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34화 (334/477)

제334화 참 변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9)

석 달 후.

베네수엘라.

오시리스의 요구로 대형 컴퓨터와 수십 개의 모니터를 설치한 모니터실.

워서스틴과 페렐라는 대형 스크린에 보이는 아이티 농장 아파트 현장을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굉장한데. 마치 미래 도시 같은 느낌이야. 아직은 어설프지만.”

“그래도 체계가 잡혀 있어.”

영상은 수십 개로 대형드론이 아이티 공중을 날며 촬영한 것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전송은 스카이링크사의 위성을 이용했다.

고층 농장형 아파트는 해안에서 10km 떨어진 곳으로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해안을 따라 50층 철골 구조물이 계속 지어지고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굉장하다 못해 장엄했다.

고층 농장형 아파트의 생산량은 당연히 기존 생산량의 50배를 넘었다.

작물은 각층에 설치된 십여 개의 센서로 오시리스가 전부 관리하고 있어서 필요한 비료와 물을 적절히 준 결과 무럭무럭 자랐다.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처음에 거의 대부분 밀과 옥수숫가루를 받아 빵이나 토르티아를 만들어 먹었는데 기분이 상쾌해지고 삶의 의욕이 솟아났다.

그전의 우울한 기분은 더는 가지려야 가질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표정을 밝았으며 서로 격려하고 보듬어 주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워서스틴과 페렐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진짜 저 밀가루하고 옥수숫가루는 대박이야. 나도 저거 매일 먹고 있잖아.”

워서스틴이 스크린의 사람들 표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게 얼마짜리 곡식인데. 안 먹으면 손해지.”

페렐라가 근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거 먹고 행복한 표정 안 지으면 먹이지 말아야 해.”

“사람들 참 편해졌네. 시장도 생기고.”

농장 아파트 앞에 4차 선 도로가 생기고 건너편에는 도로를 따라 시장이 형성되었다.

눈치 빠른 사람은 천막을 치고 가게를 시작했다.

술집이 생기고 요리를 하는 냄새가 진동했다.

야채와 고기, 생선을 파는 곳도 있고 손재주를 발휘한 가내 수공업 제품을 파는 곳도 생겼다.

일이 끝나면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아이티 국민들은 누가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이곳을 ‘투마로우 스트리트’라 불렀다.

워서스틴이 페렐라를 보며 물었다.

“근데 오시리스는 정부 각 부서에 모든 행정 업무를 이메일로 전송하여 지시하고 체크하고 있다며? 도대체 얼마나 빠른 거야?”

“PIM만 백만 개란다. 백만 개. 서버는 30만 개. 앞으로 개수는 더 늘어날 거고. 저건 괴물이야. 괴물.”

“저걸 아이티에 쓰기엔 아깝긴 하다.”

“아이티 끝나면 다른 곳으로 가야지. 솔직히 아이티는 처음이라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곳이잖아.”

“근데 우리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거 아냐?”

“그러게 양심이 좀 찔리긴 하네. 너무 한가하잖아.”

【Sir. 현재 아이티에 모습을 드러내면 혼란만 가중됩니다.】

아, 깜짝이야.

워서스틴이 놀란 가슴을 부여잡는데 오시리스에게서 좀 이상한 어조를 느꼈다.

“근데 갑자기 또 말투가 왜 그러냐?”

【아이티의 상황에 따라 모든 말은 격식체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래? 그거 잘됐네.”

“우리가 왜 아이티에 가면 안 돼?”

【아이티 여섯 개의 범죄조직이 농장 근처로 이동해 있습니다.】

“지금?”

【아니요. 14일 전입니다.】

“그래? 뭐 전쟁이라도 준비하나?”

【무기를 대량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럼 정부군을 출동시켜야 하잖아.”

【이미 지시를 내려 두었습니다. 범죄조직이 움직이면 양쪽에서 공격해 괴멸시킬 계획입니다.】

“괴멸? 참, 오시리스, 너랑 안 어울리는 단어다.”

“그런데 클로프 동향은 어때?”

【대통령 선거 기일을 놓고 협의 중입니다.】

“클로프가 대통령 후보로 나올 것 같아?”

【이미 정해졌습니다.】

음.

“그럼 알폰소는 당연히 나오겠지?”

【그쪽도 이미 정해졌습니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아?”

【보스는 클로프를 대통령으로 만들라고 했습니다.】

“그래? 하지만 국민은 알폰소 표가 더 많잖아.”

【유권자의 성향은 이미 파악했습니다. 유권자에 맞는 공약을 내세우면 표는 뒤집힙니다.】

“이야, 대통령 만들기가 이렇게 쉽구나. 다른 나라는 불법 금품을 살포하네 마네 하는데.”

“그러게.”

그런데 이때.

【범죄조직이 움직입니다.】

“뭐?”

여러 화면에 족히 백여 명이 되는 놈들이 무장을 한 채 산을 넘어 투마로우 스트리트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여러 개의 화면은 전후좌우로 다각도에서 영상을 전송하는데 마치 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른 화면에서 아이티 경찰이 출동하는 장면이 보였다.

무브, 무브, 무브, 무브.

“지금 출발하면 너무 늦은 거 아냐?”

【경찰이 보면 안 되는 장면입니다.】

오시리스의 말이 끝나자.

새까맣게 하늘을 덮은 플라이드론이 범죄조직을 그냥 훑고 지나갔다.

딱 이 표현이 맞았다. 훑고 지나가다.

마치 메뚜기떼가 옥수수밭을 지나가듯이.

그리고 남은 건 백여 구의 시체.

한참을 지나서야 경찰이 헉헉거리며 산에 올랐다.

그중 지휘관이 무전을 받는 모습이 보였다.

무전을 끊고 경찰들에게 뭐라고 지시를 하며 죽은 범죄조직의 시신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시리스, 저 무전 네가 한 거지?”

【네.】

“뭐라고 한 거야?”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했으니 적절한 보상이 따를 거라고 했습니다.】

“저 범죄조직은 경찰이 다 죽인 거네.”

【네.】

“이런 일이 많아?”

【드론이 처리한 일은 모두 경찰의 성과로 넘어갑니다.】

“경찰은 좋아하겠네.”

【투마로우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그들의 통화 내용을 전부 들어서 알 수 있습니다.】

“전부 도청이 가능해?”

【가능합니다.】

이거 아이티 하나로는 부족하네.

베네수엘라도 관리해 달라고 할까?

***

[금일 우리 경찰은 투마로우 스트리트를 노린 무장세력들을 일망타진 전원 사살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경찰 측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이 이룬 성과라 더욱 뜻깊다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이번 작전에 투입된 경찰에게는…….]

투생은 경찰의 발표를 듣고는 구릉지를 쳐다봤다.

장자크가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았다.

“왜?”

“아니, 저 산 위잖아.”

“근데?”

“저 산 위에서 백 명이 넘게 죽었는데 총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어.”

어?

“듣고 보니 그러네.”

“그리고 이상하지 않아? 언젠가부터 총소리가 들리지 않아. 하루에 서너 번은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아예 사라졌다고.”

“어? 그것도 그러네.”

“아무래도.”

말을 멈춘 투생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하늘에 유유히 떠다니는 수십 대의 대형 드론.

장자크도 투생을 따라 하늘을 봤다.

“저게 우리를 지켜주는 것 같아.”

“저 드론이?”

“응.”

다시 고개를 내리고 맥주를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카.

“해안가 가 봤어?”

“웬 뜬금없는 소리야?”

“관광객이 바글바글해.”

“뭐, 진짜? 그럼 가서 할 일을 찾아봐야…….”

습관처럼 튀어나온 말이었다.

예전의 못 먹고 못 입었을 때의 습관.

하하하.

“근데 왜 관광객이 늘었는데?”

“이거.”

투생이 내민 스마트폰엔 스위터에 업로드된 아이티의 사진이 떠 있었다.

어느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찍은 사진.

‘아이티 좋아요.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

장자크는 스위터 사진을 보고 고개를 들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고층 농장형 아파트의 행렬을 봤다.

족히 수백 채는 돼 보이는 철골 구조물.

그리고 건물을 비집고 나온 온갖 식물들의 가지와 잎사귀들.

저 멀리 석양에 비추어서 붉은색과 초록색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눈을 돌려 투마로우 스트리트를 봤다.

여기 모여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눈 안에 가득 담겼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변한 거지?

“투생, 해안가 사람들 거의 다 이곳으로 몰린 건가?”

“응, 그런 것 같아. 이제 해안가 판자촌을 철거한다니까. 이제 사람들이 관광객이 와도 그쪽은 쳐다도 안 보는 거지.”

카리브해 인근 나라들은 대부분 관광 산업으로 먹고 산다.

하지만 하나 큰 숙제는 치안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데 있었다.

남미 하면 떠오르는 게 마약 카르텔에 의한 갱단의 위협이니까.

하지만 남미 갱단은 아이티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베네수엘라의 이야기를 익히 전해 들었으니까.

가면 죽는다.

스위터에 의해 전파된 아이티의 상황은 관광객들이 아이티에 한번 와 보고 싶게 했다.

아름답고 깨끗한 해변과 편안하고 시설, 그리고 강화된 보안.

또한, 아이티엔 관광객이 보고 싶은 명물이 하나 있었다.

해안에서 바라보는 50층 높이의 투마로우 농장의 장관.

가히 자연의 위엄을 닮았다.

건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색적인 광경.

거대한 나무 같은 느낌의 건물.

그 수백 개의 사각형 나무의 행렬.

사람들은 열광하며 스위터에 그 장엄함을 실어 날랐다.

그리고 댓글에 하나의 유행이 생겼다.

-87이네요.

-오늘은 98.

-오늘은 103.

농장 아파트 늘어나는 개수를 세는 거.

장자크가 피식 웃으며 투생의 스마트폰을 치웠다.

“포르토프랭스는 가 봤냐?”

“거기도 슬슬 사람들이 이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아.”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가히 지옥의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평지는 물론 산 중턱까지 가건물이 마치 레고 블록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넌 나한테 진짜 고맙다고 해야 해. 나 아니면 이곳에서 제일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겠냐고.”

“아이고, 고마워라.”

장자크는 투생에게 공치사를 하고 맥주를 들이켰다.

카.

“근데 말야.”

“뭐?”

“진짜 고맙다. 진짜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도 혹시나 하는 맘으로 바라만 봤을 거야.”

“거봐 고맙지?”

“그래, 임마. 아직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아. 여기 오면 갇혀서 노예 같은 생활을 한다는 소문도 있어.”

“뭐, 노예?”

“그래, 우린 밖으로 안 나가잖아. 일하고 퇴근하면 ‘티처’로 공부하고 끝나면 간단히 맥주 마시고. 주말엔 투마로우 스트리트를 걸으며 오늘은 어디까지 늘어났나 무엇이 새로 생겼나 구경하고. 뭐 그렇게 살잖아.”

“밖으로 나갈 생각도 없지.”

“그놈들은 거꾸로 생각하고 있어. 자기들이 노예 같은 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노예 같다고? 멍청하기는.”

“야, 야. 그쪽만 생각하면 기분이 꿀꿀해진다. 하지 마. 여기요. 투마로우 밀로 만든 안주 하나 주세요.”

네.

“투마로우 밀인 거 맞죠?”

“먹으면 금방 탄로 나는데 뭐하러 그런 짓을 해?”

“하긴 그렇지. 빨리 하나 주세요.”

술집 주인이 미소를 지으며 주문을 받았다.

“야, 투마로우 밀이나 먹고 기분 좀 풀어.”

이때, 술집에 있는 TV에서 클로프 총리가 나왔다.

[아이티 경제가 살아나는 긍정적인 지표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광업은 다시 활기를 찾았으며 농산물 수출 계약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지금까지 연기되었던 대통령 선거를 할 것입니다. 앞으로 3개월 뒤 9월 10일에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투생은 입을 비죽이 내밀었다.

“이제야 하네. 대통령 선거를…….”

그리고.

띠링. 문자가 도착했다.

‘투마로우가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드립니다. 승인을 누르면 ‘카리브’가 작동할 것입니다.’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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