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7화 참 변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2)
“중요한 게 뭔데요?”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홍보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홍보는 꾸준히 하는 걸로 압니다.”
“엘론, 스위터 팔로워가 몇 명입니까?”
“설마, 스위터 계정을 사게요?”
나 이런 개념 없는 인간을 봤나.
내가 왜 계정을 사?
“계정이 아니라 스위터를 사야지. 계정을 왜 사요?”
“네? 400억 달러나 하는 스위터를 산다고요?”
“뭐 그렇게 놀라요? 엘론 팔로워가 1억 명을 돌파했잖아요. 그럼 1억 명은 엘론을 따라오는 사람들인데, 못 할 게 뭐가 있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뭘 따라오고 뭘 못 한다는 겁니까?”
“자, 들어 봐요. 언론은 통제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남의 떡이에요. 그리고 언론사에 있는 기자들을 다 통제할 수가 없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정부 눈치를 본다는 겁니다.”
“그건 당연한 건데…….”
“그런데 스위터 같은 SNS는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거기다 돈까지 벌어주는 데 얼마나 좋아요.”
“아니, 좋긴 하죠. 스위터를 가지고 있으면 하고 싶은 말도 맘대로 하고 우리가 하는 일도 매일 업로드해서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것도 좋죠. 그런데 400억 달러를 들여서 할 정도는 아닌데.”
어허. 쯧쯧쯧.
재준은 엘론을 보고 혀를 찼다.
“그 많은 팔로워 뒀다 뭐 해요? 이럴 때 사용해야지. 팔로워 1인당 주식 하나만 사도 인수하겠네.”
“네?”
“우선 어느 정도 주식을 매집하고 적대적 인수를 발표하는 겁니다. 이때 팔로워에게 1인당 1주를 사라고 해 보세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네?”
현재 스위터 주식은 대략 50달러 1억 명의 팔로워가 1주씩 사면 50억 달러.
하지만 1주 사란다고 1주 사는 멍청이는 없겠지.
10주만 사도 500억 달러.
헉! 스위터 사고도 남을 돈이다.
“혹시 돈 계산하고 있는 건 아니죠?”
“이게 아닌가요?”
“창업자 협박용이지, 주식을 왜 시장에서 사려고 합니까?”
아, 협박용.
어느 정도 시장에서 매수하고 팔로워를 동원하면 창업자는 백기를 든다!
“괜찮은데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SNS를 통해 우리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겁니다. 정말 자율 주행이 이루어지는지, 팜봇은 잘 하고 있는지,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지, 독재 통치인지. 뭐, 기타 등등. 우리뿐만 아니라 여기 부족 모두가 같이 하는 겁니다.”
“오호, 그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트윗도 늘고 방문자도 늘고 광고도 늘고.”
“주가도 오르고 우리 회사 가치도 오르고.”
하하하하하.
“좋네요. 좋아.”
“일단 100억 달러씩 투자해서 200억 달러 주식을 매입하는 겁니다. 매입은 투마로우에서 아주 조용히 진행하면 되고. 엘론, 당신은 스위터와 신경전을 벌이세요.”
“으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스위터 CEO와 좀 싸워야겠군요.”
“그렇죠.”
잘됐다.
이 시기에 스위터를 사려면 좀 돈이 들어가겠지만.
지금이 딱 적기다.
아프리카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다른 언론에게 맡겨 봐야 언론사의 입맛 또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기사는 바뀔 수 있다.
자, 스위터 인수 전에 작은 피라미라도 낚아야 하는데.
이때.
띠리리리링.
워서스틴?
“어, 워서스틴. 무슨 일이야? 베네수엘라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보스, 여긴 늘 평안합니다. 늘. 어디랑 다르게.
“그 평안한 환경 자랑하려고 전화한 건가?”
-아, 내 정신 좀 봐. 보스만 보면 괜히 딴 데 신경을 쓴다니까. 다름이 아니라 아이티에서 저희에게 연락이 왔어요.
“무슨 일로?”
-자기 나라 좀 도와 달라는데요?
“아이티를?”
재준이 ‘아이티’라 말하자 엘론이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심지어 두 팔로 엑스자를 만들었다.
안 돼.
거긴 진짜 안 돼요.
-한번 가시겠습니까?
“음, 일단 요청이 들어왔으니 가야겠지.”
-알겠습니다. 일정을 보내 드릴게요.
“네.”
툭.
안 돼.
통화를 마치자마자 엘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이티는 안 돼요.”
“왜요?”
“거긴 최빈국이지만 가능성이 제로예요. 아무것도 없다고요. 천연자원도 없고 98%가 문맹에다가 정치는 그야말로 시궁창이라고요. 있는 건 나무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그것도 이제 없어요.”
“아니 왜 이렇게 잘 알아요?”
“북미 남미를 통틀어서 유일한 아메리카 빈국이니까요. 미국 사람 중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 정도로 심하단 말이에요?”
“거긴 안 돼요. 가지도 마세요. 가 봤자 시간 낭비예요.”
이 정도로 쓰레기인데 왜 나라로 존재하는 거지?
가서 직접 봐야겠는데.
***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재준은 아이티 정부에 알리지 않고 들어왔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워서스틴과 페렐라와 함께.
“그래서 여긴 대통령이 없다고?”
재준이 아주 의아한 듯 물었다.
“지진 때문에 총선이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여기도 갱단이 장악하고 있어?”
“네, 남미가 다 그렇죠. 수도 포르토프랭스 40% 정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래?”
아프리카 독재자를 몰아냈더니 이제 남미 갱단을 몰아내야 하는 건가?
내가 평화 수호자도 아니고 이거 참.
참자, 이게 다 돈을 버는 일이다.
재준은 주변을 죽 둘러봤다.
온통 가건물 투성이였다.
정말 답이 없네.
아프리카는 곡물을 심을 땅이라도 있지, 여긴 그야말로 나라가 거대한 판자촌 그 자체였다.
“농장 할 만한 땅 없어?”
“없습니다.”
“그럼 뭐 먹고 살아?”
“거의 다른 나라 식량 원조로 살고 있습니다.”
“식량 원조 끊기면.”
“인구의 반 이상이 굶어 죽을 겁니다.”
허.
재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 국민의 80%가 절대빈곤 상태입니다.”
“일단 좀 걸어가 보자. 얼마나 심각한지 봐야겠다.”
재준이 걸어가는데 길거리 좌판에서 깡마른 아이와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동그란 쿠키를 팔고 있었다.
집에서 만든 걸 가져와서 파는구나.
재준이 다가가 물었다.
“이거 얼마니?”
아이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옆에 있는 여자는 재준의 차림을 보고 급하게 답했다.
“3, 아니 2센트요.”
“그래?”
“여기.”
100달러 지폐를 건네주고 쿠기 3개를 집었다.
어, 어.
아마 잔돈이 없는 듯 여자가 울상을 지었다.
안 산다고 할까 봐, 걱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준이 피식 웃었다.
“됐어. 너 다 가져.”
그리고 서둘러 워서스틴에게 다가와 쿠키 하나를 내밀었다.
“홈 쿠키야, 먹어 봐.”
워서스틴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쿠키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보스, 이게 뭔지 알고 사신 거예요?”
“왜? 이게 뭔데.”
콰직.
재준이 쿠키를 한 입 깨물었다.
뭐야, 이 비릿한 향은.
“보스, 그거 진흙이에요.”
“진흙?”
에 퉤퉤.
“아니, 왜 진흙으로 쿠키를 만들어? 그리고 이런 걸 판다고?”
재준이 뒤를 돌아 아이와 여자를 찾았지만, 그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100달러를 벌었으니 죽어라고 달리고 있겠지.
“진흙 안에 기생충도 엄청 많다는 보고도 있는데.”
“야, 그럼 말려야 할 거 아냐?”
“말하려는데 보스가 조금 빨랐어요,”
“이런.”
제길, 에 퉤퉤.
그나저나 이런 게 팔릴 정도면 얼마나 가난한 거야?
“아이티는 아메리카 전체를 통틀어 가장 경제 수준이 열악한 나라예요. 인구가 지나치게 늘어나서 삼림마저 모조리 벌목, 개간했어요. 그 때문에 국토만 폐허가 됐어요.”
“어떻게 보면 마치 화성 같은데. 공장 없어? 뭐 만들어 수출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해안가에 가면 커피 농장이 있긴 해요. 해외로 나간 노동자도 꽤 되고요.”
“근데 이 꼴이라고? 이거 원조로 들어온 식량은 여기 사람들에게 나누어지지도 않는 거 같은데.”
“아이티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 중에 하나예요. 매년 수십억 달러의 원조가 들어오는데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죠.”
“그러면 원조 자체를 해 주지 말아야지.”
어느 정도 걸어가자 괜찮은 건물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저기가 아이티 부자들이 사는 동네인가 보네.”
“네.”
“어디 한번 가볼까?”
“어딜 가요?”
“왜 가면 안 돼?”
“가서 또 깽판 치려고 그러죠.”
“무슨, 나도 돈이 돼야 깽판도 치는 거야. 돈도 없는 놈들한테 돈 줄 일 있어?”
재준은 걸어가면서 주변을 보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한 나라의 수도라고 했는데.
이 비포장도로는 뭐야?
그리고 저 무너진 건물을 그냥 방치하고 있고.
이거 완전히 빈부의 격차를 논할 수준이 아닌데.
아프리카보다 더하잖아.
여기에 비하면 예전 북한은 선진국이네. 선진국.
이러니 지진이나 태풍이 오면 답이 없지.
온 나라에 바람만 세게 불어도 쓰러질 가건물만 가득 차 있고 수해를 막아줄 삼림도 다 베어 버렸으니, 지진이나 태풍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쓸려 나가는 것도 당연했을 것이다.
페렐라가 재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보스, 아이티가 부두교와 좀비가 만들어진 나라라는 건 아세요?”
“뭐? 여기였어?”
“네, 저기, 저기, 저기. 저게 다 부두교 부적이에요.”
재준은 눈을 부라리며 사방에 걸려 있는 부적을 보았다.
음.
재밌는 나라네.
재준이 걸어가는데 갱단으로 보이는 몇 명이 건들건들 걸어오며 소리를 질렀다.
“어이, 중국인? 돈 있냐?”
그리고 그들은 그 한마디에 대략 10m 너머의 사방에서 날아든 수십 개의 붉은 점으로 온몸이 도배되었다.
뭐야? 블랙워터에 저런 놈들도 있었어?
최소한 5개국에서 내 주위를 맴돈다고 하더니, 그들인가?
저벅, 저벅, 저벅.
재준이 걸어갔다.
“응, 돈 있는데 줄까?”
아니요. 아닙니다.
말을 못 하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럼, 어서 가던 길 가.”
네.
“아, 잠깐.”
“네?”
건달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나 중국인 아니고 한국인이거든.”
“아, 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이제 가 봐.”
“네.”
갱단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났다.
“대단하네. 길거리에서 관광객에게 대놓고 강도질이야. 이것만 봐도 얼마나 치안이 엉망인지 알겠다.”
“근데 보스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그새 경호를 추가 하신 거예요?”
“아니,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블랙워터의 레이몬드가 재준에게 뛰어왔다.
“괜찮으시죠?”
“그럼, 나보다도 저놈들 괜히 어디서 화풀이나 안 하나 몰라. 근데 저 사람들은 누구야?”
“용병이에요. 미국,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중국에서 보스를 위해 고용했다는군요.”
“아, 그래.”
러시아는 의왼데.
푸챠르가 나를 위해서 돈도 쓰네.
“여기 갱단은 어때?”
“그야말로 최악이죠. 브라질이나 멕시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는 거대 테러 조직이나 마약 갱단이죠. 여긴 그냥 범죄 집단이에요. 단순한 도둑이나 강도도 불법무기를 소지하고 있어요.”
“경찰은 당연히 모자라겠지.”
“네, 경찰들의 수는 너무나 모자라고 역량도 아주 형편없어 수습이 안 돼요. 오히려 경찰서를 터는 곳이 여기 범죄자들이에요.”
와, 진짜 베네수엘라나 소말리아는 선진국이네.
그냥 돌아갈까?
여기 진짜 답이 안 나오는데.
뭐라도 좀 있어야지.
이럴 때는 천재한테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