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26화 (326/477)

제326화 참 변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1)

진코퍼레이션.

으아아아아악.

헉, 헉.

진은 머리를 부여잡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어.

그만 좀 떠오르란 말야.

지금 진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것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무언가 떠올리고 싶으면 수백 가지의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라 정신이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할아버지가 얘기한 모방에 대해 생각하려는 찰나 뇌가 폭주해 버렸다.

진의 뇌에 저장된 수십만 가지의 모방에 대한 지식이 우후죽순 마구 떠오르며 통제를 벗어났다.

평범한 인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이다.

물이 마시고 싶어서 물을 떠올리면 보통 많아야 두 가지에서 세 가지 이미지나 문자가 떠오르는 게 정상이다.

그리고 시원하게 물을 마시는 자신이나 인상 깊었던 영상의 한 장면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의 뇌는 폭주하면 편집된 짧은 영상 수백 어쩌면 수천 가지가 나타났다 소멸하기도 하고, 서로 뒤섞이며 괴상한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고, 문자와 소리가 뒤섞이기도 했다.

헉, 헉, 헉.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머릿속 폭풍이 서서히 사라지고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머리에 폭동이 일어날 때는 경두개 직류 자극기도 소용없었다.

기욤 아저씨가 빨리 프라이온 감염체를 배양해야 하는데.

너무 느려. 너무 느리다고.

뇌 속의 뉴런을 단 한 개라도 죽여야 했다.

만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다면 총 1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

단순히 생각해도 한 개의 뉴런에는 100개의 시냅스가 서로 신경 물질을 전달한다.

뉴런과 뉴런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기에 한 개를 죽이면 연결되어 있던 다른 뉴런과의 연결이 끊어져서 더 많은 시냅스가 소멸하지 않을까.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정말 원하는 결과를 바랐다.

‘티처’

진은 기어가다시피 하여 ‘티처’를 머리에 썼다.

그리고 스위치를 터치했다.

아.

가냘픈 신음이 새어 나오고 진의 표정은 편안해졌다.

“블랙.”

【평안하십니까? 진.】

“그딴 인사는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자주 인사를 바꾸라는 진의 명령에 따라 최근 국제 정세와 날씨, 진의 상태를 측정하여 최적의 인사로 고른 겁니다.】

“그래? 잘하고 있네.”

【무엇을 알려드릴까요?】

“아무래도 아빠가 최빈국을 도울 것 같은데. 알고리즘이 나라를 통치하는 나라가 있어? 나라가 없으면 단체라도.”

【없습니다. 모든 알고리즘은 인간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알고리즘이 통치하는 나라와 단체는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소유의 개념을 제외하고 알고리즘이 통치하는 나라는 가능할까?”

【가능합니다. 대통령이란 존재를 알고리즘으로 삼아 명령을 각 부서에 전달한다면 훨씬 효율적인 나라가 될 것입니다.】

“행정 수반을 없애고 알고리즘으로 대처하면?”

【더 효율적입니다.】

“공무원 전부를 알고리즘으로 대처하면?”

【…….】

‘블랙’도 사례가 없는 경우라 데이터를 조합하는지 시간이 걸렸다.

의왼데? ‘블랙’이 시간이 걸리다니.

【가장 비슷한 사례는 투마로우 벨트입니다.】

히히히.

“역시 그렇구나.”

히히히.

“역시 그랬어.”

진은 뭐가 그리 웃긴지 계속 웃었다.

“블랙, 아빠한테 이야기해야겠다. 투마로우 벨트의 관리를 알고리즘에게 완전히 맡겨보라고. 가능하지?”

【가능합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최빈국을 도울 방법은 알고리즘이 관리하게 만드는 거야.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면 네가 수정해줘.”

【방향을 설정해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블랙, 수정 방향은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모두 같은 혜택을 줄 필요는 없다는 거야.”

【차별을 두란 말입니까?】

“응,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해. 어쨌든 결과를 모르면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수정 방향을 이해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차별을 받은 사람은 몰라야 하는 거야. 그런 거 있잖아. 인공지능이 1번 도로가 막힌다고 2번 도로를 추천해서 왔더니 2번 도로도 막히네. 뭐, 이 정도.”

【알겠습니다. 최상의 결과를 만들겠습니다.】

“이제 펠그리니 아저씨 좀 화상으로 불러줘. 국가 관리 알고리즘에 관해 이야기해야겠어.”

【옛설, 마스터.】

뭐지? 저런 건 자꾸 어디서 배우는 거야?

***

“국가 관리?”

펠그리니는 진이 갑자기 화상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시간을 냈다.

그런데 국가를 관리하는 알고리즘?

“진,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 변수가 너무 많은데.”

“그러니까, 아저씨한테 얘기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엄두도 못 내니까요.”

“엄두를 못 내는 게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다니까.”

“아저씨, 아빠가 유엔에서 광고를 했잖아요.”

“광고?”

아, 그걸 광고라고 볼 수도 있지.

돈을 주면 국가도 바꿔 줄 수 있다고 했으니까.

“그렇지. 광고지 광고.”

“근데 아빠한테 도움을 청할 국가는 뻔하잖아요. 빈국 중에 최하위 빈국일 거예요.”

“그……렇지. 잘살고 있는 나라가 도움을 청할 리가 없지.”

“최빈국의 공통점이 뭐가 있을까요?”

“공통점이라면…… 무능한 정치겠지. 자원이 부족한 경우는 아이티 빼고는 없으니까.”

“맞아요. 그래서 무능한 정치인 대신에 알고리즘을 그 자리에 앉히려고요.”

“뭐? 아, 그렇지. 알고리즘이면 국가를 충분히 잘 운영……. 아니 뭐라고? 사람 대신, 아니, 아니, 정치인 대신 컴퓨터를 앉히겠다고? 그 나라 국민이 대통령으로 컴퓨터를 뽑겠냐?”

“진짜 컴퓨터가 아니고요. 사람을 내세워야죠. 알고리즘의 지시를 잘 따를 사람으로요.”

“어? 그래, 그렇다고 쳐. 근데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이 어딨어.”

“그거 쉬운 거 아닌가요?”

“그게 왜 쉬워?”

“그 나라 국민들 개개인 성향에 맞추어 문자 한 통씩만 보내면 될 것 같은데요.”

톡톡톡톡.

펠그리니가 말없이 책상을 두드렸다.

“진,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지? 너같이 똑똑한 녀석이 모를 리는 없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요. 지금도 우린 알고리즘과 함께 생활하고 있잖아요. 온라인 서점만 들어가도 벌써 우리 성향을 파악해서 도서를 추천해 주잖아요. 우리도 그 나라 국민을 파악해서 대통령 후보를 추천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맞다. 우린 승인이란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부터 알고리즘이 내 성향을 파악해서 이것저것을 추천한다.

알고리즘은 내 생일에 맞춰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고 더 나아가 여자 친구도 파악해서 생일 선물을 추천해 준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파악하여 맛집도 추천해 주고 원하면 예약도 해 준다.

그뿐인가?

헬스 알고리즘은 내가 약을 먹을 시간도 알려주고, 빈둥거리는 나를 위해 중요한 미팅이 있으니 그만 놀고 샤워라도 하라고 알람까지 울려 댄다.

그리고 현재 도파민 수치가 너무 낮아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중요한 미팅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경고를 해줄 수도 있다.

이렇게.

【한 번 더 검토해야겠다고 서명을 미루세요.】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알고리즘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인간을 통제할 수 있다.

만약 나와 여자 친구가 오늘 데이트를 한다면.

약속 장소에 도착할 시간과 주인의 상태를 알고리즘끼리 서로 교환하며 충고할 것이다.

나와 여자 친구가 오늘 충분히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힘들다면 약속을 거절하게 만들 것이다.

이쯤 되면 인간의 의지로 데이트를 하는 것이 아닌 알고리즘이 선택하는 대로 인간이 움직이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인간이 손해가 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좋은 방향으로 자신을 이끄는 알고리즘을 칭찬해야 한다.

인간은 편해지기 위해 알고리즘에 점점 더 의존하는 게 낫다.

펠그리니로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걸 실행에 옮기는 건 다른 수준이었다.

보스랑 너무 닮았다.

결정이 나면 그게 무엇이든 밀고 나간다.

“국민 전체의 성향을 파악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하드웨어가 필요할 거야.”

“알고리즘은 투마로우 퀀트들이 달려들면 금방 해결할 수 있잖아요. 하드웨어는 투마로우 시티의 PIM 공장에서 생산할 거예요. 좀 더 업그레이드됐거든요.”

가능한 이야기다.

현재 월가의 퀀트 중 절반은 투마로우펠그리니에서 근무한다.

그 수가 수천 명에 달한다.

아무도 모르지만 투마로우 시티의 반도체 공정은 이미 2나노 공정에 성공해서 양산 중이다.

100%로 팜봇, 메렛, 티처, 코트에 사용되고 있다.

당연히 수출은 하지 않는다.

아직은 수율이 낮아서 로봇에 사용하기에도 벅차다.

“진, 나중에 이게 들통이 나면 정치인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인권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할 거라고.”

“아니요. 그들은 따라 하려고 할 거예요.”

“따라 한다고?”

“네, 생각해 보세요. 만약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우리 알고리즘을 사용했어요. 전 국민의 성향을 파악했더니 이미 판세는 공화당으로 결정이 나 있어요. 그리고 알고리즘은 어떻게 역전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제가 알고 있는 정치인들은 인권보다는 당선이 먼저인 것 같은데요.”

“너…….”

“아저씨, 개발하면서 슬쩍 언론에 흘리세요. 너무 정확히는 말고 아주 약간만, 정치인들이 혹해서 달려들 만큼만요. 그러면 우리가 하는 일을 모른 척 할 거예요.”

“그리고 보스에게 제발 달라고 사정하겠지.”

“히히, 맞아요.”

와, 보스랑 어쩜 이리 똑같을까?

***

하르게이사의 철골 구조로 된 재준의 임시 거처.

“아니,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였어요?”

재준은 울상인 엘론에게 머쓱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어렵다기보다는 시간이 필요하죠.”

“아니 금방 된다며?”

“그러니까 술 먹으면서 한 얘기를 유엔에서 홀라당 말해 버리면 어떡합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고. 뭐가 문젠데요?”

“지금 저희 위성은 300kg짜리인데 저게 1.25톤짜리는 돼야 가능합니다.”

“아니, 지금까지 잘만 하던데.”

“그건 위성 접시가 있으니까 가능했고요. 스마트폰에 직접 받으려면 스카이링크가 더 강력한 놈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카이링크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상과 직접 통신을 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엘론의 회사다.

현재 위성 접시만 있으면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통신이 가능한 경지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위성 접시 없이 바로 핸드폰과 직접 통신을 연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재준이 이 계획을 유엔에서 떠들었고.

“이게 돼야 말이 되는데. 언제 가능할 것 같은데요?”

“1년 후에 테스트를 가질 예정입니다.”

“그럼 5G는?”

“불가능하죠.”

“5G는 그럼 언제 가능한데요?”

“그건 한 3년?”

“음, 그냥 통신비를 받지 말아야겠군요. 약속을 해 버렸으니.”

“뭐 어차피 자율 주행 도로 옆에 기지국이 따라 건설되니까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이거 완전 공수표가 될 처지에 놓였네.

뭐, 이건 그렇다 치고.

“좋아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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