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57화 (357/477)

제357화 왜 자꾸 일하는데? 쉬라니까(4)

아지트.

“어서 오세요.”

도날드는 아지트로 들어서는 제롬을 반갑게 맞이했다.

재준에게서 제롬이 조만간 간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바로 다음 날 제롬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맘이 몹시 급한가 보네요.”

“급한 불만 안 났으면 그날 왔을 겁니다.”

“여기는 서형길입니다. 임재준과 둘도 없는 사이죠.”

“아, 그러십니까?”

서형길과 제롬이 악수를 하고 셋이 자리에 앉았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도날드는 서형길과 투마로우 홍보 대사인 양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면서 투마로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재준의 말을 듣는 순간 너무도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했다.

그리하여 연일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현실을 조작하는 정치와 기업인들에 대해 성토를 해왔다.

이런 도날드를 제롬이 모를 리 없었다.

도날드도 재준이 제롬을 자신에게 보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고.

구태의연한 인간을 확 일깨워서 우리 편으로 만들어라.

“이번 채권 위기는 잘 넘기셨습니까?”

“거, 신기하더군요. 분명 말이 안 되는 방법인데 먹혔습니다. 그리고 계속 올라가던 달러가 내렸습니다. 경제 상식이 안 통하는 경우라 모두 당황했습니다.”

강 달러를 유지하려던 미국의 기조에 금융위기설이 나돌았다.

당연히 전 세계가 불황이 올 것이란 예측이 퍼지면 달러 가치가 올라야 한다.

달러는 안전 자산이니까.

근데 잠시 양적 완화를 시행했더니 달러가 내려가고 다른 통화가 올랐다.

이게 뭔 거꾸로 가는 경제란 말인가.

“제롬, 지금 우리 경제는 에너지 비용, 물가, 공장과 설비 자본 투자를 성장 핵심 요소로 강조합니다.”

“당연하죠. 거기에 토를 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지금의 경제는 연산 용량, 메모리, 대역폭, 기술의 규모, 지적 재산권, 지식 같은 원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들 헛다리를 짚고 있는 거죠.”

“정말요?”

“네, 정확히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가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낳고 있으니까요.”

음.

이제 모든 경제의 핵심은 로봇과 알고리즘이다.

예전 규모의 경제는 이 정확한 기계들을 이기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다.

금융계만 하더라도 더 똑똑한 인재를 뽑기보다는 첨단 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1970년대 첨단 기술 벤처 기업의 총 거래액은 3천만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세요. 3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50년 만에 천 배가 늘었습니다. 이 거래가 맘에 안 든다고 멈추게 하려면 아마 자본주의 자체를 철회하고 모든 기업에 세무 조사를 단행해야 할 겁니다.”

“하하하.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이 속도를 멈출 수 있겠습니까?”

“음. 멈추기 힘들겠군요.”

제롬은 도날드의 의도를 알 듯했다.

과학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이제 경제의 원리도 비용이나 물가가 아닌 반도체를 몇 나노로 생산하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아직도 연준이나 정부, 심지어 경제 전문가라는 인간들이 통화 정책을 수립할 때 장기적인 추세를 근거로 평가하고 있잖아요. 맞을 리가 없습니다.”

“인정합니다. 연준도 현재의 속도가 미래에도 유지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에는 발전 속도가 가파르지 않았으니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투마로우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죠.”

“투마로우요?”

“네, 투마로우가 바로 과학의 속도를 가파르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겁니다. 투마로우가 하는 일을 더 자세히 파악했어야 했어요. 이제 곧 임모탈의 생명 연장 기술이 일반인에게 열릴 겁니다.”

뭐? 벌써?

제롬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정말입니까?”

“네, 임재준이 직접 이야기했으니 확실할 겁니다.”

“그럼, 경제 활동 연령이 높아지겠군요.”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은퇴 시기가 늦어지는 걸 고려해서 통화 정책도, 경제 정책도 달라져야 하는데 이번에 나온 정책을 보면 쌩쌩한 육체를 가진 사람들이 전부 노인으로 치부되어 놀게 생겼습니다. 경제 성장 예측을 보면 1.7%라는데. 참 나. 이건 빗나가도 한참을 빗나간 겁니다. 최소한 4% 이상은 잡아야 합니다.”

4%로면 미국이 중국도 아니고 너무 높은 수치다.

아니, 중국도 3%대에 머물 거란 예측이 나왔다.

그런데 미국이 4%? 그것도 그 이상?

“놀랍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이게 문제죠. 전 세계가 다 같이 성장을 하는데.”

“우리만 뒤처진 경제 정책이란 말이군요.”

“그렇죠. 10년 전 상품은 지금 상품에 비해 기능 면에서 월등히 향상되었습니다. 자동차, 조제약, 화장품, 옷 등 거의 대부분. 그런데 왜 생산성 통계에 향상된 기능이 빠져 있을까요? 100달러를 주고 산 상품과 서비스는 100달러의 가치밖에 없다는 전제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차단한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보이지 않게 쌓이고 있군요.”

“그렇죠.”

미국의 통계청에서는 품질 성장을 연간 0.5%로 잡고 통계를 발표했다.

하지만 투마로우로 인해 소극적으로 잡아도 2%는 잡아 줬어야 했다.

매년 1.5%의 인플레이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이게 되었다.

그리고 포화 상태가 되면 ‘펑’ 하고 터져 버리는 것이다.

“이번 채권 사태군요.”

“맞아요. 이제 시작입니다. 발전 속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그리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기저기 위기가 나타날 겁니다.”

음.

제롬의 표정은 한층 어두워졌다.

제롬은 연준 의장이다.

그는 연준이 미국의 국책 은행일 뿐이라고 말은 하지만 연준의 한마디는 전 세계 은행을 뒤흔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전부터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기는 했다.

분명 낮은 실업률, 높은 자산가치, 경제 성장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어야 할 시기에 안정적인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양적 완화가 기존에 예측한 인플레이션을 상회하는 거대한 물가 상승률로 나타났다.

무언가 인플레이션을 붙잡아 두고 있었다.

이게 바로 연산속도의 증가, 메모리 가격 하락, 5G 통신, 생명공학, 제품의 소형화 그리고 정보 기반 기술들의 가격대비 성능이 나타나야 할 인플레이션을 잡아 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보이지 않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었다.

1930년대 대공항은 소비자 신뢰 붕괴와 통화 공급량 폭락으로 발생했다면 현재 디플레이션은 생산성의 가속화와 정보의 다양한 형태가 주변을 변화시킨 덕분이다.

“이제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도날드의 눈빛이 반짝였다.

역시 임재준이 말한 대로 넘어왔다.

연준에게 인플레이션이란 최대의 난적이니까.

“정확한 예측을 위해선 미국 전역에서 흐르는 모든 정보를 얻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끙.

제롬의 미간이 구겨졌다.

지금 연준 안에서도 연일 벌어지는 토론의 주제 중 하나.

투마로우의 알고리즘을 스마트폰에 심어야 한다는 것.

제롬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역시 사생활 침해가 가장 큰 문제였다.

누가 연인과의 잠자리나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일,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드러내고 싶을까.

“사생활 보호는 인권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도날드는 피식 웃었다.

“제롬, CCTV가 전국에 깔릴 때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신이 감시당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신경이나 씁니까? 그리고 CCTV는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알고리즘은 보는 사람도 없고 정보로서의 가치만 있을 뿐이에요. 그걸 반대할 명분이 너무 약한 거 아닙니까?”

음, 하긴 인공지능이 인간의 나체를 봐도 감흥은 없겠지.

“……좋습니다. 제가 뜻을 같이할 사람들을 모아 보겠습니다.”

“하하하하, 같이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 봅시다.”

연준이 투마로우와 손을 잡았다.

서형길은 씨익 웃으며 도날드를 항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

두두두두두두.

헬기 네 대가 카리브해에 떠 있는 컨테이너 선박을 향해 날아왔다.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 인간들이 헬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헬기는 선박 위에 머물더니 군인들이 패스트로프로 빠르게 줄을 타고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큰소리를 지르며 총기를 정면에 겨누었다.

“모두 바닥에 엎드리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체만 살짝 가린 폐인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한 대의 헬기가 착륙하고 안에서 베레모를 쓴 장교가 한 명 내렸다.

팀을 이끄는 팀장이 재빠르게 다가왔다.

“여기가 맞아?”

“네, 좌표에 맞게 온 것 같습니다. 주변에 이 선박 이외에는 없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어유, 이게 무슨 냄새야?”

코를 막고 폐인들에게 다가가던 장교가 품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서 옆에 있는 팀장에게 건넸다.

“확인해 봐.”

“네.”

팀장은 폐인들에게 다가가고 장교는 제자리에 멈췄다.

이 사람들이 전부 장관들이라니.

어떻게 여기에 표류하게 된 거야?

컨테이너 선박이 버려지고 한 달.

니카라과 해병에게 한 장의 팩스가 전달되었다.

실종된 콜롬비아 장관들과 니카라과 디에고 국방부 장관이 카리브해의 폐기 처분된 컨테이너 선박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 명 한 명 이름과 사람을 대조하던 팀장이 손으로 엑스자를 그렸다.

찾는 디에고 장관이 없다는 신호였다.

장교는 선박 전체를 수색하라는 신호로 손을 저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여기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병사 하나가 손을 들어 보였다.

장교가 그쪽에 도착해서 본 것은 시체.

디에고 장관이잖아.

얼굴 절반이 날아가고 몸의 여러 부분이 뜯겨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총.

저 총으로 죽인 게 분명한데.

설마?

장교는 빠른 걸음으로 폐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 하나를 보았다.

“카를로스 장관?”

카를로스가 퀭한 눈으로 장교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인간이라고 보기에 어딘가 모자란 느낌이었다.

그리고 입가에 선명한 말라비틀어진 핏자국.

“카를로스 장관?”

장교는 카를로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얼이 나간 눈동자로 사방을 둘러보며 공포에 질려 있는 듯했다.

그리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배가 고파서…….”

장교는 빠득 이를 갈았다.

“카를로스, 이 개새끼야. 너희들 디에고를 죽여서 먹은 거야?”

“배가 고파서…….”

장교는 주위에 고개를 땅에 처박고 있는 폐인들을 봤다.

“이 미친 새끼들 전부 일어나!”

병사들이 총구로 쓰러져 있는 폐인들을 일으켜 앉혔다.

전부 흔들리는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부 입가에 말라비틀어진 핏자국.

“이런 일이…….”

다이로가 남겨 둔 한 자루의 총.

한 명은 편하게 자살을 하라고 남겨 둔 총의 용도가 다르게 쓰였다.

콜롬비아 장관들 사이에 끼어 있는 니카라과 장관을 죽이는 데 사용되었다.

“이 새끼들 전부 니카라과로 압송해.”

“네.”

팀장이 무전을 치고 잠시 후에 해군 훈련함 하나가 도착했다.

장교는 디에고 장관의 시신까지 옮겨지는 걸 보자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거지?

어쨌든 저놈들은 전부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어 주겠어.

절대 곱게 죽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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