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65화 (365/477)

제365화 왜 자꾸 일하는데? 쉬라니까(12)

브루클린.

데미안은 아빠, 엄마와 오랜만에 외식을 나왔다.

아빠가 데미안이 제일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사주기로 하셨다.

브루클린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집에서.

비싸고 맛있는 스테이크도 좋지만, 데미안은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한다는 기대에 마음 들떴다.

하지만.

식사하는 도중에도 아빠와 엄마는 과학에 대한 소식을 주고받으며 데미안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보, 이번에 뱅가모에서 체세포 치료에 나노봇을 도입한대요.”

“뭐? 그럼 드디어 나노봇으로 유전자를 운반할 수 있게 된 거야?”

“그런가 봐요. 역시 투마로우 시티……”

아빠는 투마로우 시티란 말을 꺼내고는 데미안을 슬쩍 보았다.

데미안은 스테이크에 열중인 척하면서 아빠,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나노봇? 유전자 운반?

데미안이 반응이 없자 아빠는 다시 엄마에게 집중했다.

“뱅가모가 드디어 해냈어. 겐돌피니가 해낼 줄 알았다니까. 하하하.”

“그러게요. 나노봇이면 미국에서도 도입하는 데 문제없잖아요. 이게 윤리니 인권을 따질 사항도 아니고요.”

“그럴까, 후. 뭐 또 임상 시험을 트집 잡아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

“그래도 당신 연구에는 임상 시험은 필요 없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어차피 인간까지 가면 필요해.”

휴.

아빠, 엄마의 한숨 소리가 들리자 데미안이 고개를 들었다.

“아빠.”

“응.”

“나 비행기 사도 돼요?”

“비행기? 무얼 하려고?”

“GPS 장착해서 무인으로 운전하는 비행기를 제작해 보려고요.”

“무인 자율 저공 비행기를 말하는 거구나.”

“네.”

“허락하마. 네가 주식으로 번 돈이니 네 뜻대로 해도 된다.”

“네.”

비행기가 추락해서 인명 피해를 입히는 문제는 말도 안 하는구나.

“엄마.”

“응.”

“나노봇으로 유전자를 운반하는 게 어려운 거예요?”

“어렵지.”

설명도 안 해주네.

“나노봇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어요?”

“진화? 개발이겠지.”

“네, 그럼 개발이요.”

“나노봇에 팔을 만드는 게 가장 힘들어.”

“팔이요?”

“왜? 나노봇에 관심이 있니?”

역시 나노봇 이야기를 하니 대화가 되는구나.

“네, 나노봇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래?”

“나노봇의 팔을 제가 만들 거예요.”

“호호호. 우리 아들 역시 똑똑해서 꿈도 다르구나.”

“하하하, 그러게. 이 아빠가 이번에 뱅가모의 나노봇에 관한 자료를 구해보마. 우리 아들이 세계 최초로 나노봇에 팔을 달았으면 좋겠다.”

“네, 제가 꼭 만들게요.”

“그래, 그래.”

아빠, 엄마가 데미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데미안은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았다.

진, 이번엔 내가 너보다 낫다는 걸 입증할 거야.

***

CIA.

“어서 오세요.”

번스 CIA 국장이 재준을 깍듯이 맞았다.

“이거 괜히 다이로 때문에 내가 번거롭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워낙 막무가내로 당신을 찾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니, 여긴 고문 그런 거 안 해요? 손톱도 뽑고, 이빨도 뽑고, 전기로 지지고, 뭐 그런 거.”

“하하하,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고문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요?”

“그럼요.”

하는 것 같은데.

그냥 손톱 몇 개만 뽑으면 다 불어 버릴 텐데.

재준은 번스와 함께 다이로가 있는 취조실로 향해 걸었다.

“근데 여기 일반인이 막 들어와도 되는 거예요?”

“하하하, 누가 당신 보고 일반인이라고 합니까?”

“아니, 제가 일반인이지 특수인은 아니잖아요.”

“특수인은 아니라도 일반인인 적이 있긴 했습니까?”

그런가?

“일반인이 아니니 질문 하나 드릴게요.”

“네, 해보시죠.”

“다이로는 어떻게 잡혀 왔습니까?”

“니카라과에서 장교 한 명을 죽이고 DEA에 자수했습니다.”

“아, 장교를 죽였군요.”

“네.”

이 정도 정보는 ‘블랙’을 통하면 나도 알 수 있어.

뭔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줘야지.

“근데 나를 왜 찾는 겁니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오면 모든 걸 자백한다고 했습니다.”

다이로 이놈이 시간을 벌려는 수작 아냐?

취조실에 다다르자 밖에서 두 명의 요원이 번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문 열어.”

“네.”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임재준.”

후.

왜 저 얼굴이 나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느낌이 드는 걸까.

재준이 다이로 맞은 편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아니, 왜 나를 찾은 거예요? 오면서 들었는데 사람을 죽였다면서요? 그것도 장교를.”

“내가 언제요?”

뭐야, 오리발이야?

“그럼 안 죽였어요?”

“네, 저 사람들이 자기들 맘대로 지어낸 겁니다.”

재준이 번스 국장을 봤다.

번스는 다이로의 말에 어이가 없는 듯 바라봤다.

재준이 번스를 다그쳤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현장을 목격하지 않은 겁니까?”

번스가 입을 열려는 순간 다이로가 낚아챘다.

“그렇다니까. 저 사람들이 헬기로 막 위협하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해요. 그냥 자수한다고 했지.”

“다이로 가만히 있어 봐요.”

“아니,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사람을 죽였다는데. 그것도 니카라과군 장교를. 아마 종신형에 처할 거예요. 거, 누구야, 온두라스 대통령 동생, 그 사람도 미국에 잡혀가서 종신형 받고 지금도 감옥에 있잖아요.”

“아, 좀 가만히 있으라니까. 왜 이렇게 나서는 거예요?”

“진짜 안 죽였다니까?”

“번스 국장님, 니카라과 장교가 죽은 건 맞아요?”

“네, 니카라과군으로부터 확인했습니다.”

“죽었다잖아요.”

“아니, 그 장교가 죽은 것과 내가 무슨 상관인데요. 나 정말 안 죽였다니까요. 난 그냥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갱단이 막 쫓아 오고 총 쏘고 내 동생 마누엘, 아, 마누엘. 마누엘. 마누엘이 죽었어. 마누엘만 살아 있어도 이렇게 억울하진 않을 텐데.”

흑흑흑.

갑자기 다이로가 울기 시작했다.

번스는 여전히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고 있었다.

재준은 두 눈을 주름이 잡힐 정도로 세게 감았다.

이놈이 오리발을 내밀려고 나를 부른 것 같지는 않은데.

“저, 번스 국장님, 둘이 이야기 좀 하게 해 주세요.”

후.

“알겠습니다.”

번스 국장이 요원들에게 고갯짓을 하고 자신도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한쪽 유리 벽이 왜 존재하는지는 재준도 다이로도 다 알고 있었다.

저 위의 CCTV는 표정을 분석하기 위해 확대 촬영이 되고 있을 것이고 이 방에서 들리는 소리도 모두 녹음되고 있을 것이다.

재준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다이로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캡슐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요? 미국 기업에 취직이라도 시켜드릴까요?”

“일단 나가야 취직이 될 것 같은데.”

“아뇨, 이 안에서 직장 다니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어떻게 해드릴까?”

흠.

“내가 장교를 죽이지 않았어도 어차피 국제적으로 수배 중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는 없어.”

“잘 알고 있네요.”

“정말 방법이 없나?”

“하나 있죠.”

“그게 뭔데?”

짝.

재준이 손뼉을 치고 고개를 들어 유리 벽 너머를 보고 빙글 웃었다.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맘먹고 항모 전단까지 끌고 갔는데 아무 소득이 없으면 미국 체면이 뭐가 되겠어요?”

“그거야말로 개망신이지.”

다이로는 힐끗 가자미눈으로 유리 벽을 보며 말했다.

끙.

유리 벽 너머로 앓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가 아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들어보겠습니까?”

“말해 봐. 뭔데?”

“다이로는 오르테가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개입해서 암살범을 잡았다. 암살은 미수에 그치고 오르테가 대통령은 미국에 감사를 표했다. 이게 내일 자 신문에 실릴 내용인데. 어때요?”

피식.

다이로가 재준을 보고 웃었다.

미국의 체면도 세우고 니카라과도 미국의 개입에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한다.

“좋기는 한데. 어째 나만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아서 망설여지게 되네.”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도 번스 국장과 형량에 대해서 잘 이야기해 보면 길이 보일 겁니다.”

안 그래요?

재준이 유리 벽을 향해 손을 저어 보였다.

-대화해 봅시다.

유리 벽 뒤에서 누군가 말을 했는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거봐, 대화하자고 하잖아요.”

“하긴 뭐,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 좋습니다. 대화해 봅시다.”

딱.

재준이 손가락을 튕기고 다이로에게 속삭였다.

유리 벽 너머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 이제 나에게 줄 게 있을 텐데요.”

“증인이 사라졌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 같은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사고는 자기가 다 쳐 놓고.”

“큭큭큭. 그럼 이건 어때.”

재준은 다이로의 말을 들으며 빙그레 웃었다.

***

브루클린.

[이번 미 해군의 항모 전단 출동으로 니카라과를 큰 위기에서 구했다는 소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일급비밀에 붙여졌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CIA에 투마로우 임재준이 증인으로 불려가는 장면이 포착되어 이번에도 투마로우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입니다.]

데미안은 CNN 뉴스를 보며 고개를 까닥까닥 좌우로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다이로, 임재준, 다이로, 임재준.

서로 아는 사이였구나.

[투마로우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겠다는 기업이 미국 전체 기업의 20%를 넘기는 가운데 투마로우가 전 세계 기업으로 사용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환영하는 이번 발표로 전 세계에 팜봇 공장이 다시 한번 풀가동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데미안의 시선은 TV에 고정한 채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투마로우 로봇, 저건 분명 진이 만든 것일 거고.

나노봇, 나노봇.

타다닥, 타다닥, 타다다닥.

[‘사이진’을 대표하는 도날드 전 대통령은 미국 양당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자 새로운 당을 창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 정식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칭 ‘미래당’으로 이번 11월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이번 중간선거는 하원 의석 전체 435석와 상원 의석 100석 중 35석을 새롭게 선출하며, 39개 주와 준주의 주지사를 비롯하여 주 주요 공직, 기타 지방 선거 등이 실시될 예정입니다.]

도날드, 임재준, 도날드, 임재준.

정치에도 개입했다면 적이 많을 텐데.

멈칫.

미국이면 중국, 중국, 중국.

어디, 어디.

클릭, 클릭.

위쉬안?

세계적인 해커?

[임모탈이 미국에서 시술을 시작한 지 보름 만에 천 건을 넘어섰습니다. 우선 시술자 조건으로 70세 이상의 나이를 내걸었지만 이미 3년 치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합니다. 이에 임모탈은 시술을 전담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제작 회사인 팜페어에 추가 로봇을 주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쉬안이라…….

여기 있겠지.

데미안은 자신의 폴더에서 파일 하나를 클릭했다.

유명 포르노 사이트들의 고객 목록.

위쉬안, 위쉬안……. 역시 있네.

데미안은 서랍을 열어 여러 스마트폰 중 검은색 폰 하나를 집어 들어 전원을 켠 뒤 음성변조 프로그램인 보이스모드를 작동시켰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이 있네.

“위쉬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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