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58화 (358/477)

제358화 왜 자꾸 일하는데? 쉬라니까(5)

AAG 빌딩 66층.

[속보입니다. 카리브해에서 실종되었던 콜롬비아 장관들과 니카라과 장관이 발견되었습니다. 수색을 맡았던 니카라과 군은 이들이 폐기된 컨테이너 선박에 유기되어 있었고, 식량과 물 부족으로 인해 정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밝혔으며, 마약 카르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디에고 장관의 얘기가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재준과 윌켄, 퀴니코와 블록이 뉴스를 보며 손가락질을 하고 고개를 저으며 보고 있었다.

쯧쯧쯧.

재준이 혀를 찼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퀴니코가 재준을 노려봤다.

“설마 보스랑 연관 있는 건 아니죠?”

뭐? 나?

“아무리 내가 막 나가도 저런 짓은 안 하지. 어떻게 장관을 죽일 수 있어?”

네?

“장관을 죽이다뇨?”

“어? 장관이라니?”

“방금 보스가 장관을 죽였다고 했잖아요?”

“내가? 내가 언제? 잘못 들었겠지.”

“정말 보스와 연관이 없는 거 맞아요?”

“그렇다니까.”

퀴니코가 불편한 표정으로 재준을 노려봤다.

그리고 재빠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블랙’, 카리브해에서 장관이 죽은 사건이 있었어?”

【카리브해 컨테이너 선박에서 콜롬비아 장관들이 니카라과 국방부 장관을 죽였습니다.】

어, 어.

재준이 말릴 틈도 없이 블랙이 퀴니코에게 보고했다.

음.

이제 뭘 숨기기도 힘들구나.

퀴니코는 다른 질문을 했다.

“투마로우와 연관이 있는 사건인가?”

【관계없습니다.】

후.

재준이 작게 한숨을 쉬고,

“거봐, 나하고 상관없다니까.”

“근데 장관이 죽은 건 어떻게 아셨어요? 뉴스에는 안 나왔는데.”

“나도 남미에 정보원이 여러 명 있어.”

“‘블랙’이 있는데 정보원이 왜 필요해요?”

“아,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보스가 사고를 치면 우리가 개고생하니까 그렇죠.”

“고생은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래? 돈 번 거지.”

퀴니코가 의심스러운 눈매로 재준을 보고 있는데,

띠링.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아, 저기 오네요. 진짜 개고생이 뭔지 보여주신 분들.”

부리부리한 눈을 한 박민수와 강호석이 등장했다.

헉!

눈이 왜 저렇게 된 거야?

박민수와 강호석의 눈은 마치 맹수를 노리는 한 마리의 야수를 닮아 있었다.

강호석이 한 손을 들고 활짝 웃었다.

매서운 눈에 양쪽으로 찢어진 입꼬리.

그 모습이 좀 괴이하다 싶었다.

“어, 임 대표. 미국에 왔다길래 엄청 바쁜 와중에 잠깐 들렀어.”

“난 일을 시킨 적이 없는데 왜 바빠요?”

“그렇지, 일은 시킨 적이 없지. 근데 이제 일이 알아서 생기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일이 알아서 생기다뇨?”

“말 그대로야. 누가 콜롬비아에서 어찌나 활약해 댔는지 미국 언론은 연일 괴담을 쏟아내고 기업들이 건 소송만 100여 건이 넘어.”

네?

“뭐 여기 박 형이랑 24시간이 모자라게 바쁘다고.”

하, 하, 하.

재준이 퀴니코와 블록을 봤다.

“언론은 너희들 담당 아닌가?”

“보스, 미국에 언론이 몇 개인 줄 아세요?”

흠, 흠.

“저희 둘로는 1/5도 커버를 못 해요. 그나마 손이 빠른 박민수와 강호석이 도와줘서 겨우겨우 막아내고 있어요. 그리고 마약 관련 사업하던 놈들이 죄다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통에 우리도 가끔 법원에 간다고요.”

“아니, 우리 직원이 몇인데 본인들이 활약하는 거야?”

“자꾸 같은 이야기를 하시는데, 2,000명이 움직이고 있어요. 그만큼 사건 사고가 많아요. 여기 미국은.”

2,000명?

“어, 그렇구나. 그럼, 사람을 더 뽑으면 되잖아.”

“구직은 365일 항시 모집하고 있어요. 그럼 뭐해요. 처음엔 투마로우에 입사한다고 목숨이라도 바칠 각오를 하던 사람들이 한 달 지나면 절반이 사라져요. 또 한 달 지나면 절반이 사라지고요.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의 비율이 같아요. 그래서 항상 2,000명이 유지되는 것도 다행이라니까요.”

이거 큰일인데.

아직 남미의 다른 나라는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박민수가 재준에게 다가왔다.

“왜 미국에 들어오신 거죠?”

왜 이래? 무섭게.

“미국 대통령이 장관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해서 왔죠. 왜 오면 안 되나요?”

“아니요, 잘 오셨어요.”

“거, 톤이 좀 딱딱해진 것 같은데…….”

“신경 쓰지 마세요. 하도 협상을 많이 하다 보니 굳어진 거니까.”

“아, 네.”

“그런데 우리는 언제 생체 칩을 이식하나요?”

생체 칩?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무도 칩을 이식하지 않았네.

재준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블랙’, 진 좀 연결해 줘.”

【네. 연결 시도 중입니다.】

재준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왜 나는 안 했을까?

다이로만 봐도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은데.

재준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아빠.

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 궁금한 게 있어서 연락했어.”

-네, 말씀하세요.

“나도 생체 칩을 이식해도 될까 해서.”

-해도 되긴 하는데. 더 좋은 걸 만들었어요.

“더 좋은 거? 그게 뭔데?”

-나노 봇이요.

“나노 봇?”

-네, 설명하려면 복잡하니까. 일단 투마로우 시티로 오세요.

“어……. 알았어. 모두 데리고 바로 갈게.”

-네.

툭.

재준은 통화를 끊고 박민수를 쳐다봤다.

“들었죠.”

“나노 봇이요?”

“맞아요. 나노 봇.”

“뭐가 됐든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죠. 가시죠.”

박민수는 전혀 거리낌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윌켄, 인도에 연락해서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 좀 불러 주세요. 나는 베네수엘라에서 워서스틴과 페렐라를 부를게요. 근데 펠그리니와 박혁은 왜 안 보이는 거야?”

“펠그리니와 박혁은 이미 투마로우 시티에 갔는데요.”

“언제?”

“일주일 정도 됐어요. 진이 급하게 불러서 갔어요.”

“그래요? 그럼, 우리도 출발합시다.”

오랜만에 재준의 팀원이 다 모이게 생겼다.

***

[아프리카의 투마로우 벨트에서 공용자동차를 추진한다는 소식입니다. ‘카리브’를 통해 원하는 장소를 입력하면 무인 자동차가 원하는 곳까지 이동한다고 합니다. 이에 자동차 업계와 각국 정부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아이티 정부는 올 한해 경제 성장률을 50%로 잡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노동시간이 하루 2시간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모든 생산을 로봇으로 대체하면서 아이티 국민들은 ‘티처’를 이용해 다양한 여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이티 학생들은 대부분의 국제 올림피아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번 카리브해 컨테이너 사건에 대해 니카라과에 투명한 진상 조사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아직 니카라과 군에서 어떤 발표도 없어 항간에 마약 카르텔의 붕괴의 시작이라는 괴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

투마로우 시티.

“마가리따, 엘리자베스.”

재준은 오랜만에 보는 두 사람을 향해 양팔을 벌리며 환영의 포즈를 취했다.

엘리자베스는 훌쩍 성숙해지면서 미모가 빛을 발했고 마가리따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피부가 탱글탱글해졌다.

“응.”

하지만 두 사람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살짝 손을 들어 보였다.

“아니, 왜 반응이 미적지근한 거야?”

“인도에 와 보면 알아요. 아주 지랄이야.”

“말투도 거칠어졌네.”

“아프리카랑 남미만 신경 쓰지 말고 이쪽 이슬람 근본주의 놈들 좀 어떻게 해줘요. 아주 지긋지긋한 놈들이에요.”

어라, 좀 많이 거칠어졌네.

“맞아, 진짜 답이 없는 X새끼들이야.”

교양으로 똘똘 뭉친 마가리따까지?

“마가리따, 루바스는 왜 안 데리고 왔어요?”

“내가 투마로우 시티 간다니까 딸들을 데리고 스위스로 갔어.”

딸들?

내가 알기로는 딸을 하나 낳은 거로 아는데 그새 또 낳은 거야?

“딸들이라니요?”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없다니까. 언론에도 여러 번 났는데.”

“여러 번? 그럼…….”

“호호호, 딸만 셋이야.”

대단하다.

50이 넘어간 나이에 딸을 셋이나?

“아직 건강하시네요.”

“호호호, 전부 뱅가모 덕이지.”

아, 유전자 수선으로 수정란을 만들었구나.

벌컥.

“보스.”

워서스틴과 페렐라가 도착했다.

“어서 와.”

워서스틴이 밝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근데 갑자기 나노 봇이라니요?”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진한테 설명을 들어야 해.”

“갑자기 건강해지는 느낌인데요.”

모두가 나노 봇하면 의료 장비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긴 지금은 파킨슨병에 쓰이고 있으니까.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오셨어요?”

드디어 진이 등장했다.

해맑은 얼굴을 하면서.

“진, 이 녀석 나노 봇은 또 언제 만든 거야?”

“히히, 얼마 안 됐어요. 저희도 꽤 힘들었어요. 자그마치 200명이나 달라붙어서 만들었거든요.”

“200명이나?”

“기존 나노 봇은 뉴런과 메시지를 주고받지 못하잖아요. 그걸 해결하느라 좀 힘들었어요.”

“그럼 나노 봇을 우리 몸에 몇 개나 주입하는 거지?”

“일단 인간의 적혈구가 26조 개니까 그만큼 주입할 거예요.”

26조 개?

“무게로 따지면 1.75kg 정도 돼요.”

“어머, 몸무게가 늘어나겠네.”

마가리따가 자신의 허리를 잡으며 말했다.

“히히, 걱정 마세요. 나노 봇이 적혈구에 달라붙어서 온몸을 도는 데 47초가 걸리거든요. 그 후에 몸에 해로운 부분을 제거하기 시작하면 5kg은 빠질 거예요.”

“그래?”

“더 날씬해지고 싶으면 지방을 더 빼라고 하면 돼요. 하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인간에게 지방은 에너지니까요.”

“그럼 끝이야?”

“아니요, 나머지 아교세포, 내피세포, 진피섬유아세포, 혈소판, 골수세포에 필요한 4조 개는 추가로 삽입할 거예요. 총 30조 개가 들어가야 해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데?”

“삽입하는 건 순식간이죠. 하지만 몸을 치료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모두 기대 반 걱정 반의 맘으로 진의 설명을 들었다.

대충 설명이 끝나자 재준이 진을 끌고 구석으로 갔다.

“진, 나노 봇으로 네 병도 치료할 수 있는 거야?”

피식.

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니요. 아직은 힘들어요.”

“어……. 그렇구나.”

재준은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뱅가모에서 변형 프라이온으로 조금 효과를 보고 있으니까요.”

“어, 그래?”

“지금은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지만, 차차 좋아질 거예요.”

재준은 진을 바라봤다.

이제 7살인데.

이때.

“진.”

엘리자베스가 다가와 진을 와락 앉았다.

“아유, 내 새끼.”

재준이 엘리자베스를 보며 입을 비쭉 내밀었다.

뭔가 어감이 이상하다.

그동안 이러지 않았는데.

악악거리며 진이 발버둥을 치지만 엘리자베스는 놓아주지 않았다.

“거, 아들 죽겠네.”

재준이 슬쩍 말을 던졌다.

휙.

엘리자베스가 재준을 째려봤다.

“아빠가 되어 가지고 아들을 괴롭히기나 하고.”

“아니, 내가 언제?”

“진이 연구하는 게 다 괴롭히는 거죠.”

“그건 진이 좋아서 하는 거야. 내가 강제로 시킨 게 아니잖아.”

“흥, 내가 인도에 있으면서 아빠가 아들을 대하는 걸 자주 봤는데. 아저씨처럼 못 돼먹은 아빠는 없더라고요.”

“그거야, 진과 내가 일반인과 다르니까 그렇지.”

“하긴 다르죠. 어딜 가든 사고만 치는 망나니니까.”

“뭐? 망나니?”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네.

“히히, 그래서 말인데요. 아빠를 위해 준비한 게 있어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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