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55화 (355/477)

제355화 왜 자꾸 일하는데? 쉬라니까(2)

“지금 저희 스마트폰을 해킹 한 겁니까?”

해킹? 해킹으로 생각한 거야?

“미국은 아직 안 했는데요. 왜, 해드려요?”

“뭐라고요?”

잠깐, 잠깐.

대통령이 나섰다.

“미국은 아직 안 했다니요? 그럼 하긴 한 겁니까? 임재준,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재준에게 향했다.

여차하면 경찰이라도 부를 기세였다.

“미국은 아직 순서가 아니라서, 좀 기다리세요.”

다시 법무부 장관이 나섰다.

“혹시 그 ‘카리브’인가 뭔지 하는 거 아닙니까?”

“‘카리브’요? 이런 무식한 장관 같으니라고. 그건 개인비서잖아요.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몰라요?”

“모릅니다.”

자랑이다.

“그럼 배워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한나라의 장관이. 이러니 지금까지 내가 소 앞에서 성경을 읽은 거지.”

“뭐? 뭐요?”

“솔직히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 1세기 로마 정치인보다 많다고 볼 수 있어요? 하긴 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아야 뭔 계획을 세우든지 하지. 아무것도 모르니 할 일이 없겠지. 할 일이. 기껏해야 겨우겨우 나라를 운영하는 거잖아요. 나라와 국민을 이끌어야 할 정치인이 경찰 월급이나 제때 지급하고 하수도가 넘치지 않게 하는 게 다잖아요. 안 그래요? 어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 분은 말 좀 해보세요. 내가 정말 경청해 드릴게.”

흠, 흠.

“자, 내 얘기 잘 들어요. 나중에 다시 말해 달라고 하지 말고. 우리는 북한, 중국 북동쪽, 아프리카, 아이티, 콜롬비아 국민들의 스마트폰에 알고리즘을 심었습니다.”

콜롬비아 대통령도 처음 들어 보는 내용이었다.

언제?

모두가 얼굴을 찡그리며 재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스마트폰으로 주변의 상황과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면 재난을 예측하고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어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거나 대피를 시킬 수도 있고요. 작물의 경작과 상품의 생산량을 예측하여 물가를 안정시킬 수도 있어요. 이렇듯 사물을 통제하면 할 일은 아주 많아요. 그런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 스마트폰에 알고리즘을 심어서 해결될 겁니다.”

그래도…….

사람들의 반응이 여전히 미진했다.

“그러니까 하고 싶지 않으면 구경만 하세요. 괜히 윤리나 인권 들먹이면서 간섭하지 말고. 특히 ‘드럭리걸 존’. 말도 꺼내지 말아요.”

끙.

미국 대통령과 장관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콜롬비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보고 하라더니 자기가 다하네.

그래도 말은 시원하게 잘하는데.

미국이라고 해서 주눅 같은 거 전혀 없이.

***

AAG 빌딩 66층.

“네, 네. 잘하고 있어요. 조만간 만나서 술이나 한잔?”

-콜.

이제 아예 거절도 안 하네.

툭.

재준은 미래 사회에 대한 투마로우의 계획을 도날드에게 해주고 끊었다.

도날드도 알 건 알아야지.

어쨌든 내 편 들어주려고 애쓰는데.

이때.

“보스.”

퀴니코와 블록이 들어서며 재준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보네.

“이번에 대통령과 장관들하고 미팅했다면서요?”

“아이고 말도 마. 도대체 정치하는 인간들은 전부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는 건지. 가슴이 꽉 막혀서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지금 시장이 굉장히 안 좋아서 그래요?”

양적 완화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돈을 거두어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게, 코로나라고 무작정 돈을 푸니까 그렇지.”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아프리카는 무역 자체가 꽉 막혔고요. 마약 유통이 안 되자 금단증세를 겪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서 그래요.”

“금단증상?”

아니 그게 그렇게 심한가?

“매일 콜롬비아로 가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그로 인해 인력 공백이 장난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 기회에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라니까. 말을 안 들어요. 말을. 로봇이 일하면 인력 공백도 안 생기고 좋잖아.”

“말이 쉽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생각해서 쉽지는 않을 거예요.”

이때.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윌켄이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왔다.

“보스.”

“윌켄, 오랜만입니다.”

“네, 보스. 이거 보자마자 죄송합니다.”

“왜 죄송해요?”

“미국에 또 금융위기가 터질 것 같습니다.”

보자마자 또 무슨 금융위기?

“뭔데요?”

윌켄이 다급하게 같이 온 사람을 소개했다.

“이번에 연준 의장으로 부임하신 제롬 파월입니다.”

“아, 그래요? 윌리엄이 그만뒀군요.”

제롬이 윌리엄과 친한 듯 말했다.

“네, 오늘 같이 오시기로 했는데 지금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혼자 왔습니다.”

재준과 악수를 나눈 제롬의 안색이 파리했다.

“뭐가 그리 안 좋은데요?”

“미국 국채 30년 물이 5%를 돌파했습니다.”

국채가 좀 흔들린 게 왜?

“그런데요?”

“연기금의 LDI(부채연계방식) 투자에서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LDI는 자산과 부채를 조율해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나 연금사는 부채의 길이(duration)이 긴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보험사나 연금사는 당연히 장기 채권을 많이 사야 한다.

장기 채권이니까 당연히 수익률은 낮다.

그래서 보험사나 연금사는 투자에 장난을 좀 치긴 한다.

“연기금에서 욕심을 부린 겁니까? 주식입니까, 부동산입니까?”

“그게…….”

주식이나 부동산이 아니면.

“설마 파생상품에 손을 댄 겁니까?”

“그게, 돈이 좀 남아서 레버리지까지…….”

“남은 돈으로 그것도 레버리지까지 동원해서 투자했다고요?”

“그게 계속 오를 것 같아서…….”

와 진짜 학습이 안 되는구나.

“그리고 또 펀드 매니저들 월급도 팍팍 올려주고 인센티브도 팍팍 챙겨주고요?”

“아니, 그게, 장기 국채를 가진 효과를 내주는 파생상품이라 변동성도 그렇게 크지 않고.”

가만있어 보자.

“윌켄, 지금 금리가 얼마죠?”

“4.25%입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자이언트 스텝(0.75%)을 연속으로 네 번을 밟았거든요.”

“미치겠네.”

보통 연준이 시장이 걱정된다 싶을 때 빅 스텝(0.5%)를 올리고 시장을 걱정을 넘는 수준이면 자이언트 스텝(0.75%)를 올린다.

울트라 스텝(1%)도 있지만 시도한 적이 없다.

도날드가 양적 완화를 시작할 때의 금리가 1.5%였는데.

불과 4개월 만에 금리가 1.5%에서 4.25%대로 올랐다.

내가 콜롬비아에 너무 처박혀 있었네.

5%대 금리면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 가격이 급락한다.

“증권사와 투자은행에서는요?”

“그쪽도 어쩔 수 없다고 마진 콜을 부르려 합니다.”

미친.

마진 콜.

투자은행이나 증권사는 기초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 보험사와 연금사에게 하락한 만큼 추가로 돈을 넣으라고 협박을 한다.

만약 추가로 돈을 넣지 않으면 자산을 시장에 냅다 던져버린다.

이번엔 연기금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투자은행들은 공포를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먼저 인정사정없이 시장에 물량을 던지는 쪽이 살아남는다.

마진 콜에 의한 1차 물량이 나온다?

그럼 채권 가격은 급락으로 보답(?)한다.

그러면 또 다른 마진 콜 물량이 쏟아지고 다시 채권 가격이 더 하락한다.

마진 콜에 마진 콜에 마진 콜을 반복적으로 맞으며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떨어진다.

이를 죽음의 소용돌이, Death Spiral이라고 부른다.

시장에 나와 있는 보험사와 연기금의 자산은 자그마치 1조 5천억 달러. 한화로 약 3000조가 시장에 다 나올 때까지 채권은 급락할 것이다.

금리 급등은 마진 콜을 부르고 시장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 것이며 자산 시장은 붕괴된다.

2008년과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부동산이 연기금으로 바뀔 뿐이다.

만약 지금 금리가 6~7%가 또 오른다면 보유 자산의 80~90%는 날아가고 연기금은 파산을 선언해야 한다.

모두 알겠지만, 연기금은 보유 자산이 증권사나 은행에 비할 곳이 아니다.

연기금만 파산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보험사에 연쇄반응이 일어날 것이다.

“잠깐만요.”

재준이 스마트폰을 들어 ‘블랙’을 호출했다.

“다 들었지.”

잠시 후 통화를 마친 재준은 무덤덤하게 제롬에게 말했다.

“국채 무제한 매입하세요.”

“국채 매입이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QE)를 하란 말입니까?”

이제 양적 완화는 익숙한 단어가 되었을 줄 안다.

기준 금리를 내리다 내리다 금리가 0이 되면 더 이상 내릴 수 없을 때 국채를 매입해서 금리가 더 내려가는 효과를 보는 게 양적 완화다.

“그렇게 해야 해요.”

“아니 지금 기준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양적 완화를 하라고요?”

현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양적 긴축을 하고 있는데 동시에 양적 완화를 하라고?

“그러니까 한 달 동안만 하세요. 일단 채권 급락을 막은 후에 다시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QT)을 하면 되잖아요.”

“네?”

이게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정책인가?

2주 간격으로 QE와 QT를 번갈아 하라고?

“금융 안전을 위해서 QE를 하고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서 QT를 하면 되잖아요.”

“네?”

제롬은 재준의 말에 갸우뚱했다.

이게 과연 시장에 통할까?

아니 정부 정책이 QE와 QT를 2주 간격으로 펼쳐?

이걸 진짜 해도 되나 하는 제롬의 표정을 보며 재준이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니까요. 원칙이라는 게 없어진 거예요. 앞으로도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할 겁니다.”

후후. 놀랐을 거다.

재준이 방금 전에 제롬의 말을 듣고 ‘블랙’과 통화하며 받은 최선의 선택이,

【우선 양적 완화로 국채 가격을 막고 후에 더 많은 양적 긴축을 시도하면 금융과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거였다.

“정말 먹힐까요?”

아니, 아직도 망설이는 거야?

“제롬, 2008년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엮여 있는 파생상품이 붕괴되면서 대형 투자은행 하나가 날아갔어요. 역사책에 기록될 만한 금융위기였단 말이에요.”

“네, 그건 알죠.”

“그럼, 지금은요.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엮여있는 파생상품이 붕괴되면 연기금 하나로 끝날까요?”

“채권이라면…….”

채권은 부동산과 비교하면 돈의 덩치가 다르다.

미국만 2,000조가 날아간다고 끝이 아니다.

그로 인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모든 나라에 동시에 허리케인이 등장한 것과 같을 테니.

2008년과 비교하면 몇 배가 아니라 몇십 배지.

“모든 위험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거예요. 이제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단 걸 느끼시죠?”

“그렇군요. 시장이 예측을 자주 벗어나고 있습니다. 수시로 가동할 수 있는 안정 기금을 마련해야겠습니다.”

“그걸로 되겠어요?”

“네?”

“여기도 답답한 분이 또 있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롬, 예전에는 허리케인이 지나가면 지붕 수리만 해도 됐어요. 왜? 허리케인이 약하니까. 개중에 센 놈은 몇 개 없었어요. 몇십 년에 걸쳐 한 개 올까 말까 했잖아요. 근데 지금은 아니라니까요. 요즘은 오는 놈마다 5등급으로 800hpa(헥토파스칼)이라니까요. 풍속 80m/s(미터퍼세컨드)라고요.”

“아.”

“시장에 뭔 일이 생기면 바로 5등급이라니까. 안정 기금? 이런 거론 안 돼요. 그냥 날아가요. 보통 2조 달러, 3조 달러 이런 괴물들이 나타나면 바로 경제 위기잖아요.”

이게 모두 전 세계가 모두 양적 완화를 한 결과다.

미국부터 시작하니 다른 나라들도 안 할 수는 없었다.

이러니 시장에 넘쳐나는 돈이 위기의 규모도 키웠다.

“그럼 방법이 있습니까?”

딱.

재준이 손가락을 튕겼다.

“있지요.”

“정말입니까? 그게 뭡니까?”

“인공지능.”

“네?”

제롬이 놀란 게 인공지능이란 단어 때문이 아니다.

이미 하고 있는데…….

맞다. 증권 시장은 이미 인공지능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요즘 인간이 일일이 키보드를 두드려서 주식을 사고 선물을 하겠는가.

장난이나 심심해서 하면 모를까.

“알고리즘은 이미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너무 작아요. 좀 더 큰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상품이나 증권 시장의 데이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니까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도날드를 만나세요.”

“도날드요?”

내 입으로 미국 국민의 스마트폰에 알고리즘을 심자고는 못 하겠고 누군가를 내세운다면 도날드가 딱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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