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2화 왜 자꾸 일하는데? 쉬라니까(9)
3개월 후.
드디어 니콜라모터스는 모든 업무와 생산을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 했다.
시범 테스트 결과 ‘블랙’이 만든 니콜라모터스만의 인공지능이 모든 로봇과 하위 인공지능을 통제하며 업무와 생산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막말로 엘론 자신 이외에는 인간의 그림자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엘론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통에 미국 본사에 인간은 없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대망의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면접이 투마로우 캡슐을 통해 진행되는 날이 왔다.
단지 천 명의 직원을 뽑는데 10만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많은 지원자로 인해 캡슐 천 대가 동원되었지만, 로봇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지원자들은 회사 규모에 한 번 놀라고 로봇들 때문에 두 번 놀랐다.
그러나 지원자들의 마음에는 의구심이 사라지진 않았다.
-아니, 이걸 믿을 수 있을까?
-뭐? 일을 안 하고 월급을 받는 거?
-그래, 이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왜 말이 안 돼. 엘론이 언론에 인터뷰한 거 못 봤어? 미래 사회에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라잖아.
-보긴 봤지. 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이야. 이렇게 해도 니콜라모터스에 손해가 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해서.
-자, 니콜라모터스 주가 올라간 거 봤지.
-보긴 봤지. 거의 80% 가까이 뛰었잖아.
-그게 왜 그러겠어. 바로 생산 물량이 안정화 되고 차량 인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거란 증거야. 그리고 전기차 업그레이드를 인공지능이 맡으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업그레이드 주기가 훨씬 빨라질 거란 믿음이지. 이 믿음 뒤에 누가 있는지는 알지?
-투마로우잖아.
-그래. 미래 사회를 개척하겠다는 임재준과 엘론이 손을 잡았는데 이보다 확실한 건 없잖아.
-그게 그런 건가?
이때 캡슐을 마친 지원자 한 명이 다가왔다.
캡슐 체험 시간은 약 11분.
나노봇 하나가 뇌에 들어가 1분 안에 1000억 개로 자가복제를 한 후 뉴론에 하나씩 달라붙어 10분 동안 가상현실 임무를 수행했다.
아름다운 미래 사회.
실제인지 가상인지 모를 현실.
그리고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
-이봐요.
-네.
-캡슐은 어떻습니까? 정말 알려진 그대로예요?
캡슐을 마친 지원자가 대기하고 있는 지원자를 보며 살며시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일단 머리가 굉장히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집니다.
-그래요? 몸이 좋아지다니, 거, 신기하네. 그럼, 가상현실은 어때요?
-그 가상현실.
잠시 말을 멈췄다.
-다시 가고 싶어요. 셀레나 고메즈랑 다시 만나기로 약속도 했는데. 아, 현실이 싫다. 다시 가고 싶다. 다시…….
그리곤 터덜터덜 멀어져 갔다.
-바보가 된 것 같은데.
-머리가 맑아졌다잖아.
-근데 왜 저래?
-야, 셀레나 고메즈를 만났는데 저 정도면 양호한 거 아냐?
-셀레나 고메즈? 뭐라는 거야? 진짜 현실과 같을 정도로 리얼했나?
모든 지원자들은 같은 패턴의 행동을 보였다.
캡슐에 들어가기 전에는 숙덕거리다가 캡슐을 경험하고 나면 멍하게 걸어 나가면서 중얼거리는 모습.
이 광경을 관람하러 온 다른 기업들도 니콜라모터스의 횡보에 촉각을 세우기는 마찬가지였다.
-로봇으로 인간을 대체하고 돈은 따로 준다는 발상은 누구한테서 나온 거야?
-엘론이나 임재준이나 정신이 올바로 박힌 인간은 아니니 누구한테서 나왔든 그게 무슨 문제야?
-직원을 로봇으로 대처한다니 너무 좋아서 그러지. 가뜩이나 콜롬비아와 ‘사이진’ 때문에 인력 공백이 생겨서 죽을 맛인데.
-로봇도 시간만 주면 맞춤형으로 만들어 준다던데. 3개월에 모든 업무를 대체해준다는 게 말이 되나?
-투마로우 인공지능이 좀 좋아야지. 그 ‘블랙’이라고 했지?
-‘오시리스’ 계열도 장난 아니야. 아이티를 관리하잖아.
-뭐, 어쨌든 직원 연봉만 챙겨주면 된다 이거네.
-회사 키우고 브랜드 가치 높이는 데 이거만 한 게 없어.
-근데 저 캡슐 말이야. 저거 시장에 팔 거라며?
-시장이 아니라 캡슐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사람한테 우선권을 주는데 합격자가 1순위 불합격자가 2순위. 뭐, 이러면 기업이 나서서 캡슐을 사서 직원에게 주겠지. 집에서 캡슐 하고 직장에 나오지 말라고. 하루 종일 캡슐만 하는 거지.
-근데 저거 뇌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건데 FDA 승인이 필요한 거 아냐?
-논란거리지. 저걸 게임기로 봐야 할지. 의료기기로 봐야 할지.
-투마로우 법무팀이 움직이고 있다는데 일단 시간 끌기로 가겠지. 그리고 3대 로비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전미제조업협회, 미국 상공회의소, 전부 투마로우와 친분이 두텁잖아. 큰 사고가 없다면 그냥 넘어간다고 봐야 해.
-그렇지, 기업들이 전부 로봇을 사용하려 할 텐데. 정부가 딴지를 걸면 가만있지 않을 테니.
-우리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거 아냐?
-뭐야, 아직 신청 안 했어? 난 아까 전화로 신청하라고 지시를 내렸지.
-뭐? 이런 배신자 같으니라고.
이제 스마트폰으로 사물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나노봇을 통해 인간에게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문제는 둘 다 인간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시행하고 있다는 것.
현재 법에 따르면 둘 다 불법이다.
하지만 과연 데이터가 미국을 통제하는 시점이 오면 불법이라고 금지할 수 있을까?
***
백악관.
투마로우 캡슐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시점에서 임모탈이 미국 시장 진출을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술로 생명을 10년 연장하는 데 가격이 만 달러였다.
1억 달러가 만 달러로 내려갔다.
충격적인 가격 하락이었다.
국민들 특히 ‘사이진’은 정부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기에 정부가 딴지를 건다면 무조건 들고 일어날 태세였다.
정부는 당장 임모탈의 시술을 승인하라. 승인하라.
가뜩이나 투마로우 캡슐의 안전성에 문제를 삼으려는데 임모탈이란 거대한 망치가 백악관을 내리쳤다.
“이건 임재준이 꼼수를 부린 겁니다.”
법무부 장관은 여전히 입에서 불을 토했다.
“꼼수고 아니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임모탈의 생명 연장 기술을 미국 내에서 승인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보건복지사회부 장관이 현안의 중요성을 법무부 장관에게 역설했다.
“임모탈이 국내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저 사람은 투마로우 이름만 나오면 쌍라이트를 켜고 달려들어.
“뭐가 문제입니까? 아직 단 한 건의 의료사고도 없고 치료를 받은 사람들도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가격이 만 달러입니다. 어떻게 1억 달러가 만 달러가 됩니까? 시술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충분히 따져 봐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시술로 가격을 대폭 낮췄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국에서 승인을 미루면 유럽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임모탈은 미국 기업입니다.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먼저 경제 활동을 한다면 전 세계가 미국을 비웃을 겁니다. 가뜩이나 임재준을 경계하네 뭐네 말이 많은데.”
“그래도 미국은 법치국가입니다. 불법적인 요소가 발견되면 즉각 모든 활동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그래요. 법무부는 법무부 할 일을 하세요. 우린 우리 할 일을 할 테니.”
끙.
대통령은 또 머리가 어질했다.
임모탈이 던진 건 캡슐을 전국에 뿌릴 시간을 벌기 위한 재준의 꼼수란 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꼼수치고는 너무 거대해서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질 못했다.
이때, 비서실장이 급하게 들어와서 대통령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투마로우가 캡슐을 합격자에게 인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뭐? 벌써?”
“다른 기업들이 앞다투어 로봇을 도입하려고 투마로우에 문의를 넣고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비서실장에게 눈길을 보냈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비서실장에게 언급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투마로우가 캡슐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그 캡슐은 어떤 기술을 사용하길래 그렇게 빠르게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건 모릅니다.”
솔직히 투마로우 캡슐은 이쁜 깡통에 불과했다.
이미 사용자 뇌 속에 나노봇이 자리를 잡은 상태라 통신 시설이 전부인 큰 알루미늄 캔일 뿐이다.
물론 내부는 그럴듯한 그래픽이 휘황찬란하게 도배되어 있어서 언뜻 보면 굉장한 고성능 컴퓨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성능은 ‘블랙’이 캡슐마다 알고리즘을 할당하여 통신으로 나노봇을 움직이고 명령을 내리는 게 끝이었다.
아무도 나노봇을 이용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상식에 의하면 현시점의 나노봇은 이제 스캔을 하는 수준이었고 운반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팔을 가진 나노봇이 뉴런을 장악하여 가상현실을 만든다?
꿈도 못 꿀 이야기였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을 쳐다보았다.
“대통령님, 투마로우에 경고 조치를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방법은 있습니까?”
“세무 조사도 있고 불법 행위에 대한 제보도 있습니다.”
“장관이야말로 없는 걸 만들어서 투마로우에 제재를 가하겠단 말 아닙니까? 그게 불법 아니냔 말입니다.”
“네?”
“지금까지 그렇게 했으니 투마로우도 그렇게 하자는 말 아니냐고요?”
“투마로우에 걸린 소송만 100여 건이 넘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 그 소송 전부 투마로우가 이기면 미 정부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데. 자신 있습니까?”
“그건…….”
쯧쯧쯧.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향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임재준이 늘 말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책임질 수 있는 일만 하라고. 그리고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지라고. 내가 임재준을 좋아하는 건 아니어도 이 말은 맘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장관님, 책임질 수 있을 때 행동으로 옮기세요. 전 책임질 자신이 없습니다.”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이 자신이 발언하겠다는 듯 손을 살짝 들었다.
“네, 장관, 말해보세요.”
“임모탈은 저희가 알아서 진행하겠습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조건부 승인으로 가겠습니다.”
“조건부 승인이요?”
“지금까지 선례로 보면 시술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일단 승인을 하고 모든 시술에 참관인을 두겠습니다.”
“그것도 나름 일리가 있군요. 그렇게 합시다.”
조건부 승인은 했지만, 대통령의 심기는 불편했다.
너무 끌려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정부가 하는 일이 없게 돼버려.
가뜩이나 정부가 심각하게 논의 중인 기본 생활비도 우리 손을 떠나게 생겼잖아.
이러면 안 되는데.
우리도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이때, 비서실장이 뭔가 연락을 받고 다시 대통령에게 속삭였다.
“카리브해에서 콜롬비아 장관의 시체 십여 구가 나왔다고 합니다.”
뭐요?
“국방부 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은 옆방에서 이야기 좀 합시다.”
대통령의 심각한 표정에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다.
***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국토안보부 장관은 비서실장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었다.
“방금 얘기 드린 그대로입니다. 카리브해에서 폐컨테이너 선박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지난번에 니카라과로 이송되었던 콜롬비아 장관들이 전부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이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