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28화 (328/477)

제328화 참 변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3)

진코퍼레이션.

“진.”

“오셨어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진은 종일 모니터만 들여다본 듯 피곤한 얼굴로 재준을 맞이했고, 재준의 상태는 더 말이 아니었다.

“아주 급하게 상의할 일이 있다.”

“아이티에 갔다 오셨다면서요?”

“어떻게 알았냐?”

“얼굴에 아이티라고 쓰여 있어요.”

“그래? 블랙이 알려줬구나.”

“진짜 얼굴이 말해 주고 있는데.”

“그래, 그렇다 치고. 내가 아이티에 갔다 온 걸 알았으면 내가 지금 무슨 고민을 하는지도 알고 있지?”

“무척 서두르시네요.”

“아이티 좀 빨리 머리에서 지우고 싶어.”

히히히.

진은 볼수록 무표정한 재준의 얼굴이 우스웠다.

눈은 반쯤 감기고 양쪽 눈꼬리는 쳐진 데다 한쪽 볼살은 자꾸 떨리는 게 정말 아이티를 생각하기 싫은 표정이었다.

“아이티, 답이 없는 곳인데. 블랙, 아이티 이미지 좀 띄워 줘.”

【네.】

대답과 함께 대형 모니터에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전경이 떴다.

재준이 보고 온 거대한 빈민가가 눈에 들어왔다.

흐익!

“블랙, 이걸 왜 띄우는 거야?”

재준이 인상을 팍 썼다.

“지도로 바꿔줘.”

【네.】

화면에 구글 지도와 약간의 설명이 떴다.

아이티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아이티와 함께 섬의 절반 이상을 나누어 가진 도미니카 공화국이 있고 북서쪽으로는 바다를 건너 쿠바가 있었다.

서쪽에는 자메이카.

아이티 인구는 1,000만 명.

면적 크기는 한국의 약 1/3 정도.

솔직히 서울보다 큰데 1,000만 명이면 널널한 거 아니냐 싶지만, 아이티의 국토는 대부분이 산이다.

평지는 국토의 20% 정도로 1,000만 명이 이 좁은 평지에 다닥다닥 붙어서 판자촌을 형성하고 있다.

기후는 열대우림.

“블랙, 아이티를 경제를 살리려면 제일 먼저 뭘 해야 하지?”

【인구의 절반을 소멸시켜야 합니다.】

“그렇다네요.”

“안 돼. 그럼 누가 투마로우에게 나라를 맡기겠니? 그것 말고 다른 해결책을 알려 줘.”

【인구 절반을 이주시켜야 합니다.】

재준이 지도를 보았다.

“주변국들은 싫대. 다들 아이티 난민 수용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난리야. 그리고…… 아이고, 이놈들이 공부를 못해서 글을 못 읽어요. 당연히 쓰지도 못하고. 다른 나라에 정착한다고 해도 빈민가만 만들 뿐이야.”

“투마로우 벨트로 이주하면 되잖아요.”

“그래, 이주한다면 아프리카로 가야지. 뭐, 아이티 조상도 원래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노예니까.”

원래 아이티 원주민은 스페인이 도착하자 전염병에 걸려 몰살했다.

그러니 스페인은 부랴부랴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노예로 데려와 노동력을 채웠다.

지금 아이티는 그 흑인들이 독립한 나라다.

“그럼 바로 이주 정책을 펼치게요?”

“지금 코로나 사태로 당장은 힘들어. 그리고 아이티 이놈들이 밖으로 나가려 하지도 않을 거고. 자존심은 얼마나 센지. 참나.”

아이티 국민은 한 성질 했다.

아이티에 관한 재미난 일화가 하나 있는데.

UN에서 식량 원조로 스낵류 과자를 준 적이 있다.

그때 그나마 글을 읽을 수 있는 놈이 나타났다.

근데 글을 대충만 아는 녀석이라 제조 일자를 유통 기한으로 착각해서 기한이 지났다며 버리라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 굶어 죽게 생긴 이 인간들이 UN이 버리는 음식을 줬다고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밟아 버린 일이 있었다.

“그놈들하고 말을 주고받다 보면 울화통이 터져서 죽을지도 몰라.”

“그래서 해결책을 생각했어요.”

“무슨 해결책?”

“울화통이 안 터지는 방법이요.”

“그게 뭔데?”

“인공지능이 아이티를 통치하는 거예요.”

“인공지능이?”

“네, 우린 명령만 내리면 되잖아요. ‘아이티를 최빈국에서 탈출시켜라’라고.”

“그럼 탈출이 되나?”

“인공지능이 세계 경제와 아이티 국민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여 제일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찾아낼 거예요. 그리고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그때그때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할 거고요.”

음.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네.

인공지능이면 감정에 휩쓸릴 일도 없고.

돈도 안 밝히고.

“그런데 아이티 국민이 말을 듣겠어?”

“그건 아빠가 해결해야겠죠.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티에 있는 갱단은 어떡해?”

“그건 인공지능이 아이티에 적합한 산업부터 찾은 다음에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그렇겠지.”

농장을 지으라면 메렛이 농장 주변을 방어하면 되고, 제조업을 선택해 주면 공장을 방어하면 되지.

“그 인공지능이 어디 있는데?”

“지금 펠그리니 아저씨가 초안을 짜고 있어요. 그 후 블랙이 검토를 끝내면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럼 내가 아이티 정부를 설득하면 되는 거네.”

“네.”

“인공지능으로 통치하라고 하면 할까?”

“더 좋은 방법도 있어요.”

“그게 뭔데?”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거예요. 우리도 후보를 내세우고요. 투마로우가 미는 후보인데 설마 낙선이야 하겠어요?”

“대통령 선거라…….”

“당선만 되면 대통령을 통해 인공지능의 계획을 실현시키면 돼요.”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하다.”

당선된 놈이 배신만 안 하면.

“어쨌든 인공지능이 나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 보자.”

“네.”

그리고 재준은 진을 바라봤다.

몇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아빠와 아들.

부모와 자식.

부모.

그래, 자식을 한없이 걱정하는 부모.

“진, 아이들을 부모한테 안 돌려보내도 되니?”

“아이들은 안 돌아갈 거예요.”

“왜? 쟤네 부모들이 걱정할 텐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거든요.”

“그게 뭔데.”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제때 투자를 할 수가 없어요. 여기 있어야지 그때그때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잖아요. 아, 오해는 마세요. 업그레이드라고 해서 무슨 머리에 칩을 심은 건 아니에요. 우리 능력을 더 잘 키우기 위한 환경을 말하는 거예요.”

“환경?”

“네. 여긴 자신이 하고 싶은 실험 도구가 있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며 보고 싶은 동영상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과학적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거죠.”

음.

무척 일리 있는 말이네.

나도 나와 같이 일하는 팀이 있으니까.

일을 해결하려면 믿고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지.

진은 재준의 표정을 보고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아빠.”

“왜 그런 심각한 표정을 하는 거야?”

“아빠의 재산으로 얼마나 많은 인구가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쎄, 만약 투마로우가 상장한다면 미국 예산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 들어올 거라 들은 적이 있어.”

미국 1년 예산은 대략 6조 달러다.

한화로 따지면 7,000조가 넘는 돈이다.

“그럼, 하루에 1달러씩 벌어서 생활하는 인구가 몇인지 아세요?”

“10억 명 정도잖아.”

“네, 그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1년 동안 벌면 365달러예요. 10억 명이면 3,650억 달러고 아빠의 돈의 반올림해서도 0.04%예요.”

헉!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이 있었네.

“이제 2달러를 버는 인구는 얼마인지 아세요?”

“알아. 15억 명.”

“그들이 1년 동안 벌면 1조 달러가 조금 넘어요. 정확히 1조 950억 달러예요. 아빠 돈의 0.1%네요. 그럼 0.14%로 25억 명을 1년 동안 먹여 살릴 수 있어요.”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제 질문을 바꿀게요.”

“미국 대통령이, 아, 도날드 말고요. 전혀 친분이 없는 분이라고 가정하고요. 미국 대통령이 25억 명과 아빠를 선택하라면 누굴 선택할까요? 여기서 25억 명을 자신의 맘대로 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군대로 사용할 수 있고 노동자로 사용 가능해요.”

하하하.

“그건 답이 정해져 있잖아. 당연히 나지. 방금 네가 말했듯이 나는 25억보다 더 많은 사람을 돈으로 살 수 있잖아.”

“맞아요. 25억 명이 아니라 지구 인구 72억 명의 절반인 36억 명을 선택하라고 해도 미국은 아빠를 선택할 거예요.”

재준은 진을 또 바라봤다.

선택의 문제라면.

“너는 네 친구들 이야기를 하는 거구나. 선택받은 아이들.”

“히히, 맞아요. 미래에는 72억의 인구를 생물학적 계급으로 나눌 거예요.”

“너희가 포식자냐?”

“그럴 수밖에 없어요. 예전에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세상을 지배했어요. 억만장자의 경험과 일용직 노동자의 경험은 똑같이 가치가 있는 경험이라 믿었죠. 그러니까 억만장자도 브로드웨이에서 5백 달러를 내고 레미제라블을 보겠죠. 빵 한 조각을 훔쳐서 19년이나 감옥에 갇힌 장 발장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잖아요.”

“억만장자도 노숙자의 경험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구나.”

난 왜 장 발장을 보러 가지 않았을까.

그 흔한 스포츠 경기도 한 번 가지 못했다.

“투표도 마찬가지죠. 아빠 같은 7조 달러를 가진 사람과 횡단보도에서 신문지로 유리창을 닦는 부랑자의 표는 동등한 힘을 가지잖아요. 모두 같은 한 표예요. 바로 자유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서 생긴 결과죠.”

“지금은 아니다?”

“아니요. 지금도 유효해요. 미래에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무너진다는 거죠.”

“미래에? 얼마나 미래에?”

“얼마 안 남았어요, 예전에 중세 귀족은 푸른 피가 흐른다고 주장했어요. 인도 브라만은 원래 지능이 높게 태어났다고 주장했고요.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속임수였어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죠. 볼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육체적 능력과 인지적 능력의 차이가 실제로 벌어지는 걸 볼 수 있잖아요.”

헐.

이게 뭐야?

진과 아이들은 확실한 증거가 있다.

유전자 수선으로 똑똑하고 잘생겼으며 건강하다.

과거 체제를 유지하려고 했던 거짓말이 아닌 진짜다.

그렇다면 이 녀석들이 중세 귀족이 되고 브라만의 자리에 앉는다.

이게 생물학적 계급이구나.

“아빠는 이해하셨어요?”

하하하.

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거구나. 그거야. 하하하, 내가 너희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겠네.”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아빠는 생물학적 계급 위에 있어요. 우릴 만들었으니까요.”

“그래도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 내가 너희보다 열성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건 변하지 않아.”

“아빠,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아시잖아요. 바로 과학이에요. 과학은 아빠도 업그레이드할 거예요. 이미 개념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던 의학이 지금은 건강한 사람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잖아요. 지금 투마로우 시티에서 벌어지는 임모탈 그리고 뱅가모가 잘 보여주고 있어요. 능력을 얻고 싶은 소수의 사람을 위해 발전된 과학을요.”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이용하게 될 수도 있잖아.”

“당연히 그렇게 되겠죠. 지금 일부만이 누린 과학 기술은 언젠간 모두 누리겠죠. 하지만 그때 가서 더 발전된 과학 기술은 누구를 위한 걸까요?”

하하하.

“우린 앞선 기술의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거네.”

“네, 그래서 인류보다 앞서 나가는 계급이 존재하게 되는 거예요. 과학의 힘이 평범한 인간보다 뛰어난 인간을 원하고 있어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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