 있는데 안 도와줄 수도 없고.”

-그게 네옴 시티랑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관계가 아주 많지요. 아주 많아요.”

-그래요?

“도날드의 선거 공약이 미래 사회 건설이거든요.”

-아, 네옴 시티와 같은 맥락이군요.

“바로 그겁니다.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 아시죠?”

-그럼요. 아주 예의 주시하는 중입니다.

“로봇을 풀고 생명도 연장해주는데. 미래 도시 하나 짓겠다니까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반대하지 뭡니까?”

-누가요?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정치인들이죠.”

-이런 못난 사람들.

“그래서 할 수 없이 우리 국왕님을 먼저 도와드려야 다음 진도가 나갈 것 같아서요.”

-이런, 이런, 그런 일이 있었군요. 쯧쯧쯧.

“아이고, 제가 쓸데없는 소리까지 한 것 같네요. 아무쪼록 네옴 시티 건설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한번 방문해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와서 마무리를 짓는다고요? 그냥 당장 마무리 지은 거로 합시다.

“하하하,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뭐, 나중에 술이나 한잔하면 되지.

하하하하.

통화를 끊고 재준은 빙글 웃었다.

자, 이 정도 약을 쳤으면 눈치 백 단인 살만 국왕이 뭘 보여줄지 기대나 해 볼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