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52화 (352/477)

제352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14)

후.

모두 안도의 숨을 소리 없이 내뱉었다.

큰일 나는 줄 알았네.

모든 수단이 차단되고 단속을 강화하는 이런 상황에 마약을 가지고 미국으로 들어갔다가 걸리면 영원히 콜롬비아 땅을 밟지 못할 수도 있었다.

“자식들, 겁먹긴. 그런데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까. 우리 정보가 너무 자세히 미국에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아.”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이게 왜 이런 것 같아?”

“우리 안에 쥐새끼가 있는 거겠죠.”

“바로 그거야. 근데 말이야…….”

우라베가 모두를 훑어보고는 나지막이 이야기를 꺼냈다.

“나와 에레라만 알고 있는 밀매 루트도 간파당했어. 이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그래요? 아는 사람이 둘 뿐인데……. 그렇다면?”

모두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라베는 심복들의 표정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에레라는 아니야.”

“아, 네. 그렇겠죠.”

“그런데 사실 나와 에레라가 이야기하는 걸 들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그놈이네요. 그놈. 당장 잡아서 팔다리 하나씩 잘라내면 불 거 같은데요.”

“그래, 근데 그것도 어려워.”

“왜요?”

음.

“그게 다이로거든.”

“네?”

심복 일곱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다이로라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다이로는 절대 아니에요. 지금도 우리 카르텔을 위해 다른 카르텔을 정리하고 있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그게 자신만의 새로운 카르텔을 만드는 거라면 이야기는 다르지.”

“우라베, 생각이 과해요. 아니 다이로가 왜 새로운 카르텔을 만들어요? 그리고 다이로를 치는 건 위험해요.”

“그렇지, 아주 위험해. 지금 다이로가 거느리고 있는 조직원 수가 우리보다 많아졌어. 알고 있지?”

“정말입니까?”

“그래, 세를 불리고 있는 거라고.”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죠?”

“우리를 미국의 타깃으로 만들고 자신은 다른 지역을 장악하려는 거라면 어떨까?”

“우리를 미국의 먹잇감으로 던졌단 말입니까? 왜요? 우리가 다이로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다이로를 감옥에 1년 동안 방치했잖아. 사실 우리 힘으로는 석방시킬 수 없었어. 아마 평생 감방에서 썩을 생각뿐이었을 거야. 근데 임재준이 나타난 거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석방이 됐어. 너무 쉽게. 그때부터 우리 미국 마약 밀매는 막히기 시작했고. 아주 치밀한 계획도 다 실패로 끝났어.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누군가 미국에 우리의 정보를 알려준다면 모를까.”

“그래서 생각하는 게 뭡니까? 다이로를 죽이기라도 하려는 겁니까?”

“그러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네? 너무 위험한 생각입니다.”

우라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진짜 위험에 처한 건 우리라니까. 미국 시장을 버린다고 쳐.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유럽이나 아시아 아닙니까?”

“그렇지. 근데 유럽이나 아시아는 이미 많은 마피아들이 자기 영역을 확실하게 다져놓았어. 갈 수 있는 나라가 몇 군데 없어. 그 몇 안 되는 나라를 다이로가 먼저 선점했다면 우린 뭐하지?”

끙.

모두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차피 우릴 미국에 내줬다면 그건 배신이고 언젠간 갚아 줘야 할 빚이야.”

“증거가 없잖아요. 다이로가 배신을 했다는 증거요.”

“증거?”

“네, 무작정 다이로를 배신자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조직원들도 납득하지 못할 거고요. 안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렇지. 그러니까 확실해야 해. 자,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뭐죠?”

모두 우라베를 향해 몸이 기울어졌다.

“다이로를 미행해. 그리고 임재준을 만나는 걸 확인한 순간 치는 거야. 임재준을 만났다면 확실한 거 아냐?”

“치라니요? 둘 다 처리하라고요?”

“그래, 만약 둘을 처리하고 다시 마약 루트가 확보되면 우리 예상이 맞다는 거잖아. 어차피 지금 이대로라면 우린 다 죽어.”

꿀꺽.

여기저기 목울대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우라베의 말을 듣고 있던 호르헤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다이로가 배신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에 본사 정문 보초를 섰을 때, 다이로가 한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죽여 버리라고. 말 안 듣는 놈은 필요 없잖아.’

자신들은 형제요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이로는 아니었다.

쓸모가 없어지면 죽여도 되는 그런 존재였다.

달라졌어.

확실히 감옥을 갔다 온 후로는 우리를 보는 시각이 예전과 달라.

우라베의 말이 사실일지 몰라.

미행이라…….

그래, 진짜 임재준을 만나서 우리 정보를 건넨 거라면…….

다이로를 죽일 수밖에 없긴 한데…….

고민하는 모두를 보며 우라베라 몰아붙였다.

“자, 누가 나설 거야? 최소한 넷은 가야 해. 다이로를 지키는 경호원도 만만치 않아.”

우라베가 죽 한 번씩 눈을 마주쳤다.

“제가 할게요.”

호르헤가 나섰다.

“저도 할게요.”

그 뒤로 둘이 더 자원해서 넷이 결정되었다.

***

호르헤와 일행은 차 안에서 다이로 저택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이로다. 다이로.”

“어디? 어디?”

다이로 저택에서 잠복하기를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다이로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나올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하나?”

“그래야지. 뭘 별수 없잖아.”

쩝.

가끔 자신의 저택으로 들어오는 다이로를 기다리는 것도 끔찍한데 언제 또 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막막했다.

호르헤가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지금부터 저녁 식사를 하고 술도 한잔하면 그냥 잠들 시간이었다.

무작정 기다리기 애매한데.

돌아가면서 쉬어야 힘을 비축할 수 있다.

“야, 너희 둘은 좀.”

“어, 다이로가 다시 나왔어.”

어?

확실히 다이로가 맞았다.

집에 들어가서 깔끔한 의상으로 갈아 있고 나왔다.

마치 중요한 사람을 만나기라도 하는 듯이.

그리고 리무진 기사 외에는 경호가 따르지 않았다.

기회다.

“야, 조심히 눈치채지 못하게 따라가.”

다이로의 하얀 리무진 뒤를 호르헤가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며 뒤를 밟았다.

한참을 달려 보고타 시내 한가운데로 진입한 리무진은 자르딘 식물원 앞에 섰다.

그리고 다이로가 내려 목을 한차례 꺾더니 식물원 안으로 사라졌다.

“따라 들어가야 하나?”

“그래야지.”

가만, 가만.

호르헤가 내리려는 동료를 끌어당겼다.

“왜?”

“임재준, 임재준.”

“뭐?”

넷은 머리를 숙이고 식물원으로 걸어 들어가는 재준을 보았다.

“와, 이거 저 둘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식물원을 우연히 들어갈 확률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

“우라베의 예상이 맞은 것 같은데.”

“우리도 들어가자.”

호르헤 일행은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식물원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각자 이런 일에 익숙한지 네 방향을 각자 맡으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뚜벅, 뚜벅, 뚜벅.

“저쪽.”

모퉁이에서 들리는 선명한 발걸음 소리를 쫓았다.

마감 시간이 거의 다 된 식물원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다.

이 발소리는 임재준이 틀림없었다.

호르헤가 모퉁이를 돌자 굵은 나무들이 즐비한 곳에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헛.

하하하하.

다시 모퉁이로 되돌아가서 귀를 기울였다.

먼 거리지만 둘의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뭔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리에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재준이 다이로의 손에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다이로가 부들부들 떨면서 크게 웃고 있다.

왜 저래? 미친놈처럼.

확실히 다이로가 임재준에게 약점이 잡힌 게 분명했다.

“죽여야지.”

호르헤의 뒤에서 동료 하나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사실을 확인했으니 죽여야지.

근데 아니면 어쩌지?

다이로가 임재준을 이용할 수도 있잖아.

그리고 다이로가 우리를 공격한다는 증거도 아직 없고.

대화를 들었으면 좋겠는데.

“가만있어 봐. 내가 좀 더 가까이 가야겠어.”

호르헤가 아주 살며시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동시에.

띠링.

재준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왔다는 벨이 울렸다.

【클란 델 골포 갱단 넷이 보스를 미행 중입니다.】

재준은 스마트폰 문자를 다이로를 향해 보여줬다.

다이로가 입꼬리를 내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꼬리가 밟힌 것 같은데.”

“할 수 있겠어요?”

큭큭.

다이로는 묘하게 웃으며 자신의 손에 있는 파란색 스위치를 흔들었다.

“16분이면 뭐든지 할 수 있지. 뭐든지.”

“그럼, 뭐. 시작해도 되겠네요.”

그리고.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며 다이로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이로가 몸을 비틀어 바닥에 엎어졌다.

어떤 개새끼야? 예고도 없이.

다이로가 허리 뒤쪽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호르헤는 총성을 듣고 뒤쪽을 바라보았다.

누구야?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

탕탕탕.

다이로가 호르헤를 향해 총알을 날렸다.

호르헤는 바닥에 몸을 납작 붙였다.

빌어먹을. 이판사판이다.

총을 꺼내 다이로가 있는 방향으로 무작정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 있던 동료들도 가담했다.

다이로는 재준을 보았다.

재준은 큰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빙글 웃고 있었다.

진짜 겁도 없네.

다이로는 총알이 날아오는 곳으로 무작정 쏘았다.

잠시 후.

탕탕탕탕.

자신만 총을 쏘는 걸 느꼈다.

뭐야?

재준이 걸어 나오며 말했다.

“다 정리된 것 같은데. 역시 다이로라는 건가요?”

“기다려 위험해.”

다이로는 재준의 앞을 막아서며 총구를 정면을 향해 겨누었다.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다.

전방에 하나 뒤에 셋.

총 네 구의 시신이 보였다.

으으으으.

아니다. 아직 한 놈이 살아 있다.

다이로는 신음을 쏟아내는 놈에게 총구를 겨누며 다가갔다.

손목이 날아가고 복부에 총상을 입은 놈이 다이로를 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

“호르헤?”

끄륵끄륵.

호르헤는 입안에 고인 피를 입가로 흘리며 다이로를 노려봤다.

“난 설마 했는데. 다이로 네가 우릴 배신할 줄은…….”

다이로가 호르헤 앞에 다가가 총구를 이마에 댔다.

“에레라에게 전해줄게.”

탕.

망설임 없이 방아쇠가 당겨지고 호르헤의 머리 뒤로 총알이 빠져나왔다.

털썩.

호르헤의 머리가 뒤로 날아가며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어서 총구가 뒤에 있는 시체 세 구로 향했다.

전부 머리가 날아갔다.

다이로가 뒤를 돌아 재준을 바라봤다.

“당신 작품인가?”

재준이 양손을 들어 보였다.

“무슨 소리. 난 총도 없는데.”

“그럼 내가 마구 쏜 총알이 이놈들의 머리에 정확히 맞았다고?”

“그러니까 다이로 아닌가요? 콜롬비아 카르텔을 통합한 인물인데.”

큭큭큭.

“그렇지. 내가 다이로지.”

다이로는 고개를 들어 사방을 죽 확인했다.

누군가를 찾는 듯.

진짜 프로가 여기 있어.

지금 내 머리를 겨누고 있겠지.

큭큭.

알면서, 알면서 당해줘야 하는 건가?

“이제 에레라를 쳐야겠지.”

“음,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데, 뭐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죠.”

“현재 마약 루트는 다 막혔겠지.”

“콜롬비아뿐만 아니라 남미 전체가 막혔어요.”

“남미 전체가?”

“뭘 그렇게 놀래요. 봐서 알잖아요. 맘만 먹으면 남미 마약 농장은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걸.”

큭큭큭.

“그렇지. 쥐새끼만 풀어도 얼마 안 걸리겠지.”

“시간은 문자로 알려 줄게요.”

재준이 돌아서 걸어가자 다이로는 총을 잡은 손을 꽉 쥐었다.

에레라, 나를 원망하지 마.

이건 네가 뿌린 씨앗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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