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54화 (354/477)

제354화 왜 자꾸 일하는데? 쉬라니까(1)

백악관.

오늘은 재준이 콜롬비아 구스타보 대통령과 비공식 만남을 제안해서 미국 대통령과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미국 장관들의 얼굴에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났다.

아직 재준이 도착 전.

모두 CNN 뉴스를 보는데 하필 도날드가 시민을 선동하는 듯한 연설에 오만 인상을 쓰고 있었다.

“저기 의회와 정부 조직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사회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말을 합니다. 하하, 그랬으면 좋겠죠. 하지만 아닙니다. 그들도 바로 우리와 같은 미국 국민입니다. 주변을 보십시오. 미래의 과학 기술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근데 무조건 입을 다물고 있으면 무슨 문제가 해결됩니까? 정치인 기업가뿐만 아니라 우리, 여기 있는 우리는, 인간으로서 서로 까놓고 문제에 관해 얘기를 해야 합니다. 지금 변하는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기 위해 가만있을 리 없잖습니까? 지금 우리와 대화를 나눌 정치인은 기업가는 없는 겁니까?”

옳소, 대화를 해라.

스크린 영상 속에서 도날드 전 대통령이 광장에서 미국 시민들 앞에서 정부를 향해 삿대질까지 하며 연설을 하고 있었다.

툭.

화면이 꺼지고 대통령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저 인간은 왜 또 튀어나와서 남의 속을 긁는 겁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호응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내무부 장관이 대통령을 안심시키려 했는데.

어허.

해외 문제를 담당하는 국무부 장관이 할 말이 많은 듯 끼어들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들을 말은 들어야 합니다. 지금 콜롬비아와 외교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근데 중요한 건 미국만 문제라는 겁니다. 콜롬비아는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데 미국은 이제 혼란의 시작입니다.”

“맞습니다. 마약 밀수입이 끊긴 건 좋은데. 그만큼 콜롬비아로 향하는 미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약으로 인한 달러 유출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달러가 콜롬비아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심각한 무역적자입니다.”

남의 나라 농업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농무부 장관이 거들자.

“솔직히 이 모든 게 투마로우 때문 아닙니까?”

‘코트’에 불만이 많은 법무부가 투마로우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거기 왜 투마로우가 끼어듭니까?”

해안경비대가 콜롬비아 잠수함까지 격침을 시켜서 어깨에 힘 좀 주는 국토안보부가 쉴드를 쳤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게 다 투마로우 때문 아닙니까? 로봇이며 인공지능이며 마약에 전부 다 안 걸리는 게 어디 있습니까? 전부 불법투성이입니다.”

“그럼, 법무부가 직접 소송을 거세요. 말로만 하지 말고.”

“아니, 우리가 소송을 걸고 싶지 않아서 안 거는 겁니까?”

똑똑.

“당연히 질 거 같으니까 안 거는 거잖아요. 투마로우 법무팀이 좀 세야 말이지.”

“뭐라고요? 요즘 해안경비대 활약이 좀 된다고 너무 우쭐대는 거 아닙니까?”

똑똑.

“어허, 거, 괜히 ‘코트’ 때문에 상한 기분 우리한테 풀려는 거 모를 줄 알아요? 실업자 신세가 걱정되긴 하나 보네.”

“이 사람이, 국토안보부는 나중에 일자리나 남아날 줄 압니까? 거기가 제일 먼저 실업자 되는 겁니다. 이미 로봇이 군인보다 더 잘 싸우는 것 같던데.”

“뭐요?”

빼꼼.

아무리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자 비서가 문을 열어 주었다.

재준은 고개를 내밀어 회의실 안을 살펴보았다.

생산성 없는 토론, 아니,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유. 정신없어.

재준이 들어서며 손사래를 쳤다.

험, 험.

헛기침 소리에 그제야 모두의 시선이 재준을 향했다.

“비서가 아무리 노크를 해도 답이 없어 혹시 무슨 일이 있나 들어왔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재준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허락도 없이 왜 들어오는 겁니까? 지금 대통령 주제 장관 회의입니다. 당장 나가세요!”

어라, 이 양반 한 성격 하네.

재준이 법무부 장관을 보며 손목에 있는 시계를 톡톡 두드렸다.

“아니, 밖에서 10분간 문을 두드렸는데 노크 소리는 들었어요?”

“뭐요?”

“지금 이 장관 회의가 혹시 나 때문에 열린 것 아닌가?”

자, 자.

대통령이 나섰다.

“장관, 그만 하세요. 미안합니다. 임재준 오너. 우리가 좀 격렬한 토론을 하다 보니. 실례를 범했습니다.”

대통령의 만류에도 법무부 장관이 눈을 부라리자 재준이 같이 맞받아쳤다.

“거, 법을 집행한다는 사람이 이렇게 경우가 없어서야 원.”

뭐요?

“법무부 장관.”

입술을 꼼지락거리는 법무부 장관을 향해 대통령이 입꼬리를 올리며 이를 드러냈다.

한마디만 더 해 봐.

좀, 좀. 진도 좀 뺍시다.

흠, 흠.

“오늘 제가 임재준을 모시게 된 것은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이 워낙 난제여서 앞으로 투마로우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란 말입니다. 그러니 먼저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재준에게 집중했다.

쩝.

재준이 탐탁하지 않은 듯 입맛을 다시며 말을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이런 내키지 않는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험, 험.

“먼저 중요한 거 하나를 말해 드릴게요. 앞으로 투마로우는 사물을 통제할 겁니다.”

통제?

사물인터넷을 말하는 건가?

껌뻑껌뻑.

모두 재준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사물인터넷이면 인간 통제는 아니고.

사물을 통제한다는 게 정확히 사물을 맘대로 움직이는 건지 사물에서 정보를 얻는 건지 정확한 개념이 서질 않았다.

“저기, 인간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입니까?”

장관 하나가 재준에게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관님, 우주는 데이터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상이나 실체의 가치는 데이터 처리에 따라 결정되는 거 아십니까?”

“네?”

이게 무슨 새소리일까?

듣기에는 아름다운데 하나도 뜻을 모르겠는걸.

“이게 사물에서 데이터를 취합하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투마로우의 정신인데.”

“아, 인간에게 좋은 거죠?”

“그렇습니다.”

부글부글 법무부 장관의 표정이 끓어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모두 법무부 장관을 향했다.

“데이터를 개인의 허락 없이 취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럴듯한 말로 우리를 현혹시키는 거 아닙니까?”

톡톡톡.

재준이 탁자를 두드리며 법무부 장관을 노려봤다.

“좋아요. 그럼 미국은 하지 마세요. 뭐, 싫다는데 억지로 할 수는 없으니까. 아프리카와 아이티는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하루 4시간만 일을 하고 매달 석 달을 살 수 있는 임금을 받습니다. 콜롬비아도 조만간 비슷한 경제 발전을 이룩할 것 같고요. 전부 일을 하지 않아도 펑펑 놀아요. 막 놀아. 미국 국민만 하루에 8시간 일을 하고 한 달 살기도 빠아아아아듯한 임금을 받게 하겠다는데. 내가 미국 시민도 아니고. 뭐 알아서 하세요.”

“뭐요?”

“가만있어 봐. 이거 녹음이 잘 되었으려나. 아, 미국에선 대화를 녹음하는 건 불법이죠? 나 참, 이거 벌금을 또 내야 하겠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벌금 좀 내고 이걸 언론에 확 뿌려서 여기 법무부 장관의 미국 국민에 대한 사랑을 전달해 줘야지. 아니, 근데 왜 그런 표정으로 노려보는 거예요? 사랑을 전달해 주겠다는데.”

“당신 정말 불법을 밥 먹듯 저지르고……. 무사하리라 봅니까?”

“그러니까, 제발, 고발을 하라니까요. 이번에도 TV에 나와서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 정부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게.”

“......”

법무부 장관은 뭐라고 더 말을 해야 하는데 말문이 막혔다.

지금 녹음도 되고 있고 재판 과정이 생중계되면 가뜩이나 ‘코트’ 때문에 거센 비판을 받는 법 제도에 비판 거리를 더하는 형국이 될 것이 뻔했다.

옆에서 쭉 지켜보던 콜롬비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거, 꼭 지는 싸움에 끼어든단 말이야.

그놈의 체면 때문에.

재준의 말이 이어졌다.

“하여튼, 우리는 획기적인 기술과 새로운 힘을 제공할 거예요.”

“새로운 힘이라니요? 로봇을 말하는 겁니까? 인공지능을 말하는 겁니까? 아니면 또 새로운 걸 만든 겁니까?”

대통령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새로운 거라면 이제 지겹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아니에요. 통제니, 새로운 힘이니 하니까 헷갈리시는 것 같은데. 이 모든 것은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음악, 경제학, 생물학 같은 모든 학문을 하나로 통합해서 하나의 개념과 도구로 모든 걸 분석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엥?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음악과 생물학이 같은 개념을 가지고 같은 도구로 분석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 통합이 이루어지면 모든 학문의 장벽이 무너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협동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저기요!

장관 한 명이 살짝 손을 들었다.

“이해는 하겠는데 그건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통일장 이론 아닙니까? 그리고 실패했고요. 열역학과 양자역학은 절대 같은 공식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 하이스쿨 때 공부 좀 했는데.

“그건 수학으로 증명하려고 하니까 실패한 거고 우린 데이터를 도구로 사용할 거예요. 왜냐? 지금 세상은 처리할 정보량이 너무 많아요. 그건 지금 살아가는 인간이 생각이 복잡해진 것과 관계도 있어요.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일들, 이제는 아인슈타인과 같은 수학자 개인이 처리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린 전자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아, 결론은 인공지능이네.

모두 이해는 했다.

하지만 표정은 글쎄였다.

재준은 모두의 얼굴을 보면서 알았다.

이 사람들이 지금 내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니까 믿지를 않네.

나는 매일 협박이나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

아까 그 장관이 다시 재준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사물을 통제한다는 게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거네요.”

오, 이해하는 사람도 있네.

“그렇습니다.”

“그럼 조만간 인간의 데이터도 수집한다는 거고요.”

“그렇습니다.”

“그럼 수집한 데이터로 무얼 한다는 겁니까?”

“무얼 하긴요. 다 같이 잘 먹고 잘사는 거죠.”

“데이터를 다루는 알고리즘에 의해서요?”

“그렇죠.”

“그럼 우리는요? 우리 정치인들은 할 일이 없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놀고먹으세요.”

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인간은 욕망이 있는 존재입니다. 욕망을 억제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그 욕망을 좀 자신한테로 돌리세요. 남의 것 말고 자신의 것에. 보세요. 운동하고 싶은 사람은 운동하고,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게임을 하고, 마약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마약을 하게 내버려 두세요. 괜히 권력을 쥐고 이거 해라, 이거 하지 마라, 라고 간섭하면 싸움만 난다니까요. 이 모든 걸 통제하는 데 인간은 불필요합니다. 인공지능이 차라리 더 잘 관리할 거예요.”

“그러다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또, 또, 추측해서 위에 올라서려 하네.

“그러니까 큰 사고를 방지하려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 무슨 피라미드 짓는 고대시대도 아니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21세기에 인간의 머리로 사고를 예방합니까?”

음.

“그렇군요. 근데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합니까? 사물인터넷을 시작하려면 모든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우린 스마트폰에 알고리즘을 심어서 처리하고 있어요.”

네?

장관들이 일제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이거 큰일 낼 인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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