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50화 (350/477)

제350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12)

타타타타타타.

헬기 위에서 내려다본 메데인의 코카 농장은 이미 쑥대밭이 되었다.

“도련님, 이만 가시죠. 나머지는 다이로가 처리할 겁니다.”

천 실장이 재준에게 말했다.

“그럴까요? 그럼 대통령을 만나러 가죠.”

“네.”

타타타타타타타.

멀어지는 헬기 아래.

울창한 숲의 파라밀로 산이 펼쳐져 있었다.

그 산 위에 수천 명의 메데인 주민들이 불타고 있는 농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민 중 한 명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그러게 갑자기 농장이 쑥대밭이 됐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저 아래 갱단 놈들 다 죽은 거 맞지?”

“저 불구덩이 속에서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겠지.”

새벽 5시쯤 일어나 농장으로 향하는 메데인 주민의 스마트폰에 재난 피해 공지가 떴다.

‘블랙’의 통제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한 시간 후 메데인 코카 농장 전체에 거대한 폭발이 있을 예정입니다. 온 가족을 데리고 파라밀로 산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평생 살면서 정부가 이런 문자를 보내는 건 처음 봐.”

“설마 정부가 보냈겠어?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코카 농장을 파괴한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여기서 들어가는 뒷돈이 얼만데.”

“하긴 그건 그래. 그럼 이 문자는 뭐야?”

“내가 어떻게 알아?”

“거참, 신기한 일도 다 보네.”

“이제 내려가야 하지 않나?”

“그러게.”

이때.

띠링.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문자가 날아왔다.

[또 다른 무장세력 접근. 파라밀로 산에서 대기 바랍니다.]

“이게 또 무슨 소리야?”

“누가 자꾸 이상한 문자를 보내는 거야?”

“우리 감시당하는 거 아냐?”

“감시가 아니라 관리지. 우릴 보호하고 있잖아.”

“거참, 이상한 일이네.”

말을 마친 주민이 괜히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다.

구세주라도 오려나?

다른 주민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어이 저기 봐. 저기 진짜 농장으로 갱단 놈들이 들어가고 있는데?”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문장인데. 클란 델 골포 놈들 아냐?”

“규모가 엄청나네. 들리는 소문이 사실인가 봐.”

“무슨 소문?”

“못 들었어? 클란 델 골포 놈들이 콜롬비아 마약을 다 먹는다잖아. 나머지 갱단 놈들을 아작내면서. 산티아고 데칼리와 포파얀 갱단 놈들은 이미 몰살당했다던데.”

“그럼 오늘이 메데인 차례인 거야?”

“그런가 봐.”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뭐, 다시 코카나무 심으라고 하겠지. 설마 농장을 없애지는 않을 거 아냐.”

“그렇긴 한데. 윗대가리 놈들이 가만있을까? 지금까지 꼬박꼬박 돈 가져다 바치는 갱단을 다 죽여버리면 군대를 동원할 것 같은데.”

“또 전쟁이야?”

“마약이 없어지지 않으면 맨날 똑같은 거지.”

“하긴.”

***

콜롬비아 대통령궁.

하하하하하하하.

장관들의 웃음소리가 시원하게 울렸다.

“축하드립니다. 대통령님. 어떻게 이런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하셨습니까? ‘드럭리걸 존’에 관광객이 연일 만원입니다.”

구스타보 대통령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아니라 임재준이 제안한 겁니다.”

“그것도 대통령님이 결단을 내려주셨으니 진행된 거 아닙니까? 이건 다 대통령님이 하신 거나 진배없는 겁니다.”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다 그런 거죠.”

하하하하하하하.

장관들이 웃으며 은근히 대통령의 표정을 살폈다.

거, 내숭 그만 떨고.

임재준에게 받은 돈 좀 나누어 먹읍시다.

뒷돈을 가장 많이 받았던 내무부 장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남부 쪽 코카 농장에선 당분간 재배를 할 수 없으니 국민들 삶이 팍팍해지는 거 아닙니까?”

정말 국민의 삶을 생각하고 말하는 걸까?

“그러게요. 국민의 수입을 올려줄 방법을 마련해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방금 말한 장관의 말에 고개는 끄덕였지만, 속으론 쌍욕을 날렸다.

방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국민은 무슨 국민, 자기들 주머니가 마르니까 하는 헛소리지.

그리고 다시 내무부 장관이 말을 꺼냈다.

“대통령님, ‘드럭리걸 존’ 말입니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문제가 아니라 관리를 더 잘하기 위해선 부처 어딘가에 편입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요?”

편입?

장관들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흠, 흠.

“그건 어디까지나 국가 수입에 관한 문제이니 재무공신부가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허.

“무슨 소리십니까? 어디까지나 마약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사회보호부가 맞는 게 순리입니다.”

여보세요.

“잘 모르시나 본데. 거기 운영은 전부 전산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가 적격이지요.”

욕심들 보소.

“왜 남의 밥상에 자꾸 포크를 들이미십니까? 어디까지나 거긴 관광지입니다. 상공관광부가 맡는 게 맞습니다.”

뭐요? 포크?

“거, 다들 자기들 몫이 있다고 주장을 하시는데 이럴 때는 모든 일을 총괄하는 내무부가 맡는 게 맞습니다.”

서로 자기 부서가 맡겠다고 옥신각신하는데.

똑똑똑똑똑.

모두의 시선이 노크 소리로 향했다.

재준이 열려있는 문에 대고 모두를 보면서 노크를 하고 있었다.

임재준!

“어서 오세요.”

전부 껄끄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대통령만은 벌떡 일어나 재준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대통령님, 그간 평안하셨어요?”

“그럼요. 이리 와서 앉으세요. 이리로. 이리. 이리.”

대통령은 재준을 자신을 바로 옆자리에 앉혔다.

흠, 흠.

장관들은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해댔다.

“여기 각 부처의 장관들입니다.”

“아, 네. 익히 본 얼굴들이네요. 반갑습니다. 임재준입니다.”

네. 네.

각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 특별히 임재준 오너가 여러분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모인 겁니다.”

우리에게?

건방진 놈.

장관들이 서로 얼굴을 보며 입을 비죽이 내밀었다.

노골적인 적대감의 표현이었다.

재준은 빙글 웃으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계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혹시 ‘카리브’를 사용하시는 분 계신가요?”

흠, 흠.

다들 딴청을 피우는 걸 봐서는 모두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아주 불편하더군요.”

“가끔 아주 가끔 합니다. 꼭 필요한 건 아니더라고요.”

“실수로 눌러 가지고는…….”

“국민과 소통하려면은 어쩔 수 있습니까, 해야지.”

저마다 속마음과 다른 말을 뱉었다.

재준이 장관의 얼굴을 죽 살피고 말했다.

“그러시군요. 근데 오늘 ‘카리브’에게 이 자리 참석에 관해 물어보셨습니까? 뭐, 다들 참석하신 거 보니까 한 명도 안 물어본 것 같긴 하지만.”

역시 장관 중 대빵인 내무부 장관이 나섰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슨 말은요? 말 그대로 ‘카리브’에게 오늘 상황을 미리 체크했는지 물어보는 건데요.”

“그게 중요한 겁니까?”

“음, 중요한 분도 있고 영 관심 없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빙빙 돌리지 말고 말해 보세요. 그게 뭡니까?”

“그럴까요?”

재준이 천 실장에게 사인을 보내자 천 실장이 노트북을 펴서 장관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탁자 위에 놓았다.

이미 폐허에 가까운 농장이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분명 농장은 코카 농장이 확실했다.

“지금 메데인 농장의 영상입니다.”

재준의 말에 장관 몇의 얼굴이 구겨졌다.

끙.

“아침에 ‘카리브’에게 물어봤으면 메데인 화재에 대해 말해 줬을 텐데. ‘카리브’가 언론보다 정보가 좀 빠르거든요. 이제 콜롬비아에는 클란 델 골포 빼고는 20명 미만의 소규모 갱단만 남았습니다. 20명이면 갱단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어쨌든 이 소규모 갱단도 다이로에게 투항하여 사라질 거예요.”

허.

크고 작은 탄식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 말은 이제 여러분에게 자금을 대는 스폰서가 없다는 말이고요.”

이 사람이!

“우리가 언제 돈을 받았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아, 국방부 장관이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한 번 스마트폰을 탁자에 올려놓고 ‘카리브’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당신의 계좌에 얼마나 있는지.”

“뭐요?”

국방부 장관의 얼굴이 불독처럼 일그러졌다.

“왜요? 못 하겠어요? 장관 월급으로는 상상도 못 하는 돈이 들어있나 보네요?”

“아니요. 그, 그, 그 뭐냐. 유산. 유산을 상속받았을 뿐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렇소.”

묻지도 않았는데 유산은 웬 유산?

재준이 다른 장관들을 향했다.

“자, 또 유산을 상속받으신 분.”

벌떡.

재무공신부 장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콜롬비아 정부를 우습게 여겨도 분수가 있지. 당신이 뭔데 장관들이 뒷돈을 받았느니 안 받았느니 물어봅니까? 잘못이 있으면 법대로 처리하면 되지. 어디 일개 기업인이 장관들에게 협박하고. 정말.”

걸려들었다.

일단 둘, 메데인 세력에게 돈을 받은 놈.

그리고 중요한 건 저놈.

니카라과랑 연결 가능한 놈이 누구냐?

메데인 농장이 폐허가 되는 장면을 봤으니 지금 속에서 열불이 날 것이고 돈 얘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놈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한 가지 확인만 하면 된다.

‘블랙’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는 걸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 시간 이후로 장관들이 자폭을 유도해야 하니까.

“그렇게 화를 내도 어쩔 수 없어요. 돈 나올 구멍은 다 막혔으니까. 아, 그리고, 클란 델 골포에서 나오던 돈도 이제 다 막힐 거예요. 다이로와 내가 굉장히 친한 사이거든요.”

뭐?

그동안 반응이 없던 장관들도 미어캣처럼 일제히 허리를 폈다.

이 사람들 봐라.

거의 대부분 다 받았단 거네.

이러니 에레라가 마음껏 미국으로 마약을 실어 날랐지.

“다이로 같은 범죄자와 손을 잡은 건 엄연한 범죄입니다.”

“그래요?”

오호, 세 번째 인물이 나타나셨네.

“당신이 농림부 장관이군요? 콜롬비아 전역에 코카 농장이 있어도 눈 딱 감고 못 본 척하신 분이 아닙니까?”

“뭐요?”

“국민들이 코카인에 중독이 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신 분. 맞죠. 근데 콜롬비아에 농림부가 왜 있는 거예요? 재배할 농산물도 없을 텐데. 아닌가? 커피는 좀 생산되던가?”

“이 사람이.”

“아, 이제 카르텔이 없어졌으니 다른 농산물이 좀 생산되긴 하겠네요. 맞다. 지금 범죄자 얘기하던 중이었죠. 가만있어 보자. 다이로 전화번호가 어디 있더라. 다이로한테 농림부 장관을 아는지 한번 물어봐야겠네. 나 말고 범죄자와 손잡은 사람이 또 있을 것 같은데.”

“뭐? 뭐요?”

“아, 여기 있네. 자, 스피커폰으로 전환해서.”

설마 진짜로 다이로와 친분이 있을까 생각하던 다른 장관들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띠리리링.

벨이 울리고 다이로가 전화를 받았다.

-아침에 통화했는데 또 무슨 일입니까?

“아니, 여기 장관들이 다 모였는데. 근데 내가 다이로 씨와 친하다니까 다들 믿지를 않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임재준 진짜 당신 미친놈이야. 그래, 뭘 해드릴까?

“간단해요. 농림부 장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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